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면 하나가 새로 나왔다. 조니워커도 아닌 것이 블랙라벨을 달고 나왔다. 마트에 장보러 갔더니만 위풍당당하게 진열되어 있기에 낼름 집어 들었다. 시식 평을 남기자면 참 훌륭하다. 기존의 라면이 가지고 있던 천박함을 단번에 날려준다. 먹고 나서 거북한 느낌도 덜하고 내가 라면을 먹는 건지 사골국물로 우려낸 럭셔리 설렁탕을 먹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난 원래 천박하고 소박한 서민인지라 아마 더 구입하진 않을 것 같다. 기존 라면에 3배에 육박하는 가격은 지나치지 않나 싶다. 회장님 성씨를 따서 만든 라면이라 그런지 고품격, 럭셔리를 표방했을 진 몰라도 나하곤 전혀 안 맞는다는 사실.
혹시 후속제품으로 금테 두른 너부리 라면, 안성탕면 후속모델인 대치탕면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역시 나와는 무관할 것 같다.
2. 마님 후배 하나가 핸드폰을 바꾸기 위해 조금은 버서커 모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죄다 스맛폰에 카톡에 이런 저런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소통되는지라 상대적 박탈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러면서 마님과 열심히 문자를 통하여 워떤 것이 좋은 제품이냐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친척이 하는 대리점에선 ‘기다려 사과5가 나올 때 까지’란 답변을 들었다지만, 그 조급함에 최근에 출시되었다는 은하 두 배를 예약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뭐가 나은 건지 끊임없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던 것. 그것이 내 귀에까지 들어왔던 것. 그냥 간단하게 전지전능, 프리미엄하시다던 옴니아 2의 처절한 최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줬더니 내일 가서 예약 취소하겠다고 한다.
3. 두 빈이 나와 멋들어지게 선전에 등장한다.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3DTV CF다. 입체감 있게 튀어나온다고 요즘 거품 물고 치고 박고 싸우시는 모양이다. CF를 보면 또 다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원빈은 조용히 폼만 잡고 안경 한번 날리는데 현빈은 주저리 주저리 대사가 참 많다. 근데 대사 하나하나가 경쟁사 제품 꼬투리가 한마디씩 걸려 있곤 하다.
그것도 현빈 씨가 등장했던 드라마의 재벌 2세님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하여 여의도 모 정치인이 손수 한 땀 한 땀 내뱉었을 독설을 내뿜으신다. 거부감이 먼저 밀려온다. 내가 그 TV산다고 그처럼 재벌 2세가 되는 것도 아니고 번쩍거리는 트레이닝복도 입을 리는 만무하다. 그냥 내게 최선은 디스커버리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제대로 나오는 평범한 TV면 족하다. 사바나의 사자가 뛰쳐나올 필요도 서바이벌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씹어 먹는 벌레의 파편이 튀어나올 필요까진 없으니까. (하지만 야동이라면.....므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