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문득 책 뒷편을 펴서 초판 발행일을 보니 1994년.
이 책을 알게되었을때는 이미 책이 절판되어서 더더욱 관심이 갔던 책이다.
무려 10년이 넘은 세월이 흘러 결국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된 "표절"을 한장 한장씩 넘기며,
왜 이책을 이제서야 보게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 한장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재밌고 감칠맛나는 책이 아닐수 없고나.
개인적으로 재밌는 점은 이 소설 "표절"이 마치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에드워드의 표절책처럼,
도서관에서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은 채 제대로된 자리도 꿰차지 못하고 푸대접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토토의 천국"이라는 영화를 보고 엄청 열광했었던 적이 있다.
다소 몽상적이고 따뜻해보이는 제목이지만, 그 영화는 한 소년이 자신의 인생이라 믿고 있는
옆집 소년의 인생을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쫓고 빼앗으려는 심리 스릴러인데, 어떤 감정이 치열하다시피 집요하게 강조되어 나타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 영화는 무척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이 책 "표절"도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주 좋아할만한 소설이었다.
뭔가에 깊이 몰두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는 것은 참 재밌다.
그것이 사랑이든, 증오이든 상관없다. 두가지는 어차피 거리가 매우 먼 감정은 아니지 않나.
 
주인공 에드워드는 다소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양지보다는 음지가 어울리는 청년인데,
그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아마츄어 문학작품을 출간하는 일종의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앞에 찾아온 양지의 청년 소설가 지망생 니콜라, 누구나 사랑할법한 외모와 거기에 어울리는 자신감, 이 니콜라의 후광에 반해버렸는지, 주눅이 들었는지, 에드워드는 니콜라가 어디선가 베껴온 소설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든 그의 표절 사실이 밝혀지지 않도록 교정작업을 봐주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친한 동료들도 그를 버린다.
어디서든 빛이나는 니콜라에 대한 선망과 질투와 집착, 몇십년간이나 이어지는 이들의 가식적인 우정.
후에 아주 유명한 소설가가 된 니콜라와
여전히 그의 작품을 교정을 봐주면서 출판계에서는 나름 한자리 꿰차게 되는 에드워드-
그냥 이대로 이런 관계가 이어진다면, 그 우정이 가식적일 지라도 영원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에드워드가 사실은 창작에의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백편의 명작이 태어나지만 그것을 글로 옮기는 순간, 초라한 쓰레기에 불과해져버린다는 것이다.
에드워드는 어찌됐든간에 자신의 머릿속을 글로 형상화 할수 있는 니콜라에 대한 열망과 질투심을 삭이며, 까탈스러운 왕자님의 비위를 맞추면서 말잘듣는 개처럼 꼬박꼬박 그의 곁에 머물러
언젠가 니콜라를 크게 헤하고자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니콜라는 자신의 평생의 역작이라 할만한 소설을 들고오고,
출판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에드워드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젊은 시절 자신이 잃어버렸던 사랑이야기의 진실을 알게되고 그로 인해 터질듯 쌓여있던 증오의 불은 당겨진다.
에드워드는 복수를 꿈꾸기 실행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처절하고 치열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복수를....
 
어째서 이 소설이 재발간되지않는지 의아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면서 보게되었던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은 꼭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 책을 가질수 없다는 사실에 책을 덮으면서 잠시 아쉬워졌었다.
에드워드가 니콜라를 파멸시키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과정은 한시도 눈을 뗄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복수에 "표절"이라는 소재를 이용한다는 점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범죄이긴 하지만) 또한 독특하다. 독자로써는 화자인 에드워드의 감정에 맞춰져서, 이 에드워드의 위험한 행동을 지지할수 밖에 없는데, (악인과 선인의 구별이 확실하지 않은 이런 소설에서 주인공을 악인이라 치부하기는 뭣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에드워드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응원하게 된다. 종종 독자를 공범으로 만들어버리는 소설들을 보게되는데, 나는 그런 발상이 참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들 살면서 열등감을 느껴보지 않은 적 있을까.
누구든 살면서 나보다 잘나보이는 누군가를 헤하고자 하는 생각을 품어보지 않은 적 있을까.
베베 꼬인채 처절하게 파국을 준비해나가는 에드워드의 침착함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은
이 사람의 심정을 나 역시 조금은 이해할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되어있는 취약점을 끌어내는 작가들은 내게 항상 너무나도 부러운 사람들이다.
 
꼭 다시 한번쯤 읽고 싶어서 어디선가에서는 다시 한번 출간되었으면 좋겠는 소설이다.
빌려보기에는 내 취향에 너무도 잘 맞는 책인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혼란과 삐둘어진 심사,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애증의 대 복수극.
정말이지 두근거리는 작품이 아닐수 없다!!!
아, 이 소설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음흉하고 완벽하다!!!!!!!!
작가의 처녀작이라니...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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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8-01-3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음흉하죠^^

Apple 2008-01-31 21:07   좋아요 0 | URL
넵..^^그러고보니 이책은 물만두님 덕분에 알게되었던것같네요.
좋은 책 소개 언제나 감사..^^흐흐..

쥬베이 2008-01-3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좋은 책하나 알고 갑니다.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네요^^

Apple 2008-01-31 21:07   좋아요 0 | URL
넵..굉장히 재밌어요!!!>ㅅ< 강추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