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하면 체력이 마구마구 좋아져서 저질 체력을 탈피하나 했다. 이제 한 달 조금 더 했을 뿐이니 성과를 기대하긴 좀 무리겠지만, 그래도 수영하고 돌아오는 날은 피곤해서 암 것도 못하겠는 나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제도 11시 45분에 자겠다고 누우니 울 언니가 정말 피곤한가 보다... 한다. 12시 전에 잔다고. 아, 박칼린이 어느 프로그램에 12시 반쯤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서 바로 잠들었다.  

그리고 6시 15분에 기상했다. 보통 이때 눈 떠서 씻고 아침 밥을 먹으며 메일을 확인하고 옷 갈아입고 출근하는 시간이 7시 15분이다.  

오늘도 알람 소리에 바로 눈 떴다. 하루가 또 밝았구나. 요 며칠 계속 밤이랑 새벽에 목이 칼칼해서 감기 걸릴까 봐 조심하는 중이라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긴장해야 해, 긴장 풀리면 감기 걸려!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손을 씻으면서 물안경에 안티 포그 몇 방울 떨어뜨려주고, 어쩐지 입맛이 없어서 밥 대신 비스킷을 먹어야지.. 하며 우유 한 잔을 따랐다. 아씨, 유통기한이 지났네. 하루 지났는데 맛은 괜찮다. 우유를 나만 먹어서 내가 바쁘면 좀처럼 줄지를 않는다. 다 털어보니 한 잔 하고 몇 모금. 그냥 먹자...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스팸 메일을 먼저 지우고, 그 다음 유효 메일을 클릭하려는 순간 컴퓨터의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7 : 15 

응? 이게 미쳤나? 6시 25분이 아니라? 다른 시계들을 확인했다. 핸드폰 시계마저도 모두 7시 15분이었다. 호곡! 이게 어찌된 일이여? 

벌떡 일어나서 세수만 후다닥 하고 아무 옷이나 꿰어 입고 뛰쳐나갔다. 우쒸, 비가 오잖아! 다시 돌아갈 수가 없어서 가방에 있던 양산으로 해결...ㅜ.ㅜ 

버스를 탔다. 몸이 천근만근. 이어폰을 꽂은 채 잠시 잠을 청했는데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내려야 할 역! 후다닥 뛰쳐나갔다. 아직도 잠이 안 깬다. 버스 세 대를 놓쳤다.ㅜ.ㅜ 

겨우겨우 멀리서 내리는 버스를 갈아타고 출근 완료. 평소보다 5분 늦게 도착했다.  

뒤늦게 주섬주섬 양치질을 하고, 챙겨온 파우더를 두드린다.  

단지 눈 한 번 깜박하고 일어났을 뿐인데 나의 시간이 어디로 도망갔단 말인가. 아침부터 정신이 너무 없었다.  

1교시 수업 들어간 반은 컴퓨터에 통합코덱이 깔려 있지 않아서 편집해 간 영상들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인터넷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서 다운도 받을 수가 없다. 이번 주는 한 주 내내 임진왜란을 수업했는데, 오늘은 조선 무기와 일본 무기의 비교, 조선 배와 일본 배의 차이, 명량해전의 '울돌목'과 기타 등등 여러 영상들을 준비했건만 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무성영화를 보여주듯 화면 틀어놓고 그걸 다 라이브로 생방송을 연출해줬다. 화포 꽝!꽝!! 해가며... 

그래서, 잠도 덜 깬 나는, 아침부터 놀라버린 나는, 그렇게 두두두두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지금은 점심 먹고 와서 잠시 한숨 돌린 상태.  달콤한 커피도 한 잔 했지만 아직도 알딸딸.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을 들어야겠다. 때마침 넬라 판타지아가 있네. 이거 들어야지...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10-09-0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넘 오늘 아침 넘 고생하셨네요.감기 기운이 있으시다니 몸 조심 하세용^^

마노아 2010-09-09 11:54   좋아요 0 | URL
신기하게도 바짝 긴장하면 감기 안 걸리더라고요. 그러다 긴장 풀리면 바로 역공을 당하지만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셔요!

다락방 2010-09-0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도 마노아님께 역사수업 듣고 싶어요. 화포 꽝꽝 해대는 그 라이브 수업! 그랬다면 나는 역사를 잘 하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저는 학창시절 국사랑 세계지리 점수가 완전 바닥을 기어서..orz

마노아 2010-09-09 14:26   좋아요 0 | URL
아하핫, 제 목소리가 전쟁 씬에 접학해 보이진 않지만 열심히 변사의 역할을 하였어요. 내일도 수업 들었는데 또 하기 힘들어서 코덱을 usb에 담아놨어요. 깔려야 할 텐데 말이에요.ㅜ.ㅜ

마녀고양이 2010-09-0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피곤함이 제게까지 전해져 오네요... ㅠㅠ
달콤한 커피 땡깁니다.
아... 넬라 판타지아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두 무성 영화에 변사 마노아님 목소리 듣고 싶습니다. 큭.

마노아 2010-09-09 14:26   좋아요 0 | URL
오전 내내 바빠서 이제야 넬라 판타지아를 듣고 있어요. 좀 차분해지는 기분이에요.^^
앙, 이참에 변사로 제2 인생을..ㅎㅎㅎ

책가방 2010-09-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문이미지가 그 사람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듯..
자꾸만 마노아님이 남자같이 느껴져요~~ㅋ
순오기님의 공식 애인이라고도 하시공..

저도 눈 한번 잘못 깜빡했다가 애들 지각시킬 뻔 한적도 있는걸요 뭐..ㅋㅋㅋ

마노아 2010-09-09 14:27   좋아요 0 | URL
제 본명이 남자 이름이어서 이름을 들어도 남자로 생각할 거예요.ㅎㅎㅎ
그러나 분명히 생물학적 여자!
눈 한번 깜박의 위력이 대단해요.(>_<)

양철나무꾼 2010-09-0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삶이 가끔 인셉션의 '림보'같이 후딱 일때가 있더라구요~

바쁠 때일수록 한박자 쉬어 가라는 말도 있잖아요~
좀 쉬라는 승환오라버니의 계시는 아닐까요?

마노아 2010-09-09 14:46   좋아요 0 | URL
아, 림보같다는 말이 확 와닿네요. 정말 순식간에 시간을 잃어버린 기분이어서 무척 난감했어요.
바쁠 때일수록 한 박자 쉬기! 제게 딱 필요한 조언이에요. 주변을 좀 정리해야겠어요.^^
승환 오라버니의 계시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겠어요.^^

순오기 2010-09-0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작은 황망하였으나 하루의 마감은 황홀하고 찬란하리라~~~~~ 맞죠!!^^
이달의 당선작 2관왕이어요, 축하축하~

마노아 2010-09-10 12:14   좋아요 0 | URL
오늘도 얼토당토 실수의 연속이에요. 이번주는 왜 이럴까요. 주말인데 정리를 잘 해야겠어요.
축하 감사해요. 순오기님도 분명 몇 관왕을 하셨을 거예요. 더불어 축하합니다~
바빠서 아직 당선작이 뭐가 있는지 못 봤어요.^^;;;

yamoo 2010-09-09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임진왜란 수업 준비 하셨군요...저에게 어렵게 구한 임진왜란사란 책이 있는데요...이 책은 7백페이지짜리 4권 분량입니다..국방대학교 교수에 의해 씌여진 책인데, 당시 전투 지도와 상소문 그리고 자세한 내용에 완전 임진왜란사 백과사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ㅎㅎ 좀 오래됐지만 임진왜란! 하면 징비록과 함께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마노아님, 국사 선생님이신가봐요~ 첨 알았습니다아~~ㅎ

마노아 2010-09-10 12:15   좋아요 0 | URL
호곡, 7백 페이지 4권 분량이라니, 백과사전 전집이군요. 아질해요!
이순신 관련 책들을 모으다보면 꽤 자료가 많아서 끝이 없더라구요. 뭐 자료가 없는 것보다는 백배 고마운 일이지요.^^;;;

moonnight 2010-09-0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만으로도 숨가빠요. 헉헉 ;;;;
수고하셨어요. 저도 가끔 그럴 때가 있는데 정말 황당하죠. 예상시간보다 한시간 뒤의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날아가고 싶어진다는. ㅠ_ㅠ
마노아님은 국사선생님이셨군요. 제 오빠도 선생님(물리)이신지라 선생님들 뵈면 막 친한 척 하고 싶어지는 거 있죠. ^^;

마노아 2010-09-10 12:15   좋아요 0 | URL
오늘은 시간 확인하면서 일어났어요. 1분 1초가 아쉬운 요즘이에요. 왜 이리 피곤할까요.ㅜ.ㅜ
아아, 물리! 갑자기 막 어찔해요. 저는 학창시절에 물리를 참 못했거든요.^^;;;;

따라쟁이 2010-09-1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 선생님들은 재밌으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 고등학교 때는 역사선생님께서 혼자 막 일인극 해주고. "전하~~" 이런거 해주시고 그랬었는데. ㅎㅎㅎㅎ

마노아 2010-09-12 00:24   좋아요 0 | URL
'전하'를 발음할 때는 꼭 '즈언하~'라고 하게 되어요. 나는 재밌는데 아해들이 별로 안 웃는 걸 보니 그닥 웃긴 말투가 아닌가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