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단은 수술을 받은 직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남들은 수술 받고 하루 입원하고 깨끗하게 털고 일어난다는 수술이 뭔가 잘못 돼 버렸는지 퇴원한지 이틀이 지나도 출혈이 멈추지가 않아 버렸다.
결국 부랴부랴 다시 병원에 달려가 진단을 받아보니 덜컥 다시 재입원하라고 한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의료사고..??) 일단 다시 병원 침대에 또아리를 틀고 누워있으니 간호사 한 분이 나타나 냅다 오른쪽 팔에 링거를 꼽고 뭔가 다른 주사액을 하나 첨부하신다. 뭡니까? 라고 질문 던지니 심드렁하게 지혈제와 진통제란다. 그렇게 두 번째 입원 첫째 날이 무사히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음날 아침 목구멍이 꽉 막혀 있더라는.. 그러니까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버린 것. 회진 도는 의사는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월래...뭐가 어찌 되는 것이여..?) 그러더니 하루 더 입원하란다. 결국 난 이틀 동안 주기적으로 링거와 항생제와 지혈제, 진통제, 해열제를 잔뜩 섞어 몸 안으로 흡수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는.....다음날 다시 회진을 돌던 의사는 내 상태를 보더니만 아무래도 재수술을 하셔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어럽쇼..이 양반이..) 요따구 말씀을 친절하게 해주신다. 척추마취의 기억이 갓뎀이었기에 짜증 이빠이 상태로 돌입한다. 그러자 다른 대안을 말씀하는 의사 쌤.....
‘국부 마취도 있어요.’
아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차라리 척추마취를 할걸... 주사바늘로 사정없이 마취제를 투입하고 (물론 난 고래고래 곰처럼 울부짖었고) 지혈이 되지 않던 상처부위를 레이저를 지지는 재수술을 받아버리게 되버렸다. 남의 고기 굽는 냄새는 구수하기라도 하지 내 고기 굽는 냄새는 참 별로였다.
그렇게 재수술 받고 입원하면서 하룻밤을 달의 앞면과 뒷면마냥 부들부들 떨다가 땀을 바가지로 쏟아내는 반복적인 기현상이 신체에 강림하더니만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흘 입원하고 홀가분하게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서를 거치게 되었다.
목이 여전히 부어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더니만, 의사 샘은 아주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신다.
몸이 갑작스런 쇼크로 인해 아마도 급성 편도선염이 발생한 듯 하다고, (알고 보면 난 예민한 곰) 급성 편도선염은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지만 옛날엔 요단강 건너갈 정도로 위험한 병이라고 겁을 주신다. 더불어 전염성까지 있으니 마스크 착용 항시 하시라는 훈계도 건네주신다.
그렇게 난 1월 중순부터 말까지 홀라당 발라당 의료관련 부대낌으로 아주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결론은....
역시 건강이 최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참에 살까지 빠지고 있다는.... 주변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얼굴이 반쪽이 돼 버렸다는 목격담이 속출하고 있다. 더불어 난 병원에서 퇴원이후 그렇게 좋아하는 라면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쌀밥도 바이바이 (현미밥 웰컴) 육식도 지방은 바이바이 (단백질은 웰컴)... 왠지 피도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지고 전체적으로 확실히 상태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 이참에 진정한 미중년으로 다시 태어나보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겠다. 그런 선전도 있잖은가. 누구는 아저씨랑 살고 누구는 미중년이랑 살고 어쩌고 저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