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3월의 첫 영화는 러브픽션이었다. 공효진에게 딱 적격인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하정우는 채식남 이미지가 아니라 육식남 이미지라는 것만 빼고는 능청스러운 연기가 일품인 재밌는 영화였다. '범죄와의 전쟁'과 아주 대조적인 캐릭터이다. 김어준은 연애를 해보면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했다. 아주 많이 웃었고, 잠시 울적해지기도 했고, 그리고 즐거운 마무리로 가볍게 극장을 나설 수가 있었다. 빨간 립스틱이 이렇게 청순하게 보이는 여배우는 공효진 뿐인 것 같다.
★★★★
18. 화차는 혼자 볼 생각에 먼저 예매를 했는데, 엄니께서 같이 보시겠다고 해서 뒤늦게 한장을 더 예매했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리동네 극장의 오후 시간, 관람자는 우리 둘뿐이었고, 그래서 엄니는 몹시 미안해 하셨다. 괜히 영사기 돌리게 했다고... 나 혼자 왔으면 더 미안할 뻔했다. 애석한 것은, 우리 둘이 나갈 때 그 다음 시간 상영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도 달랑 둘 뿐이었다는 것... 울 동네 극장 망하면 안 되는데...ㅜ.ㅜ
영화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사실 원작이 몹시 유명하고, 또 아주 인상적인 결말이었기 때문에 영화가 그것을 따라잡거나 고스란히 담아내기는 힘들 거라고 여겼다. 역시나 원작만큼은 좋을 수 없었지만, 책을 보지 않고 영화만 보았다면 그 자체로도 괜찮게 보았을 법도 한 영화였다. 김민희는 '굿바이 솔로'에서 이미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났지만, 이 영화에서 미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이선균은 좀 아쉬웠는데, 연기보다는 캐릭터의 문제이지 싶다. 조성하의 캐릭터는 원작의 형사보다도 좋았다. 한국형으로 잘 변신시켰달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마무리였다. 원작의 결말은 내가 손꼽는 가장 완벽한 엔딩을 갖추었다. 덜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준, 절제를 했기 때문에 더 큰 상상의 여지를 남기고 그 서늘함으로 섬뜩함마저 주었던 '완성'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무리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함으로써 여백을 버린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심각하게 원작에 못 미쳤던 것은 아니니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특히 변영주 감독에게는 흠뻑 반했다. 영화보다 그의 언행에서지만...^^
★★★★☆
19. 언니의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는 해마다 영화 티켓을 두장을 준다. 이 극장이 해마다 더 안 좋은 극장으로 이동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올해 받은 티켓은 프리머스였다. 서울에 프리머스 극장은 단 셋이다. 노원에 하나, 장안평에 하나, 그리고 독산에 하나. 언니가 장안평에 다녀오고 나서는 멀어서 다시 못 가겠다고 남은 한장은 내게 주었다. 같이 보기로 한 친구가 독산 근처에 사는데 우리 집에서는 한시간 반을 가야 한다. 노원은 우리 집에서 가깝지만 친구가 두시간을 와야 하고, 장안평은 둘 다 한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그래서 그냥 한사람만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내가 독산으로 갔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 볼만한 게 없었다. 괜찮은 영화는 이미 본 영화뿐.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고른 영화가 '세이프 하우스'다. 덴젤 워싱턴 주연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정보도 없었다.
10년 전 최고의 CIA 요원이었지만 이제는 군사기밀을 팔면서 미국의 공적이 되어버린 토빈 프로스트. 그랬던 그가 제발로 미국 영사관에 찾아온다. CIA에서는 그를 고문해서 비밀을 캐내려고 하지만 정체모를 자들의 습격을 받고, 신참 CIA 요원인 맷은 생애 첫 임무로 토빈을 다른 안전가옥으로 옮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토빈이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게 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영화의 흐름은 '그린존'과 많이 닮아 있었다. 안보에 가장 큰 책임을 진 조직이 사실은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평화가 아닌 전쟁을 조장하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거대 조직에게 보내는 빅엿 한방까지! 그래도 나쁜 놈이 끝까지 잘 사는 결말보다는 얼마나 다행인가.ㅜ.ㅜ 극중에서 덥수룩한 털보로 나오던 덴젤 워싱턴이 원빈이 아저씨에서 자기 머리 스스로 깎는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더니 갑자가 오바마가 되어서 나왔다. 그 순간부터 간지 좔좔~ 아무튼! 영화는 시간 낭비 정도는 아니었지만, 딱히 좋지도 않은... 그런 어정쩡한 작품이었다. 그 먼데까지 가서 봤건만...ㅜ.ㅜ
★★★☆
20. 2월에는 맥스무비 강냉이 시사회 응모가 모두 떨어졌는데, 3월에는 한차례 응모하고서 바로 당첨이 되었다. 그게 '핑크'였다. 영화관에 도착해 보니 왜 당첨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독립 영화 중에서도 아주 마이너한... 좀처럼 관객이 들기 어려운 영화였다. 게다가 극장이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였는데... 찾느라 아주 애먹었다. 헤매다 헤매다 끝내는 파출소에 들어가서 물어보기까지 했지만 그분들도 모르셔...ㅜ.ㅜ 언니한테 연락해서 찾아가는 길 정보를 문자로 받고 나서야 극적으로 찾아,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입장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였는데, 나름 과감한 노출 연기가 연이어 등장했다.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수진이 재개발 지역 허름한 술집 핑크에 들면서 자신을 옥죄어 오는 과거와 단절하려는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여자 정혜'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였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 영화도 대사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중간에 영화 보다가 나가는 커플들 몇이 있었다. 영화가 어렵긴 했지만 나갈 정도는 아니었는데...;;;;
★★★☆
21. 친구의 생일날 점심으로 피자를 먹고 영화 '가비'를 보았다. 이 책의 원작을 몇 해 전에 보았는데 소재는 기억이 나도 자세히는 잘 생각이 안 났다. 그때도 좀 심심하다고 여겼다. 내게 김탁환은 매번 용두사미 작가..ㅎㅎ 그랬지만, 영상으로 옮겨지면 제법 재밌을 거란 생각을 했다. 확실히 책보다는... 나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백여 년 전 조선을 무대로 동양과 서양의 미가 함께 담긴 화면이 참 예뻤다. 다만 이야기의 설득력은 좀 많이 약했다. 특히 주진모 캐릭터! 그가 마음을 바꾸는 계기라든가 의병 학살자에서 의병 대장으로 변신하는 고리 등이 영...;;;; 김소연은 한복은 별로였지만, 드레스 차림은 정말 예뻤다. 아마 빼빼 말랐을 테지만, 그 날씬한 자태가 저렇게 몸매를 강조하는 옷차림을 잘 소화시켰을 것이다.
이 사진말고도 예쁜 옷이 아주 많았는데 찾지 못한 게 아쉽다.
★★★☆
22. 우리동네 영화관에서 본 건축학개론! 모처럼 관객이 많았다. 한 10명은 같이 본 것 같다. 입소문이 많이 났나 보다.
이 영화는... 아, 많이 좋았다. 이 영화는 감상을 이미 썼으니 링크만 걸어둔다.
건축학개론-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23. 3월의 마지막 날에 급하게 현장 예매로 본 영화는 언터쳐블, 1%의 기적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고는 좀 빤할 것 같았는데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친구와 만났다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극장에 들러 혼자서 보았다.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아주 좋았다! 감동도 있지만, 그 이전에 무척 재밌었다. 유쾌하고 상쾌했다. 프랑스 영화하면 일단 심각할 것 같은데 이렇게 가볍게 재밌다니, 신선했다. 실화를 옮긴 영화라는 것도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전신마비 장애라는 이 심각한 소재에서 이렇게 즐겁고 예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 못했다. 나의 편견에 사과를!
비슷한 소재이지만 아주 다른 영화 '청원'도 떠올랐다. 역시 링크를 걸어본다.
청컨대, 내게 존엄한 죽음을 허락하소서.
★★★★★
그밖에 친구가 표를 얻어 주어서 연극 '인디아 블로그'도 보았다. 극단의 줄거리 소개를 보면 이렇다.
사랑을 찾아 떠난 남자 혁진과 사랑을 잊어버린 남자 찬영이 인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인도의 신기한 풍경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미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가까워진다.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으며 인도를 방황하던 혁진은 차츰 그녀를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인도여행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하게 된다.
또한 4년전 인도 여행에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던 찬영은 다시 찬아온 인도에서 사랑의 가치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혀졌던 사랑의 설레임과 아름다운 추억을 인도의 여행길에서 다시금 반추하게 된다.
두 청년의 여행길에는 어떤 기억과 추억 그리고 사랑이 남아있을까...?
연극을 영화처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볼 때마다 놀라는 것이, 그 역동성과 순발력, 재치 등이다. 잠시도 가만 두지 않고 들썩일 만큼 웃게 하고 또 감동도 준다. 무대 위에 땀과 열정을 쏟는 그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
그밖에 3월의 마지막 날엔 강풀의 북콘서트도 다녀왔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따로 시간을 내어 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이미 도착한 조명가게는, 아마도 후기 쓰고 나서야 보게 되지 싶다. 요새 많이 바빠져서 마음이 조급하다. 벌써 새벽 3시를 넘겼다. 이제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