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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을 잘 그려요 ㅣ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2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난 동물을 잘 그려요를 무척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난 사람을 잘 그려요'도 이어서 구입했다. 책 속 그림들은 무척 단순화시킨 그림이고 아이들도 쉽게 따라그릴 수 있는 쉬운 그림으로 되어 있는데, 그래도 생각만큼 쉽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내 마음에 들었던(비교적 쉬웠던, 그리고 예뻤던!) 그림들을 찍어 보았다. 천사와 해적, 발레리나와 우주 비행사다.
대세 김연아 선수를 떠올리며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카우보이도 찍어보았다. 다현양 생일이 곧 다가오는지라 쟁여두었던 책들을 꺼내두었는데 어느새 다현양에게 들키고 말았다.(물론 자기 줄 선물이란 건 아직 모른다.) 얼른 그림 그려달라고 종이 들고 온다. 원래 내 계획은 스케치북에다가 제대로 도구 갖춰놓고 예쁘게 그리는 것이었지만, A4 이면지에 형광펜과 색연필로 급조된 그림은 급조한 티가 날만큼 조잡하다. 무엇보다 천사의 대두에 무척 실망했다...ㅜ.ㅜ
그렇지만 다현양이 어찌나 좋아라 하던지 코팅한다고 싸들고 갔다. 어쩜 좋아...;;;;;
원래 나는 이런 그림이 아니라 이런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다.
내가 버닝했던 인물 중에 가장 오래된 전조 그림이다. 이 그림은 95년도에 그렸다. 비디오 테이프 멈춰놓고 그린 게 오른쪽 그림이고 왼쪽 그림은 같은 인물을 좀 더 만화적으로 그린 그림. 실물 비교를 위해서 캡쳐 사진도 같이 올리고 싶지만, 그럼 내 실력이 너무 들통나니 여기까지만... ^^
그러니까 내 꿈이 아직 만화가이던 시절, 스크린톤도 아끼지 않고 마구 붙이던 까마득한 옛 시절에 그린 그림들이다. 첫번째는 리니지의 가드리아 왕비, 두번째는 아마도 클램프의 X이지 싶다. 세번째는 아르미안의 네딸들 외전에 실린 마누엘이다. 저게 옷차림은 따라 그려도 얼굴은 내 스타일로 나가서 원래 모델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아주 똑같이는 못 그렸던 것이다...;;;)
불새의 늪과 비천무의 두 여자 주인공을 보고 그린 그림들. 여기서도 역시 옷차림만 같다. 점찍고 풀잎 먹물로 그리고 낙옆 떨어지는 장면 그린다고 힘 꽤나 썼었더랬다.
바람의 나라 연과 불새의 늪 죠엔과 레니비에다. 둘 다 원본 그림은 선물로 주고 난 복사본만 갖고 있는데, 암튼... 오랜만에 들여다 보니 또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다.
다현양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순정만화도 사랑하게 될 즈음이면 이모의 이런 그림들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코팅하겠다고 가져간 내 그림은 언니가 코팅지 아깝다고 안 해줄 것만 같다. 내가 봐도 길이 남기기엔 좀.....;;;;
하여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책에 소개된 것처럼 얼굴 그리고 몸통 그리고 팔 다리 그리고... 이렇게 순서대로 연습하다 보면 정말 제목처럼 '난 사람을 몹시 잘 그려요' 도 가능하지 않을까.
참고로, 만화가가 되고 싶다던 내 꿈은 이미 십 수년 전에 접어버렸다. 저렇게 그려서 직업 만화가가 될 수 없다는 뼈저린 자괴감과 함께 말이다. 흑... 그렇지만 여전히 만화는 사랑하고 있으니 꿈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꿋꿋이 말해본다. (글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