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어리다는 것, 나이가 들었다는 것.
고작 한살차이라도 아직 아이같은 사람과 이제는 어른이 된 사람은 분명 차이가 난다.
인간이 가질수 있는 감정중에 어른이 되면 조금씩 사그라들 감정,
그래서 신체적 나이가 아닌 경험적, 정신적 성숙의 나이를 구분짓는 감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선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언젠가 한번쯤은 누군가를 부러워해보고 동경해보았던 경험은 있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어렸을 적에는, 나는 조금 더 타인을 부러워했던 사람인 것 같다.
인생 전반에 걸쳐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던 나는 (조금 게을러 보일지는 몰라도) 항상 여유가 흘러넘치던 친구들을 동경했었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잠을 잘 여유를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 도무지 해결방법이 없을 때 차라리 도망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나약한 의지조차도, 나는 가끔씩 부러워하곤 했다. 누군가는 불성실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비겁하다고 말해도, 내게 조금 더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점이라는 것을 나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타인의 그런 점을 동경하지 않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런 질투와 선망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동경이 사라진 후에 나는 그 모든 것이 한때의 추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런 동경이 내게 아무런 결과를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종종 그런 동경의 추억은 꽤 쌉쌀하고 그리운 색채를 띄고 마음속을 부유한다. 나는 더이상 누군가를 부러워 하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자책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씩은 내 안의 많은 날카로웠던 감정들이 살면서 무뎌지거나 죽어버렸다고 느낀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조금 더 컸음을 느꼈다.
꽤나 두툼한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을 읽으면서 책속의 주인공들과 같은 나이였던 20대 초반의 감정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책장을 다 덮었을때 쯤에는 알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내가 잃어버린 것과 그들이 잃어버린 것은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누구나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열악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부모님이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이 무작정 대학으로 진학한 캘리포니아 청년 리차드는 부모님의 온갖 눈치를 받으면서도 대학을 포기하지 못한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이지만, 그에게 있어 대학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도 그저 그렇고, 그렇다고 딱히 열정을 바칠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드는 학문을 찾지도 못해 방황하던 중, 리처드는 다소 폐쇄적이고 고풍스러운 햄든 대학으로 학교를 옮기게 된다.
평소 유럽에 대한 동경이 남달랐던 그에게 고풍스러움이 넘쳐나는 햄든 대학은 천국같은 곳이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조금 할줄 아는 것이 그리스어였는데, 그리스어 고전학과에는 이상하게도 학생수가 얼마되지 않는데도 더이상 학생을 받지 않고, 오기 반 호기심 반으로 리처드는 결국 그리스어 고전학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학과 굉장히 이상하다.
학생수는 고작 여섯명, 무슨 과외도 아닌 것이 이 학과에 들어가면 학교의 다른 수업은 받을수가 없게 되어있고 모든 수업과정은 교수 줄리언 모로에게 이수받게 되어있다.
자신만 제외하고는 모두들 경제적 여유가 넘쳐나는 학생들 뿐.
그들이 학교에서 유난히 독특해보이고 고립되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소위 있는 집 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묘하게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풍겨나오기 때문이었다.
리처드는 그들의 이런 점을 동경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들에게 주어진 여유로움과 귀족적인 취향을.
그들은 가끔 혼자 영화를 보러가고, TV도 보며, 잡지도 읽는 리처드를 새로운 인종을 보는 냥 신기하게만 바라보고, 다소 소외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여섯명의 그리스어 고전학과 학생들은 친구가 되어간다.

그리고 우발적인 한번의 살인.
리처드가 알게된 다섯명의 친구들의 비밀에 리처드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살인에 대한 실질적인 공포보다는 비밀을 서로 공유하는 쾌감이 아니었을까.
늘 동경하던 세계에서 드디어 자신이 끼어들게 되었다는 묘한 성취감과 소속감, 혹은 우월감이
결국 리처드를 돌아올수 없는 강으로 이끌어버린다.
그리고 또 한번의 계획된 살인.
이제는 더이상 발을 뺄수조차 없다.
방관자이던 그가 드디어 공모자가 되는 순간부터 자신이 동경했던 세계의 허상이 산산히 부수어지기 시작한다.
 
 
장르소설과 순문학에 걸쳐있는 <비밀의 계절>은 읽는 내내,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아직도 많은 페이지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을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다.
플롯 자체의 참신함 보다는 두번의 살인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깨어지는 과정이라던가,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있을 법한 타인에 대한 선망과 동경, 하나씩 잃어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진지한 문체에 실려 몹시 매력적이고,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어떤 때에는 리처드였고, 또 어떤 때는 헨리 였던 나 자신의 20대 초반을 떠올리면서 입속에 씁쓸한 맛이 맴돌았다.
(심지어는 그게 살인일일지라도) 친구들과 나누어가지는 모의의 쾌감, 그로인해 자신들의 오만이 자신들을 추락시키는지도 모른 채, 때로는 냉담하고 때로는 다정하게 서로를 이해하려고 해도 한가지 사건이 불러온 충격적인 죄의식으로 불안에 휩쌓이게 되는 과정들은 비단 이 친구들뿐만이 느껴본 것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가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는 데도 전체적으로 어떤 긴장감이 맴돌고 있어서인지 (나는 그걸 가난한 대학생과 부유한 대학생, 그들의 신분 자체에서 오는 불안정한 긴장감이라 생각한다.)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도나 타트는 8년간 이 소설을 구상해서 써냈다고 하던데, 천재작가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데뷔작이다.
(깐깐하고 차가워보이는 작가의 외모와 책이 무척 잘 어울리지 않았나.)
 
그들은 사람을 죽였고, 그 두번의 살인은 그들에게 동질감과 고립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상상하기 조차 두려운 살인의 순간, 그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 알게된 것은
후에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살인을 확인했을 때였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란다.
그들은 서로가 너무나도 흥미로워 거울을 바라보듯 서로에게만 집중하느라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알수 있었을 법한 이성적 판단보다 그까짓 자신들만의 비밀이 그다지도 중요했던 것일까.
아무리 잘난 척해도, 아무리 지적인 척 해도, 결국 그들이 아직까지는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의 행동이 그저 청춘의 객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들의 오만을 깨닫고 나서야 알게된다.
그 순간 그들의 청춘은 바람앞의 촛불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리다가 죽어버리고,
서로가 꽁꽁 감춰둔 비밀을 나누던 청춘의 계절은 끝나버린다.
한낱, 아름다워서 무서웠던 꿈인듯이.
 
영미문학다운 수려한 문장력뒤에 매혹적인 비밀을 가직한 이 소설에는 지나가는 청춘의 쓸쓸함이 담겨져있다.
미스테리와 성장 이야기가 조분조분하게 이어지는 바람에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몹시도 먹먹했다.

p.s 이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번역 부분이었다.
번역의 잘되고 못됨을 떠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대화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노티나는 대화체가 거슬리기가 한두번이 아닌데다가,
아무리 고풍적인 느낌이 풍기는 소설이라 하더라도,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들을 난발하는 점이 상당히 거슬렸다.
세상의 20대 초반의 어떤 여자아이도, 안경쓴 사람을 비아냥 대며 "안경잽이"라고 하지 않고
"목사(目四)"라는 말로 지칭하지 않으리라 나는 장담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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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2-2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읽고 싶어요. 살까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는데....
시즈님의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아직도 많은 페이지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을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다." 요 문장!! 눈동자 크기가 급 변했습니다ㅋㅋㅋ

Apple 2008-02-22 16:59   좋아요 0 | URL
망설이지 않아도 될만큼 재밌으니 지르세요!!!^^흐흐...
저는 나오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당분간 가난한지라 책살 돈이 없어서 이제서야 읽었습니다.-_ㅠ

물만두 2008-02-22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Apple 2008-02-22 16:59   좋아요 0 | URL
암요~^^
 
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한밤중에 세수를 하고나면, 거울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다.
부끄럽지만, 이런 버릇이 생긴 것은 어릴 적에 밤 12시에 거울을 보면 뭐 어떻게 되더라...하는 괴담을 심심풀이 삼아 따라해보다가 생긴 버릇인데, 아직도 가끔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다.
거울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얼굴 전체를,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눈동자에 집중을 하게되는데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다보면 눈동자속 우주에 빨려 들어갈 것 같으면서도, 거울속의 나와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다른 사람일 것만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든다. 그다지 좋은 감정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이게 은근히 중독적이란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는지 시인 이상은 "거울"을 통해 나를 거울속과 거울밖의 나로 분열해버리고, 현실과 이상속에 존재하는 자아의 모순을 한탄하고 있지 않나.
 
"몸"이라는 소설을 통해 알게 된 김종일의 신작소설 "손톱" 역시 그런 모티브의 소설이다.
아이를 잃고 이혼을 경험한 아픔이 있는 여자 홍지인은 어느날부터인가 기묘한 꿈에 시달리게 된다. 자기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되어 살해당하는 꿈, 일어나면 하나씩 빠져있는 손톱.
그저 꿈일뿐인데, 악몽이 너무도 생생해서, 그녀는 잘 때마다 한번씩 죽었다가 살아나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원인을 알수 없는 가운데, 어느새인가 자신의 주위를 머물고 있던 노숙자를 통해 "라만고"를 알게된다.
마다가스카르섬의 왕족의 손톱을 먹어치우는 자, 라만고.
고통스럽게도 이어지는 이 라만고의 의식은 하나씩 그녀의 손톱을 뽑아가고,
그녀의 연인인 세준과 친구인 민경이 함께 가세해 이 미스테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지만,
손톱은 계속 사라져만 가는데, 지인은 자신을 지탱해주던 연인도 친구도 믿을수 없어져버린다.
라만고란 무엇이며, 열개의 손톱이 모두 사라져버리면 그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생길까.

악몽과 하나씩 사라지는 손톱, 매분 매초마다 잊혀지지도 않고 이어지기만 하는 지긋지긋한 공포와 혼란을 거듭하다가, 홍지인은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밌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이 책의 후반부, 모든 것이 밝혀지는 부분은 흔히들 말하는 이야기가 반전되는 상황이 아니라,
애초에 작가의 의도는 독자의 상상력과 따로 놀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반전이 짜잔~하고 등장해 뒤통수를 내리치는 통쾌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다 읽고 나면 어쩐지 숙연한 마음이 든다는 것.
사람을 찌르고 난자하고 죽이는 잔인무도한 행위를 바라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만나게 되고, 그런 장면을 신나게 읽어내려갔던 나 자신의 악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거울속의 나는 거울밖에서 살아가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선의 끝은 악이오, 악의 끝은 선이다."
누구나 절대 선일수 없고 절대 악일수 없다.
아무리 파렴치한 인간이라도, 개보다도 못한 한낫 쓰레기에 불과한 인간이라도,
최소한의 양심과 인간성과 죄의식은 존재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묘한 것은 이런 것 때문이 아닐지.
나쁜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 놓고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가지는 이중성과 자아모순.
마음속의 악마와 천사가 끝도 없이 싸우다가 결국은 악마가 이겨버린다고 해도,
천사가 손톱만큼이라도 존재한다면 그 인간에게도 희망은 있다.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묘하게도 무섭고 잔인했던 이 소설이 참으로 긍정적으로 느껴졌고, 그래도 인간임을 믿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의 시 "거울"과 라만고의 전설을 적절히 배합시켜, 장르에 충실해 할 바를 다하면서도
주제의식을 잃지 않는 잘쓰여진 재밌는 소설이다.
진실이 후반부에 한꺼번에 밝혀진다는 점이 반전을 의식한 효과가 아닐까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문제이니 넘어가도록 한다.
자기전에 잠깐 읽으려다가 결국은 끝을 보기전에는 잠을 들지 못하게 되었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쳐흐르고, 눈앞에 떠오르 듯 선연한 묘사와 첨예한 긴장감, 신경질적인 감정선이 멋드러지게 조화되어 오랜만에 한번 쉬지않고 신나게 읽어내려갔다.
"몸"부터 공포단편선, 그리고 이 책 "손톱"을 거듭하며 성장해나가는 김종일 작가의 필력이 감탄스럽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잘만든다면 멋있는 공포영화도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가 된다.
이 책, 정말 멋지다!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의 잠을 손톱으로 낚아채버릴 이런 소설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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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읽고 싶어요!!!
시즈님 서평만으로도 흥미진진!ㅋㅋ 국내작가의 공포소설이라 더 관심이 갑니다^^
아직 단편선말고는 읽은게 없어요...

Apple 2008-02-17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어요.

ren 2008-03-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시즈님 저 렌이에요 으아 이거 마구 끌리는데요

Apple 2008-03-0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헤헤헤헤..여기서도 보다니..반갑습니다..^^

하이드 2008-03-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작가 이름 적고 갑니다.

L.SHIN 2008-03-12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리뷰 만으로도 어떤 소설인지 그 긴장감이 느껴졌던 좋은 글입니다.
공포소설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가의 필력이 어떤지 궁금하군요.(웃음)

Apple 2008-03-13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Lud-S>>네. 시간나시면 보세요.^^ 취향에 잘 맞을지 모르겠네요. 이런 소설들은 취향차가 커서요.
 
이토록 뜨거운 순간
에단 호크 지음,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그림쟁이가 그린 그림은 은연중에 자신의 분위기와 닮게 그리게 된다고들 한다.
어쩌다보면 생긴대로 사는 것같은 사람들을 볼수 있는데, 작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귀찮은 관계로(;;;), 작가의 사진 같은 것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편이고,
그래서 아는 작가들의 얼굴을 다 확인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소설은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와 닮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배우 에단 호크의 데뷔작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말 그대로 그가 생긴대로,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대로의 이미지와 무척 닮아있는 소설이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의 배우(얼마되지 않는다.)가 바로 에단 호크이다. 잘생긴 남자배우라고 단정지을수 없는 묘한 분위기, 아마도 살짝 망가진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나는 좋아하나보다.
 
책을 보면서 그의 영화 "청춘 스케치"와 "비포 선라이즈"를 떠올리게 되었다.
마치 비포 선라이즈로 시작해 청춘 스케치처럼 진행되는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이
그가 찍었던 몇몇 영화같기만했다면 조금 시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밀려오는 입안을 쓰게 만드는 허무함은 이 책을 내고
그가 받았다는 언론의 찬사를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윌리엄이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자 사라를 미워했다.
먼저 유혹해온 주제에 절대 자지 않는 여자,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면서 그 사랑이 부담스럽다는 여자, 결혼하자고 했더니 들은 척도 안하고, 멋대로 약혼을 떠벌리는가 하면 엄마의 걱정스러운 한마디에 결혼생각을 딱 접어버리는 여자. 자기가 떠나게 된다면 꼭 붙들어 달라고 부탁해놓고서는, 이별후에 그가 그녀를 붙들려고 하자 경찰에 신고해버리는 여자. 누가 사랑에 종속되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남고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여자.
이 종잡을수 없는 변덕이 주인공 윌리엄 뿐만이 아니라 나를 지치게 만들어서 나는 사라가 너무 싫었다.

사랑에 있어서 열정적인 윌리엄, 울고 욕하고, 비난해도, 사라를 너무나 사랑했고 잊지 못해서
발광에 가까운 이별후를 겪는 윌리엄을 보면서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럴까...하고.
그러나 그 역시 누군가에게는 사라만큼이나 잔인하고 매몰찬 사람.
이별후의 허무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를 두번이나 떼었던 여자에게 몸만을 바라는 엄청나게 이기적인 인간.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에서만 바라보면 알수 없는 것이 사람일이겠지.
아무리 헌신적이어도, 아무리 열정적이어도, 누구의 사랑이나 이기적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사랑이란 원래가 그렇게 모두 일방적일수 밖에 없는 것일까.
둘이 사랑해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 것인지,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랑은 항상 불안정하고 씁쓸하다. 열정적이지만 불안정하고, 아름답지만 미숙한 스무살의 사랑들은 그렇게 씁쓸함만 남기고 끝나버린다.
소설의 마지막, 사라가 일하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이유없이 엄청나게 울어버리는 윌리엄은 아마도 그때 깨달았던 것 아닐까.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아팠어도, 시간이 지나면 이토록 뜨거운 순간도, 이토록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더이상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고, 목소리를 못알아듣고, 마냥 담담하지만은 않게 다시 만났지만, 그저-그게 끝이었다는 것을.
고통스러운 이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그는 사라가 아니라, 사라를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기억을 사랑했던 것은 알게된 것은 아닐지....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 깨닫고나니,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슬펐겠지.
 
살이 베여 피와 고름이 쏟아져도, 언젠가는 딱지가 눌러 붙고 그 안에서 새살이 돋아난다.
절대로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도,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릴 날이 오리라.
그렇게 어린 사랑은 성장통과 함께 자라나고, 다음번에는 좀더 차분하고 성숙된 사랑을 만날수 있을 것이다.
나의 스무살때는 어땠던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마음보다 몸이 먼저 나가고 생각해두었던 침착한 말보다는 욱하는 마음이 먼저 나가버리는 이 어설픈 사랑에 혼자 동감하며 웃음짓다가 씁쓸해했다.
에단호크의 첫 데뷔작이고,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라서인지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고 무척 솔직 담백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고, 배우가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약간 가볍게 생각한 점도 있었지만, 예상외로 상당히 와닿는 점도 많았다. 아직까지 깊이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모든 것이 성장하듯이 점점 더 성숙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무살보다는, 스무살을 훨씬 지난 사람들이 읽어야 동감할수 있는 이야기.
예쁘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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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2-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단호크 배우군요. 몰랐어요ㅋㅋㅋ
풋풋함이 묻어나는 책 같은데요. 와닿는 점이 많았다고 하시니...저도 한번 읽어볼래요^^

Apple 2008-02-0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에단호크 매력적인 배우이지요.허허
 
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문득 책 뒷편을 펴서 초판 발행일을 보니 1994년.
이 책을 알게되었을때는 이미 책이 절판되어서 더더욱 관심이 갔던 책이다.
무려 10년이 넘은 세월이 흘러 결국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된 "표절"을 한장 한장씩 넘기며,
왜 이책을 이제서야 보게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 한장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재밌고 감칠맛나는 책이 아닐수 없고나.
개인적으로 재밌는 점은 이 소설 "표절"이 마치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에드워드의 표절책처럼,
도서관에서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은 채 제대로된 자리도 꿰차지 못하고 푸대접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토토의 천국"이라는 영화를 보고 엄청 열광했었던 적이 있다.
다소 몽상적이고 따뜻해보이는 제목이지만, 그 영화는 한 소년이 자신의 인생이라 믿고 있는
옆집 소년의 인생을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쫓고 빼앗으려는 심리 스릴러인데, 어떤 감정이 치열하다시피 집요하게 강조되어 나타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 영화는 무척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이 책 "표절"도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주 좋아할만한 소설이었다.
뭔가에 깊이 몰두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는 것은 참 재밌다.
그것이 사랑이든, 증오이든 상관없다. 두가지는 어차피 거리가 매우 먼 감정은 아니지 않나.
 
주인공 에드워드는 다소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양지보다는 음지가 어울리는 청년인데,
그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아마츄어 문학작품을 출간하는 일종의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앞에 찾아온 양지의 청년 소설가 지망생 니콜라, 누구나 사랑할법한 외모와 거기에 어울리는 자신감, 이 니콜라의 후광에 반해버렸는지, 주눅이 들었는지, 에드워드는 니콜라가 어디선가 베껴온 소설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든 그의 표절 사실이 밝혀지지 않도록 교정작업을 봐주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친한 동료들도 그를 버린다.
어디서든 빛이나는 니콜라에 대한 선망과 질투와 집착, 몇십년간이나 이어지는 이들의 가식적인 우정.
후에 아주 유명한 소설가가 된 니콜라와
여전히 그의 작품을 교정을 봐주면서 출판계에서는 나름 한자리 꿰차게 되는 에드워드-
그냥 이대로 이런 관계가 이어진다면, 그 우정이 가식적일 지라도 영원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에드워드가 사실은 창작에의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백편의 명작이 태어나지만 그것을 글로 옮기는 순간, 초라한 쓰레기에 불과해져버린다는 것이다.
에드워드는 어찌됐든간에 자신의 머릿속을 글로 형상화 할수 있는 니콜라에 대한 열망과 질투심을 삭이며, 까탈스러운 왕자님의 비위를 맞추면서 말잘듣는 개처럼 꼬박꼬박 그의 곁에 머물러
언젠가 니콜라를 크게 헤하고자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니콜라는 자신의 평생의 역작이라 할만한 소설을 들고오고,
출판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에드워드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젊은 시절 자신이 잃어버렸던 사랑이야기의 진실을 알게되고 그로 인해 터질듯 쌓여있던 증오의 불은 당겨진다.
에드워드는 복수를 꿈꾸기 실행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처절하고 치열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복수를....
 
어째서 이 소설이 재발간되지않는지 의아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면서 보게되었던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은 꼭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 책을 가질수 없다는 사실에 책을 덮으면서 잠시 아쉬워졌었다.
에드워드가 니콜라를 파멸시키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과정은 한시도 눈을 뗄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복수에 "표절"이라는 소재를 이용한다는 점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범죄이긴 하지만) 또한 독특하다. 독자로써는 화자인 에드워드의 감정에 맞춰져서, 이 에드워드의 위험한 행동을 지지할수 밖에 없는데, (악인과 선인의 구별이 확실하지 않은 이런 소설에서 주인공을 악인이라 치부하기는 뭣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에드워드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응원하게 된다. 종종 독자를 공범으로 만들어버리는 소설들을 보게되는데, 나는 그런 발상이 참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들 살면서 열등감을 느껴보지 않은 적 있을까.
누구든 살면서 나보다 잘나보이는 누군가를 헤하고자 하는 생각을 품어보지 않은 적 있을까.
베베 꼬인채 처절하게 파국을 준비해나가는 에드워드의 침착함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은
이 사람의 심정을 나 역시 조금은 이해할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되어있는 취약점을 끌어내는 작가들은 내게 항상 너무나도 부러운 사람들이다.
 
꼭 다시 한번쯤 읽고 싶어서 어디선가에서는 다시 한번 출간되었으면 좋겠는 소설이다.
빌려보기에는 내 취향에 너무도 잘 맞는 책인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혼란과 삐둘어진 심사,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애증의 대 복수극.
정말이지 두근거리는 작품이 아닐수 없다!!!
아, 이 소설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음흉하고 완벽하다!!!!!!!!
작가의 처녀작이라니...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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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8-01-3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음흉하죠^^

Apple 2008-01-31 21:07   좋아요 0 | URL
넵..^^그러고보니 이책은 물만두님 덕분에 알게되었던것같네요.
좋은 책 소개 언제나 감사..^^흐흐..

쥬베이 2008-01-3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좋은 책하나 알고 갑니다.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네요^^

Apple 2008-01-31 21:07   좋아요 0 | URL
넵..굉장히 재밌어요!!!>ㅅ< 강추하고 싶습니다!!
 
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사랑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빠르게 지나쳐 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랑은 사람의 인생을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이 많은 사람에게도 사랑은 사랑인 듯, 매몰차고 냉정한 사람에게도 사랑은 사랑이다.
인생을, 자신을 변하게 만들, 그 무언가.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같이 기괴하고 지나치게 생존본능에 의존해 있어 간악해 보이기마저 한다. 190센티미터의 엄청난 장신인데다가, 사팔뜨기 눈을 가진 카페의 여주인 미스 아밀리아는 돈밖에 모르는 교활하고 억센 여자이고, 한때 그녀를 사랑해 결혼했으나, 단 몇일밖에 이어지지 않았던 기이한 결혼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남자 메이시는 그녀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악마에 가까울 정도로 타인을 괴롭히고 무시하는 못된 성미를 가진 남자인데다가, 어느 날 카페에 나타나 자신이 미스 아밀리아의 머나먼 친척이라 주장하고 나선 라이먼은 못생긴데다가 심지어는 간사하기 까지한 꼽추이다.
다른 소설에 나왔더라면 악역일수 밖에 없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악함을 가졌다는 점이다.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황무지같은 느낌은 아마도 이렇게 자신의 생존본능에 충실해 자기 인생만을 돌보기도 바쁜 주인공들에게서 풍겨져 나으리라.

평생 사랑한 것은 돈밖에 없는 무뚝뚝한 부자 여인 미스 아밀리아는
한때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해 구혼을 하고, 결국은 자신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전재산을 받쳐버린 남자도 돈만 받고는 차버릴 정도로 매정한 여자이다.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찾아온 어느 꼽추는 더러운 행색에 불쌍한 척 울기까지 하면서 자신이 그녀의 머나먼 친척이라 말한다. 동네 사람들은 매몰차기로 유명한 미스 아밀리아가 이 꼽추를 살해해 버릴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슨 일에선가 그녀는 자신의 키에 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병약한 꼽추 라이먼을 사랑해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그녀는 변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서 카페를 개업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하고,
이 작은 카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하루를 이야기하는 공간이 따뜻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꼽추 라이먼에게는 못된 버릇이 있는데, 그는 여기 저기 끼어들기 좋아하며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친한 사람들끼리 이간질 시키는 것이 주 특기이다. 모두들 그의 그런 행동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왜냐면, 그는 교활하지만, 반면으로는 사교적인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고,
그에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가는 미스 아밀리아가 자신을 파멸에 이끌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 아밀리아의 극진한 사랑은 이 작은 마을을 변화시킨다.
사랑하는 라이먼을 위해서라고 하기는 하지만,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녀의 카페는 나이든 자도, 지친 자도, 가난한 자도, 누구나 들러 사람과의 온정을 나눌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래전 자신이 버렸던 남자, 모든 것을 잃고 사악한 본성을 되찾아 범죄만 저지르고 다니다가
오랫동안 교도소에 갖혀 있었던 메이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미스 아밀리아와 라이먼, 메이시 세사람 사이의 얽히고 설키는 삼각관계와 그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리는 슬픈 카페.
사랑으로 인하고, 사랑으로 파멸되는 사람들.
사랑 앞에서는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사람들.
그럼에도 사랑은 맹독이라, 누구의 사랑이나 결국은 짝사랑에 불과하고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 뿐이라는 듯, 이 소설은 기이하기도 하지만, 기구하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누가 더 사랑하고, 누가 덜 사랑하고, 그런 문제로 마음을 졸일 나이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사랑과 상대방의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은 참 쓸쓸하면서도 어쩔수 없는 문제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사랑을 받는 것, 사랑을 하는 것.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일때는 "나는 역시 사랑을 받고 싶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이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고독을 더 처연하게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아마도 그 때쯤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을 해도 우리는 결국에는 혼자일 수 밖에 없고,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도, 근본적인 문제는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슬픈 카페안에 갈 곳 없는 고독한 영혼들이 그득차 있어 그들이 온정과 연민을 나누어도,
내일이 되면 서로 뿔뿔히 흩어져 지친 삶을 또 이어가야 하듯이....
 
이 짧은 동화같은 이야기는 처연한듯, 쓸쓸한듯,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찌르는 고독함이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바그다드 카페"를 떠올리면서 읽어서인지, 소설이 더더욱 서글프고 황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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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1-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릭터가 인상적이네요, 좋은 느낌 받으신거 같아요
일단 보관함에^^

Apple 2008-01-29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짧지만 재밌어요...^^소곤소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