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는 멀리 진주에서 친한 언니가 서울로 놀러왔다. 처음 약속 시간은 2시 경이었는데 언니의 친구가 결혼할 남친 소개해 준다고 해서 3~4시쯤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당시 내 친구가 3시에 시작하는 뮤지컬 하나와 6시에 시작하는 공연 표를 주었는데, 약속시간이 애매해져서 같이 보려던 3시 공연은 포기, 6시 공연은 거리도 먼데 늦게 만나서 가기 힘들 것 같아서 여기도 결국 못가게 되었다. 최종 4시에 보기로 했지만 결국 언니가 나타난 것은 4시 40분ㅠ.ㅠ 아흐 동동다리... 꽃별 공연 아쉽다. 해금 연주 듣고 싶었는데...
2. 월요일에 급하게 면접을 보게 되었다. 난 나더러 오라고 한 학교는 그곳이 어디든 제일 먼저 연락 준 곳으로 가곤 했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으로 집을 나섰는데, 이날은 오리발 강습이 있는 수영장 가는 날! 학교가 집에서 많이 멀었다. 버스 한 번 타고 지하철 두번 타고서 1시간 30분을 가야 한다. 수영가방과 오리발은 지하철 사물함에 넣고 가리라 결심했는데, 지하철 역에 도착하고 보니 웬걸! 핵안보 정상회의 때문에 모든 사물함 사용 금지....ㅠ.ㅠ 아, 어쩜 좋아. 수영장 가방에 오리발에 내 가방까지, 가방 3개 바리바리 들고 머나먼 길 돌아 학교에 도착. 교문 없고 운동장 없는 학교 건물의 첫인상은 일단 고시원. 그리고 교무실은 면사무소 혹은 경찰서 분위기? 약속 시간은 5시였는데, 교감샘 30분 기다리고 그 다음에 교장샘 30분 기다리고, 그 다음에 몇몇 곡절이 있어서 다시 30분 기다리고... 어찌 됐든 화요일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다시 3개의 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갔지만, 이미 수영 강습 시간 끝났고, 이번주 주3회 강습은 모두 빠진 채로 한달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다음달 등록은 하지 못했다. 1년 8개월 동안 성실히 수영을 했는데 많이 아쉽다. 주변 상황이 안정적으로 변하면 오전 시간에 다니는 것으로 조정을 해봐야겠다.
3. 갈등이 많았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를 안 써주기를 바랐다. 꽤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역대 최강이었다. 사물함도 없고 세면대도 없고, 컵하나를 씻으려고 해도 2층 화장실로 가야 하는 열악함은 둘째 치고, 야간 학교인지라 3시 반 출근에 10시 퇴근이라는 근무 조건이 왕복 3시간의 우리 집에선 좀처럼 답이 나오질 않았다.
4. 게다가 박복하게도, 화요일에는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300만부 돌파 기념 콘서트에 당첨되었고, 목요일에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당첨되었다. 나 한가할 때는 늘 비켜가는 이런 행운이, 바빠지기 시작하면 몰려서 당첨되곤 한다. 주간 근무면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인데, 야간 근무이기 때문에 모조리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속상해라....
5. 화요일은 인수인계 때문에 3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이날 내 수업은 8시에 하나뿐이었다. 무슨 시간표가 월수목은 5시간 연속 수업이고 화요일은 한시간, 금요일은 두시간. 쉬는 시간은 달랑 5분. 연속 5시간 수업이면 저녁 먹을 짬도 없다.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쉬는 시간도 끝난다. 저녁밥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순간 인권을 탄압받는 기분이 들었달까.(ㅡㅡ;;;)
6. 여긴 1년 3학기제로 2년에 3년 과정을 모두 마치는, 만학도 위주의 대안학교다. 1학기에 내가 맡은 과목은 4과목. 이중 3과목은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은 되어도 내 전공이 아니어서 준비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화요일에 다음날 수업할 교과서를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왔다가 다음날 출근길, 가방끈이 끊어졌다. 지난 12월에 샀으니 한 3개월 만이다. 에잇...;;; 게다가 중1 교과서는 없어서 복사해서 써야 한단다. 헐, 교사 교과서가 없대...ㅜ.ㅜ 앞자리 사회 선생님 책을 빌려서 복사하려는데 엄청 싫은 티를 내신다. 결국 주간샘이 퇴근하는 5시 이후에 빌려보고 도로 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어제 교보문고 가서 교과서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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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간 김에 신간 코너에서 내 이름자 박힌 책을 보고 돌아왔다. 지난 몇달 고생도 하고, 많이 배우게도 했던 책이다. 감격스럽다.
출판사에서 보내준다던 책은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 학교로 보낸다는 걸 눈치 보여서 집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언제고 학교도 내게 편해질 순간이 오겠지..;;;
그리고 기다리던 문학상 신문!
다락방님은 지난 주에 받으셨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깜깜무소식이어서 마침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나 싶을 때에 주소를 물어오셨다. 그리고 다음날 받은 신문과 선물 책 한권! 같이 추천받은 깡패단의 방문은 오늘 주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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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계약서를 썼는데, 기존 경력의 호봉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자기네 학교만의 특수성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결론은, 기존에 받던 월급보다 대략 월 50만원 정도가 덜 나온다. 아, 하늘이 노랗다. 뭔가 미심쩍고 수상쩍은 내 짐작들은 족벌 사학들의 경우의 수에 다 맞아떨어졌다. 금요일에 회식을 했는데, 기존에 수년째 근무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왜 이런 데를 왔냐고 막 나를 야단치거나 측은해하신다. 아, 어쩜 좋아.... 소주를 마신 것은 만 4년도 더 된 것 같다. 소주는 맛이 없어서 맥주를 달라는데 맥주 안주고 소맥을 준다. 소맥은 처음 마셔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맥주의 가벼움에 소주의 무거움을 더한 느낌? 전반적으로 사이다 맛과 비슷! 반컵 마셨는데 다들 털고 일어선다. 한컵은 비울 생각이었는데 쩝...
7. 수업 시간은 아주.............. 역동적이었다. 내 어머니 아버지뻘 되시는 분들이 앉아 계시는 교실의 풍경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불쾌해질 걸쭉한 농담들이 마구 던져진다. 그냥, 웃었다. 공부하고자 하시는 열기는 대단하시나, 학습 능력은 애석하게도 많이 떨어지시는 만학도들. 짠하고 안쓰럽고, 그래서 좀 더 쉽게, 좀 더 재밌게 수업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된다. 아직은 갈길이 멀다. 숫적으로는 많지 않은 몇몇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은, 멘탈 붕괴 상태의 무례함을 보여주지만, 어머니 아버지들은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셔서 불편할 정도다. 저녁 못먹는 공포가 있었는데, 다행히 쉬는 시간마다 뭔가 얻어먹게 된다. 어머니들이 갖고 오시는 고구마 반조각, 바나나 한개, 꿀떡 3개~ 이런 식으로...ㅎㅎㅎ
8. 여러 말못할 이야기들이 더 있는데.... 차마 못하겠고, 하여간 그렇게 되어서 아주 바쁜 며칠을 보냈다. 알라딘의 글들은 오늘 수요일자부터 몰아서 쭈욱 훑어봤다. 눈에 거의 안들어와서 제목만 확인하고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만우절 상품도 한개도 못 찾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 몸은 정직해서,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치니 화요일에는 목이 따끔거렸고, 목요일에는 편한 신발을 신었음에도 장시간 서 있어서인지 엄지발톱 두개가 안으로 파고드는 통증을 느꼈고, 금요일부터는 구상포진이 와서 입술이 부풀어 오르고 가렵다.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차차... 나아지겠지.
9. 비록 당첨 행운은 따랐지만, 그걸 즐길 수 있는 행운은 오질 않아서, 유홍준 교수님의 조계사 일정은 나의 야곱이 후배와 대신 갔고, 뮤지컬 닥터 지바고도 내 친구가 자신의 후배와 대신 다녀왔다. 그래도 아직 하나는 남아서, 어제 강풀 작가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모처럼 콧바람을 쐰다고 좋아했는데, 어찌나 춥던지 과한 바람에 혼쭐이 났다. 그리하여서 현재 내 장바구니에 담긴 조명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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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소박할 테지만, 어쨌든 고정수입이니까 안심하고 1일자 알라딘 장바구니 지르기를 기꺼이 진행하리라. (방금 결제하고 왔다!)
10. 창덕궁 달빛 기행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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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경복궁의 야간 감상이 워낙 훌륭했던 탓에 이번에도 가고 싶었는데 이미 매진된 상태에서 알아차렸다.
상반기는 접수 끝났고 하반기는 앞으로 6개월 뒤에 예매할 수 있다. 그때 놓치지 말고 꼭 잡아야 할 텐데!
비록 달빛기행은 못해도 창덕궁으로 봄꽃놀이 다녀오고 싶다. 일단 날부터 따스해진 뒤에... 요새 너무 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