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계가 아닐 때는 시험 기간이 제일 좋았다. 일찍 끝나고 시간 여유도 많고, 가끔 늦게 일어날 수도 있고, 이래저래 해피만땅이었지만, 지금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날마다 짙어지는 다크써클을 밟아가며 끝내 시험기간을 마쳤다. 하루도 안 빠지고 식겁할 일이 생겨서 화드득 놀라기 일쑤였지만, 보안을 위해서 일단 비밀!
월요일은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이었는데 배드민턴부가 친선 경기를 가졌다. 응원하러 갔다가 언제 잡아봤는지 기억도 안 날 라켓을 잡았다가 삘 받았다. 경기 규칙은 하나도 모르겠고, 아무튼 간에 넘어오는 공을 받아내느라 무지 바빴는데, 4게임 해서 4게임 모두 졌다는 것만 알겠다.ㅜ.ㅜ 열심히 했는데 우리 팀 졌다길래 그런 줄 알아차림. 흑흑...;;;;
아무튼, 오랜만에 땀으로 푹 절을 만큼 운동을 했더니 온 몸의 근육이 아프다고 아우성.
교무실로 돌아와서 땀을 식히며, 밀린 일을 하다가 6시 조금 넘어서 퇴근했다. 그 사이 시험 답안지 한 통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경기 일으킬 뻔 했지만 담당 샘의 착오로 십년 감수...-_-;;;
저녁으로 김치찌개 두루치기를 또 먹고 경희궁으로 이동했다. 이날만 만원에 팔았던 뮤지컬 대장금을 보기 위해서.
나의 고사계 파트너이기도 했던 남쌤과 아리수를 한 병씩 받아들고 입장. 수돗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맛 없더라...;;;;
날씨가 워낙 더웠고, 우린 땀을 잔뜩 흘려서 이래저래 더웠고, 옷도 두툼하게 가져왔고 무릎 담요까지 있었기 때문에 완전무장이라고 생각했건만, 정말 무섭게 추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피.곤.했.다. 둘 다 배드민턴으로 이미 녹초가 되어 있는 상태. 게다가 공연은 재미가 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대장금 내용이다보니 신선하지가 않은데 음악도 별로 특색이 없다. 장금이 역을 리사가 맡았다는 것 외에는 아는 정보도 없었다. 결국 우린 추위를 이기지 못해서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잠들었다.
원래 무리해서 운동하고 나면 자고 일어났을 때 더 아프기 마련. 그리하여 우리는 공연이 끝났을 때 근육통을 땡겨서 앓았다. 아흐 동동다리. 온 몸에서 삐거걱 소리가 나는데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고궁에서 보는 뮤지컬은 무척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는데, 저 강렬한 조명으로 전각들이 무사할지 우려가 되었다. 분위기 좋은 건 좋은 거고 문화유산은 어쩌라고. 아무리 별로 건질 게 없는 경희궁이라지만...;;;;;
민정호 역을 맡은 배우가 엄청 키가 컸는데 대체 누군지 모르겠다. 멀어서 얼굴도 잘 안 보였는데 멀끔하게 생긴 것 같았고, 다만 노래는 좀 별로...;;;;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남배우들이 모두 키가 컸다. 일부러 모델만 데려다 놓은 것처럼.
내가 보고 싶었던 뮤지컬은 몬테크리스토였는데, 5월 오픈인 줄 알았더니 이미 4월에 오픈했다. 이럴 수가! 6월까지 하니까 차차 표를 구해보기로 하고...
월요일엔 배드민턴으로 몸이 혹사 당했는데, 화요일은 과별 모임으로 우리 과는 회암사지 답사가 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3교시가 우리과 시험인지라 고사계인 내가 겸사겸사 혼자 남기로 했는데, 같은 1학년 과목 선생님이 이미 다녀오셨다고 대신 남는다고 하셔서 1교시 시험 마치고 2교시 시험 시작하는 것까지 보고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아아, 그런데 아침에 도착해 보니 시험지 관련 서류가 들어있는 사물함 열쇠가 없는 게 아닌가. 집에 다시 갔다 왔지만 찾지 못했다. 반장님으로부터 마스터 키를 받아서 열기는 했는데 아침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또 다시 녹초가 되어버린 저질 체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회암사지로 출발했다. 다크써클을 또 다시 질질 끌면서... 회암사지는 사진이 많으니 따로 페이퍼를 작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