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요청받은 일이 있다.  역사책을 만들기 전 설문조사가 필요한 거였는데 학생들에게 간단한 질문 두가지를 하는 거였다.

기왕에 하는 설문조사, 질문을 하나 추가시켰다.

역사수업이나 역사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 혹은 요청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쓰라고...

남학생들 대개 귀찮아하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간혹 성의있는 글도 나오긴 한다.  또 간혹 흐뭇해지는 칭찬도 나오기도 했는데, 오늘 나를 경악시킨 한 문장...

"선생님, 턱이 예뻐요. 스폰지 네모~ 송송송!"

첨엔 뭔소린가 했다. 헉... 다시 보니, 내 턱 사각이라고 나 놀린거다. 이런 나아쁜 놈!

(사진 펑!)

칫, 정면으로 보면 내 턱도 괜찮다.ㅡ.ㅡ;;;;(근데 저 사진은 턱을 깎아준 듯하다..;;;;;)

두번째 슬펐던 일!

네시 칼퇴근을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십분 늦게 퇴근했다.  학생들이 벌써 빠져나가서 운동장에도 길가에도 아무도 안 보인다. 이럴 수가!

그게 왜 문제였냐면... 집에 가는 길을 모르겠더라는 거다.  버스 타는 데까지 나가야 하는데 길 못 찾아서 골목을 배회하다가 겨우 찻길로 나갔다.  고등학교 때도 한 학기 내내 같은 교복을 따라 걷던 나. 십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도 그 모양이다.

그리고 더 슬픈 건, 버스 타고서 딴 생각하다가 잘못 내린 것...ㅜ.ㅜ 한 정거장 걷고서 다시금 버스를 탔다.

30분이면 올 거리인데 50분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심하다....ㅡ.ㅡ;;;;

세번째 슬펐던 일...

오늘은 울 언니 맞선 보는 날.  덕분에 대신 매장에 나와 있는데, 커피 한 잔 먹으려고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려는 찰나, 옷 갈아입으라고 세워둔 칸막이가 내쪽으로 넘어지는 거다. 급히 잡는 바람에 들고 있던 커피잔의 내용물이 노트북 위로 다 쏟아졌다.

헉... 커피 한 봉다리에 이렇게 많은 설탕과 프림, 커피가 들어 있을 줄이야.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액체가 아니라 가루였다는 게 천만다행!

그나저나 자판을 치는 지금 덜그럭거리면서 잘 안 눌러진다. 무수한 오타를 수정하면서 글 쓰는 중..;;;;

언니한테 욕 바가지로 먹었다. 크헉...고의가 아니었어..ㅜ.ㅜ

형부께 sos를 쳤더니 다행히 물이 아니라서 괜찮단다. 청소하면 된다고.  휴우...;;;;;

월요일날 실수가 많은 것은 아니 좋은 징조야. 조신하게 하루를 마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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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1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미안해요 마노아님..저 두번째 이야기에서 그만...웃어버렸어요..아흑..!

마노아 2008-03-10 20:03   좋아요 0 | URL
음.. 안 그래도 인간 네비게이션을 생각하면서 메피님 생각이 났어요. 크흑...ㅜ.ㅜ

순오기 2008-03-10 20:53   좋아요 0 | URL
저도 미안해요. 마노아님, 난 두번째 세번째 다 웃었어요. 우하하하~~~~~ 대단해요!^^
'그래도 커피가 가루여서 다행이었어요'에 동감, 태그의 캬라멜 땅콩 나도 좋아해요. 애들 졸업사탕부케에 넣었던 사탕이에요. 땅콩은 안 들었어도 맛있잖아요. '월요일에 실수가 많은 것~ 좋은 징조야'에 추천^^

마노아 2008-03-10 21:1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제가 큰 웃음 드렸권요^^ㅎㅎㅎ
지금 찾아보니까 제가 먹은 과자는 캬라멜콘땅콩이었어요. 사탕은 아니었구요^^;;
예전에는 분명 땅콩도 있었는데 요새는 양은 줄고 가격은 오르고 땅콩도 사라졌더라구요.ㅡ.ㅡ;;;

bookJourney 2008-03-1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지하철에서 졸다가 화들짝 놀라 내렸는데 ... 내려야 하는 역 한 정거장 전인 적도 있었습니다. ㅠㅠ

마노아 2008-03-10 21:16   좋아요 0 | URL
음... 전 그런 적 대따 많아요ㅡ.ㅜ 특히나 버스 타면 먼저 내리거나 지나쳐서 내릴 때가 부지기수....이게 안 고쳐져요ㅠ.ㅠ

L.SHIN 2008-03-1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님 웃는 모습 좋아~ ^ㅡ^

정말로 커피가 가루여서 다행..저는 노트북을 거꾸러 뒤집어 탈탈 터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웃음)
휴대용 소형 진공 청소기로 흡입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아니면 공기...총으로 쌰아아 하면?
저는 예전에 키보드에 액체 커피를 조금 흘린 적 있는데, 일일히 휴지로 다 흡수시켜서 빼내려 했다는..=_=
결론은..끈적임이 남아서 타자 칠 때 마다 ...아시죠? ㅋㅋ

참, 내가 그랬잖아요. 인생의 기쁨과 슬픔의 저울 무게는 늘 같다고.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다음에 좋은 일이 생길겁니다. 비슷한 무게료. 단, 모르고 지나가면 안됩니다.
그러면 늘 안 좋은 일만 기억에 남을테니까. 작은 기쁨들도 찾아내어서 '아, 이래서 무게가 맞춰가는구나' 하고
깨달으셔야 됩니다. 오키~? ^^ (웃음)

마노아 2008-03-10 21:21   좋아요 0 | URL
내 웃는 모습을 좋아하는 에쓰님이 나는 좋아요~
안 그래도 노트북 거꾸로 들고서 탈탈 털어봤는데 바닥에 들어간 게 안 나오더라구요.
지금은 자판을 계속 눌러서인지 안에서 더 가루가 되었는지 훨씬 부드러워졌어요^^;;;;
평형 추가 오늘도 기우뚱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가요.
오늘의 좋았던 기억! 수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재밌다고 적은 학생이 있었어요.
히힛, 무척 기분 좋았어요. 저 첫번째 녀석이 망쳐놓은 기분과 쌤쌤^^
에쓰님 오키~ 좋아요. 오키오키!!

웽스북스 2008-03-11 01:49   좋아요 0 | URL
나 어제 오렌지 먹다가 오렌지즙 터치패드에 흘려서 누를 때마다 끈적끈적 오렌지 즙의 잔해가 안으로 들어가서 잘 안눌러지고 막 그랬잖아요 ;; 저는 핀으로...쿨럭...ㅋㅋㅋ

마노아 2008-03-11 09:34   좋아요 0 | URL
아아, 어륀지의 반항이었군요! 가슴 아픈 일화예요....케엑..;;;;

무스탕 2008-03-1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집어서 탈탈 터세요.. 라고 간단하게 말하면 좋을텐데 그 전에 죄송하지만 웃기먼저... 푸하핫- ^^

전요, 오늘 출근해서 일하는데 민원인께서 정말 친절하게 안내해줘서 고맙다고 몇 분이나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데요, 정작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엔 글 안올려주세요.
물론 바라고 친절한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

마노아 2008-03-10 23:52   좋아요 0 | URL
내 한몸 희생(?)해서 웃음을 주었으니 기뻐요(T^T)
가만 보면 알라딘 지기님들도 추천엔 대단히 인색해요.
사람들이 칭찬하고 추천하고, 이런 것에 좀 더 후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서로서로 더 칭찬하고 추천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전호인 2008-03-1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학생들이 놀렸다고 하지만 사진에 나타난 것은 분명 역삼각형의 이미지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회에 깍아보심도 괜챦을 듯....ㅋㅋㅋ

마노아 2008-03-10 23:53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고맙습니다. 제가 이맛에 자꾸 사진 올리나봐요^^ㅎㅎㅎ
음, 이 기회에 환골탈태를^^ㅎㅎㅎ

2008-03-10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0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1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1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8-03-1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말 신경 다쓰면 심장 상해 빨리 죽을걸요. 그녀석들 선생 놀리는 재미로 살잖아요. ㅎㅎ
두번째 얘기는 압권입니다. ㅎㅎ

마노아 2008-03-10 23:55   좋아요 0 | URL
전 뭣도 모르고 '예쁘다'라는 글만 흘깃 보고는 실없이 좋아했었다니까요^^ㅋㅋㅋ
두번째 얘기에 모두들 기절하시나봐요. 아... 저도 저를 이해할 수 없어요...(>_<)

하늘바람 2008-03-11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많이 슬픈일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님

마노아 2008-03-11 00:5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슬픈 일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딸기 2008-03-11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는 정말 이뻐.
특히 눈이 너무 이뻐.

마노아 2008-03-11 09:33   좋아요 0 | URL
헤에, 언니.... 와락!(>_<)

뽀송이 2008-03-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만 웃음이...^^;;
이건 슬픈게 아니라 살아있는 증거야요.^^
월욜은 왜? 실수가 많을까요? 저도 그렇거든요.ㅡㅡ;;
마노아님의 웃는 모습은 상대도 미소짓게 만드는 거 혹시 아시나요?

마노아 2008-03-11 15:05   좋아요 0 | URL
에헤헷, 뽀송이님 감사해용~
뽀송이님의 댓글은 상대에게 힘을 준다지요^^;;

다락방 2008-03-1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마노아님. 이 글이 너무나 슬프군요.
저야말로 완전 길치에 방향치라 백화점에 혼자가서는 출구를 못찾아서 헤맸어요. 대학교 4학년때는 혼자 도서관 갔다가 친구에게 전화했어요."나 혼자 왔더니 나가는 문을 못찾겠어." 라고요. 친구가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 하더군요. 졸업할때까지 도서관을 세번인가 가봤는데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늘 다니던 길이라도 돌아가던 길이면 늘 낯설어 보여요. 왜 이런건지. 흑. 제 친구가 제게 말하더군요.
"너는 그래도 이제 다 컸으니까 괜찮지만, 이담에 니가 애 낳았는데 너같으면 어쩌냐? 걱정이다." 라고 말이죠.
orz

한없이 슬프기만 한 다락방이어요. ㅠㅠ

마노아 2008-03-11 15:07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 저의 슬픔을 이해하시는 동지군요!
맞아요 맞아요! 저 우리 동네에서도 잘 헤매요. 지금 십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말예요.
지하철 출구 찾는 것은 너무 힘들구요. 그래서 명동에 잘 안 가요. 거기 가면 꼭 길을 잃어요ㅠ.ㅠ
우린 둘 다 길 잘 찾는 신랑을 만나야 해요. 그래야 2세도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흑흑....

순오기 2008-03-12 00:01   좋아요 0 | URL
ㅋㅋ 눈물겹지만 너무 재미있는 동지에요. '길 잘 찾는 배우자 구함' 방이라도 붙여야겠어요^^

산사춘 2008-03-12 12:20   좋아요 0 | URL

사진 속의 밝은 미소도 반갑고 전 너무 반가워요.
단골 술집에서도 화장실 갔다가 길을 잃거든요. 주방 들어간 건 부지기수야요.
수퍼 들어갔다가 나오면 다시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가고요.
그래서 제가 고수부지에서만 자전거를 타는 게야요. 절대 길을 잃을 수 없걸랑요.

마노아 2008-03-12 12:5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밑에 춘님까지 합해서 우리 길눈 밝은 애인 구함!이라고 계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ㅎㅎㅎ
춘님, 저만 이런 게 아니라는 사실에 무한 위로를 받고 있어요.
세상엔 우리 같은 종족도 분명 있는 거야요. 크흑... 눈물이 앞을 가려요!

2008-03-11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1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8-03-1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미소를 보니 맘이 넘 푸근해져요~.^^
녀석들 복도 많지!!학생들 말이에요~.
근데 정말 월욜이 그렇게 시작되면 쫌 그런데 오늘은 어떠셧어요????

마노아 2008-03-12 00:11   좋아요 0 | URL
저도 막 그렇게 중얼거렸어요. 니들 복 받은겨~ 막 이러고요^^ㅎㅎㅎ
어제 삐거덕 거렸는데 오늘은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다만 알라딘이 저대신 와장창 삐걱거렸어요.
2주 전에 보낸 제 택배 상자 두개가 홀랑 사라져버렸답니다ㅠ.ㅠ
대체 어디로 간 겨... 한 분은 아예 주문도 취소해 버리시구용..;;;;

2008-03-12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2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