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수가 들어간 검은 자켓과 물결처럼 출렁이는 레이스 치마, 패셔너블한 모자,
애정어린 눈길로 뒤를 돌아보는 눈이 쳐지고 얼굴이 하얀 착해보이는 여자.
옆구리에는 낡은 책을 끼고 낙엽을 밟고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 캐슬린이 너무나 아름답다.
제임스 티솟이 활동하던 시기에 그는 지나치게 테크닉만 뛰어난 작가로 비난받았다고는 하지만,
그의 그림은 그야말로 늦가을 햇빛처럼 찬란하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찬란한 햇빛의 느낌,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따뜻한 햇빛의 느낌,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풍경속에, 티솟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여인 캐슬린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순수하며 찬란하다.

<화가와 모델>이라는 이 책은, 유명한 화가들 뒤에 묻혀져
그 존재감이 희미할지도 모르는 모델들의 모습을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모델일 뿐만 아니라, 그들은 때로는 화가의 연인이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이기도 하고, 때로는 절친한 이웃이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자신이기도 하다.
화가의 인생에 있어서 모델이 빠질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모델보다 그림을 보기에 치중하지만,
화가가 집착하고 있는 모델에게는 분명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클림트의 그림에서 아델레 부인의 나른하고 요염한 이미지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팀버튼의 영화를 떠올리면 조니뎁을 떠올리게 하는 연상작용과도 비슷하다.

이처럼 이책은 작가의 아우라가 되어버린 그림속의 모델들과 화가의 관계성과 삶에 대한 책이다.
책을 보는 내내, 화가의 삶보다 알려져있지 않을 것이 자명한 그림속 모델들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추적해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만약, 내 주위의 누군가가 화가이고, 나를 그린 작품이있었더라면, 내 인생도 이렇게 추적이 가능할까.

평생 이방인처럼 살아온 고흐에게는 다정한 가족같은 이웃 룰랭가족이 있었고,
유독 동생과 끈끈한 정이 있었기에 주위의 빈축을 사기도 했던 에곤 쉴레에게는
말라깽이지만 아름다운 동생 게르티가 있었다.
술주정뱅이에 가난뱅이, 무명화가였던 모딜리아니의 인생을 사랑으로 수놓았던 정숙한 잔 에뷔테른은
모딜리아니가 요절하고나자, 뒤이어 임신한 몸으로 자살을 했고,
보디첼리는 22세에 요절한 미녀 시모네타를 평생 기억하며 그림속의 삶을 부여했다.
주위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 둘이 딸린 캐슬린과 짧은 인생을 함께 살면서
일찍 생을 마감해야했던 그녀의 임종까지 지켜주었던 제임스 티솟의 사랑,
가난한 소녀가장의 파리한 얼굴에 반해 그녀를 모델이자 딸처럼 여기고 평생을 돌봐주었던
키다리 아저씨같은 프레더릭 레이턴의 부성애,
장애인으로써의 소외감을 몽마르뜨의 창녀와 무희라는 소외받은 직업에 대한 애정으로 이끈
로트렉의 쓸쓸한 사랑,
사고로 전혀 움직일수 없는 폐쇄적인 상태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모델로 삼았던
피가 뚝뚝 떨어질것처럼 고통스러운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들.

이 모든 것은 사랑이지만, 연애 감정의 사랑을 넘어서 그림속의 인물들의 영혼에 대한 더 깊은 사랑이리라.
그들은 대상을 바라보고, 그들안의 감정과 그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또한 그려낸다.
애욕과 사랑과 정, 동정과 동경, 모델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영혼적인 무아지경.
천성적으로 외로운 영혼을 타고났을지 모르는 화가들을 위로하며 사랑해주었던 찬란한 모델들.
꼼꼼하고 어여쁜 편집과 친절한 해설이 무척 마음에 드는 이 책을 바라보면서 느낀 따뜻한 감정이
바로 이런 좀 더 원초적이며, 고차원적인 사랑이었다.

이 가을, 참 읽기 좋은 책.
그림 속에 빠져들어 사랑이 담뿍 담긴 눈빛의 그녀들과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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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골의 꿈 - 전2권 세트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악몽을 꾼다.
기괴한 이미지들이 가득차고, 알수 없는 장소에서 불안감에 벌벌 떨며 헤메이고,
꿈속의 꿈을 또 꾸기도 하고, 꿈속에서 나는 다른 여자가 되어있기도 한다.
이런 악몽들을 해몽할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런 악몽들은 그저 단지, 불안과 몽상과 스트레스의 발로가 아닐까.
교고쿠 나츠히코의 "광골의 꿈"에 등장하는 아케미 역시 악몽을 꾼다.
기이하고,  도무지 의미를 알수가 없고, 불안정하며,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나와 같은 악몽을.
 
하반신은 피로 물든채 아이를 안고 있는 우부메를 지나,
순간의 광기로 사람을 유혹하는 망량을 지나,
교고쿠 나츠히코는 이번에는 광골- 우물속의 해골 이야기로 도달한다.
소심한 우울증 환자 세키구치가 동료 작가 구보 šœ코의 장례식에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교고쿠도가 우편사고가 두려워 직접 원하던 고서적을 찾으러 가고 있을 때,
기바슈가 망량사건때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한 죄를 받으며, 뭔가 터프한 사건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에노키즈가 여전히 탐정사무소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작은 해변마을 즈시에서는 아케미라는 여자가 적막한 해명속에 꿈을 꾸고 있다.
해변가에서 보낸 어린시절의 꿈. 친구와 달아난 전남편에 대한 꿈.
교살하여 목을 잘라버린 전남편의 기억들을 꿈도 생시도 아닌 도중에 괴롭게 되풀이하고 있다.
나의 기억인지, 다른 사람의 기억인지 도무지 알수 없는 비틀린 악몽의 세계를 되풀이 한다.
강가에 쓰러져있는 아케미를 구하고 남편이 된 소설가가 집을 떠나있는 동안,
아케미는 그런 백일몽을 꾸며 공포에 시달리고, 설상가상으로 목이 잘려죽었던 전남편이 살아돌아온다.
공포속에서 죽은 남편을 다시 한번 교살하고 목을 자르고,
그리고 몇일후에 두번죽인 남편은 또 돌아오고, 또다시 죽이고, 또다시 돌아오고....
 
아케미의 끔찍한 경험담은, 해안에 떠도는 금색 해골에 대한 소문과 맞물리고,
그 금색해골의 소문을 추적하고자 찾아간 기바앞에는 해골이 아닌 멀쩡한 인간의 머리가 발견된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사건의 조각을 모아 하나의 이어진 모자이크를 만드는 <우부메의 여름>과,
관련있으면서도 서로 관련되어있지 않은 사건들이 연속되는 <망량의 상자>와 다르게,
교고쿠도 시리즈 3편인 <광골의 꿈>의 사건들은 "확산되어 감으로써 윤곽이 명료해지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만큼 방대하고. 더더욱 어렵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시리즈에 비해서 훨씬 산만하고, 지루하게 보았다.
교고쿠도 시리즈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할수 있을, 교고쿠도의 해설 부분에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 역사와 심지어는 종교의 역사까지 들먹이며 설명해야하는 부분에서
도저히 이해를 할수가 없어서 한없이 늘어져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개인 용량 부족이란 말이다.
그러나 이에비해, 사건의 윤곽은 훨씬 단순한 편이라,
이 우물속의 해골 사건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명쾌하게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장황한 설명에 비해 진실은 단순해서 약간 시시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독특한 점이라면,
<우부메의 여름>에서는 세키구치가, <망량의 상자>에서는 기바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흘러간데 비해,
<광골의 꿈>에서는 약 550페이지가 지나야 우리의 해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약 700페이지는 지나야 교고쿠도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런 점이 책이 지루해지는데도 한몫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사건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던 교고쿠도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사건이 해결되어버리는 것도 다소 억지스럽다.
어쨌거나 이래저래 기분이 참 찝찝해져 버리는 소설이다.
돌고 돌며 물고 물며, 착각과 아집에 빠져 바보같은 일을 저질러버리는 <광골>속의 사람들도 찝찝하고,
엄청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또 찝찝하다.
 
다소 실망적인 <광골의 꿈>이었지만, 다른 추리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교고쿠도만의 매력,
괴담이라는 미스테리한 소재와 명쾌하고 이성적인 해결을 가미한 독특한 구성덕에
아마도 이번에는 실망했을지 몰라도 다른 시리즈를 또다시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교고쿠도가 말하듯,
가끔은 현실에 그런 사람이 있어서 알수 없는 사건들의 조각을 기워 맞추어 주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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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 - 은밀하게 엿보는 그들의 숨겨진 욕망 읽기
서지형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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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든 영화든 만화든, 독자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켜 팔아야하는 상업예술에서
광고란 최대한 자극적으로 독자를 자극해야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마땅한 사실.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처럼,
위대한 예술가들의 욕망과 동성애, 컴플렉스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의 광고 소개 문구 역시 다르지 않다.
나 역시 그런 자극성에 끌려 선택한 책이지만,
이 책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슬프고 처연한 느낌을 준다.
단순히 성애나 식욕에 품는 단순한 의미의 "욕망"의 차원을 넘어서서,
예술가들안에 내재된 컴플렉스의 발로로써의 욕망을 파해치는 이 소설을 보면서,
몇번이나 나를 돌아보게 되었는지 모른다.
 
똑같은 한가지 사건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고통과 상처를 받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간혹 우리는 자기 입장에서 보았을 때 "배부른 고민"에 휩싸여있는 사람들을 보게되는데,
그 때 그들에게 던지는 비아냥거리는 감정은 "그래도 넌 나보다 낫다"는 질투어린 감정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트라우마는 어쩌면 똑같은 사건을 겪었던 어느 사람들에게는
트라우마라 부를수 없을지도 모르는 인생의 아주 작은 상처 자국일지도 모른다.
더한 일을 겪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과 비교평가를 한다면, 배부른 고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가족으로 인한 상처와 그것을 평생의 욕망으로 끌고 나가는 이 예술가들에게서 
내가 느낀것은  "그래서 그들이 예술가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라는 사실이었다.
예술은 고통에서 비롯된다.
상처없는 예술보다 찢기고 불안정해서 공포감마저 자아내는 예술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더욱 강한 인상을 주게된다.
모든 예술가가 타고나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뿐만이 아니라,
천성적으로 타인들보다 상처를 잘 받는 기질이 아닐까.
그들은 어린 시절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차가운 눈길 한자락에서부터 상처받아
평생 그 차가운 시선을 놓치지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그러니까 사회에 나와 타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기 전의 세계에는 온통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뿐이다.
태어나서 엄마의 젖을 빨고,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에게 있어
어머니의 존재는 단순히 어머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를 만든 창조자인 신이자, 나를 책임지는 어머니이고, 나와 놀아주는 친구일뿐만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연인이기도 하다.
자식과 부모의 애착이 아주 강한 시절, 부모의 차가운 눈초리 한번, 부모의 냉담한 표정한번이
온 세계가 가족으로 국한되어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지,
어른이 된 우리는 이미 잊어버렸지만, 그것은 분명 우리의 잠재의식속에 남아 하나의 욕망이 될 것이다.
 
조금만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러한 사실은 잘 드러난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능력밖의 일에도 능해야한다고 자신을 학대하는
웬디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장녀들이나,
어린 시절의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정신의 성장이 마비된 철없는 어른들,
유아기시절의 애정결핍의 결과물로써 연인에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아도 그렇다.
아버지가 없이 자란 여자는, 아버지와 같은 진지하고 성숙한 남자를 원하고,
어머니가 없이 자란 남자는, 어머니와 같은 포근한 포용력을 가진 여자를 원하는 사실-
이것은 그렇게 충격적인 사실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예술가들의 마음에 내재된 욕망 역시 평범한 이들과 다르지 않다.
 
두 어머니를 가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친모에 대한 열망,
두명의 어머니를 가졌기에 이중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또한 이중적인 성정체성을 가진 다빈치가
알듯 말듯한 모나리자의 미소를 만들어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아이를 잃어버린 충격으로 늘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수 없는 공허한 눈길로
자신을 응시하던 고흐의 어머니- 성인이 된 고흐가 어딘지 상처받고 나약한 자들을 사랑했던 것,
화려하고 당당했던 고갱에게 순종하며 집착했던 점 역시,
어머니의 공허한 눈길에서 비롯된 자아 대체 의식중의 하나일 것이다.
 
유년기까지 어머니와 두 자매를 잃어버리고 어린 시절이 온통 죽음으로 가득차,
늘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이나 죽음을 형상화 하던 뭉크의 욕망은
어쩌면 죽은 자들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여자란, 어머니같은 존재- 즉, 일찌기 죽어버리고 자신을 버리고 떠날 공포의 대상,
여자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죽음의 이미지가 그를 평생 잡아놓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음에도 공포스러웠기 때문에,
그렇게도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바람둥이가 되었을지도 모를 터이다.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동경하고 그와 비슷한 남자,
자신에게는 벅찰지도 모르는 커다란 체구에 호색한 기질까지 있는 디에고를
그렇게나 상처받고도 사랑하고 결국은 자신을 디에고로 대치시켜버리는
프리다 칼로의 서글픈 욕망 또한 우울하기 그지 없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트라우마를 가진 르네 마그리트는 어떤가.
동화같은 세계를 그리는 마그리트의 그림이 어딘지 생경한 공포를 자아내는 이유는,
얼굴을 대체시켜버린 몸, 얼굴을 가려버린 사람들, 얼굴없이 몸만 존재하는 그의 그림속의 피사체들이
잠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린채 자살한 어머니의 심상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불구의 몸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자신을 인정해준 물란한 물랭루즈에서 위로받은
로트랙의 그림에 나타난 창녀들의 모습에서 화장이 얼룩덜룩 지워진 여자에게서나 볼수 있는
삶의 고단함이 녹아있는 퇴폐적인 느낌을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상처입은 자아, 평생을 트라우마와 살았던 열두 예술가들의 그림와 인생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나약하고 불쌍한 사람을 사랑하는 고흐에게서, 죽음을 동경하며 두려워했던 뭉크에게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자극적으로 드러나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비정한 부모, 동성애와 퇴폐를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내제된 평범한 자들의 상처와 고통, 공포와 슬픔을 맞딱뜨려보는 것이 어떨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만큼 정말 재밌었던 책이었다.
별 다섯개 만점에 애정별을 95개를 담아 별 100개를 주고 싶은 책.
책을 써내려 가기에는 다소 어린 나이일지도 모르는 나이에 (30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니 29세?)
친구에게 친한 동생에게 이야기해주듯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 서지형에게도 홀딱 반해버린 책이다.
이 사람 책을 더 보고싶으나, 이게 첫 책이라고 하니 더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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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으로 배송된 9권의 책.
거의 2주일을 기다린 책들이라서 마음이 기뻐야 할터인데,
기분이 찝찝하다.
 
새 책을 받고 기분이 찝찝한 이유는 이 두권의 책때문.
바닥에 굴리고 누가 몇번 밟은 것처럼 더럽혀지고 기스나서 온 <비를 바라는 기도>와 <도플갱어>.
비를 바라는 기도는 그나마 책표지가 어두운 색이라 많이 표시는 나지 않지만,
하얀색 표지의 도플갱어는 정말 심하게 더럽혀져서 도착해서 기분이 상했다.
지금까지 배송되서 받아본 책들중에 가장 더럽혀진 채로 도착한 책이다.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책은 깨끗한 상태를 원하고, 깨끗하게 보는 것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마음이 상해서 도플갱어 표지를 깨끗한 지우개로 지워볼까 생각중.
아, 제 돈 다주고 사서 헌책 받은 것 같은 느낌은 싫다구!
교환하기는 또 귀찮아서 그냥 알라딘에 항의했더니 당연한듯이 미안하다는 말....
하긴, 뭐 그 이상 어떻게 해주겠어...에휴...
다음부터는 좀 깨끗한 책좀 보내주세요...ㅠ ㅠ
 


너무너무 예쁜 표지의 야시.
함께 주는 미니북이 뭘까 싶었는데, 왠지 메모장같은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 이런거였구나!
책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정말 말그대로 미니북.
하드커버만 아닐뿐, 표지도 뒷표지도, 안의 내용물이나 일러스트도 축소해놓은대로 다 똑같다.
어쩐지 귀여워서 펼쳐보고싶었다.
출판사의 깜찍한 아이디어가 빛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보기엔 좀 불편하겠다.
(뭐, 큰책으로 보면 되지...)
 




 
726페이지라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정말 두꺼운 핑거스미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기다리고 있던 책이라, 이것부터 읽을참이다.
그러고보니, 핑거 스미스도 책 옆부분이 더럽혀져서 왔다. 젠장...
아악!!!! 나 더러운 책 싫어!!!ㅠ ㅠ
내가 혼자 다 읽은 책보다 드러워!!!ㅠ ㅠ
 


함께 도착한 책들. 셋다 표지가 예쁘다.
속마음을 들킨 예술가들만 리브로에서 주문한 책인데,
슬쩍 읽었을 뿐인데 벌써 3분의 1이나 읽어버렸다...=_=
재밌더라♥
미술관련책은 그림이 함께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종이질이 좋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로망스는 약간 실망...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얇다.
안의 글씨도 띄엄띄엄..... 야시보다 약간 두꺼운 정도이나,
글씨가 더 없는 걸로 보아 하루면 다 읽을 것같다는 생각이.......
 
 
그리고 오늘의 주문.
아악...요것들도 빨리 와주삼~♥
 
쌓아두고 읽는 재미때문에, 책은 그때그때 사지 않고 한참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주문하는데,
당분간은 책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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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0-1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플갱어는 사라마구의 책을 세권이나 사 놓고 하나도 안 읽고 있는지라, 참고 있구요. '핑거스미스' 한번 읽으시면 두껍더라도( 게다가 열린책들 특유의 그 촘촘한 편집이라니!) 단숨에 읽으실꺼에요. 책장 넘어갈때 가슴 덜컹하는 기분 오랜만이었다니깐요. ^^ (근데, 그게 여러번 나와서 심장에 안 좋을지도. ㅋㅋ)

비연 2006-10-1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켄지&제나로 시리즈가 또 나온 게 있었군요! 당장 사봐야겠다..=3=3=3

Apple 2006-10-1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사라마구 아저씨소설을 좋아해서 꼬박꼬박 나오는대로 읽고 있다는..^^흐흐... 열린책들 진짜 압박이더군요. 핑거스미스 살짝 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3번째 마을도 그렇던데...음....
비연>> 넹...아이야 가라와 함께 나왔어요.^^

쥬베이 2007-11-2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한책이나 더러운책이 오면 가슴이 아파요.
야시 미니북 귀여워요^^
 
13번째 마을
로맹 사르두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이제는 좀 그만 붙어주었으면 하는 광고 카피중의 하나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의 비교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한 추리물인 이책 "13번째 마을" 역시, 장미의 이름과의 비교가 되어있는데,
나 역시 장미의 이름을 재밌게 읽은 사람 중 하나이지만,
이런 비교는 이제는 좀 식상해지지 않았을까.
다빈치 코드가 성공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거의 휘몰아치는 기세로 가열차게 나오고 있는 팩션소설들중에
정말로 괜찮은 소설은 얼마나 될까 싶다.
 
추리소설인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소설이 바로 이 "13번째 마을"이라는 소설.
그 잔혹도는 거의 공포영화 버금가고, 소설내에 시종일관 흐르는 서늘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가미되어
나는, 이 소설을 꽤 무섭게, 그리고 꽤 재밌게 보았다.
 
재앙이라 부를수 있을 정도의 혹한이 몰아닥친 프랑스의 작은 마을 드라강 강가에서
절단된 채 흘러들어온 시체토막이 발견된다.
절단 난 조각을 모두 모아 보니, 한명의 어른과 쌍동이로 보이는 두명의 아이.
마을 사람들의 공포심이 채 누그러들기도 전에, 마을의 주교가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숲과 늪을 지나 존재하고 있으나, 낙오된 채 누구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13번째 교구 외르투루 마을.
흑사병이 휩쓸고 지나간후 거의 50년간 소식조차 끊기고, 들어갔던 누구도 살아돌아오지 않았다던
그 저주받은 땅으로 들어가려는 젊은 신부가 나타난다.
신부이나, 신에게만 의지하지는 않는 에노 기 신부와 그의 충실한 친구 둘은
낙후된 채 거의 원시에 가까운 삶을 이어가며, 마을로 들어서는 외부인을 경계하는
알수 없는 마을 사람들과 대립을 하게된다.
 
한편, 죽은 주교의 제자인 쉬케는 스승의 시체를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버려진 13번째 마을 외르투루에 관한 놀라운 사실과 맞딱뜨리게 되고,
또 한편으로는, 왕의 전설적인 기사 중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노기사 앙게랑이
처치곤란의 망나니 자식 아이마르의 죄를 덮고자 모든 재산과 지위를 환불하려 하다가,
대주교와 아들 아이마르를 놓고 딜을 하게된다.
아이마르는 책임질테니, 교회 대신 땅을 매입해달라는 것.
그리고 반항적이고 방종한 아이마르는 끌려가 온갖 고문을 당해 억지로 새사람이 되게 된다.
 
이 복잡한 사건들은 잊혀진 13번째 마을 외르투르와 관련된 것.
기억하기도 힘든 중세 프랑스 이름들과 세가지 이야기를 모두 소화해내며 따라가야하는 복잡한 구조인데도
소설은 무척 흥미진진하면서도 꽤 난해하다.
중세시대에 기독교가 가졌던 권력과 그 권력의 오만을 보여주는 13번재 마을 사건.
그것을 덮으려던 주인공들은 진실을 겨우 겨우 밝혀내지만 모두 몰살당한다.
이제야 진실을 알았다 싶을 때 한꺼번에 몰아치는 살육전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글 초반에 말했듯이, 이 책은 무척 잔혹한데,
사지가 찢긴 채 발견되는 시체들이라던가,
썩어가는 스승의 시체를 파리까지 운송하기 위해서 구더기가 들끓기 시작한 시체를 잘라 식초로 씻는 장면,
교화시킨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인간 이하의 고문들 역시 잔혹하기 이를데 없지만,
정말로 무서웠던 것은 13번째 마을에 사는 원시적인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딘지 원초적인 것들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라틴어도, 불어도 아닌 말을 구사하며, 몰래 지하에서 기어나오는 사람들은 마치 좀비를 보는 듯
생경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것이든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부패하기 마련이지만,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위해야하는 기독교는, 어쩌면 인류에게 이렇게 많은 상처를 안겨주었을까.
가끔씩 종교의 삐뚤어진 모습들을 관찰하다보면,
종교란 것은 우리가 상상도 할수 없는 절대 불변의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종교 자체를 믿는게 아닐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사이비와 다른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종교 자체가 신이 되어버린 것은 똑같은데.
대대로 내려오는 역사를 살펴보면,
어떤 사이비 종교도 비교도 할수 없을 만큼 기독교는 피바람을 몰고 다닌다.
믿음이 없는 나로써는, 자신 이외의 신은 믿지 말라는 하나님도 믿을수 없고,
전쟁을 부추기는 하나님도 믿을수 없고, 재물을 바치라는 하나님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믿음으로 충만한 종교인들을 대할 때면 항상 신기하다.
 
작가의 중세시대에 대한 이해도도 좋았고,
어딘지 모르게 심기를 아주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도 마음에 들었으나,
문제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일단은 읽기는 불편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고,
사건이 복잡한 만큼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많고, 중세 프랑스 언어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나머지,
독자로써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꽤 버겹고,(등장인물들 이름은 왠만해서는 기억할 수 없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면모도 보이지만,
풀어가기 어려운 이야기임에도 서늘한 스릴과 공포를 놓치 않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단점은 어느 정도 상쇄된다.
 
아아...중세미스테리는 어쩌면 이렇게도 음침한지.....
늪에 빠져서 환각같은 악몽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을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면,
나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아니라,
영화 "슬리피 할로우"와 "빌리지"의 이야기를 꺼내겠다.
 
p.s 작가가 프랑스 국민가수 미셀 사르두의 아들이고, 그의 대부가 그 유명한 알랭드롱이라니.......
정말 예술가 집안에서는 예술가가 태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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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글씨때문에 첨부터 잘읽을지 고민되던데 의외로 재미나더군요.. 정신없이 읽어내렸어요.. 장미의 이름과 비견된다고만 안했어도 괜찮은 책인데요.. 조금만 사실에 가깝더라도 기독교가 영향력을 이어내려오는 그 작태에 소름이 끼칩니다.

Apple 2006-10-2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소름끼치는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