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사고가 같이 터져서 메꿀 길도 없고 사는 게 참 막막했더랬다.
매일같이 교육청 구직란을 들락거리면서 날 좀 보세요~ 버전으로 살다가, 어제 같은 구에서 단기 기간제 자리가 났다.
공고를 보는 순간, 이건 내거다! 싶었다. 왜냐구? 일단 우리 집에서 가까웠고, 한달 밖에 되지 않는 정말 단기기 때문에 멀리서 사람을 안 뽑을 것 같았기 때문.
예상은 적중해서 결국 내가 낙점!
참으로 우스웠던 것은, 최근 교육청 구직란을 보면 한 페이지 가득 국어 선생님과 역사 선생님만이 도배를 하고 있었던 것.
(게다가 모두 여자뿐.ㅡ.ㅡ;;;;)
그리고 구인란을 내내 도배하는 것은 영어교사 찾는 소식. 허헛... 대단한 대한민국...-_-'''
오늘, 학교에 가자마자 바로 1학년 국사와 3학년 근현대사 수업을 하게 되었다. 제길슨! 어제 전화통화할 때 수업진도를 전혀 못 나갔을 것 같다고 맨 처음부터 하랬는데 알고 보니 한 시간씩은 나갔더라. 그러니까 내가 준비한 부분이 겹친다는 것. 절반은 임기응변으로 수업을 채웠는데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다행히 수업반응은 좋았다. (유일하게 좋았던 것ㅠ.ㅠ)
더운 물이 안 나온다는 게 쬐끔 불편했고, 기존 선생들이 눈도 안 마주치고 무시하고 지나가서 좀 황당했고, 우리 교무실 선생님들 모두 먼저 식사하고 와서 밥 같이 먹을 사람도 없었고(식당 위치도 몰랐고..;;), 채용신체 검사 받으려면 혈액검사를 해야되니까 겸사겸사 점심 걸렀는데 행정실에서 안 받아도 된단다.(단기라서 그런가? 보통은 받던데...)
근데 가는 곳마다 그렇지만 여기도 행정실 직원분이 왕이더라. 어찌나 쌀쌀맞던지 찬바람이 쌩쌩! 제일 서러웠던 것은 이번 달 월급 아니 나오고 담달에 나온단다. 호곡! 고작 4일 늦게 출발하는데 이럴 수가! 이번 달은 어찌 살라고?(털썩!)
그래도, 집에서 쉬지 않고 다시 일하게 되어서 참 다행! 그게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ㅠ.ㅠ
내 자리 선생님은 눈이 안 좋아서 입원을 하셨다는데 당신 말로는 한달 더 계실 것 같다고 하신다. 계속 아프라고 할 수는 없고, 일자리는 계속 필요하고 참 얄궂은 관계.
고등학교 근무는 만2년 만이어서 교과서가 새것이 필요했다. 국정교과서인 국사는 2005년도판을 갖고 있어서 꼭 새책이 필요했고, 근현대사는 내 책이 지학사 책인데 여긴 금성 출판사 책이어서 역시 새 책이 필요했다. 교과서 달라고 요청하니 없다고 단칼에 거절하네. 허헛...;;;;
내 자리 선생님 책에다가 밑줄 그으며 쓰기는 좀 불편하잖아. 근데 그냥 쓰란다. 뭐 어쩌겠는가. 써야지..(.;;;)
교실에서 영상기자재를 쓸 수 없다는 극악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히 학생들이 순한 편이었고(남고라서 무지 걱정했음...;;;), 설문조사해 보니 역사에 전혀 관심 없다고 한 애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이야기 듣는 것 좋아라 해서 그나마 안심했다. 3학년 학생들은 근현대사를 필수로 선택한 녀석이 한 명도 없다는 최악 조건이지만 그래도 내신 생각해서 어떻게든 따라오겠지....하는 나름 긍정적인 자세...ㅜ.ㅜ
지금 싸아한 분위기의 선생님들은 내가 금방 갈 사람이어서 그러나 싶지만 그래도 차차 친해지겠지...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중.
이 학교는 1학년 재량 시간을 놀랍게도 국사 시간에 배분해 주어서 주3일을 수업한다. 덕분에 준비해야 할 수업 시수는 총 6시간으로 좀 빡세졌지만 그래도 그건 뿌듯해야 하는 거겠지?
그리고 참 맘에 들었던 것 하나. 일찍 출근하는 대신 네시 칼 퇴근 가능! 차만 잘 잡아타면 네시 반에 집 도착 가능하겠다.
한달짜리 일자리도 일년짜리처럼, 평생자리처럼 열심히 일해야지.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