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내를 가진 남자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4
패트릭 퀜틴 지음, 심상곤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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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난한 생활이 불안정한 소설가였던 빌하딩은 현재의 아내 베시를 만나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남자이다.
보잘것없는 외모에, 어린 시절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운 동생과 비교당하며 살아온 착한 여자 베시와
아름답고 위험한 매력을 가진 사랑스럽고도 증오스러운 전처 안젤리카-두 아내를 가진 남자 빌 하딩은
자신과 아이를 버리고 도망친 안젤리카를 우연히 다시 마주쳐 분노하면서도
그녀에게 끌리는 감정을 어쩔수가 없다.
다시 만난 안젤리카는 어딘지 병색이 만연한데, 술에 취한채 아픈 모습으로 술집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고
빌하딩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다가 그녀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의 새로운 남자 제이미를 보고 욱하는 마음에 싸우게 된다.
 
자신에게 행복과 안정을 가져다준 여자 베시를 사랑하고 믿으면서도,
위험한 매력을 가진 안젤리카에게 동정심과 애증을 느끼며 끌려가는 빌하딩.
급기야는 아내 베시가 집을 비운 틈을 타 음흉한 욕망을 품은 채 안젤리카를 집으로 끌어들이게 되고,
그날 밤, 안젤리카의 새로운 남자는 살해당한다.
살인이 일어난 시간 전처와 함께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위태롭게 붙들고 있던 안정된 결혼 생활이
한순간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위협감을 느끼는 순간,
방탕한 생활을 즐기며 살해당한 잘생긴 젊은 소설가 제이미에게 빠져있던 처제는
그날밤 제이미와 만나기로 나갔다가 돌아와서 정확한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고,
이에 불안함을 느낀 장인은 빌하딩을 불러 부사장 자리를 놓고 그날 밤 처제와 함께 있었다고
증언해주기를 부탁한다.
 
애증과 욕망, 음모와 거짓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무척 매력적인 소설이다.
거짓을 되풀이해야하는 불안정한 심리묘사가 돋보여 한장한장 책장이 넘어갈수록 덮을수 없는 긴장감을 주고,
착하지만 못생기고 컴플렉스에 가득찬 베시라던가, 동정심과 욕망을 자극하는 위험한 여자 안젤리카,
안정과 불안정 사이를 줄타기 하며 고뇌하는 빌같은 현실적인 캐릭터 역시 극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한때 사랑했고 자신을 버리고 갔음을 원망하면서도 그녀를 원하고,
또 그녀가 있어 모든 일이 꼬여버린 것을 또다시 원망하며 그녀의 가치를 폄하해버리는
이중적이고 편협한 인간 심리의 입체적인 묘사는 압권이었다고 생각한다.
위기감으로 휘청대는 정말이지 멋진 추리소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범인의 정체라던가 이유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독자를 납득할만한 부분이 살짝 미흡하다는 점인데, 다행히도 극이 흘러가면서 새롭게 밝혀지는 음모들이 상당히 즐겁기 때문에
이런 단점들을 상쇄하고, 흥미진진하고 즐겁게도 읽어갈수 있는 신나는 서스펜스로 가득찬 추리소설이었다.
미국추리협회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주로 가정의 위기감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는 이 작가 마음에 들어버렸다.
다른 작품도 볼수 있다면 좋겠지만, 소개된 것이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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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즐거운 여자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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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캐드펠 시리즈의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추리소설 <죽음과 즐거운 여자>는
추리소설임과 동시에 성장소설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열여섯살의 도미니크는 보트클럽 댄스파티에서 춤을 추고 있는 키티 노리스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만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지나치게된 헌혈차에서 키티를 다시 마주치고, 접근을 시도하지만
성인이데다가 미인에 인기도 많은 키티에게 도미니크는 집에 데려다줘야할 아이일뿐이다.
한편, 도미니크의 아버지이자 형사인 조지는 야심찬 사업가 아마이저의 살인사건을 계기로
결혼반대이후 아버지와 연락을 끊어버린 조지의 아들과 함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키티 노리스를 만나게 되고,
키티를 짝사랑하는 소년 도미니크는 그녀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그의 아버지는 뜻밖에도 용의자 키티에게 마음을 두게 되는데...
 
미모의 용의자를 두고 미묘한 질투의 감정을 느끼며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는 이야기인데,
어딘지 모르게 미흡하고 캐릭터의 전형적인 느낌에서 상투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만일까.
보는 내내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상당히 지루하게 읽었던 소설이다.
주인공이 소년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을 거치면서 남자로 거듭나는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얼핏 성장물의 느낌도 들기도 해서, 성장물을 좋아하는 내가 좋아할수 있을 것만 같은 구성이기도 하면서도
평범한 소년이 너무 예리한 추리를 해나가는 모습은 어딘지 어색하다.
역시 나는 어린 나이에 논리정연하고 지나치게 똑똑한 주인공들은 취향에 맞지 않는듯...
 
해문 추리소설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해문 추리소설들중에 유일하게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해문 추리소설을 더 읽을 생각인데, 왜 이 재밌는 해문 추리소설들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걸까.
묘하게 흡인력들이 장난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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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치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 / 예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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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똑같은 얘기도 더 재밌게 할줄 아는 친구들은 따로 있는 법이다.
여러모로 상당히 의외책이었던 <벽장속의 치요>는 딱 그런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같은 책이라서,예상 외로 푹 빠져들어서 얘기가 빨리 사라지지 않게 야금 야금 아껴읽었던 책이었다.
(아마 누구라도 그랬을듯 싶지만,) 벽장속의 유령 치요와의 동거를 시작으로 소소한 사건을 단편식으로 연결해놓은 책인줄 착각했는데, 아니었다.
 <벽장속의 치요>는 수록 단편들중 한편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결론.
아, 이점은 분명 허무하다. 책편집을 다른 방식으로 했더라면 조금 낫지 않았을까.
게다가 수록된 내용에 비해, 캐릭터상품같은 일러스트가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내가 이 책에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저 가볍게 읽을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의외의 책이었다.
 
공포소설의 형식을 띄고 아홉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말 요즘 많이 쓰는것같지만) 한편 한편이 잔혹동화같다.
모두 섬뜩함이라던가, 어두운 부분의 이야기를 기초로 삼고 있지만,
어떤 것은 웃기고, 어떤 것은 슬프고, 어떤 것은 피가 끓을 정도로 화가 난다.
표정변화가 아주 많은 친구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같은 재밌고도 귀여운 책이 바로 이 책.
 
한 백수남자가 묘하게 집값이 싼 집에 이사를 갔는데, 집에서 유령이 나온다.
잠이 들만하면 벽장속에서 스윽 걸어나와 탁자에 올려놓은 육포를 몰래 먹으면서 뭔가 중얼거리는 꼬마유령 치요가 등장하는 표제작 <벽장속의 치요>.
할머니 같은 말투로 말하고, 찹쌀떡처럼 생겼으며, 저리 꺼지라고 소리지르면 소심하게도 물러난다.
너무나 귀여운 단편이라, 둘의 이야기가 더 나오길 바랬는데, 아쉽게도 이게 끝이다.
이 얘기로 더 긴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좋지 않았을까.
육포와 칼피스를 우물대며 관상을보는 치요가 더 보고싶다.
<샤바케>의 야나리들보다도 더 귀여운 유령이었다.


<call>은 이 단편집에 몇개 포함된 서술형 트릭 단편이다.
대학동기에 수상한 미스테리 동아리에서 만난 세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통해 묘한 아련함과 애잔함을 전해주는 단편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평범한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간에 서술도, 인물들의 대화도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운 단편이다.
중국 산속에 몰래 숨어사는 러시아 모녀들의 이야기 <어머니의 러시아 스프>는
그야말로 잔혹동화스러운 작품이었다. 책소개문구에 써있듯이 "마지막 한줄로 그간의 내용이 바뀌어버리는" 충격은 사실 없지만, (이 정도라면 읽다보면 예측가능한 트릭이다.)
이렇게 비밀스럽고 스산한 이야기를 좋아해서인지 무척 재밌게 읽었다.
 
<예기치 못한 방문자>에서는 코믹한 부분마저 보여준다.
불륜녀의 변심으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남자. 여자친구의 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청소업체 직원.
예기치 못한 방문자에 땀을 비오듯 흘리는 중년남자와
사람좋게 웃으면서 행사기간이니 청소서비스를 받으라는 멍청한 청소업체 직원과의 시체은닉 대결이 한판 벌어진다.
이 단편집 중에서는 가장 박진감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는 단편이다.
<살인레시피> 역시, <예기치 못한 방문자>와 함께 가장 코믹한 작품으로,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 부부가 등장한다.
남편은 불륜녀와 결혼하기 위해,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이 괴씸해서 보험금을 노리고
산나물 가득한 밥상을 앞에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무척 박진감 넘치고, 마지막 대사들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마저 나는 즐거운 단편이다.

<냉혹한 간병인>에 등장하는 치매노인을 수발하는 며느리는 또 어떤가.
이 단편을 읽다보면 누구나, 피가 끓는 경험을 하게될 것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시부모를 공양하는 효부, 그러나 실상으로는 노인이 죽어서 유산을 받기만을 기다리며 꼼짝도 못하는 노인에게 가혹한 짓을 저지른다. 아들쪽도 별 다를 거 없다.
가장 불쾌한 작품이면서도, 가장 통쾌한 작품이다.
<늙은 고양이>는 돌아가신 숙부님이 물려준 집에 이사가게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숙부님의 고양이로 추정되는 고양이가 가정의 평화를 갉아먹어가는 이야기.
추함과 역함의 묘사가 무척 사실적이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단편. 그러나 다소 평면적이라 아쉽다.
 
<어두운 나무 그늘> 역시 조금은 평면적인 이야기라, 이 단편집에서 가장 처진다고 생각되었던 단편이다. (하지만 이런 거 하나 정도는 끼어있어도 상관없잖아.)
어린시절 잃어버린 동생의 행방과 동생을 잃어버린 장소로 되돌아가게 된 언니.
수십년이 지나 알게되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 전체적으로 평면적이라고는 하나, 마지막 장면은 꽤 섬뜩하다.
마지막 작품 <신이치의 자전거>를 보면 이 단편집의 색체가 단지 귀여운 유령이야기  <벽장속의 치요>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알게될 것이다.
마음속에 깊이 남는 상실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잔한 이야기로,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단편이었다.

이렇게 아홉가지의 이야기로 묶인 단편집 <벽장속의 치요>.
서술형 트릭에서부터 씁쓸한 블랙코미디, 잔혹동화와 정통 공포물을 넘나드는 다양한 스타일로,
단편 읽는 것이 버겨운 사람들 역시도 무척 즐길수 있는 단편집이 되겠다.
최근에는 단편 형식으로 묶인 책들을 꽤 많이 읽었지만, 이 작품 만큼 재밌는 작품은
오츠이치의 <Zoo> 이후로 처음이다.
아주 독특한 상상력이라고는 할수 없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아주 재밌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작가같다.
간혹 일본 소설에서 느껴지는 언어적인 갭도 느껴지지 않고, 시원시원한 몰입감도 훌륭하다.
표지에 낚이지 말고, 제목에 낚이지 말고, 속내용을 바라보자.
"재밌게 얘기하는 사람"이란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말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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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9-2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근데 전 치요가 더 등장했으면 싶더라구요^^

Apple 2007-09-21 23:09   좋아요 0 | URL
네..치요가 더 보고싶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어요.^^
의외라서 더 마음에 들었달까...

쥬베이 2007-09-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즈님이 이렇게 칭찬하니...읽고 싶은데요ㅋㅋ

Apple 2007-09-21 23:09   좋아요 0 | URL
쥬베이님도 즐겁게 보실수 있을것같아요.^^흐흐...
 



추석연휴를 앞두고,추석선물처럼 오늘 도착한 증정본 일본 추리 단편집 "빨간 고양이".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고양이였구나...+_+;;이렇게 두꺼울줄이야...
책크기도 크고, 글씨크기는 작고... 600페이지가 넘어버리는 이 책을 어떻게 다 읽지..
아무래도 추석연휴는 빨간 고양이와 함께 해야겠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선물이고나...후후훗...

참고로, 역시 증정받아서 지금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 <벽장속의 치요>는 생각보다 훠어어얼씬 더 재밌다.
표지만 보고는 이런 소설일지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꽤 상큼한편이고, 꽤 다양하고, 꽤 스릴넘친다.
역시 표지에 속지 말지어다.
재밌어서 홀랑 읽어버리기가 아까워서 야금 야금 아껴 읽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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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09-2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빨간고양이 진짜 두껍네요. '거대한 고양이' ㅋㅋㅋ
벽장속의 치요 재밌을거 같아요~

Apple 2007-09-21 23:10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두껍고 책도 크고...들고다니면서 읽기에는 좀 곤란할듯 싶지만, 재밌을것같아요..^^
 
쓸쓸함의 주파수
오츠 이치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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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취미는 동네 조깅하기. 부끄럽기 때문에 낮에는 조깅을 못하고, 밤이 되어서야 동네를 뛰기 시작하는데,
그나마도 동네 사람을 마주치게 된다면 어디 숨어버리거나 도망쳐버린다.
일을 의뢰받으면 소재 고민하다가 시간을 날려버리고, 죽어마땅하다고 죄의식에 휩쌓인다.
한때 빵과 과자로 삶을 연명했고, 컴퓨터 바탕화면서 빵사진을 띄어놓았다가 미친거 아니냐는 친구의 힐책에
집에 누군가 올때면 슬쩍 바탕화면을 바꿔놓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남자는 사회성이 현저히 부족한 극소심한 히키코모리형 남자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이 바로 작가 오츠이치(乙一)이다.
 
<Zoo>를 거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거쳐 <쓸쓸함의 주파수>까지 읽어버린 나는,
이 <쓸쓸함의 주파수>에서는 오츠이치다운 면을 그닥 발견할수가 없어서 어리둥절했다.
고요한 일상, 어딘지 좌절감에 빠져있는 사람들, 어찌보면 <Zoo>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와 엇비슷해보이지만,
<쓸쓸함의 주파수>에서는 훨씬 온건하고 평범해서, 소설다운 매력은 많이 떨어지지 않나 싶다.
작가 본인도 시간에 맞춰썼다 말하는 <미래예보>나 <필름 속 소녀>같은 단편들은
실망적이다 싶을정도로 평이해서 특별한 매력은 느끼지 못하겠고,
그나마 경쾌한 <손을 잡은 도둑>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의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나 결론이 너무도 흐지부지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단편 <잃어버린 이야기>에 다다라서야
내가 오츠이치에게서 보고싶어하는 면을 발견한것같아서 그나마 아쉬운 독서는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하는 흐지부지한 느낌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소통과 향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들.
이런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일수 있겠지만, 어쩐지 시시하다.
 
<잃어버린 이야기>에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남자가 등장한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른손 검지와 함께 생각은 깨어있고, 삶은 이어진다.
이런 괴로운 상태에서 매일같이 손가락으로 말을 걸어주는 아내.
함께 하는 날들이 이어질수록 죄책감에 괴로워지는 남자는 급기야 손가락 대화마저 차단해버린다.
몸은 죽었고, 삶은 이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나가지만,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이 말도 없고 조용한 짧은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이 단편은 이 책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마음에 들었다.

오츠이치의 작품으로 장편을 읽어본적이 없다.
그나마 조금 길이가 긴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같은 경우가 가장 길긴 하지만 그것도 중편 정도이고,
이제쯤은 그의 장편소설을 읽어보고싶다는 욕심이 든다.
계속 이런 식의 단편들만 이어진다면 어딘지 식상한 느낌이 들기도 할터.
앞으로도 기대할 작가. <GOTH>가 어느 출판사에선가 출간준비중이라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그것도 빨리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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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9-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어요. 여름이 가니 아무래도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보다는 이 책이 땡기더라구요. 꺼내놓고 야금야금 읽고 있는 중이죠.

Apple 2007-09-18 23:51   좋아요 0 | URL
음...개인적으로는 좀 심심했어요..^^; 재미로는 여름과 불꽃이 더 마음에 들었으나, 그건 책이 너무 동화책이라, 뭔가 본전 생각이...

쥬베이 2007-09-1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책 살래요 ㅋㅋ 재밌을거 같아^^

Apple 2007-09-20 00:26   좋아요 0 | URL
앗...취향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약간 심심하긴 했는데...;;;;마지막 얘기하나만 괜찮았어요.
최근에 읽고 있는 "벽장 속의 치요"가 더 재밌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