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빗소리에 눈을 떴다. 친구의 아이들과 세현이를 데리고 전시관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세현이는 오전에 영어 방과후 학습이 있어서 우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시에 만나 점심부터 먹기로 되어 있었고, 친구는 수지에서 오전에 출발해 먼저 창덕궁을 관람하기로 되어 있었다. (요며칠 주구장창 등장하는 창덕궁이다.ㅎㅎㅎ)
전화를 해보니 아니나다를까, 비가 와서 출발을 못하고 1시에 맞춰 나오겠다고 한다.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세종 이야기', '충무공 이야기' 만약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곳을 더 살피기로 되어 있었는데 비가 더 오기를 사실 간절히 바랐다. 어제도 약속 두 개가 연이어 취소되어서 모처럼 집에 남을 수 있었는데 최근 너무 무리한 것 같아서 그냥 더 쉬고 싶었다. 비가 더 온다면 운치 있게 시원한 카페에 가서 책이나 실컷 읽고 오고 싶었다. 근데, 비가 그쳤다. 털썩...
1시에 나가보니 친구가 버스를 잘못 내려 10분 정도 지각을 했고, 그 친구가 추가로 불러낸 다른 친구가 잠이 들어 무려 1시간을 지각했다. 배고프다고 아우성인 조카를 달래며 나도 참느라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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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왕 세종을 15분으로 압축해서 업적 위주로 상영을 하고 있다. 의자의 디자인이 감각적이다. 저 드라마 보고 싶었는데 못 본 게 자꾸 걸린다. 다시 챙겨 보자니 너무 길고, 보고는 싶고... 그렇게 매번 고민하고 있다. ㅎㅎ
점심 먹고 나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뛰놀고(이 날씨에!)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세종문화회관 앞의 철사 코끼리가 인상적이다.
저 앞에서 사진 찍어준다고 하니까 조카가 싫단다. 아니 왜?
밥 먹기 전에 먼저 본 세종 이야기는 아무래도 짜증이 좀 나 있는 상태여서 대강 본 편이었고, 밥 먹고 나서 기운차게 본 충무공 이야기는 좀 더 재미나게 보았다. 난 여러 차례 보는 건데도 역시 재밌더라. 사랑해요, 충무공~
노젖기 체험. 조카도 임무 완수였고, 친구의 딸내미도 성공했건만 나는 실패했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열심히 저었는데...
모인 아이들이 10살, 9살, 8살, 4살로 제각각이어서 관심도 제각각. 나 혼자 들어가서 본 영상실. 3면이 영상으로 채워지는데 가운데가 메인이고, 왼쪽은 조선쪽 상황, 오른쪽은 일본측 상황이 나온다. 그러니까 전력과 전투 결과 등등.
성우의 나래이션이 좀 불만이긴 했지만 체험관으로서는 훌륭했다.
모처럼 멀리서 나온 친구는 이렇게만 보고 가기는 섭섭할 터. 우리는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기로 하고 두 대의 택시에 나눠탔다. 그런데 내가 탄 택시 기사님이 '서울 역사 박물관' 앞에 내려주는 게 아닌가. 여기 아닌데요. 네비 검색해 보세요.... 했더니,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우리를 내려준 곳은 이대 안의 '자연사 박물관' 여기도 서대문은 서대문이건만...ㅜ.ㅜ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서대문 구청 근처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다.
오, 공룡 뼈다귀 정도는 보여줘야 자연사 박물관답지!
1층에서 오늘의 마지막 3D 상영을 보고서 3층으로 향했다. 여긴 3층부터 차례로 보면서 내려오는 구조다. 조카는 유치원에서 가본 적이 있어서 두번째라고 했지만 즐겁게 관람했다.
내 눈을 사로잡은 암석 '마노'
저렇게 생겼구나!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어찌 보면 무척 아름답고, 어찌 보면 무척 징그럽다.
'마노'의 단면은 저리 생겼구나. 오호!
호안석도 예쁘다. 울릉도 호박엿을 연상시킨다.
형광물질을 포함한 암석들. 플래시를 끄고서 찍으면 꼭 저리 흔들린다. ;;;;
상어의 간이다. 부레가 없는 상어는 대신 2개의 넓은 판으로 되어있는 지방질의 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너무 커서 당황스러웠다. 물고기 속에 저런 게 들어 있다니...
제목처럼 정말 특이한 상어다. 눈이 양 옆에 붙어 있다. 앞에 있는 건 어떻게 보려나 궁금하다.
오, 저 눈부신 털이라니! 사막여우보다 알흠다운 북극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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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핫,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없는 거구나. 아프리카가 대륙 이름이듯.... 1층까지 차례로 잘 배우고 문 닫을 시간에 나왔다. (6시에 문 닫는다. 어른 입장료 3천원. 아이들 1천원)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양산 달랑 하나 들고 왔는데...ㅜ.ㅜ
친구들은 종로로 나가 저녁을 먹고 서점에 가겠다고 한다. 나도 같이 가고 싶지만, 피곤해서 도저히 못 가겠다. 오늘 동행한 나의 친구가 불과 몇 주 전 무적의 체력을 과시하며 돌고 돌아서 그 다음 주에 나를 장염에 걸리게 했던 그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난 두려웠다. 이제 그만 퇴장해야겠구나.
이미 다크써클이 발목까지 내려왔다는 친구의 증언.
조카와 나는 거기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있다. 휴우...
집에 도착해서 한바탕 씻고 밥도 먹고 나니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서울 온 김에 서울 친언니네 집도 간다고.
너의 체력은 정말 마라톤 수준이구나. (>_<)
오늘은 잠자리에 누우면 바로 곯아떨어질 것 같다. 어휴, 벌써 새벽 한 시! 그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