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많다는 것이 예전에는 일종의 훈장처럼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 50이 넘으면 어디가든지 상석에 앉았고,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존경을 받았다. 이들은 당시(1970~1908년대) 젊은 세대들은 경험하지 못한 ‘일제시대’라는 암흑기를 살아왔고, 참혹한 6.25사변에서도 살아남았으며, 4.19를 통해 우리나라를 민주국가로 만들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세상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남에게 짐을 얹히는 사람처럼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심하게 말하면 이런 것 아니겠는가. ‘그만큼 살았으면 됐지. 오래 살아가지고 주위사람들 힘들게 해?’ 이거다. 여기서 나이 먹은 사람이란 50대 이상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가끔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사람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잘난척한다고 하고(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을 쫒아가지 못한 죄로), 나이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나이를 먹어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젊은 사람들의 돈으로 연금을 줘야 한다는 말에 짜증을 낸다. 게다가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더 줄고 있는 취업 자리마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으니 더더욱 얄밉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런 말하는 젊은이들 역시 얄밉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사람이 나이든 사람들이고, 이들이 들어가길 원하는 회사를 만든 이들도 바로 나이 먹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젊음을 믿고 큰소리치는 그들을 키운 게 바로 우리들 아니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언성이 높아진다.




어떻게 보면 요즘 세상은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이 아니라,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간의 갈등이 더 문제인 것 같다. 서로가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다보면 결국 싸움밖에 할 게 없다. 어떤 게 정답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만큼 살았으면 멋지게 한 인생 마감하면 서로 좋은 것을 이것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이다 보니 더욱 젊은이와 나이든 사람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다.




아무런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수명만 길어졌으니, 요즘 세상에서 인생이 길어졌다는 것을 참 기쁨으로 만끽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도 나이 50대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거의 20년 동안 가족들을 버려둔 채 오로지 직장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았건만 자신이 뽑아 키운 사람에게 퇴사통고를 받았다. 그것도 회사 밖의 음식점에서. 그녀는 이제 당신도 나이를 먹었으니 회사를 위해, 젊은  이들을 위해 퇴사해야 한다고 통보하고는 짐을 싸서 집으로 보내줄 테니 회사에 다시

들어갈 필요조차 없다고 말하곤 총총걸음으로 사라진다.




당시 주인공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특히 주인공처럼 20여 년 동안 직장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의 경우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무력감, 자신을 보호해 줄 보호막조차 없이 험난한 사막으로 쫓겨난 듯한 두려움, 혼신을 다해 충성을 바친 회사에 대한 배신감, 게다가 남은 몇 십 년의 삶을 살아갈 방법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껴야하는 삶 자체에 대한 공포 등 자신의 인생과 직장을 맞바꾼 사람만이 겪어야하는 두려움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심정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고작 직장생활 4~5년하고 퇴사통고를 받은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기 살 길 찾기에 더 열심을 다해 살아왔던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 모든 것을 훌륭히 딛고 일어섰다. 그것도 남들은 이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나이라고 하는 64세에 말이다. 몸이 힘들고 머리조차 잘 안돌아갈 나이에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온갖 청소에,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하는 커피점 파트너. 게다가 집에서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매장까지의 거리까지 모든 것이 무척 힘든 상황에서였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3막을 무척 만족스럽게 보고 있다. 과거 직장에서 큰소리치고, 편안하게 살아가던 모습보다 더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 직접 움직여 완수해낸 일들, 지시와 복종관계가 아닌 믿음과 신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의 관리시스템, 게다가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주인공의 성격까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건들을 거의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훌륭하게 바꿨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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