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위층에 전세가 나왔다. 요새 전세 대란이라는데 한 달 가량 집이 안 빠지고 있다.  

40평 규모에 방 세개인데 1억에 나왔던가?  

뭐, 암튼. 건물이 워낙 낡았기 때문에 전에는 그렇게 탐난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요새는 그 집에 올라가 살았음 좋겠단 생각이 든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집은 교회랑 사택의 구분이 너무 모호해서 불편함을 넘어선지 오래니까.   

핵심은 돈이지만, 뭐 그런 돈은 없고, 당장 어디서 떨어질 데도 없지만, 그래도 공상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만약 우리가 3층을 사택으로 쓰게 된다면, 엄마는 여전히 교회에 남을 것이고, 그럼 가장 큰 방이 엄마 방이 되면 늘 비어 있으니 비효율적인 것 같고. 그래서 저번에 넌지시 그런 얘기를 했다.  

엄마, 내 책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까 큰 방 나 주라~ 

엄마는 피식 웃으셨고, 그 얘기를 (시집 간)둘째 언니한테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라고 한다.  

원래 풍수지리학적으로 집에서 돈 버는 사람이 큰 방을 써야 한다나?  

연장자가 아니라 돈 버는 사람이야? 하니, 언니가 그런다. 그럼 그 방은 네가 써야겠네?  

그리고 어제, 퇴근 길에 칼국수 먹고 싶다는 큰 언니의 요청으로, 식구들이 다 칼국수 집에 모였다.  

팥칼국수랑 바지락 칼국수 그리고 왕만두가 메뉴.  차 타고 오는 동안 누가 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미뤘단다.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 내가 쏠 테니까 우리가 윗층 올라가게 되면 큰 방 나 줘~ 했더니 다들 웃는다. 

돌아가는 길, 운전하던 큰 언니가 팥죽 한 그릇에 큰 방을 쓰면 내가 섭하지~ 이런다.  

그래서 말해줬다. 원래 에서도 팥죽 한 그릇에 팔았거든. ㅎㅎㅎ 

졸지에 언니는 에서가 됐으니, 나는 야곱인가.  

암튼, 그리하여 요새는 새 방에 책장을 세우고 책을 꽂고, 창문을 열어보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잠든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한 달 뒤에 나가니까, 내 공상의 유효기간은 그때까지다. 집이 빨리 계약이 되면 더 짧아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심심하지 않은 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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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로또 한장 사요.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로또 한장 사봐요, 일단. 그리고 당첨되면 윗층에 가서 제일 큰 방 차지하고 하고 싶은대로 해요. 중요한건, 반드시 로또를 '사야'만 가능하다는 거에요. '사지도 않고' 로또 당첨을 바라는 건 안되는거구요. 에 또...그리고 어떤 방법이 있을까?
꿈이 너무 행복해서 꼭 이뤄지게 해주고 싶어요.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저 로또를 사라는 뻘조언만 orz

마노아 2009-10-21 12:22   좋아요 0 | URL
아! 로또 생각을 못했어요. 당장 사야겠군요~!
몇 등을 해야 1억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소박(?)하게 2등만 하면 될까요? 으캬캬^^;;;;

세실 2009-10-2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큰 방보다 팥칼국수가 땡긴다는^*^ 먹고 싶어라~~~

마노아 2009-10-21 12:23   좋아요 0 | URL
어젠 팥칼국수를 먹었는데 다음엔 그냥 '팥죽'을 먹어보기로 했어요.
안 먹어본 게 더 궁금해요.^^

hnine 2009-10-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도 전세계약이 곧 끝나다 보니 전세대란이라는 말에 안그래도 좀 긴장하고 있었는데요.
누구와 공유하지 않는 나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 저도 한때 로망이었는데 지금은...ㅋㅋ 빈 방 두고도 세 식구가 한방에서 바글와글 하면서 장난치다 자는게 더 좋네요 ^^

마노아 2009-10-21 12:24   좋아요 0 | URL
제발 옆방의 TV소리가 안 들리고, 우리 언니 전화 목소리가 안 들리고, 방에 창문이 하나는 있는, 그런 방에서 살고 싶어요. 가끔 야한 영화도 좀 봐주구요.ㅋㅋㅋ

Kitty 2009-10-2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집에서 돈 버는 사람이 큰 방을 써야하는건가요? 그럼 전데 ㅋㅋㅋㅋ 이참에 안방을 차지해버릴까요? ㅋㅋㅋ
계속 가족이랑 같이 사셨으면 마노아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해요.
저는 너무 오래 혼자 살았더니 조용한 제 방이 싫어서 안방에 가서 늘어붙는다는;;;;;;;;;

마노아 2009-10-22 08:03   좋아요 0 | URL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독립에 대한 로망이 있지요. 한 번 쯤은 경험해 보는 게 좋을 듯한데, 바로 시도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큰 게지요.^^;;

L.SHIN 2009-10-2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마노님.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마노님에게는 역시 큰 방이 필요하겠죠~ (웃음)
저는 현재 20세기로 돌아가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TV와 컴퓨터가 없는 작은 공간에서 오로지
책들하고만 살고 있습니다. 15세기 (혹은 그 전부터)부터 20세기까지 학문과 과학, 그리고 기술이
꽃 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 역시, '딴짓'할 수 없는 환경 덕 아닐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웃음)
실제로 저를 상대로 하는 이 '실험'에서도, 심심하면 결국 책을 보게 되더군요.

'열정보다 중요한 건 열정을 쏟는 방향'이라는 말이 참 좋군요.^^

날이 찹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마노아 2009-10-22 13:58   좋아요 0 | URL
우와아아아! 엘신님! 반가워요!
대체 이게 얼마만인가요? 와락~!(>_<)
딴짓할 수 없는 환경 덕에 학문과 기술이 발달했다! 공감해요.
중세의 대학을 보면 외워서 학문을 전수하는데, 그거 감당하려면 딴짓은 절대 못할 거예요.ㅎㅎ
지극히 아날로그적 삶을 즐기고계시는 중이군요.
그 정적인 고요함이 왠지 부럽습니다.
엘신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이름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막 웃음이 나와요.
좋은 하루 보내셔요~ 내 친구, 엘신님! ^^

같은하늘 2009-10-2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적인 공간은 저에게도 필요해요.ㅜㅜ
그 방에 다른건 모르겠고 책장과 컴퓨터 하나만 넣어주었으면...
하루종일 한시도 작은넘과 떨어지지 못하고 지내는 신세~~~
상상만으로도 꿈자리가 즐겁다하시지만 현실로 이루어지면 더욱 좋겠어요~~^^
왜? 나중엔 더욱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어려우니까... >.<

마노아 2009-10-23 07:56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서둘러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것 같아요.
그 몇 시간의 자유도 없다면 답답해서 우째요...ㅜ.ㅜ

카스피 2009-10-22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아서 큰방으로 옮긴다고 하시니 넘 부럽내요.언제 창고겸 서재겸이 지하아니면 옥탑방을 면할지.....ㅜ.ㅜ
그나저나 에서와 야곱은 팥죽하나로 장자의 권리를 팔았다는 성경속의 그분들인가요?

마노아 2009-10-23 07:57   좋아요 0 | URL
책이 많아서 큰방으로 옮길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렇게 됐다면 좋겠다구요.
거기 들어가려면 1억이 필요해요.ㅎㅎ..ㅜㅜ
팥죽으로 장자의 권리를 판 그 에서 맞아요. ^^

후애(厚愛) 2009-10-2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팥칼국수는 처음 들어보는데요.^^;;;ㅎㅎㅎ
맛 있을 것 같아요.
돼지꿈 꾸시도록 제가 열심히 빌어 드릴께요.^^

마노아 2009-10-23 07:58   좋아요 0 | URL
이번이 세 번째 먹어본 건데 맛있었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바지락 칼국수의 칼칼한 국물이 더 맛나요~
돼지꿈~! 감사해요.^^
로또도 어여 사야 하는데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꿈꾸는섬 2009-10-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팥칼국수 맛나죠? 먹고싶어요. 이래서 어떻게 다이어트를 할까요? ㅠ.ㅠ

마노아 2009-10-23 07:58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의 공통점이에요..ㅜ.ㅜ

순오기 2009-10-2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방~~~ 책 때문에 필요한거죠.ㅋㅋ
꿈은 이루어진다~~ 고 주문이라도 외워볼까요?
에서와 야곱처럼~~~ ^^

마노아 2009-10-23 22:17   좋아요 0 | URL
소망이 깊어지면 이루어지리라~
주문을 외우겠어요. 야발라바히기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