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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왜 인간인가? 무척 제목이 멋지다. 언뜻 봐도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제목이다. 특히 요즘처럼 변화가 심한 세상에서, 이성과 논리가 막을 내리고 인간본성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만한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의 놀라움은 제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의 방대함이다. (아마 뒤에 붙어있는 참고문헌을 보면 다시 한번 놀랄 것이다) 기존에 나와 있던 인간에 대한 정의를 한 곳에 모아놓은 듯이 무척 다양한 이론과 재미있는 사례,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의 모습까지 상세하게 들어 있다.
하지만 들기에도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누가 어떤 논리를 주장했는데 그 논리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정리했다. 물론 필요하다면 사례를 집어넣었고. 복잡한 논리를 간단하게 푸는 것, 전문용어보다는 일상적인 단어로, 어려운 공식보다는 평이한 문장으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동안 여러 분야의 책에서 본 내용들이 자주 나온다. 특히 브레인마케팅과 관련된 책에서 본 인간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주요 토픽 중의 하나다. 인간이 무엇인가르 결정내릴 때는 어떤 과정을 통하는가? 이때 이성과 감정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리고 윤리와 도덕에 대한 판단문제는? 누가 그 기준을 만들었으며 왜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 되는가 등 인간의 사고패턴과 가치문제 평가에서 볼 수 있는, 인간만의 독특한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저자는 인간이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뇌 구조에서 찾는다. 인류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원숭이와 같은 뿌리에서 가지 친 종일지언정 그들과는 분명히 다른 게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의 뇌라고 한다. 과거 뇌의 복잡성을 질량으로 따질 때라면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몸 전체의 무게와 뇌의 비율 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겠지만, 현대인보다 더 크고 무거운 뇌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은 왜 현대인보다 덜 영리해 보이는가? 뭐 이런 식의 논리다.
저자는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뇌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뇌의 무게를 기준으로 따졌던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뇌는 단세포에서 포유류로, 다시 원숭이와 같은 진화단계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간 일반적인 진화차원을 넘어 인간만의 독특한 자질을 만들어 낸 고유한 뇌이며, 이는 동물과 다른 사회생활 속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리를 이루는 개체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간의 상호작용은 보다 복잡해지고, 이와 같은 복잡성을 이해하고 관리하려면 보다 복잡한 뇌구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두 명이 함께 사는 곳과 다섯 명, 열 명이 함께 사는 곳은 서로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이 인간의 뇌를 다른 동물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킨 요인이며,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중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뇌.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의 10%밖에 쓰지 못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수많은학습 교재판매회사가 뇌의 사용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책을 팔아먹었고, 지금도 오래된 전설을 활용해 뻔뻔하게 사람들을 속이는 장사꾼도 있다. 하지만 우리 뇌는 부분만을 사용하기에 이를 확장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용도에 따라 특정 부분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화를 내는 뇌 부분과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뇌 부이 다르며 운동을 관장하는 뇌와 암산하는 뇌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전체적인 뇌 활동의 복잡성에 달려있는데, 이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 즉 복잡다단한 감정과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구사능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추론해 낼 수 있는 능력,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해와 추론 능력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뇌는 동물과는 완전히 다른, 그들을 훈련시킨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뇌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쁘고 슬픈 것은 원숭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좌절감, 수치심, 상승욕구를 그들은 느끼지 못한다. 결국 저자의 결론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뇌 구조 덕분이며, 이는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 뇌에서 복잡 뇌로 크기가 더 커지며 발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뇌를 갖게 되었는가? 저자의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사회활동과 연관관계의 확대가 인간의 뇌를 현재의 구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책은 무척 재미있다. 영혼, 신과 같은 추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힘이 인간의 변화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저자의 결론 역시 해답이기보다 또 하나의 의문을 만드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