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합사 사무실 해산하고 본사 복귀 후 좀 널널하다 싶었는데 여기저기 터지는 일의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그 뒤치다꺼리 차원으로 오늘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가뿐하게 야근(그래도 아직까지 금요일이 세 번이나 있는 일주일의 상황은 아니다.)을 땡겨주셨는데.....
날이 습하게 덥고 하니 저녁으로 한 끼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진다. 그리하여 사천만의 만만한 국민 딜리버리 서비스인 중국집에 주문을 넣기로 합의를 봤다. 일단 야근하는 인원 파악을 해보니 윗사람들 3명만 파악이 된다.(아...그래 어찌하다 보니 이제 나도 노땅의 반열에...)
그리하여 주문을 챙겨보니 일단 볶음밥이 하나. 미정이 둘. 하지만 역시나 번뇌의 상징물인 중국집 메뉴판을 다시 보며 볶음밥을 주문한 직원이 간자장으로 급 변경. 그리하여 일단 나를 제외한 두사람이 동일한 메뉴로 통일하게 되었다.
수화기를 들고 낭랑하게 외치는 중국집(이집 사장님 아들이 두산 프로야구 선수다.) 사모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네네 xx반점입니다. 뭐로 주문하시겠어요.' /'여기 어쩌고저쩌고 몇 층인데요. 간자장 둘하고 에....콩국수 하나 부탁드릴게요.' /'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뚝'
이렇게 주문을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놨는데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진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간자장을 따라 주문한 실장님이 벌떡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던지신다. '너....콩국수..시켰어?' /예. /(3초의 시간이 흐른다.) 어...콩국수....좋지...흠 / 바꿔 드려요? / 어...!!!
수화기를 들고 주문변경을 요청하려는 순간 하나 남은 간자장을 주문한 사람의 시선이 감지된다.
'왜 또..?' / '저기....나도...' / 콩국수로 바꾼다고..? / 어.....!!!
그리하여 결국은 습기로 후덥지근한 저녁시간을 3명이서 머릴 맞대고 열심히 콩국물을 들이켰다. 물론. 여의도에 있는 진짜 끝내주는 콩국수를 말아주는 그 집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더운 날 시원하게 저녁 한 끼 해결하기엔 나름대로 더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어디선가 퍼 온 여의도의 '그'집 콩국수. 아마 내가 먹어 본 콩국수 중 서열로 따지면 1위. 더불어 비빔국수까지 끝내주는 집. 여름만 왔다하면 반드시 가줘야 하는 식당 중에 하나. (4계절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