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사랑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빠르게 지나쳐 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랑은 사람의 인생을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이 많은 사람에게도 사랑은 사랑인 듯, 매몰차고 냉정한 사람에게도 사랑은 사랑이다.
인생을, 자신을 변하게 만들, 그 무언가.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같이 기괴하고 지나치게 생존본능에 의존해 있어 간악해 보이기마저 한다. 190센티미터의 엄청난 장신인데다가, 사팔뜨기 눈을 가진 카페의 여주인 미스 아밀리아는 돈밖에 모르는 교활하고 억센 여자이고, 한때 그녀를 사랑해 결혼했으나, 단 몇일밖에 이어지지 않았던 기이한 결혼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남자 메이시는 그녀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악마에 가까울 정도로 타인을 괴롭히고 무시하는 못된 성미를 가진 남자인데다가, 어느 날 카페에 나타나 자신이 미스 아밀리아의 머나먼 친척이라 주장하고 나선 라이먼은 못생긴데다가 심지어는 간사하기 까지한 꼽추이다.
다른 소설에 나왔더라면 악역일수 밖에 없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악함을 가졌다는 점이다.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황무지같은 느낌은 아마도 이렇게 자신의 생존본능에 충실해 자기 인생만을 돌보기도 바쁜 주인공들에게서 풍겨져 나으리라.

평생 사랑한 것은 돈밖에 없는 무뚝뚝한 부자 여인 미스 아밀리아는
한때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해 구혼을 하고, 결국은 자신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전재산을 받쳐버린 남자도 돈만 받고는 차버릴 정도로 매정한 여자이다.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찾아온 어느 꼽추는 더러운 행색에 불쌍한 척 울기까지 하면서 자신이 그녀의 머나먼 친척이라 말한다. 동네 사람들은 매몰차기로 유명한 미스 아밀리아가 이 꼽추를 살해해 버릴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슨 일에선가 그녀는 자신의 키에 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병약한 꼽추 라이먼을 사랑해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그녀는 변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서 카페를 개업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하고,
이 작은 카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하루를 이야기하는 공간이 따뜻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꼽추 라이먼에게는 못된 버릇이 있는데, 그는 여기 저기 끼어들기 좋아하며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친한 사람들끼리 이간질 시키는 것이 주 특기이다. 모두들 그의 그런 행동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왜냐면, 그는 교활하지만, 반면으로는 사교적인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고,
그에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가는 미스 아밀리아가 자신을 파멸에 이끌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 아밀리아의 극진한 사랑은 이 작은 마을을 변화시킨다.
사랑하는 라이먼을 위해서라고 하기는 하지만,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녀의 카페는 나이든 자도, 지친 자도, 가난한 자도, 누구나 들러 사람과의 온정을 나눌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래전 자신이 버렸던 남자, 모든 것을 잃고 사악한 본성을 되찾아 범죄만 저지르고 다니다가
오랫동안 교도소에 갖혀 있었던 메이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미스 아밀리아와 라이먼, 메이시 세사람 사이의 얽히고 설키는 삼각관계와 그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리는 슬픈 카페.
사랑으로 인하고, 사랑으로 파멸되는 사람들.
사랑 앞에서는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사람들.
그럼에도 사랑은 맹독이라, 누구의 사랑이나 결국은 짝사랑에 불과하고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 뿐이라는 듯, 이 소설은 기이하기도 하지만, 기구하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누가 더 사랑하고, 누가 덜 사랑하고, 그런 문제로 마음을 졸일 나이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사랑과 상대방의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은 참 쓸쓸하면서도 어쩔수 없는 문제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사랑을 받는 것, 사랑을 하는 것.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일때는 "나는 역시 사랑을 받고 싶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이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고독을 더 처연하게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아마도 그 때쯤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을 해도 우리는 결국에는 혼자일 수 밖에 없고,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도, 근본적인 문제는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슬픈 카페안에 갈 곳 없는 고독한 영혼들이 그득차 있어 그들이 온정과 연민을 나누어도,
내일이 되면 서로 뿔뿔히 흩어져 지친 삶을 또 이어가야 하듯이....
 
이 짧은 동화같은 이야기는 처연한듯, 쓸쓸한듯,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찌르는 고독함이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바그다드 카페"를 떠올리면서 읽어서인지, 소설이 더더욱 서글프고 황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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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1-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릭터가 인상적이네요, 좋은 느낌 받으신거 같아요
일단 보관함에^^

Apple 2008-01-29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짧지만 재밌어요...^^소곤소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