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의 싸움 -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는 위로의 심리학
앨버트 엘리스 지음, 정경주 옮김 / 북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항상 불안함을 마음 한 구석에 담고 산다. 세상이 안 좋으면, 내 주위여건이 어려우면 이때는 당연히 불안하고, 또 반대로 모든 것이 다 좋아도 불안감은 줄지 않는다. 단지 이때의 불안감은 세상이 모두 좋다가 갑자기 나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불안감이 자신의 행복을 망친다고 생각하여 저 멀리 던져버리려고 하지만, 불안감은 오래 전부터 우리 몸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온 것이라 쉽게 지워버리지 못한다. 오래 전 인류가 지구상에서 동물과 같이 살아갈 때 우리는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호랑이와 같은 강인함과 사슴과 같은 스피드도 코끼리와 같은 힘도 없었고, 하다못해 토끼처럼 잽싸게 도망칠 뒷발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절 우리를 생존하게 만든 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었다. 이런 감정들이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미리 알고 피하거나 대비함으로써 문제소지를 미리 봉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간 몸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이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 되리라 본다. 불안이나 두려움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감정이 위험을 회피하고 문제를 찾아 이를 해결하게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이 심해 정신적, 육체적인 문제를 일으킬 때이다. 예를 들면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 심장이 마구 뛰고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다 내려오는 경우라든가, 이성 앞에만 서면 세상이 하얗게 변해 아무소리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지나쳐버리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 정도면 삶 자체가 힘들어진다. 나도 어릴 때부터 이유 없는 불안을 자주 느꼈기 때문에 불안이 심한 것이 어떻게 사람을 괴롭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자신도 어릴 적 두려움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경험을 가진 심리학자가 자신의 상황을 고치겠다고 시작한 연구에서 발견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자신이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극도의 불안을 느꼈고, 여성 앞에서는 말 한마디 건너지 못해 오랜 시간동안 이성을 사귀지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겪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기고자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물론 무척 힘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엔 여성과 대화 때 두려움도 고쳤다고 한다.




저자는 불안을 야기 시키는 과정과 그 결과인 불안을 하나라고 보지 않는다. 즉 내가 무엇인가 잘못했다는 것과 그래서 나는 불안하다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잘한 것보다는 잘못했을 때 기분이 우울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비하하고 또 다시 다른 일을 진행하는 데까지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불안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입사면접 때 말을 잘못했거나 면접관이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취업하지 못했다고 하자. 우리는 이런 경우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다른 곳에서도 당연히 면접에 떨어지리라 생각하면서 다음 면접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 보면 그럴 수 있는 일 같지만, 중요한 것은 면접을 잘못 본 상황에서도 허허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의 원인과 결과가 이처럼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원인적인 모습과 불안이라는 결과 사이에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뭔가 잘못했을 경우, 그것을 갖고 스스로를 책망하고 모든 문제를 자기 능력의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런 상황은 수많은 일 중의 하나이고, 자신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안이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문제를 사전에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적인 불안은 일상생활 자체를 어렵게 하기에 고쳐야 하고, 이때 자신의 능력, 존재가치 그 자체가 아니라 발생한 문제를 대하는 마음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발생원인보다 그것을 합리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면 불안의 정도가 눈에 띄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안.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라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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