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라딘 달력을 보니 이달에 쓴 글이 몇 개 안 된다. 처음 알라딘 시작하던 첫 사랑의 열정은 만들어 놓은 모든 카테고리에 새글 불이 들어올 정도였지만,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이렇데 드문드문 글 쓰기는 수년 동안 처음인 것 같다. 글쓰기에만 바쁜 것뿐 아니라 다른 글들도 제때 못 읽고 있다. 뒤늦게 며칠 지난 화제의 글을 읽어 보면 이미 지워진 글들도 있어서 순서도 따라가지 못한다. 예전 일이 언급된 글들이 있던 당시, 분명 나도 알라딘 글들을 읽었을 텐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 안의 수애는 점점 깊게 자리하는 듯하다. 어쩌면 좋아...

 

2. 새학교에 근무한지 4주가 지났다. 아주, 다이나믹한 시간이었다. 꽤 많은 학교를 다녔던지라 별별 인간 군상들을 만났건만, 이렇게 무례하고 무식한 *장은 처음 본다. 본인을 황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황제가 일하는 곳이 궁이 아니네....

 

3. 지난 월요일에는 회의가 있다고 해서 7시 반 출근을 하라고 했다. 학교가 두군데에 있는데, 주간 학교인 그곳은 내가 근무하는 곳보다 더 멀다. 집에서 새벽 5시 40분에 출발했다. 7시 반에 시작한 회의(라고 쓰고 *장의 일방적인 생 지X이라고 읽는다.)가 9시가 되도록 끝나지 않아 주간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 늦는다고 아우성을 쳐서 겨우 회의가 끝났다. 문제는 다음. 나의 정상 출근 시간은 오후 3시 반이고, 수업은 4시 반에 시작한다. 집까지 다시 다녀오려면 거의 4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나는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이날 거쳐야 했던 방황과 방랑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 회의를 매주 하겠다 하셨는데, 아주 환장하겠다.

 

4. 일주일 전 토요일에는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캔'이 당첨되었다. 종로에서 친구와 피자를 먹으며 나의 망가진 이어폰 대신 친구가 준 새 이어폰을 받고 좋아라 했는데, 뮤지컬 다 보고 돌아올 때 보니 이어폰만 있고 mp3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았다. 아뿔싸! 내가 11만원 짜리 공연 당첨되었다고 마구 좋아하고는 24만원 짜리 mp3 플레이어를 잃어버린 것인가! 잠시 멘붕 상태가 될 뻔했지만 다행히 집에 있었다. 어떻게 본체는 두고 망가진 이어폰만 들고 나왔을까..;;;;;

 

 

5. 참고로, 뮤지컬보다 영화가 훨씬 재밌다. 블루스퀘어,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게 표를 받는다. 요새 뮤지컬 대세가 그런 편이긴 하더라도....

내가 본 공연은 엄기준과 김법래, 써니가 주인공이었다. 마음에 드는 캐스팅이다. 주인공 역에 무려 5인이 더블 캐스팅 되었는데,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낯선 얼굴이 있었다. 이름이 'key'라고 적혀 있는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당최 알 수 없는 얼굴. 나처럼 아이돌 모르는 내 친구와 누구지? 누구지? 하고 있으려니, 프로그래 판매를 맡은 직원 분이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샤이니잖아요!"

아.... 샤이니... 그렇구나.... 급 민망해져서 돌아나왔다. 아직도 소녀시대 9명 이름과 얼굴을 모르겠다. 너무 어려워.

 

 

 

(가운데가 엄기준이고 네번째 남자가 키다. ㅎㅎㅎ)

 

6. 수요일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하러 교실에 갔는데 교실이 캄캄했다. 그반 학생들이 단체로 수업 제끼고 벚꽃 구경을 가신 것이다. 으하하하....ㅜ.ㅜ

 

7. 그래서 목요일, 나도 벚꽃 구경을 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5호선 타고 돌아오는 길에 충동적으로 여의도 역에서 내렸다. 벚꽃 길이 1,2번 출구라고 해서 1번 길로 나가보았는데 길을 못 찾겠다. 그래서 이번엔 2번 길로 걸어보았다. 그래도 못 찾겠다. 사람이 한참 많을 것 같은데 사람도 없다. 벚꽃도 보이지 않는다. 하아... 내내 헤매다가 결국 집에 돌아왔다. 금요일날 이 이야기를 했더니 어느 학생 분이 말씀해 주셨다. '여의 나루역'에서 내려야 한다고. ㅜ.ㅜ 하아... 오늘 비가 많이 내렸고, 꽃은 다 떨어졌을 것이다. 나의 벚꽃 놀이는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8. 나는 꼼수다 한동안 쉰다고 하니, 벙커 1호에나 다녀오면 좋겠다고, 아까 생각을 했는데... 과연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집에서 멀지는 않은데, 혜화역에서 어케 찾아가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 뭐, 헤매다 보면 찾아지겠지...;;; 최근에 가장 고통스럽게 들었던 방송은 '라디오 반민특위'였다.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서, 나꼼수 편보다, 김어준의 뉴욕 타임즈 때보다 더 쉽게,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섬뜩하게 들었다. 물 위에 떠 있는 채로 16시간이나 있었다는 소리에 와락 눈물이 났다. 그 아까운 목숨들, 어찌해야 하나... 많은 방송들이 자신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음악들을 앞뒤로 삽입하고 있는데, 라디오 반민특위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 늘 마음을 후벼 판다.  

 

 

 

방송을 다 듣기 힘들다면 마지막 부분으로 돌려서 노래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노래만 따로 저장을 하고 싶은데 어찌해야 하나... 녹음을 해야 하나....

 

격문(檄文) 1 (작사,작곡,편곡 윤민석 / 가수 서동요)   
  
조선일보 서정주 박정희까지
일본놈의 충성스런 앞잡이일 때
  
동상 걸린 손가락을 잘라내가며
해방을 위해 싸웠던건 백성들이다
  
학살원흉 전두환과 그 똘마니들
5공 6공의 부귀영화 대물림 할 때
  
잡혀가고 죽어가고 고문 당하며
민주를 위해 싸웠던건 국민들이다
  
친일과 친미로 배불리는 매국노들
여의도에 또아리 틀고
  
갈수록 적반하장 후안무치 지랄염병
국민들 피눈물을 짜는구나
 
더 이상 못참아 국민이 나서자
우리의 힘으로 모두 갈아엎자
  
3.1정신으로 5월의 노래로
6월 함성으로 역사를 만들자
  
국민의 힘으로~!!!

 

 

 

 

 

 

 

9. 목요일에 중국에서 오빠네가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이제는 5개월 된 셋째까지 데리고 다섯 식구가 움직였다. 알뜰하다 못해 악착같은 부부가 며칠 사이 서울에서 보낸 일정들은 건너 뛰고...;;; 오빠네는 오늘 우리 집으로 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후 5시 약속이다.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긴 시간 준비를 해야 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 몇 번이나 슈퍼를 들락거려야 했다. 손님 도착하기도 전에 피곤해서 눕고 싶은 심정... 그런데 5시 10분에 연락이 왔다. 이제 신도림 역에서 택시 잡고 있다고.... 하아... 지하철로도 한 시간 더 걸리는데, 이 비오는 날에 택시로...ㅜ.ㅜ 결국 7시가 되어서야 도착. 10시 조금 넘어 보내고 정리 끝나니 이 시간이다. 목이 칼칼한 것이 감기 올까 두렵다. 처음엔 낯가리던 조카들이 떠날 때는 무척 정이 들어서 폭폭 안긴다. 오빠네는 월요일에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7월 경 미국으로 아예 귀국한다. 중국 생활 쫑이다. 다음 번에 만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몸은 힘들고, 마음은 짠하다.

 

10. 돌아오는 목요일에는 언니네가 우리 집으로 이사 들어온다. 그렇게 되었다. 내줄 방 한칸 없는 집이지만 식구가 세배로 는다. 어떡해든, 잘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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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4-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휴일아침 늦잠도 좀 즐기시나요. 안팎으로 여전히 더더 바쁘시네요.^^
새 학교 근무도 수월하면 좋을텐데 보스가 그러니 참.ㅠㅠ
마노아님 안의 수애는 더 자라면 아니되어요ㅎㅎ 저도 그렇지만요.

마노아 2012-04-24 16:15   좋아요 0 | URL
일요일은 또 주일이라 늦잠은 힘들어요.ㅎㅎㅎ
이삿짐 나르느라 근육통이 생겨버렸어요.
그런데 내 안의 수애를 확인한 사건이 더 있어서리...아아, 슬퍼요..ㅜ.ㅜ

2012-04-22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4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4-2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학교 근무가 님께 좀더 편안했으면 했는데~
내일부터 봄 날씨래요
전 벚꽃은 사람들 별로 없으면서 벚꽃 날리는 그런 조용한 곳이 좋던데 신대방동 자전거 길이 좀 그렇거든요
하지마 저도 못가보았어요

마노아 2012-04-24 16:17   좋아요 0 | URL
새학교는 날마다 무언가로 저를 놀래키고 있어요. 한달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러네요. 이제 적응할 때가 되었는데 말이에요.
제가 간 시간에는 날이 어두워서 꽃 자체가 별로 보이질 않았어요. 한적한 것은 좋지만 꽃도 없이 한적하니 적적하더라구요.ㅜ.ㅜ

2012-04-22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2-04-2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쁜 하루, 힘든하루, 많은 일을 겪은 4월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주말에는 비가 내려서 좀 편안히 보내셨나요,,
힘내세요,,

마노아 2012-04-24 16:19   좋아요 0 | URL
4월은 잔인하기 보다 그저 정신없는 달이었어요.
주말에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삿짐을 날랐지요. ㅜ.ㅜ
울보님도 4월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날들 보내셔용~

네꼬 2012-04-2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았어요. 아프지 말고 봄 잘 보내보아요, 응?

마노아 2012-04-24 16:19   좋아요 0 | URL
아프지 않고 좀 외로운..(응?) 날들이에요.
네꼬님의 상냥한 얼굴을 떠올리며 이 봄을 잘 견딜게요~

카스피 2012-04-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무식하면서도 부지런한 장을 만나며 그 부하직원들이 고생하는 법이죠ㅜ.ㅜ

마노아 2012-04-24 16:20   좋아요 0 | URL
진리입니다! 게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대재앙이에요..;;;

희망찬샘 2012-04-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워낙 깜박증이 심해서 그거 줄줄이 메모 해 두고 꽁트 한 편 써야지 하고 몇 개 메모도 한 것 같은데, 그것도 어디다 두었는지, 원~
얼마 전에는 전화기가 없어서 후배에게 전화 좀 해 달라고 했다가 집에 가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왔길래 전화 해서 물었죠."샘님, 내게 전화 했어요?" 후배왈 "아, 네. 아까 전화기 못 찾겠다고 전화 해 달라고 해서..." 무안해서 그냥 푸하하하~ 하고 끊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이런 깜박증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를...

마노아 2012-05-01 02:00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저도 이런 적 있었어요...;;;;
분명히 기억할 것만 같은데 절대 기억하지 못하는 예들이 자꾸 늘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