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주일 전에 띵동~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책이 도착해 있었다. 포장을 풀어보니 내가 쓴 책이다.  

 

작년 연말에 앞서 나왔던 시리즈 책이 반응이 좋아서 증간한다는 얘길 듣고 부록을 한 꼭지 맡았더랬다. 원고료는 1월 말에 받았지만 책 나왔다는 소리를 듣지 못해서 깜짝 놀랐다. 센스 없는 편집자 같으니라고! 결국 내가 먼저 축하한다고 문자 보냈다. 남자 편집자와 여자 편집자의 차이는 참 크구나...^^ 

2. 월요일에는 종로에 나갔다가 내친 김에 예술의 전당을 한 번 더 다녀왔다. 종로3가니까 3호선 타고 슈웅~ 갔다 오면 돼!하고 엽서 사러 가는 뻘쭘함을 무마시켰다.  

 

그런데 아뿔싸! 불과 한 주 전에 나를 매료시켰던 그 엽서의 빛이 아니다. 그때 못 사와서 내내 후회하게 만들었던 광택을 못 찾겠는 거다. 도록도, 5천원짜리 비싼 엽서도 당연히 원작에 미칠 수 없는 것이건만 일주일 사이 눈의 감동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내가 사고 싶었던 엽서는 도록의 표지와 같은 그림인데 그것도 없었다. 원래 없었던 것 같은데 들뜬 기분에는 내가 원하는 그림이 다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어휴... 

그래도 멀리까지 왔는데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지. 훈데르트바서 엽서 두 장을 골랐다. 두번째 엽서는 도록에 없는데 그림을 찾아보니 이거다. 

 

엽서 두 장에 뭔가 아쉬워서 돌아보니 클림트의 엽서가 더 예뻐보였다.  

 

처음에 가격 알려준 직원은 5,000원이라고 했는데 계산할 때는 3천원 찍혀 나왔다. 영수증에 찍혀 있는 게 맞는 가격일 텐데도 괜히 2천원 번 기분이라며 먼 길 다니러 온 노고를 퉁쳤다.  

3. 책장 정리하다가 블루 일러스트집을 발견했다. 아니, 언제 샀지???

 

그러다가 같은 그림의 스프링 노트가 있는 것도 생각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단짝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공책이다.  

펴보니까 좋아하던 만화책의 대사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 레드문이나 굿바이 미스터 블랙, 한승원의 YOU등등... 

오랜만에 추억에 잠겨봤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 내일이 생일이구나. 오랜만에 연락해야겠다. 

4. 저 공책을 보니 이은혜 포토 앨범도 있는 게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커다란 일러스트집보다 저 자그마한 엽서들이 더 애착에 남는다.  

5. 다른 만화 엽서들도 더 살펴보다가 이 사진을 발견했다. 

 

위노나 라이더. 참 싱그러웠다. 저 모습에 먼저 반해서 가위손의 금발 머리는 비추였다. 그랬던 위노나를 얼마 전 블랙 스완에서 다시 만났다. 세월의 힘은 누구도 무시 못한다. 얼마 전 어느 방송에선 도벽 관련 기사도 봤는데 어쩌다 그리 되었을까 싶다.  

디카프리오는 줄리엣보다 더 예쁜 로미오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지금의 중후한(?) 모습도 나쁘지 않다. 망가졌다는 느낌이 아니라 성장했다는 기분으로 다가와서 그럴 것이다.  

6. 이건 웃겨서 캡쳐해 봤다.  

 

원래 3월1일에 주문했는데 시스템 에러로 이벤트 상품 고르는 게 안 되어서 다음 날 이벤트 상품만 추가 주문한 경우인데 3월 3일 주문으로 잡히고 3월 5일 발송에, 3월 4일 수령 예상으로 나온다.ㅎㅎㅎ 

실제로는 3월 7일에 도착했지만...

 

요렇게 생겼다. 사이즈는 작은데 2단으로 되어 있고 통이 무척 예쁘다. 식구들이 모두 과자 얘기는 않고 통이 예쁘다는 얘기만 한다. 아직도 조금 남았다. 이따 먹어야지.^^ 

7. 엄마는 이번 달부터 내가 운동 다니는 구민회관에서 아쿠아로빅을 시작하셨다. 화목 반인데 첫 수업은 삼일절이어서 빠지고, 이번 주 화요일은 갑자기 집에 손님이 방문하셔서 시간이 애매해 못 가시고, 2주 차인데 두 번 나가셨다. 첫 날은 무척 재밌어 하셨는데 어제는 물이 춥고 깊어서 힘들었다고 하신다. 차차 적응해 가시겠지. 나는 자유형 팔꺾기 들어갔다. 완전 신난다. 

8. 조카가 새학년 올라가면서 필독 도서 100개의 리스트를 받아왔다. 내가 갖고 있는 책에서 몇 권 건질 수 있었는데 방정환의 '만년샤쓰'가 아리송하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을 분명 읽은 기억이 나는데 나한테 없고 리뷰도 없고, 내가 읽은 내용의 책이 바로 저 책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가난한 고학생이 나오던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단편 모음집의 일부였던 걸까? 궁금한데 생각이 안 나니 답답하다. 뭐였지??? 

 

9. 어제는 오랜만에 알사탕 경품을 응모했는데 오늘 아침 당첨 문자를 받았다. 

저거 하나가 통으로 쿠폰으로 처리가 되니 다른 책을 같이 주문해도 쿠폰이 동시에 적용이 안 된다. 별 수 없이 나눠서 주문하기로 했다. 뭐 급한 책 아니었으니... 

도착하면 내가 좋아하는 우유를 사다가 맛나게 먹어야지. 아, 근데 무척 달겠지? 칼로리가 걱정이 되긴 하네.  

 

10. 어제는 집에 있다가 엄마 수영장 가시고 나서 불현듯 영화가 보고 싶어서 '파수꾼'을 보고 왔다. 컴을 끄고 나갔는데 돌아와 보니 언니가 컴을 쓰다가 상태가 안 좋다고 일어선 상태였다. 인터넷을 켜보니 플래쉬가 모두 작동이 되질 않고 은행 사이트도 안 열리고 카드 결제도 안 되고, 이것저것 자꾸 에러 메시지가 뜬다. DDOS가 생각나서 이것저것 백신도 돌려보지만 그것도 안 돌아간다. 또 다시 하드 다 날릴까 봐 급 긴장. 중요한 문서들만 일단 메일로 옮겨 놓고, 이동식 드라이브에도 파일 몇 개 옮겨놓고, 될 때까지 백신을 돌렸다. 마지막에 성공한 게 알약이었는데 검출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걸 안심해도 될런지 말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증상은 똑같았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것. 시스템을 어제로 돌려봤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무리 없이 잘 돌아간다. 제대로 조치가 된 건지, 또 무슨 잠복기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역시 외장하드를 다시 구입해야겠구나. 어휴 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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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1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 저도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는 금발보다는 흑발이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살아생전 금발로 염색한번 해보고 싶지만.....
9. 저 코코아는요 우유 따뜻하게 데워서 해먹으면 더 맛있어요! 저도 저거 한동안 마셨었는데..하핫.
6. 직장인 이벤트 데니쉬쿠니는 .. 뭐죠? 이벤트에 무지한 1人 ㅎㅎ 저도 한번 들어가봐야 겠어요. 책 살까말까 막 고민하고 있었는데.
2. 저 훈데르트바서랑 샤갈이랑 아직 못봤어요. 브론테님이 페이퍼 올려주셨을적에 반드시 가서 엽서를 사오리라 다짐했건만.. 제 사무실 책상에 엽서 두장이 꽂혀있거든요. 하나는 보테로 전에서 사온건데 하나는..기억이 안나요. 왜 그림을 봐도 기억이 안날까요?

그리고 저요, 마노아님. 내일 [킹스스피치]를 볼거에요! 부럽죠? 히히

아차차, 가장 중요한 말을 빠뜨렸어요, 마노아님. 책 내는 마노아님, 그래서 원고료 받는 마노아님 완전 멋져요!! >.<

마노아 2011-03-11 18: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안젤리나 졸리도 금발보다 흑발이 훨씬 매력을 두각시켜요. 금발도 해보고 싶고 은발도 해보고 싶어요. 요새 나의 공장장님은 은회색 머리를 하고 있답니다. 완전 섹시했어요!
코코아 벌서 출고완료되었어요. 내일 도착하면 주말엔 따뜻한 우유와 함께 조카들과 먹어야겠어요.
바나나피쉬 50% 할인해서 구입했는데 그 책이 비싸서 이것저것 이벤트가 같이 겹쳤어요. 동화를 한 권 추가하기는 했지만, 암튼 적립금 천원과 데니쉬 쿠키를 골랐죠. 알짜배기에요~
샤갈 점은 크게 안 땡겼는데 브론테님 페이퍼 보고서 저도 훈데르트바서 도록 사고 거기 들어있던 표로 전시회 다녀왔어요. 엽서 때문에 한 번 더 갔다오고요.ㅎㅎㅎ 겁나 멀지만, 그래도 전시회는 참 좋았답니다.
보테로 전도 다녀왔지만 그닥 기억에 남질 않았어요. 어휴...;;;;;

우왓, 다락방님 킹스스피치 보는군요! 저도 내일 킹스스피치 봐요.(>_<)
다락방님의 40자 평을 기대하겠어요.^^

... 2011-03-12 11:4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혹시 예술의 전당에 있는 아트샵 (1층 구석에 있는) 들러보셨어요? 거기에도 훈데르트바서 그림 액자랑 엽서랑 이것저것 팔던데.. 가격만 대충 물어봤는데 어떤 것들은 생각보다 안 비싸던데요.

훈데르트바서는 기억에 확 남지 않습니까? 하핫.

책 내는 마노아님, 그래서 원고료 받는 마노아님 완전 멋져요!! 2222

마노아 2011-03-12 14:15   좋아요 0 | URL
앗! 거긴 못 가봤어요. 전화로 문의하니 전시관 앞에서만 판매하고 전시 끝나면 쫑이고 온라인 판매 계획 없다고 해서 무작정 디자인미술관만 다녀왔는데... 흑....ㅜ.ㅜ
그래도 뭐, 훈데르트바서는 정말 멋졌습니다. 브론테 님 덕분이에요.^^ㅎㅎ
진짜 작가님 많은 이 동네에서 자랑하긴 민망하지만, 그래도 뿌듯해요. 히힛, 감사해용^^

울창 2011-03-1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이 쓰신 책이라 해서 주문하려고 냉큼 검색해 봤는데 윽!! 없군요.
사진을 다시 자세히 보니 단행본이 아니군요. 전집류인가 봅니다. 역지사지 시리즈?
뭐든 간에 책도 쓰시는 마노아 님! 대단합니다.
혹시 다른 책도 쓰셨어요? 읽어보고 싶어요.


마노아 2011-03-11 23:04   좋아요 0 | URL
헤헷, 전집이에요. 역지사지에서 몽골, 베트남, 그리고 위 사진의 부록까지 세편 썼어요.
단행본 낼 능력은 못 되었고요. 어쩌다 인연이 되어서 전집에 끼었어요. 관심 감사해요. ^^

무스탕 2011-03-11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내일 랭고봐요. 정성이랑요. 지성이는 안보겠대요 -_-+ 나도 킹스스피치 보고싶어요!!
저 옛날에 초딩때부터 만화엽서 엄청 모았어요. 정말 엄청 모았어요. 캔디부터 시작해서 눈에 띄는 엽서 잔뜩 샀었지요. 몇 년전 내 수중에 있는것보다 더 아껴줄 임자가 있다, 해서 시집보내고 지금은 몇 장 없지만요 ^^
작년에 뭐였더라? 하여간 화장품 기초세트를 샀는데 거기 선물이 쇼핑백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건 넣는 종이쇼핑백이요. 화장품이 도착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며칠있다 회사 갔다 오니까 주문도 안했는데 알라딘 상자가 있는거에요. 이게 뭔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그냥 넘겼고 정성이 책상위에 나뒹구는 소핑백이랑은 절대 연결시켜서 생각을 못했지요. 나중에 나의 계정을 볼 일이 있었는데 뭔가 하나 모르겠는 배송상황이 있어서 봤더니 같이 못 보내준 쇼핑백을 나중에 택배로 보냈더라구요. 어이 상실이었어요 -_- 제 경우 이런건 안 줬어도 됐다구요..

아차차, 가장 중요한 말을 빠뜨렸어요, 마노아님. 책 내는 마노아님, 그래서 원고료 받는 마노아님 완전 멋져요!! >.< 2

마노아 2011-03-11 21:55   좋아요 0 | URL
랭고 재밌는지 꼭 얘기해줘요. ^^
언니가 어릴 때 엽서 모으는 걸 보고 자라서 저도 중학교 들어가니 자연스레 엽서를 모으게 되더라고요.
게 중에는 언니가 모은 것도 나의 콜렉션으로 편입시킨 것도 꽤 되어요.^^
으하핫, 쇼핑백 때문에 배송 두 번이라니...ㅜ.ㅜ
과도한 친절에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헤헷, 멋지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학교 쉬게 되자마자 일거리가 생겨서 천만 다행이었어요. 아니었음 손가락 빨았을 거예요.^^

카스피 2011-03-1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미노아님 작가가 되셨네요,축하드립니다^^
그나저나 데니쉬 쿠키와 코코아를 함께 먹으면 넘 맛있을것 같네요.

마노아 2011-03-11 21:56   좋아요 0 | URL
데니쉬 쿠키는 오늘 다 먹었어요. 코코아를 위한 새로운 비스킷을 장만해야겠어요.
그나저나, 저 마노아라니까요. 미노아는 대체 누굽니까. 엉엉..ㅜ.ㅜ

울보 2011-03-1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블루,
저 정말 좋아했었는데,
와 그시절이 그리워요,,에고,

마노아 2011-03-11 23:34   좋아요 0 | URL
블루의 감성이 여러 소녀들을 울렸더랬어요.^^

순오기 2011-03-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골, 베트남 관련 책 읽고 자료 모으고 하더니, 그 결과물이 나왔군요~ 축하해요, 수고 많았어요!
과자도 맛나던데, 식구들이 통만 ㅇㅖ쁘다고 했군요.^^

마노아 2011-03-11 23:35   좋아요 0 | URL
몽골 베트남은 1년 전에 책이 나왔고요. 요번에 나라 4개랑 부록2개해서 6권을 증간했어요.
그 증간본이 일주일 전에 도착한 거랍니다. 축하 감사해용.^0^
과자는 큰 조카가 거의 다 먹었어요. 사내 녀석인지라 뱃골이 장난이 아니에요.
늘 배고프다고 해요. 히딩크도 아니고...ㅎㅎㅎ

hnine 2011-03-1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책도 내시는 마노아님, 부러워요~
앞으로 더 증간될지도 모르겠네요? ^^

마노아 2011-03-12 14:15   좋아요 0 | URL
전집이 많이 팔렸음 좋겠어요. 추가 인세는 없지만 그래도 반응 좋다니 기분이 좋아요. 헤헷^^ㅎㅎ

Kitty 2011-03-1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책도 내시는 마노아님!!!!!!!!!!!!
우와 이거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 일이 아니잖아요!!!!!!!! 쿵짜라 쿵짝 삘리리 풍악을 울려라~~~
완전 축하드립니다.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이 책도 대박나세요!!!

마노아 2011-03-12 14:16   좋아요 0 | URL
아니, 많은 책을 보유하신 키티님이 그런 말씀을...ㅎㅎㅎ
그래도 축하 감사해용~ 부끄부끄~~(^^ )( ^^)

마녀고양이 2011-03-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책 내셨어요? 우아 축하드려요!! 축하 축하!
훈데르트바서 전에 다시 가셨나봐요? 설마 엽서 사시러?

위노나 라이더 보니, 조금 슬프군요. 너무 싱그러웠는데. 아아. 그 밑에 디카프리오 보니 더 슬프네요. 제길. ㅎㅎ

마노아 2011-03-13 01:08   좋아요 0 | URL
책 냈다고 했을 때 연상되는 분위기가 좀 달라서 막 민망하네요. 그래도 축하 감사해요~
훈데르트바서, 엽서 때문에 다시 갔어요. 아, 민망해요..ㅎㅎㅎ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몹시 곱게 나이 들어가는 분들을 보면 참 신기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