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 Sp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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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려다가 네이버 영화평을 보니 난리 났더라.
더럽다, 이해 불가, 뭘 말하고자 하는거냐, 불쾌하다-등등.
왜 이런 악평들이 난무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괜한 악취미다.) 이영화를 보러갔다면 이상할까.
<큐브>는 내게 정말 재밌는 영화중 하나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빈센조 나탈리의 영화라 반갑기도 했고 말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왜 이런 악평들을 받은 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괴상망칙한 B급 영화에 나름 길들여져있는 인간이라서 사람들이 어떤 부분들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는 걸까?
왜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짝짓기 부분만 확대해서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한 부분은 영화의 극히 일부분중의 하나일 뿐이고, 나는 그런 부분이 조금도 역겹지 않았고, 오히려 그 점을 빼놓고서 어떠한 생물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을까?
비슷한 부류의 영화중에 옛날에 <스피시즈>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인간+외계인의 DNA를 섞은 새로운 종이 등장하는데, 그 영화에서도 역시 베드씬 비슷한 것은 등장하는데 왜 <스피시즈>는 역겹다는 말을 듣지 않고 <스플라이스>는 역겹다는 말을 들은 걸까.
새로운 생물이 비교적 아름다운 사람으로 등장하는 <스피시즈>와 달리 <스플라이스>의 새로운 생물은 어딘가 괴수 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일까? 단지 그것때문에? 그게 이 영화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인이란 말인가?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과학자 부부가 얄밉고 짜증났다. (특히 부인쪽)
금기고 뭐고 번들거리는 욕망앞에서 이성과 도덕을 잃어버리는 모습하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의 못되먹은 이기심같은 게 신경을 무척 거슬리더라. (왠지 애완동물 데려다 키우다가 동물이 다 크고 어릴때만큼 예쁘지 않으니 갖다 버리는 못되먹은 사람들도 떠오르고...)
영화 자체로 볼 때 지금까지 나온적없는 획기적인 영화라고 칭찬하거나, 무척 잘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조금 부족한듯 싶은데 (어딘가 시나리오에서 매력과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혹평을 받을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며, SF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하고 볼 때에는 꽤 스릴감 넘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야동을 본다는 둥, 역겨워서 토악질이 난다는 둥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껍데기에 놀라지 말고 알맹이를 보라는 얘기를 해줄수 밖에. 그게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잖아, 사람들아.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같은 영화도 떠올랐는데, 그 영화가 만들어진게 엄청나게 오래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의 강렬함이라던가 그로테스크함같은 것은 유치원생 수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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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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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본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단 기대가 되는 동시에 같이 실망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원작소설들을 말아먹었는가.
나는 소설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지만, 소설을 뛰어넘는 영화는 지금까지 단 한편도 보지 못했고, 그나마 소설도 마음에 들었고 영화도 마음에 들었다면 그 정도로 만족하는 편이다.
이 영화도 그랬다. 보기도 전에 절반쯤은 포기하고 봤다.
왜냐면, 원작 소설가가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데니스 루헤인이거든.
누가 감히 비쥬얼로는 표현되지 않는 데니스 루헤인 소설의 매력을 영상에 담을수가 있겠는가.
지난주 시사회로 보고 온 <셔터 아일랜드>는 그런 면에서는 성공적인 영화이다. 적어도 원작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았으니. (그리고 때로, 어떤 씬들에서는 소설이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강렬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원작 <살인자들의 섬>을 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장면 장면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영화 자체로는 상상 이상으로 괜찮았다.
그간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나온 책들이 영화화 된 경우에는 실망만 가득했던 것 같은데, 역시 괜히 마틴 스콜세지가 아니더라. 간간히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촬영의 미학은 함축적이고,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되었더라. 이런 건 또 노련함이 없으면 촌스러워지는 법이지.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은 소설을 충분히 살리려 노력했던 것 같고, 간간히 주어지는 마지막 반전에 대한 힌트도 공정했으며, 주인공, 조연할 것없이 연기력들도 하나같이 뛰어났다.
오랜만에 보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스릴러! 지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았다.
감정에 휘둘려 눈물 펑펑으로 만들지도 않았으나, 아찔한 기억속의 단편들은 충분히 두렵고 슬프다.
그간 등장했던 수많은 스릴러들에 실망만 거듭했는데, 오랜만에 하나 건졌다.

책도, 영화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가지지 말고 보기를 권한다.
나는 이미 소설을 읽고 보았으니 어떤 반전이 있는지 다 알고 본 셈이긴 하지만, 아무 정보 없이 원작 소설을 보았을 때 내 예상과는 달리 진행되는 이야기에 당혹스러우면서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 데니스 루헤인을 좋아하는 사람, 원작소설을 재밌게 본 사람에게 다 추천!!!

p.s 1. 그러나 결말 부분은 약간 아쉽다. 소설과 비슷하게 마무리 되기는 했지만, 소설로 보았을 때는 분명 "어라?"싶고, 쓸쓸하기도 했는데, 왜 영상으로 보니 웃겨지는 걸까? 어쩔수 없는 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망칠 정도는 아니다.

p.s 2.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자신을 망가뜨리는 작업을 많이 했었나보다.
배나오고 추례한 디카프리오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이 영화에서 디카프리오는 그렇게 나온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셔터 아일랜드>에서 또한 폭풍 열연을 보여주고 있지만,
뭐랄까. 참 애매모호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나이든 역활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그의 얼굴은 동안이라 아주 젊은이의 역도, 아주 아저씨의 역도 완벽히 어울린다고는 할수 없는 애매모호한 단계가 된 것 같다.
예전에 고 최진실에게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동안 배우들의 뛰어넘어야할 핸디캡은 역시 캐릭터의 성장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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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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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게된 <클로이>는....뭐랄까?
아주 훌륭한 영화는 되지 못했지만, 매력적인 영화는 되었던 것 같다.
영화 정보를 그닥 찾아보지 않고 극장을 찾는 편이라서, 트레일러를 제외한 어떤 정보도 잘 보려고 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왠지 트레일러만 보고 뭔가 음모같은 것이라던가, 이 매력적인 여자 클로이에게 암울한 뒷배경이 있다던가-
뭐 그런 걸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
영화를 먼저 본 사람으로써, 앞으로 볼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를 철저히 치정드라마에 입각해서 감상하시라.
그렇다면 괜찮은 영화가 나올테고, 더이상 뭔가를 바란다면 욕나오는 졸작이 될지도 모를테니.
이 영화는 훨씬 더 단순명료하다.

기대했던 점에서 조금 어긋난 것을 제외하고는 <클로이>는 꽤 괜찮은 영화였다.
재밌다기보다는 야릇하고 매력적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영화 되겠다.
이제 여신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초절정 매력만점 흡입력 만점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즐겁다. (아아..어찌나 예쁘시던지...!!!!!!ㅠ ㅠ<-라고 말하기엔 아만다가 너무 어리긴 하지만...)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나이들었으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까지나 매력적인 여자이고 싶은 캐릭터도 충분히 이해가고, 그럼으로써 남편을 의심하게 되는 뒷배경이나 자꾸만 클로이를 만나면서 확인하고 싶은 것 또한 설득력있다.
아마도 이 여자는 클로이를 만나면서, 남편을 보고싶었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매력적이었던 여자.
한때 자신도 반짝 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아가씨였다는 사실을 클로이를 통해 대리만족 하고싶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과정이 좀 비참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제목은 "클로이"인데, 주인공은 클로이가 아닌 줄리안 무어였구나 싶은 것은 시종일관 줄리안 무어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인데, 그에따라 다른 주인공들의 깊이가 약해서 감정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긴 하다. (클로이의 마음이라던가, 남편이나 아들의 마음은 솔직히 그냥 추측만 해볼 뿐이랄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는 영화라, 사실 생각보다 약간 시시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누가 뭐래도 허전한 결말부분은 나 역시 불만족이긴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몰입해서 보기에는 괜찮았다.
(글쎄...반전이라기엔 뭣하지만,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의 이야기는 영화를 충실히 보았더라면 예측 가능하다.)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에로틱한 무드도 천박하지 않은 수준에서 꽤 잘 뽑아낸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다.
요즘 인생이 무료하여 자극적이고 재미난 영화를 보고싶다면, 적극 추천해본다!
나는 무척 졸린 상태로 극장을 갔는데도 1분도 졸지 않고 열심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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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맨 - The Wolf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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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보고싶었던 딱 두가지 이유. 하나는 빅토리아시대 영국이 배경이기 때문에, 다른 하나는 베네치오 델토로 때문에.
베네치오 델토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나오는 영화마다 열렬히 쫓아볼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영화를 유독 기대했던 것은 베네치오 델토로에게서 나는 늘 늑대를 보고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딱! 적절한 캐스팅이라 생각되어서 룰루랄라 <울프맨>이 개봉하기를 기다렸지.
다 보고나서의 감상은 그렇다.
공포를 기대하거나, 다른 -맨 시리즈들같은 액션을 기대하거나, 박진감넘치는 반전 대서사시를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요, 베네치오 델토로의 짐승남 변신을 기대하거나, 비교적 잔잔한 스토리를 좋아하거나, 짐승남의 애달픈 비극을 사랑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나는 후자쪽 인간이었으니 그럭저럭 재밌게 봤던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불쌍한 사연을 가진 짐승에 약하단 말이야....ex.킹콩)

내용은 간단하다. 배우로 활약하던 주인공이 형의 부고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언제나 약간 이상하고 냉정했던 아버지는 여전하고, 형의 죽음은 끔찍하며 기이했고, 남겨진 형의 약혼녀는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형의 약혼녀의 눈물어린 호소와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형의 기이한 죽음을 쫓다가 집시촌에서 늑대인간을 마주치게 되고, 늑대인간을 죽이겠다고 설치다가 물려버렸다.
그리고 결과는 누구나 예상하듯이 이 남자 역시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신하게 되어버린다.
이 영화를 "어쩌다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 선의에 맞서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엄청난 오류이다.
오히려 이것은 고전적인 가족비극물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고,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고 볼수 있다.
종종 사람들이 지루하다 말하는 이유는 그 점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1세기 영화이면서도 20세기 이전의 방식으로 얘기를 전달하고 있으니까.
또, 늑대인간이 나와서 인간을 다 쓸어버리고, 킹콩처럼 여자를 지켜줬건만 짐승이기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류의 비극적인 애정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에도 역시 이 짐승남이 사랑하는 여자, 결코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 등장하기는 하나, 영화의 핵을 이루는 것은 짐승남과 여자의 사랑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애증이고, 영화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인간과 짐승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이다.

애정물보다는 비교적 가족비극물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무척 고전적이면서 멋진 영화였다.
영화의 CG부분, 남자주인공이 늑대로 변해가는 과정은 요즘 영화로써는 어쩌면 촌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의 고전적인 분위기에는 크게 누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음울하고 아름다운 배경들 또한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요소이고, 암울한 환타지에는 이 작곡가 만한 사람이 없다 싶은 대니앨프만의 음악도 좋았다.
어떤 장면들은 참 장중하고, 어떤 구도들은 참 아름답더라.
영화를 보면서 내용이 조금만 더 깊이감이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긴 했다. (특히, 아무리 비중이 그쪽에 있지는 않다 하여도, 여자주인공과의 사랑이야기는 건너뛰기 식이기도 했다.)

태양과 달. 그리고 모든 자연은 살아있는 생물인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태양이 밝음과 정열과 남성성의 상징이라면, 달은 차가움과 어두움, 여성성의 상징이다.
옛부터 보름달이 뜨면 정신병자들이 날뛰고, 범죄율이 급증한다고 했고,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눈앞의 사물을 확인할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밤을 두려워했다.
늑대인간이라던가 흡혈귀라던가 귀신이라던가, 밤과 달과 괴물이 얽히는 설화들이 많은 것은 그런 사실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나는, 인간일까, 짐승일까.

p.s. 뭐니뭐니해도, 오랜만에 영화를 보니 너무 좋구나....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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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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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에 선 두 부자가 여기에 있다.
세계는 망해버렸고, 그나마 생존자라고 있는 사람들은 약탈자가 되어버리거나, 또는 힘없이 당하거나, 또는 이 아버지와 아들처럼 끝없이 어디론가 걸으며 "생존"해 있을 뿐이다.
많은 말은 필요치 않다. 그들이 예전에 품었을 지도 모를 희망이나, 욕망이나, 분노나, 철학이나 예술.
당장 한시간 내에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고, 그들에게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괜찮아. 아빠 여기에 있어.
그냥 그런 말들. 이 무자비하고 황량한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그런 말들이었다.
세상은 계속 무너지고 있고, 그들은 살아있다.
무언가를 꿈꾸고 있지는 않다. 그런 건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다.
세상은 무저갱이 되어가고, 초식동물처럼 이리저리 쫓기면서 그날의 양식을 얻을수 있으면 그 뿐이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편할텐데, 왜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죽지 않는 것일까?
살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니 살아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간적인 외향만을 가지고 있을 뿐 동물과 다름없는 삶을 살면서도, 그래도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살아지기 때문에, 지친 몸을 끌고 정처없이 걷는다.
음식을 얻기위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남쪽으로 가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예정된 마지막을 향한 행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끝에 새로운 시작도 있었다.

종말후의 세상을 얘기하는 영화를 보고, 나는 다시 내게 묻는다.
살아가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건지, 아니면 살아지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건지.
대부분의 순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살아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종종 처참하고 비참해지는 인생. 그 길을 매일매일 걸어가면서 언젠가 나는 바다를 보게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이, 이 영화가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가혹한 세계에 내버려져도 희망이 남아있는 것이 당연한거라면, 그것만큼 소름끼치는 일이 또 있을까. 어디엔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희망때문에, 행복해질지도 불행해 질지도, 아니 그보다 먼저 살아있는 의미를 느낄수 있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일일지.....신이 있다면 차라리 희망의 불씨조차 빼앗아가버리는 것이 최소한의 배려이자 미덕이 아닐까.
오히려, 극한의 상황에 놓여진 주인공들을 통해, 살아지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삶의 고달픔과 허망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소설속의 그들의 여정이 무섭도록 고달프지만 서로를 위로하는 말들은 아름답고, 그 마지막은 슬펐던 것처럼,
이 인생이라는 길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코맥 맥카시의 원작소설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사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실망했다는 사실을 미리 말해두어야 겠다.
코맥 맥카시의 소설 <더 로드>에서 중요한 건 비주얼도 아니고, 플롯 자체도 아니다.
악몽처럼 처참한 공간에 내버려진 두 부자의 생존하는 방식, 아무것도 아닌 단어가 주는 마음 짠해지는 감동이 이 소설이 주는 미덕이요, 가치인데, 이 "비주얼로 풀이할 수 없는" 매력을 어찌 스크린으로 풀이해 낼 수 있단 말인가?
기본적으로 종말후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 영화로 풀이되면 분명 2012같은 느낌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막연한 실망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재밌게 보았던 소설이니,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냈을지 두고보자는 느낌이 강했는데,
막상 영화로 본 <더 로드>는 내 지례짐작보다 훨씬 괜찮고, 훨씬 멋있는 영화였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고, 실제로 아이의 엄마의 이야기가 꽤 많은 부분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소설속의 버석거리며 쓸쓸해지는 단어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싶기도 했는데, 비고 모텐슨의 목소리가 소설속의 그런 느낌들과 감동을 그대로 전해준다.
황량히 무너지는 세상에 내버려진 비고모텐슨의 한없이 지친 목소리로 읊조리는 대사들은 내용이 어떤 것이든 간에 괜시리 슬프고 가슴아프더라...
나 혼자, 몇번이나 눈물을 삼켰던지....
벅찬 감동이라고 할지, 먹먹한 슬픔이라고 할지, 어떤 감정을 남기고 영화가 끝나버렸는데,
원작만큼 재밌는 영화는 거의 본 적 없지만, 소설만큼이나 재밌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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