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지우고 싶은 과거도, 돌이키고 싶은 시간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살아도, 그때 이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는 언제나 남기 마련이고,
어쩌면 그런 감정들이 더 인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삶이 고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가 해마다 2월이라는 것은 내게 비극이지만, 그 고단함의 무게가 또 해마다 더 가중된다는 것은 더 큰 비극이다.
며칠 전 일년 만에 만난 친구는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영화 같은 얘기지? 라는 말에, 넌 영화보다 더 심해!라고 못 박는다.
요즘엔 그렇게 심난한 얘기는 영화 소재로도 안 쓴다며... 그래, 나같아도 그런 얘기 심란해서 못 본다... 응수했다.
화도 나고, 기가 막히고, 분노와 불안과 설움이 증폭된 가운데, 얼마나 울었던지 거의 탈진 생태로 넋을 놓고 있었다.
귀여운 조카가 재롱을 피워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젠 미워하는 것도 지치고, 미워한다고 해결이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날더러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그래서......
숭례문이 그렇게 불타버린 것은 너무도 안타깝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나는 온 마음으로 아파할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데에도 벅찼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