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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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교보문고에서 책을 잠깐 들춰보았다가 사진이 너무 예뻐서 호감을 가졌던 책이다.
원래 에세이집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인형도 나오고 보자기도 나오고 예쁜 집이 나와서 호기심이 동했다.
길상사도 가봤고, 그 앞을 산책한 적도 있었는데, 눈썰미 없는 나는 효재의 한복 샵을 본 기억이 없다. 다시 그 길에 들어서면 이번엔 아는 척은 가능하리라.
그녀가 직접 만든 인형 옷이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둘째 언니는 코바느질로 인형 옷을 만들어 사촌 동생에게 준 일이 있었는데 당시 초등2학년이었던 녀석은 거의 20여 년 전에 그 인형 옷을 친구에게 만원 주고 팔았다.;;;
언니가 직업을 다시 갖는다면, 한복이나 인형옷이나, 아무튼 그렇게 손을 쓰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난 책 다 보고 팔 생각이었는데, 언니가 달라고 한다. 언니한테는 좋은 책일지도.
돌조각에 보자기 씌워놓은 모양새가 예뻤다. 저 녀석들도 춥겠지.. 하는 마음이었을까.
지은이 이효재씨는 확실히 평범한 여성은 아닌 듯했다.
사는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생각하는 모양새도 그랬다.
괴짜 남편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인연이어서인지 저런 사람과 살수 있는 여자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그런데 자수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몰라 남편이 물 떠다 달랄 때 안 떠줘서 싸움난다는 이야기에 'ㅁ'자만 들려도 바로 일어서라는 조언은 참 거시기했다.
물은 마시고 싶은 사람이 갖다 마셔야지...(ㅡㅡ;;;;)
자연을 고스란히 닮은 멋진 밥상이다. 야채에 열광하지 않는 나도, 이런 밥상에는 쓱쓱 씩씩하게 밥이 넘어갈 것 같다. 게다가 저 색깔의 조화라니!
한복처럼, 자연의 색도 초록과 붉은 색의 보색 대비가 잘 어울린다.
어느 피디 분이 자신이 옥수수 좋아한다는 걸 알고는 30분을 헤매며 사다준 옥수수.
또 사올까 봐 '뉴 슈가 많이 들어갔다'고 타박 놓았다는 효재.
허헛, 그게 과연 배려하는 마음과 선물을 거절하는 바람직한 방법이었을까.
읽다 보면, 그녀의 생각들이 나로서는 불편해지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여자라면 꿈꾸는 효재의 삶, 여자라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효재의 삶.
글쎄, 나로서는 별로던걸?
한복은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보자기로 선물 싸놓은 사진을 보니 참 예뻤다.
사진 속의 녀석들은 씨디를 포장한 거란다. 우와아! 예쁘다. 선물 받은 사람이 무척 좋아했을 것이다.
만화 '풀 하우스'에서 보자기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외국인의 눈으로서는 평면의 보자기가 입체의 효과를 주며 공간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몹시 신기할 듯하다. 내 눈에도 이렇게 놀라운데...
타샤 시리즈를 읽을 때도 그랬다. 그 드넓은 대지에서 혼자 가축 키우고 정원 가꾸고, 옛날 식으로 밥 해 먹고 문명을 떠나 사는 삶. 놀랍고 신선했지만, 나로서는 그뿐이었다. 그건 부럽지도 않았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았다.
효재의 삶도 그랬다. 그녀가 갖고 있는 시간과 만남, 선물의 개념, 정의 등은 나로서는 크게 공감가지 않았고, 때문에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살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여러 살림 솜씨가 훌륭해 보이지만, 글 솜씨도 그만큼 훌륭해 보이지는 않는다.
뭐, 그것까지 잘하면 그야말로 엄친딸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