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4시 40분에 기상했다. 목표는 5시 20분이었지만 이때 눈이 떠지고는 잠들지 못했다. 새벽같이 일어난 이유는 엄니의 아쿠아로빅 등록 때문이었다. 6월까지는 꾸준히 다니셨는데, 6월에 바쁜 일들이 생기면서 1/3만 강습을 받는 사태 발생. 7월 등록을 고민하다가 등록이 마감되었다. 그래서 7월 한 달 쉬고 8월 신규 등록을 해야 했는데, 화요일까지 7명 비고 전원 다 찼다고 한다. 그나마 7월은 기존 회원으로 모두 채웠지만 휴가를 간 건지 8월이 다소 여유가 있는 셈이다. 물어보니 새벽 6시 오픈부터 접수를 받는다고 했고, 보통 그 시간대에 다 채워진단다.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난 거였는데,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내렸다. 너무 세차게 들이부어서 앞이 보이질 않았다. 이런 시간에 신규 등록하러 사람들이 올까? 이 비를 뚫고? 이 빗속에 수영을 오는 사람들은 기존 회원이 아닐까? 이렇게 머리를 굴리면서 비가 다소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예정보다 30분 늦게 출발했는데 마감됐다. 아, 어쩜 좋아.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났는데....ㅜ.ㅜ 게다가 이 짓을 8월에 또 해야 해....털썩!
2. 언니는 독립하면서 TV를 무척 신경 썼는데 골치가 아팠다. 좀 작은 사이즈로 사면 30만원에서 해결될 것 같은데 극구 큰 사이즈를 원하고 있고, 그러면 50만원 훌쩍 넘어가고, 그만한 돈은 없고... 그래서 수신카드를 사서 모니터로 보라고 권해줬다. 모니터가 크니까 화면도 크고, 자리도 덜 차지하고 무엇보다도 비용 절감하고... 그 수신카드가 월요일에 도착했는데 설치 못하겠다고 수원 집으로 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때가 수영 강습 가기 전이었는데, 화요일은 일정이 꽉 차서 못 가고 수요일 오전에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엄니가 펄쩍 뛰셨다. 수영 마치고 바로 가라고. 아씨, 수영 마치면 8시 반인데 그 시간에 수원까지 가서 언제 돌아오라고! TV야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고 언니는 DMB폰인데 뭐가 문제냐고 했지만 자꾸 그 시간에 다녀오라고 재촉해서 열불이 났다. 게다가 나 수영갈 때는 비가 안 왔는데 마치고 나니 억수로 퍼붓는 비. 우산 가져갔냐고 전화 한통 나한테 넣어줬으면 안 삐졌을 텐데, 비 쫄딱 맞고 돌아왔는데 언니 TV 걱정만 하신다. 아씨...;;;;
3. 암튼, 엄니의 수영 등록은 실패했고, 바로 수원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언니는 쇼핑몰을 하기 때문에 옷을 수납할 공간이 필요한데 그래서 대용량 상자를 주문했다.
요 제품인데 저렴한 놈으로 골라서 수원으로 지난 주에 배송시켰다. 근데 조립 못하겠다고 주말에 연락왔었다. 전동 드라이버 우리집 것은 모니터 부품으로 충전기를 쓰는 바람에 쓸 수 없고, 형부네서 공구상자를 빌려왔다. 근데 이게 보통 무거워야지. 할 수 없이 상자 안에 있던 전동 드라이버랑 충전기 하나랑 나사 못만 챙겨서 배낭에 넣었다. 엄마가 선풍기도 들고 가라고 해서 나 또 뚜껑 확 열릴 뻔 하고...;;;;;
아무튼 우산을 들어도 별 의미없는 시계 속에서 도착하니까 오전 8시. 당근 언니는 자고 있다. 들어가서 나는 수신카드 설치를 위해 이리 궁리 저리 궁리! 피씨와 수신 카드를 usb로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깔았다. 그 다음엔 안테나 연결인데, 뭘 연결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지역은 케이블을 설치해야 공중파도 나온다고 해서 수원방송 케이블과 인터넷 결합 상품을 신청해둔 터였다. 셋탑 박스에 분배기가 연결되어 있어서 거기 입력 케이블을 수신카드에 끼워보니 TV는 나오는데 인터넷이 안 된다. 그밖에 다른 것들은 아무리 해봐도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수신카드 제조 업체에 전화하니 귀찮은 듯 받으면서 다른 번호를 알려준다. 그 번호로 해봤지만 받지 않는다.
형부에게 연락해서 원격조정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봤다. 근데 이번엔 프로그램이 말썽이다. 이미 깔려있는데 자꾸 다시 깔라고 하고, 그래서 다시 깔면 프로그램이 지워지고, 지워져서 다시 깔면 없다고 또 깔라고 그러고, 그러면서 사이사이 블루 스크린 떠주시고! 아주 총체적 난국이었다.
4. 두 시간을 그렇게 허비하고, 이번엔 상자 조립. 이게 가로 세로 40에 깊이 30인데 꽤 무겁다. 톱밥으로 만든 mdf상자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내가 배낭에 가져간 전동 드라이버가 나사를 끼우니 헐거워서 빠진다. 우리집에 있던 녀석만 생각하고는 내가 중간에 들어갈 부품을 안 가져왔나보다 생각했다. 결국 수동으로 상자 두 개를 맞추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거 하면서 또 두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수원 언니 집에 도착해서 밥 먹은 것까지 합하니 훌쩍 6시간 소요. 가서 보람된 것은 언니가 연결 못한 프린터 연결해준 것 달랑 하나다. (나중에 집에 와서 집에 남긴 드라이버 부품을 살펴본 형부가 맞게 가져갔다고 한다. 다만 우리집 거랑 작동법이 달라서 내가 못한 걸 거라고... 아, 또 삽질했구나... 주르륵...ㅜ.ㅜ)
5. 영화 고지전을 예매해 두어서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딱 영화 시작 시간에 도착해서 화장실도 못 들르고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 그럼에도 영화가 훌륭하니 다 괜찮다.
기대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영화는 잘 만들어졌고, 그 만큼 아팠다.
한국전쟁을 휴전으로 막내린 것이 7월 27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딱 그 날 영화를 보았다. 어쩐지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6. 영화 보는 내내 문자가 왔다. 대부분은 알라딘 문자였지만, 받지 못한 전화 한 통은 언니 전화였다. 생일 날 열이 높았던 다현양이 결국 입원한 것이다. 처음엔 급성 폐렴이라고 해서 식겁했는데, 나중에 인후염이라고 정정해왔다. 휴우... 언니 저녁 사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현이는 작년 12월에 급성장염으로 입원했을 때보다 쌩쌩했다. 하지만 내가 나올 때까지 열이 38.5도로 하루종일 그 정도 체온을 유지했다고 해서 걱정이다. 게다가 병실이 없어서 특실 입원했는데 하루 병원비가 2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특실은 보험료도 안 나온다고 하네. 어이쿠...ㅜ.ㅜ
7. 돌아오기는 형부랑 같이 돌아왔다. 우리집에 도착해서 우리집은 Btv를 보니까 언니네서 들고 온 수신카드를 재설치해 봤다.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선 화면이 아예 잡히지 않고, 딱 한 번 소리만 잡힌 적이 있다. 그리고 역시나 드라이버 재설치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더니 마침내 블루스크린 두둥! 한 세시간을 씨름했나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제품이 불량인 건지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반품하기로 결정했다. 아주 환장하겠다. 업체는 내일 모레부터 휴가라고 하니 목요일 중으로 해결을 봐야 한다. 아, 피곤해....ㅜ.ㅜ
8. 언니는 지난주 수요일에 독립했는데 그 전 주말에 쇼파베드를 주문했다.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쇼파베드가 딱 좋다고 했지만 본인이 싫다고 해서 원하는 디자인으로 주문해줬다. 내가 훈수를 둔 건 빨강색을 고집한 것 뿐인데, 자기 키에는 안 맞다고 불평이다.
왼쪽 그림의 빨강색인데 머리와 발 부분이 약간 올라간 것이 불편한가 보다. 울 언니가 좀 길기도 하지만...
하지만 어쩌랴. 이미 도착해서 쓰고 있는 것을....
책상도 문제란다. 본인이 원하는 사이즈에 가격 맞추어서 검색해주고 역시 색깔만 훈수를 뒀을 뿐인데, 이것도 작아서 맘에 안 든단다. 아씨, 그러게 누가 쓰던 사무실에 책상을 달랑 만원에 넘기고 오라고 했나. 본인이 새것 쓰고 싶다고 홀랑 팔아버리고 그 열 배 이상을 주고 새로 산 것을....;;;
이래저래 고생만 하고 욕만 먹은 언니의 독립 과정이다. 원하는 것을 사고 싶으면 검색 쯤은 본인이 하란 말이지...;;;;
오늘 돌아나오는데 다음 주에 또 오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란다. 날 잡아 잡수려고? 끙!!
9. 6월에 원고를 보낸 것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아주 많은 필자 중의 한 사람이지만, 유명한 분들이 많아서 내 이름이 거기 끼어 있는 게 심지어 민망할 지경이다.
기획회의 300회 특집 때문이라고 해서 난 기획회의에 원고가 들어가나 했더니 단행본을 따로 내는 것이었다. 책 디자인도 깔끔하니 예쁘다.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10. 수원에서 돌아오는 길, 전북 사는 친구가 집 괜찮냐고 전화가 왔다. 우리집 괜찮다고 얘기하고 집에 와보니 뉴스가 장난 아니다. 그 동안 서울에서 이 정도로 물난리가 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서울이니까 이 정도일지도 모른다. 지방에서 이 정도 퍼부었으면 더 사단이 났을 것이다. 과거 우리 교회가 지하 성전일 때 여름 장마철에 매일 물 퍼나르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2층이어서 그런 걱정 없지만, 사고 당하신 분들은 얼마나 막막할까. 아직도 비는 더 내릴 기세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