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며 세면대 위의 거울을 바라보고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준수한 수컷 곰의 형상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웬 피곤에 찌든 판다 한마리가 거울을 노려보고 있더라는.

다크 서클이 생겼다. 한숨이 나온다. 이유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일단 합사라는 낯선 분위기의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더불어 수금이 안 되는 나날인지라.(이런 십장생 ㅈㅌㄱㅅ!)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느낌도 무시 못 하겠고, 날씨는 미쳤는지 4월 달에 찬바람 씽씽 불고, 주니어는 학교에서 뒷자리 놈이 체조하며 자꾸 때린다고 해서 날 잡아 학교 출동해야 하고....아휴...이런 저런 이유 생각하다 지각하게 생겨먹어서 대충 이쯤에서 끊고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행여 사람들이 세상의 이런 일이 판다가 지하철을 이용해요! 라는 제보가 방송국에라도 들어가게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고개 수그리고 지하철의 구석자리에 자릴 잡고 살림지식총서의 라이트의 책으로 얼굴을 잔뜩 가리고 읽기 시작했다. 백과사전으로 가려야 겨우 가려질 얼굴이지만 그 책은 제법 무거운지라 패스.
이렇게 출근하여 오전 내내 모니터만 잔뜩 노려보며 틈틈이 거울을 살펴보니 다행히 점심시간 맞춰 다크 서클은 사라지고 다시 멋진 한 마리의 수컷 곰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오늘 저녁엔 마님께 아이크림 좀 사달라고 졸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