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시간을 지배하는 자.. 뒷감당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정의가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붙어야 아마 저 말의 의미는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것이다. 영화에서는 거창하게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사이보그가 알몸으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기도(터미네이터2), 되돌리고 싶은 개인의 과거사를 흔들다 결국 자기희생으로 끝을 맺는 영화(나비효과)도 있었으니까. 그나마 헤피 엔딩으로 개운하게 끝나는 영화라고 해봤자 백 투 더 퓨처 정도가 아닐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앞의 영화들처럼 시간여행이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단 이 시간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어마어마한 대의명분이 아닌 불과 몇 분 혹은 몇 시간 전의 자기 일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가벼움을 선사해준다. 그러나 이 가벼움도 결국 현실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긴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타임리프 능력을 소유하게 된 덜렁이 여고생 마코토는 자신의 사소한 일상에 새로운 능력을 써먹기 시작한다. 푸딩을 뺏어먹는 동생보다 앞질러 푸딩을 차지하는 일부터 평소 친한 친구로만 여기던 치아키의 고백은 3번씩이나 시간을 되돌려 회피해나가는 정도의 소소한 능력 활용을 사용해 나갈 뿐...그러나 마코토 자신의 능력이 결국 횟수제한이라는 한계성을 깨우치는 순간 정작 자신의 가장 친한 또 다른 친구 코스케를 사고로부터 구해내지 못한다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밋밋하게 돌아간다. 등장인물들의 흐리멍덩한 인물디자인이 문제라고 하지만 과거 명작이라고 꼽히는 지브리의 애니들 또한 등장인물들이 깎아놓은 조각상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음을 상기시켜 본다면 이 애니에서 그런 불평은 단점으로 자리 잡지 않는다고 보인다.
타임 리프라는 거창한 주제보단 제목 그대로 활짝 핀 표정으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하이틴 로맨스가 오히려 주 종목인 영화. 그렇다고 상투적 혹은 전형적인 방법이 아닌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즐거웠던 애니로 기억하게 된다.

마코토....미래에서 널 기다릴께........치아키의 마지막 대사는 꽤 파워플 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 變わらないもの(변하지 않는 것)
뱀꼬리 : Time wait for no one (시간은 아무도 기대려주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