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쇠의 생활백서 #16
-어휴~!
일요일은 널널하게 시작했었다. 소나기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이다 보니 대기중의 공기는 습도를
듬뿍 머금고 있었고, 물먹는 하마와는 별반 동질성이 없는 메피스토의 경우 이런 날이 제일 짜증
나고 운신하기 힘든 날씨이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기냄새를 맡고 그냥
방콕 모드로 하루를 보내야 겠다고 이미 생각을 해버렸었다.
마님과 주니어는 아직까지 자고 있길래, 혼자서 딩가딩가 놀다가 마님과 주니어가 일어났을 때
정작 낮잠이라는 것을 슬쩍 자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낮잠을 자는데 뭔가
내몸을 짓누르는 것이 아닌가..가위가 눌렸나 숨이 조금씩 막혀오길래 눈을 뜨고 그 압박감이
느껴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눈앞에는 마님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상황으로 나를 보면서
실실 웃고 있었고, 그 옆에는 주니어가 또 깔깔 거리면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쉽게 말해 낮잠을
방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주니어와 마님이 합작하여 옆으로 누워자는 나를 올라타고 깔아 뭉개고
있는 상황이였다.
반사적으로 힘들다는 짜증섞인 감탄사(?)가 나와버렸다.
어휴~! 하면서 얼굴 돌리고 다시 잘려고 하니 여지없이 등짝에 찰싹찰싹~! 하는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본격적인 마님의 사자후가 귀를 때리기 시작한다.
`어휴~! 어휴~! 어휴~! 라니~~ 아아쭈~~!! 애정이 식은게야~~ 말뿐인 애정인게야~~ 잠결에
본심이 입밖으로 나온게야~~ 블라블라블라~~~'
이렇게 끝났으면 평탄한 일요일이겠지만, 그게 아니였으니 문제...
메피스토 : 밥먹자...
마님 : 어휴~! 배고픈 사람이 차려 드셔~ 어휴~!
메피스토 : 자기야 옆에 있는 TV 리모콘 좀 줘바바...
마님 : 어휴~! 아쉬한 사람이 찾아가셔~ 어휴~!
메피스토 : 해리포터 또보냐...내가 보라고 준책은 안읽는 거냐~?
마님 : 아휴~! 책도 내맘대로 못읽나 독서를 강요하면 쓰나~! 어휴~!
자 이렇게 일요일을 어휴로 시작해서 어휴로 끝났으나, 난 그냥 TKO패를 선언할 수 밖에.....
문제는....이거 일주일 정도 갈꺼라고 생각되니...그놈의 어휴~! 때문에 아주 머리가 자근자근 아프기
시작했다는....어휴~~!!!!
뱀꼬리 : 마님의 지적사항...그 잠결에 문제의 어휴~!를 한 후 뭐가 좋았는지 내가 싱글벙글 웃었다고 한다.
그 표정이 정말정말 얄미웠다나......하긴 내가 얄미우면 또 엄청나게 얄밉게 보이긴 하쥐..곰가죽을 뒤집어 쓴 여우가 어디 가겠어~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