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온 이야기는 앞서 했다. 돌아나오는 길에 위메프에서 산 고르곤졸라 치즈 피자를 사러 숙대입구에서 내렸지만, 찾지 못했다. 날이 저물어서 시계가 어두웠고, 지도만으로는 도저히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왜 시험기간에 급식을 제공하지 않는지...;;; 이날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버스 환승 시간 안에 뭘 먹을 수 있을까 헤매다가 KFC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집에 돌아와보니 조카 소풍 갔다고 언니가 김밥을 싸놨다. 아, 미리 알았더라면 집에 와서 먹었을 것을...ㅜ.ㅜ
2. 금요일에 다시 고르곤졸리 치즈 피자를 사러 숙대입구로 향했다. 꽃집을 지나 500미터를 가야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알고 보니 50미터의 오타였다. 500미터에 식겁한 고개들이 구입을 포기하면 어쩌려고...;;;;; 꿀을 찍어먹는 아주 얇은 피자였는데 무척 맛났다. 가느라고 고생한 것만 뺀다면....
3. 집앞 만화책/DVD 대여점이 문을 닫게 되었다. 10여 년전에 동네에 있던 대여점을 평정하고 오래 군림했던 곳인데, 두해 전에 분식집을 오픈하면서 대여점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2년 간 버티나 했는데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더 이상 우리 동네에 대여점이 없다. 사실 만화책을 거의 사서 보는 편이라서 대여점은 일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했지만, 그래도 무척 아쉽다.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가봤는데, 올훼스의 창이 떡하니 남아있지 뭔가!
18권을 냉큼 집으려던 찰나, 가격을 물어보니 12만원이라고 한다. 뜨허! 올훼스의 창은 정가가 3천원이지만 절판된 책이고 희귀본이어서 중고 매장에서 꽤 비싸게 거래된다. 내가 코믹툰에서 본 가격은 권당 5천원씩 해서 9만원이었다. 9만원도 비싸서 안 샀는데 12만원에 살 수는 없지. 이 집에서 가장 비싼 게 올훼스의 창과 하늘은 붉은 강가라고 한다. 하늘은 붉은 강가는 권수도 많아서 가격도 묻지 않았다. 그 옛날 해적판으로 갖고 있다가 완결되기 전에 정리해 버렸는데, 그러고도 완전판으로 재구매는 하지 못했다. 뭐, 기회되면 볼 수 있겠지. 호문쿨루스는 8권까지만 갖고 있어서 뒷권이 필요했다. 보통 분권으로는 안 팔지만, 잘 팔리는 책이 아니어서인지 9권부터 15권까지를 권당 천원씩 내줬다. 치하야후루를 1-9권 샀는데 지금 보니 10권이 나왔네. 이건 새 책으로 사야겠다. 이스트 코스트는 고 김지은 작가님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샀고, 낫 소 배드는 예전에 윙크 연재로 보다가 만 것 같은데 궁금해서 샀다. 문제는, '지뢰진'이다.
지뢰진 완전판이 보이는데 책이 비교적 깨끗했다. 냉큼 달라고 해서 집으로 낑낑대고 들고 왔는데, 왠지 기분이 이상한거다. 그래서 검색해봤더니 세상에, 내가 지뢰진을 구입한 흔적이 있는 거다. 얼라? 근데 왜 안 보이지? 주문 내역에 2009년 3월로 뜬다. 아뿔싸. 생각이 났다. 중고로 구입하면서 권수가 많아 엄마 눈치가 보여서 집으로 배송시키지 않고 야곱네 집으로 배달시켰다. 그리고 2년 반동안 돌려받지 못하고 홀랑 까먹어 버린거다. 그리고 중복 구입했다. 무려 19권짜리를...ㅜ.ㅜ 아, 뼈아픈 삽질이다. 정말, 슬프다...ㅜ.ㅜ
4. 조카들 옷이 도착했다. 룰루랄라 옷을 들고 조카네 집으로 가서 짠!하고 펼쳤는데, 세현군 옷으로 주문한 옷(가운데 네이비색)이 이상하다. 남자 옷인데 왜 큐빅이 박혔지???
아뿔싸! 디자인과 색상만 보고서 남자 옷이라 내가 착각한 거다. 큐빅은 작아서 사진으로 확인이 안 되었고...;;;; 이 면티는 7천원 주고 샀는데 5천원 주고 다현양 사이즈로 교환할 수는 없지 않은가...ㅜ.ㅜ 쓰라리다....;;;;
5. 내 청치마도 도착했다. 실측 사이즈 보고서 주문했는데 골반에서 무척 낀다. 아뿔싸! 치마 구입할 때는 골반 사이즈도 고려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배송료 물고 주문한 옷인데, 배송료 물고 반품하게 되었다. 서럽다. 디자인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ㅜ.ㅜ
6. 스티브 잡스가 갔다. 한 시대의 상징이 사라진 기분이다. 신화라기 보다 전설이란 말이 더 그에게 어울려 보인다. 주말에 애플 매장을 지나가다 보니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유리창에 붙어 있다. 내 비록 애플 제품은 한 개도 없지만, 그가 가서 참 안타깝다.
그의 책은 읽어주리라. 더 궁금해졌다.
또 다른 전설 은하영웅전설도 출간이다. 지난 달인가 지지난 달인가 출간된다고 하더니 갑자기 연기되었다가 드디어 나온다. 하지만 후덜덜한 가격. 중고책도 이 정도 가격이었던 걸 생각한다면 나온 게 반가운 일이지만 눈먼 돈이 생기기 전에는 쉽게 엄두가 나지 않을 값이다. 아무튼 눈도장만 쾅!
7. 지난 6월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호봉 계산을 잘못했다는 연락을 뒤늦게 받았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팩스 민원만 무려 17장을 떼어야 했었지.(버럭!) 또 다시 급여를 일부 뱉어내야 했다. 이번엔 금액이 8만원이 조금 못 되었지만 수년 전에는 1년치를 몽땅 뱉어내는라고 60만원 돈을 뱉었던 쓰라린 기억이 난다. 그땐 세금도 더 냈는데 돌려받지 못했지. 버러러럭! 일 좀 제대로 하시요!!!
8. 어제는 파마하러 미용실에 갔더니 사장님 왈, 아직 할 때가 안 됐다고 하신다. 오홋, 앞머리만 잘랐다. 양심적인 사장님! 이래서 단골이 된다. 파마 대신 팔찌를 만들다가 친구를 만나러 외출했다. 차고 나간 팔찌는 친구에게 주었다. 친구의 팔목이다. 아주 가느다란 친구인데 사진만 보면 가느다란 느낌이 살질 않네....
아래 사진은 오늘 나는 가수다와 뉴스를 보면서 만든 팔찌다.
어제 만든 두 개중 하나는 끊어뜨려서 조카 준다고 줄여보았는데, 다현양에게 너무 크다고 해서 재수선 예정이다. 언니한테 도로 들고 오라고 해야겠다. 오늘은 모두 6개를 만들었지만, 마지막에 만든 것은 장렬하게 끊어졌다. 마치 자결하는 모습같았달까...;;; 어떻게 매듭을 지어야 안 풀릴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뜨개질은 언제 하지...;;;;)
9. 우리는 명동에서 만났는데 사서 몇 번 안 신은 내 워커 굽이 나갔더랬다. 근처 수선집에서 4천원 주고 굽을 갈았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그 수선집에 짐을 맡겨도 되냐고 묻길래 사장님이 안 된다고 거절했다. 참 이상한 여자라고 우린 수근댔다. 근데 밥 먹고 나서 종로로 이동한 우리는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다가 득템을 하게 된다!
오오오! 이 훌륭한 도판의 책을 무려 2천원에 파는 것이 아닌가!
혹시 2만원의 오타인가 싶어 재문의했찌만 2천원 맞다고 한다. 생각의 나무가 부도나는 바람에 이 책이 대량 유입되었나?? 아무튼, 지뢰진의 삽질이 조금 만회되는 기분이었다...ㅜ.ㅜ
무거운 책이어서 고궁 관람에 힘들까봐 맡겨놓고 갔다가 관람 후 다시 가서 찾아왔다.
고은 시인의 봉투가 눈길을 잡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더라면 저 종이백도 꽤 인기를 끌었을 테지. 노벨 평화상과 노벨 문학상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변상욱 기자의 말이 떠오른다.
10. 명동에서 종로로 이동했다. 목표는 경복궁 야간 개장. 5시 45분 쯤 입장했는데, 그때 분위기는 이랬다.
물그림자 비치는 경회루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사진 찍느라 장사진을 이뤘는데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친구와 나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놀았는데, 친구 카메라가 일찌감치 밧데리 부족으로 사망했다. 나의 카메라는 저가답게 반응속도가 아주 느렸는데, 친구는 그거 기다리다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사진 찍은 다음에 찍었으니 눈에 힘 풀라고 꼭 얘기해주는 친절을 베풀어야 했다.
해가 진 뒤의 경회루 모습이다. 아름답기 그지 없다.
플래쉬 없이 찍으니 무척 흔들리게 나왔다. 달이 조금 이지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라도 엿보게 올려본다.
저 등불의 오묘한 빛이 잘 안 나와서 아쉽다. 우리가 찍은 사진은 대부분 심령사진으로 변질되었다. 그래도 즐거웠던 기분은 만끽했으니 충분하다. 전날 창경궁을 다녀온 언니는 재미 없었다고 하던데, 경회루가 없어서일까? 추워서 코를 훌쩍였지만 눈이 호강을 한 날이었다. 까맣던 신발이 집에 돌아올 때는 하얗게 먼지가 타 있었다. 많이 걸었는데, 굽을 갈아서인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만하면 만족스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