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07, 당신의 알라딘 머그컵을 자랑해주세요!
내게 있는 컵들은 2007년도 버전부터인데 내가 모르던 컵이 다른 서재에서 있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컵 행사가 그 이전부터 있었나 했는데, 2007년 당시 주던 컵 종류가 달랐나 보다. 그런데 왜 기억에 없을까? 아무튼 내게 첫번째 머그컵이 되어준 건 이 친구들이다.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투박한 느낌의 머그컵. 무게도 꽤 묵직하다. 저때는 비교 대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컵에 완전히 홀릭했었다. 얼마 이상 사야 컵을 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암튼 꽤 많이 받았고 주변에 선물도 많이 했다. 컵 안에 사탕이나 초콜릿, 혹은 비누까지 넣어서 포장한 기억이 난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머그컵 이벤트가 나왔다.
아, 이때야말로 컵에 미친 때였다. 색깔이 다르지 않은가! 게다가 디자인도 다르다. 랜덤 발송이기 때문에 '깔맞춤'하는 건 정말 어려웠다. 이미 갖고 있는 색이 연달아 도착할 때의 낙심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서재의 어느 분이 기프티샵에서 5,000원에 살 수 있다고 알려 주었지만 그건 경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기어코 책을 사면서 컵을 받고 싶었다. 물론, 그리하여 책을 엄청 질렀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때 산 책들 중에 아직도 못 읽은 책이... 아마 꽤 있을 것이다. 굳이 확인해 보고 싶지는 않다...;;;;
끝내 모으지 못했던 빨간 책 들고 있는 컵은 서재의 아리따운 어느 분이 보내주셨다. 아, 머그컵 만세였다! 이 중에 내가 가장 아기는 건 오른쪽 끝에 엎어져 있는 강아지와 빨간 코멘트!
2009년도에는 무려 이와사키 치히로 컵이었다. 이때는 책을 전혀 구매하지 않아서 컵도 구할 길이 없었는데 열심히 책 산 언니가 컵을 줬다. 언니네 집에도 저 두 세트가 있다. 이때도 기프트샵에서 5,000원에 컵을 팔았던 것도 같긴 한데... 일년 전이건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다란 카푸치노 컵은 끝내 구하지 못했다. 그녀석은 6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주었던 것 같은데 맞나? 언니가 그 컵은 도전을 안했나 보다. ^^
손잡이가 하트 모양이어서 보기엔 예쁜데 좀 부실해 보인다. 손에 쥐었을 때 불안불안한 느낌. 게다가 손가락이 좀 아프다. 특히 빨간 컵은 너무 겨울 느낌이어서 여름에는 웬지 더 더워보여 사용을 자제했다. 요새는 딱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컵의 두께가 얇아진 것은 다소 불만이었지만 좋아하는 그림이 박혀 있는 건 참 좋다.
올해의 컵이다. 처음엔 이벤트 대상 도서를 포함해서 국내도서 5만원 어치를 구매해야 주었다. 중고책을 많이 사는 나는, 굳이 지금 당장 새책으로 5만원어치 살 필요가 없어서 많이 망설였다. 하필 예전처럼 컵만 따로 판매하질 않았다. 그런데 참고서를 3만원 이상 사면 컵을 하나 주고, 게다가 색깔도 고를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참고서를 사...려고 했는데, 일단 랜덤으로 보내주는 컵을 먼저 받기로 했다. 그 즈음 이벤트 조건이 바뀌어서 중고책도 화장품도 포함해서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받은 색은 다홍색. 울 언니도 주문했는데 역시나 다홍색. 그런데 순오기님이 노랑색을 주셨다. 아싸! 그래서 필요해진 건 파랑색 뿐! 이때야말로 참고서를 사야 할 때. 언니가 필요로 하는 책들은 내가 사고, 언니는 참고서를 사서 받은 컵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깔맞춤의 완성!
보다시피 채도가 좀 낮다. 원색이었다면 더 예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닥은 예쁘다. 알라딘 램프가 있다. 하지만 바닥 볼 일은 거의 없다는 거!
여기에 음료를 담으면 어떻게 될까?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ㅜ.ㅜ 물이야 무색이니 상관없다만, 커피는 믹스 커피 원두 커피 모두 안의 색과 섞이어 예쁘지가 않다. 아마 물도 원색이었다면 더 예뻤을 것이다. 안쪽이 흰색이고 바깥 쪽에 색이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머그컵 이벤트가 시작되면 눈빛이 달라진다. 아주 훌륭한 컵이거나 기가 막히게 예쁜 컵도 사실 아닌데, 어쩐지 이걸 다 갖추지 못하면 몹시 속상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기를 쓰고 컵을 모으게 된다. 어쩌면 그 핑계로 책을 더 지르고, 또 책을 핑계로 컵을 얻는 것일 게다. 공짜가 아님에도 왠지 선물받은 느낌을 받으려는 듯.
그래서 머그컵-이라고 쓰고 '집착'이라고 읽는다. 그런데 이런 집착은 좀 귀엽지 않나? ^^
내친 김에 나름 의미있는 (나만의) 머그컵을 추가해 본다.
원하는 사진을 컵에다가 인쇄해주는 거였는데 사진 면적은 아주 작지만 해상도는 꽤 높은 것을 요구한다. 오른쪽 사진은 해상도가 컸는데 왼쪽 공장장님 사진은 해상도가 떨어져서 컵을 쓸 때마다 무지 아쉬웠다. 그래서 마시는 용도가 아니라 연필 꽂이 용으로 전락해 버렸다. 지금도 스탠드 앞에 세워져 있다. 그래도 가까이에 님의 얼굴이 있다. ♡
왼쪽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초은준의 '소이비도' 사진이다. 친구가 선물해 줬는데 컵이 너무 얇아서 한 번도 '컵' 용으로는 써보지 못했다. 때도 잘 탈 수밖에 없는 색인지라 내내 상자 속에서 숨어 지내다가 몇 달 전부터 연필꽂이가 됐다.
오른쪽은 거의 10여 년 전에 이사모(이승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제작한 텀블러다. 뚜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내가 고이 아껴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언니가 가게에서 연필꽂이로 쓰고 있었다.(감히!!) 그때 볼펜 하나가 새서 안쪽이 온통 엉망진창. 그래서 아껴뒀던 저 컵도 역시 한 번도 '컵' 본연의 자세는 되어보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연필꽂이로 쓰고 있다. 꽂혀 있는 저 솔은 화장용이 아니라 먼지털이 용이다. ;;;;
예전에 펭귄북스 이벤트 할 때 받았던 머그컵이다. 저컵 받으려고 당시 생일 선물로 펭귄북스를 사달라고 지인한테 얘기했는데 일러줬던 알라딘이 아니라 리브로에서 주문을 하는 바람에 컵을 못 받았다. 결국 컵은 내가 구입했다. ㅎㅎㅎ
그리고 오른쪽에 초은준 사진으로 도배된 텀블러는 스타벅스 크리에이티브 텀블러다. 고해상도로 출력해서 종이를 갈아 끼웠다. 아주 흡족했는데 둘다 너무 폭이 좁아서 설거지가 무척 힘들다. 그래서 침전물이 있는 음료는 먹지 못하고 물컵으로 썼었다. 지금은 찬장 안에서 잠시 쉬고 있다. 여름 되면 다시 활발하게 활동을 할 예정이다. 그땐 얼음물을 많이 마시니까.
컵 사진 찍는다고 용 썼다. 어떤 머그컵은 티스푼 통으로 쓰고 있었는데 사진 찍으려고 꺼내면서 내친 김에 주방 대청소를 하고 말았다. 책을 배경으로 찍는다고 컨셉을 잡는 바람에 책장 정리도 조금 했다. 다만 몇 군데서만 찍었기 때문에 거의 티도 안 난다.^^
이번 이벤트 재밌다.
추억도 생각나고, 괜히 무성한 컵 보고서 살짝 무섭다가(책을 얼마나 질렀던가!) 뿌듯하기도 했다. (모아놓으면 예쁘다!)
내년에는 어떤 컵이 나올지 모르겠다. 아무튼 머그컵의 전통은 계속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