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 I Love You Phillip Morri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해 그닥 재밌는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그러다 드디어 굉장히 재밌는 영화를 하나 만났다.
제목하여 <필립 모리스>.
짐캐리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코믹물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궁금하기는 했으나 꼭 보러가야한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안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딱 내 취향의 개그코드와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랑스러움.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귀뜸하자면, 포스터의 "코믹 탈옥기"쪽에 초점을 맞추면 황당하거나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남자들!) 이 영화는 애초부터 게이의 사랑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스티븐.
어른이 되어서 성실한 경찰이자, 한 여자의 다정한 남편이자, 한 아이의 듬직한 아버지로 엄청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날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이 남자, 게이였다.
엄청 성실하고 착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몰래몰래 남자들과 원나잇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생각한 것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편이 훨씬 자유롭고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살려고 가정을 떠나와서 하고싶은대로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게이로 사는게 돈이 한두푼 드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딱히 배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직장에서 일하자니, 게이스러운 사치욕구는 조금도 충족되지 않고....
이렇게 사기행각에 빠지게 되는데, 하다보니 이게 천직인듯 싶다.
그렇게 사기행각을 벌이고 다니다가 결국 감옥에 가게된 스티븐.
그리고 감옥에서 드디어 필립 모리스를 만난다. 금발머리에 파란색눈, 어딘가 조신한 그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영화의 제목 "필립 모리스"는 짐캐리가 연기한 주인공 스티븐의 연인 이완맥그리거의 이름이다.
따라서 두 남자는 이 영화에서 감옥동지로 나오는게 아니라 감옥에서 만난 천생연분으로 나온다.
두 남자의 탈옥기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두 남자가 "함꼐 살려고" 탈옥하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베드씬까지는 없지만 키스씬 정도는 있다고 미리 귀뜸해둔다. 이만큼 유명한 배우들이 게이 키스씬을 연기하다니 그 점이 조금 놀랍기는 했다.)
기묘하게도 영화가 온통 사랑타령으로 발려 있는데, 이게 느끼하지 않고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등장인물이 거의 남자들이니 만큼 대사도 상당히 거칠고 19금 발언으로 도배되어 있는데도, 왠지모르게 굉장히 귀엽다.
영화 초반에 이 영화는 실화다, 진짜다-이렇게 나오던데 진짜라면 정말 놀라울 일이다.
세상이 이렇게 헐거운 곳이었나-싶기도 한데,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사기사건들을 보고 있다보면, 있을수도 있겠다 싶다.
어쩌면 사기는 얼마나 그럴듯한 사기를 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을 홀려낼수 있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영화속 스티븐-짐캐리의 캐릭터를 보면, 유수한 언변+사람 좋은 인상+잡지식 많음+탁월한 잔머리로 점철되어있는데,
아마 이미 어딘가에서 뒷통수 한번 까여보지 않고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이라면 의례 그렇듯 그런 사람의 말이 진실이려니-믿게 될수도 있겠다 싶다.

두 배우 짐 캐리와 이완맥그리거의 연기도 훌륭했다.
사랑에 빠져 사랑에 올인하는 로맨틱한 탈옥수 짐캐리는 의례 그렇듯이 말많고 유머스러운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옛날의 짐캐리처럼 마냥 가볍지만은 않더라. (아마도 몸개그에서 벗어나 말개그를 시작하면서 부터 짐캐리가 조금씩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기꾼인데도 마냥 미워할수만은 없는 것은 그의 사기들이 모두 사랑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었고,(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탄탄한 삶을 버리고 위태로운 범죄자의 삶을 택했는데도 한번도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후회로 점철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참 싫다. 어찌됐든 자신이 선택한 삶에 책임을 지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된 인간 아닌가?)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필립 모리스는 게이계의 현모양처쯤 되려나. (아니면 게이계의 청순섹시?????)
어찌나 조신하고 수줍음이 많고, 심약하던지 이완 맥그리거가 이렇게 귀여운지 난생 처음 알았다. 너무 귀여워서 보다가 기절할뻔...!!!!!!!!!!!
얼마전 원작 소설도 출간되었는데, 소설도 보고싶다.
아 오랜만에 쌍큼한 느낌!!! 이렇게 유쾌한 영화는 또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을까-하는 의구심으로 가면 기분이 살짝 멜랑콜리해지긴 한다. (물론 이런 약간 더러운 뒷끝때문에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누가뭐래도 올해 최고로 유쾌한 영화.
게이만 나오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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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10-07-1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군요. 저도 예고편 보고 끌렸는데 어쩐지 직접 보는 걸로 연결이 안 되고 있었거든요.^^

Apple 2010-07-12 22:40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요.ㅠ ㅠ ㅠ ㅠ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