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세상이다. 특히 나라의 새싹이며 미래인 어린이들에겐.
오랫동안 행방불명되었던 여아 두 명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였고
CCTV에 찍힌 잔혹한 폭행에 온 국민이 분노에 치를 떨었다.
제발 용두사미식 잠깐 달아오르는 냄비가 되지 않길 바릴 뿐이다.
각설하고.
사실 저런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나 역시 피해자가 되고 있다.
사무실 건물 4층에 입주해 있는 맞벌이 부부에겐 딸 아이 하나와
아들 하나가 있는데 딸은 초등학교 저학년이고 동생인 남자애는
아직 학교에 들어갈 나이는 아니였다.
이 녀석들을 담배를 피는 장소인 주차장에서 또는 건물 계단에서
종종 마주치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살갑게 인사를 하는지..
인사성도 바르고 착한 아이들이라고 나름 인사도 받아주고 짧게
대화도 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군것질 거리가 있으면 과자나 초콜릿, 혹은 귤 같은 것도
손에 쥐어주고 그냥 저냥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일련의 뒤숭숭한 사건 이후로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실실 눈치를 본다. 쳐다보고 한번 벙긋 웃어줘야지만 그때
서야 실실 웃으면서 집으로 올라간다.
어쩌겠는가. 인사성 밝은 것도 좋고 심성 착한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이 뒤숭숭한 세상에서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버렸으니까. 그래도 녀석들의 태도돌변은 약간이나마 섭섭한
감이 없지만은 않다.
욘석들아! 내가 니들 주변에 그런 것들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반송장을 만들어 줄 아저씨거든..그니까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도록
하자꾸나. 군것질 거리도 상시 준비해놓고 있으마.
아저씨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란다우다우다우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