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알아야 할 고객 니즈의 50가지 진실
기업이 알아야 할 고객 니즈의 50가지 진실
마이클 솔로몬 지음, 김경자 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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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욕구가 점차 다양해져간다. 따라서 이제는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일괄적으로 광고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소비자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고, 게다가 단일화된 욕구를 대상으로 한 거대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오는 왠만한 경영, 마케팅 책이면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말이다. 하지만 다양하다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다양화지는 것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다양이라고 표현하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고, 아무리 다양하다해도 인간이란 면에서는 유사할 텐데 그저 다양하다는 말 한마디로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평소 의문점이다.

게다가 고객이 바라는 것이 다양해지기에 기업도 이에 대응하여 점차 세분화되어야 하고, 상품도 다양하게 벌려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왜냐하면, 닭과 달걀의 우선순위를 논하는 것 같지만,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져 이에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 기업이 수익을 올리고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기존상품을 점차 세분화시켜다보니 고객들의 욕구가 세분화되어 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마케팅에서 배우는 고객 세분화와 목표고객 설정, 그리고 포지셔닝 방식에 의해서 말이다. 엄격히 따지면, 기업이 가만히 있는데 고객이 찾아와 “나 이런 것 필요해. 그러니까 당신이 이런 것을 만들어줘.” 하는 경우보다는 “당신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해. 그러니까 이 물건을 사.”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다양성. 좋기는 하지만 인간의 머리엔 한계가 있기에 그저 다양성만 주장해서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것을 현실에 적응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 책을 보면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이,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또 기업이 시장에서 일정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 같다. 평소 우리가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고객은 더 이상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을 얻어 쓰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 그런.

하지만 이 책에도 한계가 있는데 책 내용 자체가 고객의 다양성을 설명하기 위해 워낙 다양한 분야를 건들리다보니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뭐라고 할까. 꽁지빠진 참새같다고 할까. 아! 그렇구나 하고 머리를 끄덕거리려고 하는 순간 내용이 끝이다. 그저 맛만 보여주고 마는 시음장 같은 책이다. 물론 저자의 다양한 경험 덕분에 경영에서 마케팅, 소비자조사에서 개별적인 마케팅 분야까지 매우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느 정도 다채롭냐면 전체 300페이지 안짝의 책에서 50가지의 다양한 고객이야기를 풀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읽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면 때문에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의도만 간신히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에 대한 답은 독자 스스로 상상해 내야 한다. 다만 오해하지 말 것은 내용 자체가 빈약하다는 말은 아니다. 개별 목차에 할당된 내용들이 간단해서 저자의 깊은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책 한 권에 40개 내지 50개의 소제목이 들어있다면 일단 기피한다.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거나 지적 만족을 느끼기에도 어렵고, 에세이처럼 읽어나가기에는 재미없는, 어중간한 책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뭐뭐하는 50가지 비밀, 뭐를 위해 50가지 설명, 뭐뭐하는 45가지 비법 등 이와 같은 책에서 공통으로 느끼는 점이다. 주로 일본인이 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의 책으로 책 내용은 많은 것 같지만 풍부한 지적 호기심을 풀기에는 부족하고 가볍게 보고 넘기기에는 어려운 책이 바로 이런 책이고, 조금 심하게 혹평하자면 이 책도 바로 그런 류 같다. 책의 이해정도는 완전히 독자의 지적 능력에 맡겨두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만 간단히 요약한 책 말이다. 

나는 출판사에서 앞으로 이런 책을 출간하고 싶으면 현재처럼 4,50가지를 늘어놓기보다 그 전에 몇 개의 대분류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어떤 핵심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줬으면 한다. 즉 이 대제목안에 있는 내용들은 소제목과 아이템을 조금씩 다르지만 독자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하는 식으로 세분된 주제를 통해 독자가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추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 외국의 유명한 저자가 쓴 책을 그대로 번역하기 전에 그 책을 다시 정리할 때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런 식의 독자 서비스를 이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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