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전경련 합작 ‘경제교과서 모형’ 편향 논란
“노조있는 기업 임금 높아
기업은 대신 노동자 적게 고용”
친기업·반노동 시각 부각 반발
한겨레 이수범 기자
» 경제 교과서 모형 논란 부분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펴낸 경제 교과서 모형이 친기업, 반노동 시각에 치우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전경련과 함께 <고등학교 경제>라는 460쪽짜리 교과서 모형을 최근 펴내고, 오는 3월 전국 고교들에 한 권씩 보내 수업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 책은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기업의 노동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 결국 기업은 높은 임금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고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사회교사모임 전 대표인 신성호 중앙고 교사는 “책자의 일부 내용이 지나치게 친기업적 시각을 부각하고 노동조합의 구실은 부정적으로만 적어, 학생들에게 균형 잃은 관점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자는 또 “단체교섭권은 …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다”고 써 단체교섭권을 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표 집필자인 전택수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지난 주말 ‘단체교섭권’을 ‘단체행동권’으로 고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62년 이후 한국 경제를 소개한 대목에선 박정희 시대의 성장 중심 경제정책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하고, 정경유착이나 저임금 등은 다루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62~96년 상황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 것이어서 다 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특정 이익단체인 전경련과 함께 5천만원씩을 들여 이런 자료를 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교육부가 이익단체인 재계와 함께 돈을 내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노총과도 함께 만들 것이냐”고 말했다. 양원택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교육연구관은 “집필진에 여러 의견들을 전달했고 균형 있게 서술할 것을 당부했다”며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집필진과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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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2-1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한에 무비판적이고 학생들에게 정치적 수업을 하는 일부 전교조 교사들도 싫다. 하지만, 전경련이 교과서를 만든다니...그리고 '정부의 개입은 나에게 이익의 감소를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해를 초래한다.'는 글이 실려 있는 교과서라니...처음 조선일보에서 새로운 친기업적 경제교과서가 개발되었다는 것을 반가운 소식으로 전한 기사를 읽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과서에서 정부의 역할을 그렇게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그리다니...이제는 신자유주의가 교육마저 접수하려는 것인가?

한가지 더/ 이 교과서 문제를 다루는 각 언론의 태도를 보면 그 매체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항상 실망을 안기는 매체는 이번에도 역시나다...
 

노회찬 의원이 청와대 앞 1인시위에 나선 까닭은 - 프레시안

 

  "재벌 말고 삼성에 맞선 엠네스티 양심수 김성환을 사면하라"
  2007-02-08 오후 12:01:08

'민생'을 화두로 한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 하루 전날인 8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청와대 '앞'을 찾았다.
  
  두 사람의 회동에 미리부터 쏠린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노 의원을 맞은 사람은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 청와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는 중국인 관광객들, 그리고 기자들 몇몇이 전부였다.
  
  "대통령 사면, 민생양극화 넘어 사법 양극화 부추켜"
  
  노 의원은 이날 '삼성그룹 해고자 김성환을 석방하라' '앰네스티 양심수 김성환을 석방하라'는 문구가 적힌 판을 앞뒤로 내걸고 현직 의원으로서는 최초로 한 시간 동안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에 나섰다.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과 10여 년간 맞서 오다가 서울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제엠네스티로부터 "비폭력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는데 구금된 사람"이라는 이유로 '앰네스티 양심수'로 선정됐다.
  

▲ 청와대 앞에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일인시위에 나선 노회찬 의원 ⓒ노회찬 의원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고 선 노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사면을 단행한다면 가장 먼저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성환 위원장을 석방시켜야 할 것"이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포함해 사상과 양심의 이유로 구속된 모든 양심수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오는 9일 오전에 있을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사면 국무회의에 대해 "재벌, 비리 경제인을 사면한다는데 같은 사람이 같은 범죄를 두 번, 세 번 반복해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두 번, 세 번 사면해주도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기업의 국제적인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사면 검토 대상에 포함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경우 이미 지난 1995년과 1997년에 이미 2차례 사면된 경력이 있다.
  
  노 의원은 "청와대에서 IMF 10주년을 맞아 비리경제인들을 사면한다는데 그게 말이 되냐"며 "지난 10년 간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부유층은 더 생활이 나아지고 서민들은 더 힘들어졌는데 이제 대통령의 사면권이 사회양극화에 더해 사법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의원은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국제적 양심수가 나오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하겠다더니 말로만 그쳤다"며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차별적 판결을 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법 앞에 이제 두 종류의 인간이 있는데 이는 신인종차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도 무노조 원칙 폐기해야"
  
  노 의원은 "지난 10년간 '무노조 경영' 원칙에 맞선 김성환 위원장의 투쟁이 국제기구에서 양심수 판정을 이끌어냈는데 이는 삼성으로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글로벌경영'을 추구한다는 삼성은 이제 국제적 요구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며 "무노조 경영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태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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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2-0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의 사면권...우리나라처럼 어처구니 없이 행사되는 곳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말이면 다 같아붙이면 되는 건가? 비리 경제인들이랑 정치인들 사면시키는 것이 국민화합인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도 죄의 벌의 불균형이 심각한데 벌써 수도 없이 정상참작된 자들을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한다니...정말 어이가 없다. 그나마 이런 문제제기라도 하는 노회찬 의원에 박수를 보낸다

짱꿀라 2007-02-0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기사 봤습니다. 너무 하다는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뭐 진짜 이딴 나라가 있는지 정말 살기 싫어지는 나라로 자꾸만 기억에 자리잡고 있네요. 한사람의 석방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는 노회찬 위원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박지원은 석방되고 김우중은 아니되고 뭐 이사람도 얼마후면 나오지 않겠습니까?
정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힘없고 나약한 서민들뿐이네요.

외로운 발바닥 2007-02-1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란 말이 실감나네요. 정말 서글프고 화나는 현실입니다.
 
 전출처 : 로쟈 > 책벌레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이를 유치원 차에 태워보내고 편의점에 가서 '한겨레'를 사들고 왔다. 금요일자 '18도'를 챙겨두기 위해서인데 몇 안되는 일간지가 편의점에는 딱 한 부씩만 들어와 있기 때문에 오후에 가보면 간혹 없을 때가 있다(물론 이런 수고를 하는 건 오늘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판 칼럼니스트' 표정훈씨 이야기가 '한국의 글쟁이'의 18번째 연재로 실려 있다.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이 대표적인 '탐서주의자'에 대해선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그의 궁리닷컴을 방문한 지가 꽤 오래됐군). 나도 간혹 '책벌레'란 소리를 듣긴 하지만, 이 '국민 책벌레'에 견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우리 시대에 책벌레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그를 통해서 엿보기로 한다. 한겨레의 기사와 함께 지난달 중앙일보에 게재한 표정훈의 칼럼을 같이 옮겨놓는다(아래 작업실 사진을 내 방구석이 지저분하다고 구박하는 아이나 아이엄마가 봐야 하는데!.. 둘러보니 내가 더 나은 것 같지도 않군^^;).

한겨레(07. 02. 08) 출판 칼럼니스트 표정훈

아주 아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읽고 싶은 책을 사달라 부모를 조르는 게 일이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참고서보다 교양서를 즐겨 읽었으며,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아예 학교 도서관을 구획 나눠 차례대로 정복해 들어가는 사람. 심지어 우리말 책만으로는 성이 안차 궁금한 책이 있으면 원서라도 사서 읽고(물론 자기 전공도 아닌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좋아서 독후감을 쓰고 책을 분류하고 읽고 싶은 책의 모습을 그리는 사람. 책 읽는 게 세상에서 가장 좋으니 책만 읽고 살아가고 싶어하는 이런 책벌레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표정훈(38)씨는 그 답을 보여주는 책벌레다. 10여년 전만해도 표씨 같은 책벌레들을 위한 똑떨어지는 직업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책벌레들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으니, 바로 ‘출판 칼럼니스트’ 또는 ‘출판 평론가’란 직종이다(*내가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출판평론가'나 '도서평론가' 등의 직함이 어떻게 구별되는지이다. 같은 지면에 나란히 실린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에서 가령 이권우씨는 언제나 '도서평론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범위의 문제인가?).

취미가 직업이 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책벌레들에겐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다. 물론 책벌레가 아니면서 출판 평론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출판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표씨는 알아주는 책벌레다. 또한 이권우, 박천홍, 최성일씨 등 요즘 활발히 글을 쓰는 다른 출판 칼럼니스트들이 대부분 출판관련 저널리스트 출신인데 견줘 표씨는 거의 유일하게 오로지 책벌레로만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출판 글쟁이가 된 이다.

학창시절을 책과 보낸 표씨는 대학 졸업 후 새내기 번역가가 된다. 때마침 불어온 인터넷 바람 속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생생한 책 이야기로 입소문을 탔다(*그게 궁리닷컴이다 http://www.kungree.com/). 한 일간지에서 가볼만한 사이트로 그 홈페이지를 소개했고, 이어 책관련 칼럼을 써보라는 제안을 해왔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표씨는 물만난 고기처럼 책벌레다운 글솜씨를 보여주었다. 그 뒤 여러 매체에서 책과 출판에 대한 글요청이 몰려들면서 표씨는 자연스럽게 이른바 ‘출판칼럼니스트’란 직업을 갖게 되었다.

표씨는 여러 책을 쓰고 번역했지만 저술가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글쟁이에 가깝다. 책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글로 쓰기 때문에 <한겨레>부터 <조선일보>까지, 매체의 분야에 상관없이 글 부탁을 받는다(*'한국의 글쟁이'로 이미 소개됐던 역사학자 이덕일씨도 그러하다). 쓰는 글은 서평이 주류를 이루지만 책, 그리고 독서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또한 우리 출판계에서 책문화 전도사로도 활동해왔다. 책과 출판 관련 전시회를 기획하는 일도 여러차례 맡았다. 삼성출판박물관, 아단문고 전시회를 기획했고, 2005년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관 기획위원으로 힘을 보탰다. 여기에 꾸준히 번역을 하는 동시에 여러가지 책 기획에 참여해왔다(*해서 들은 바로는 표씨가 언제나 큰 배낭을 메고 다닌다는 것. 출판사들에서 얻은 책들을 잔뜩 담아서).

이 넓은 활동폭이 가능한 것은 모두 그가 ‘책벌레’인 덕분이다. 표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 책은 일주일에 3~4권, 3분의 1 정도 읽는 책이 대여섯권이다. 1만여권의 책을 가지고 있고, 월 50만원 정도를 책 구입에 쓴다(*같은 책벌레로서 잠시 견주어보니, 나보다 많이 읽지만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 그가 주로 많이 읽는 역사서들을 나는 그다지 읽지 않는다. 아니 읽을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리고, 1만여권의 책을 갖고 있다면 나보다는 약간 많은 수치일 듯하다. 도서구입비 월 50만원은 비슷한 듯하다).

책벌레들의 특징이 ‘박람강기’(博覽强記)라는 점을 감안해도 표씨의 지식은 넓이 면에서 도드라진다. 교수도 아니고 박사도 아닌 그가 이런 지식을 갖게 된 비결은 꼬리를 물며 책을 이어가는 독서습관이다. “책을 읽으면 참고문헌에 있는 책이나 관련있는 책, 거론된 책을 찾아서 읽거나 체크를 해놔요. 저자가 마음에 들면 그 사람 다른 책을 조사해서 알아놓아요. ‘이 짓’을 한 10년 넘게 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책의 그물이 지어지는 거죠. 외국에 가서 책을 보다가도 참고도서 목록이 충실하면 정작 그 책 내용은 별로라도 사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모든 조사과정이 지식으로 쌓이는 셈인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이런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적어도 대학원생 이상이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 최소한 자기 전공에 대해서는). “책이 전경이라면 그 전경을 둘러싼 배경을 조사하고 알아가는 것, 그게 즐겁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더 잘 볼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그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장기인 인터넷 검색능력이 더해진다. 그런데 이 검색의 노하우에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 어떻게 해야 잘 찾느냐고 묻자 답은 맥빠지게도 “책을 읽어라”였다. 그 다음이 표씨가 ‘열쇳말 그물짓기’라고 부르는 검색과정이다. 역시 대단할 것은 없지만 대신 집요한 추적 의지의 중요성을 엿보게 한다. 니콜라스 루만이란 독일 사회학자를 찾은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루만은 사회학 석학이지만 동시에 지식과 정보를 잘 관리, 편집해서 많은 책을 쓴 것으로도 유명한 학자다. 표씨가 찾고자 한 것은 이 사람의 지식관리법. 문제는 단순히 루만의 이름만 검색어로 치면 사회학 업적만 건조하게 화면에 뜰 뿐이다(*나의 관심은 보다 고리타분해서 루만의 '지시관리법'보다는 그의 대저 <사회체계들>에 가 있다. 아직까지 번역/소개되지 않는 게 사회학자들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의혹을 품으면서).

표씨는 흔히 다작하는 저술가들이 활용하는 도구인 ‘인덱스 카드’ 등을 독일어로 추가해 다시 검색한다. 그래도 역시 원하는 지식관리법은 여전히 안나온다. 다음은 영어로 ‘지식’을 뜻하는 ‘knowledge’와 ‘관리’란 뜻의 ‘management’를 검색어로 보탠다. 이런 식으로 계속 검색어를 더해가며 찾아가면 결국은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 표씨의 지론이다. 이렇게 찾아낸 정보들 가운데 원하는 항목들을 모아가며 계속 연관개념을 찾아낸다. 이런 작업을 오랜 세월 규칙적으로 해오면서 쌓인 지식량, 그리고 노하우가 아니라 정보가 어디에 있을지 알고 유추해내는 ‘노웨어’(know-where)가 표씨 스스로 꼽는 자산이자 강점이다(*그의 책들을 아직 안 읽어봐서 얼만큼의 '강점'인지는 잘 모르겠다. <탐서주의자의 책> 정도는 읽어둘 법한데, 책은 '당신이 없는 사이에' 출간됐었다).

이는 글을 쓰는 원칙에도 적용된다. 최대한 많이 조사하는 것, 그리고 그 자신이 연구자가 아니고 독자의 연장선에서 글을 쓰는 것이니만큼 독자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쓰는 것이다. “글 쓰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라고 믿는다. 지식이 담겨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글이 그의 지향점이자 특징으로 갖춰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표씨는 2000년대 초반 등장과 동시에 출판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도구를 가장 잘 활용해서 다양한 정보를 찾아내고 조합하는 능력, 그리고 원서를 직접 읽고 기획할 수 있는 외국어실력과 기획력으로 새로운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필자로 꼽혀왔다.

그동안 표씨가 펴낸 책은 크게 두가지.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2003)나 <탐서주의자의 책>(2004) 같은 책과 독서에 대한 지적인 교양 에세이, 그리고 <하룻밤에 읽는 동양사상> 류의 가벼운 실용교양서다. 저술한 책은 그닥 양이 많지는 않다. 주된 분야는 역시 방대한 독서량에서 나오는 지식으로 맛깔스럽게 쓰는 고급스러운 에세이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표씨는 그동안 다양한 여러가지 활동을 해오는 대신 저술의 측면에서는 받아온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책에 대한 에세이 <탐서주의자…>와 <책은 나름의…>가 고급 에세이로 호평을 받았지만, 두 책 모두 짧은 글모음이란 점에서 이제는 표씨가 한 단계 더 뛰어넘는 책을 내주기를 출판계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저기 이것저것 분산되게 쓰고 있는 재능을 이제는 한 분야에 집중할 단계라는 충고도 나온다.

표씨 역시 스스로도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활동 폭을 줄이고 출판평론성 글, 각종 에세이 등 토막글을 고사하면서 단행본을 쓰는 데 집중하기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당장은 딜레마죠. 들어오는 정기 수입이 토막글이고, 이런 글들이 시간도 적게 들구요. 하지만 글쟁이로서 제가 생산적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기간이 앞으로 길어야 15년 정도일 것을 감안하면 에너지를 집중해서 호흡이 긴 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출판평론가의 정년은 55세인가?) 

그래서 표씨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실용서도 써보려구요. 독자들과 비슷한 비전공자이지만 교양 분야에 대해 연구가 아니라 공부를 하는 거죠. 그래서 공부한 것을 정리해서 소개하고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일을 하려는 겁니다.”(글 구본준 기자)

 

중앙일보(07. 01. 12) 자성의 목소리 없는 출판계

불철주야 책 만들기에 여념 없는 출판인들에게 출판계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지만, 일반 독자들이 바깥에서 보기에는 대체로 심심하다. 각종 사건들로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이나 연예계와 비교해보라. 그런데 이 심심한 동네가 '내일은 또 무슨 일이?'라는 걱정을 해야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정지영씨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 번역 의혹, 한젬마씨 저서 대필 논란, 마광수 교수의 제자 시(詩) 도용 혹은 표절 파문, '인생수업' 표지 사진 표절 혐의, 독서단체를 빙자한 책 사재기 대행 웹사이트 의혹….

책에 표시된 저자 혹은 번역자, 대리번역자와 대필작가, 출판사, 그리고 독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책임론이 사뭇 분분하다. 관행을 방패 삼거나 수단을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팔려는 출판사의 상략(商略)이 문제다. 번역과 저술에서 실제로 맡은 구실이 미미하거나 사실상 없으면서도 제 이름을 걸어놓은 사람들이 문제다. 대리번역자나 대필작가가 지금 와서 나서는 게 볼썽사납다. 유명인이 쓴 책이나 베스트셀러에만 몰리는 독자들이 문제다.

그런 책임론에 대해 출판계 차원의 솔직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아쉽다. 출판인도 아닌 필자가 결례를 무릅쓰고 대신 자성하고 싶다. 첫째, 다매체 환경에서 출판의 위상 문제다. 정지영씨는 방송인으로서의 명성을 발판 삼아 번역자(?)가 되고 한젬마씨는 저자(?)로서의 권위와 유명세에 힘입어 방송인으로 입신했다는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영상매체 친화적인 브랜드다. 책이라는 매체 자체의 완결성보다는, 더 인기 있는 다른 매체에 기대려는 출판의 초라해진 자화상을 반성하고 싶다.

둘째, 출판기획의 본말(本末) 문제다. 책도 치밀한 '기획'을 거쳐 시장에 내놓는 '상품'이며 출판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활동이다. 그러나 영리 추구 목적의 출판기획에도 본과 말이 있다. 오로지 팔릴 것만을 생각하는 게 그 근본인 것 같지만 책의 존엄에 대한,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존중이야말로 진정한 근본이다. 근본을 살피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싶다.

셋째, 베스트셀러의 맹점이다. 베스트셀러 집계의 기술적 공정성과는 별도로 애당초 저자나 번역자 자체가 거짓이거나 교묘한 사재기 상술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한, 베스트셀러 순위는 신뢰하기 힘들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베스트셀러의 요인을 분석하는 글을 쓰곤 했다. 그러나 만일 저자나 번역자 자체가 거짓이거나 사재기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라면 그 요인 분석은 고의가 아니었을지라도 거짓의 공범 구실을 한 셈이니,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고 반성하는 바이다.

넷째, 겉으로는 고급 문화인 행세를 하면서 속으로는 진작부터 고쳤어야 할 해묵은 관행을 계속 끌고 가는 이중성을 반성하고 싶다. 출판은 마땅히 지원받아야 할 부문이라며 물적.제도적 지원을 요구할 때는 한껏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출판인과 출판계가 먼저 스스로 개선해야 할 것들을 과감하게 고치는 노력에는 인색하지 않았는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를 새삼 떠올릴 때다.

'삼국지'의 한 대목을 떠올려 본다(이하 황석영 '삼국지'(창비)에 바탕을 둠). "이 책은 우리 촉땅에서는 삼척동자도 다 외우고 있는데, 새로 지은 책이라니 무슨 소리요? 이 책은 전국시대에 어느 무명씨가 지은 것이오. 조 승상은 도적질에 능하니 그를 표절해 자신이 지은 것처럼 그대를 속인 것이오." 사신으로 파견된 장송이 조조가 지었다는 '맹덕신서'를 한 번 훑어보고 외운 뒤 조조의 신하 양수에게 한 말이다. 이 일을 전해 들은 조조는 언성을 높여 "옛 사람 생각이 나와 우연히 들어맞았던 게지!"하고 즉시 '맹덕신서'를 찢어 불살라버리라 명했다. 저자이자 발행인인 조조가 보여 준 최소한의 자존심이 차라리 그립다.(표정훈 출판평론가)

07. 02. 09.

P.S. 참고로, '출판평론가'의 자녀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성동아'(2006년 5월호)의 기사를 참조해보시길(http://www.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5/08/200605080500037/200605080500037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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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선물 주고 뺨 맞는' 후진타오  - 프레시안

 

  "中,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 정부에만 선심 써"
  2007-02-08 오후 3:34:37

지난 31일부터 시작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세 번째 아프리카 순방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2일간 8개국을 돌아보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후 주석은 가는 곳마다 '돈 보따리'를 풀었다. 부채탕감, 차관지원 등 아프리카 작은 나라 정부가 감읍하고도 남을 선물공세였다. 선진국 간의 자원 확보 전쟁이 한창인 아프리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런데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지만 후 주석의 '돈 보따리'를 꼭 달가와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잠비아에서는 항의시위 우려 때문에 후 주석의 현지 일정 상당부분이 취소됐고, 라이베리아는 후 주석의 방문 직후 심각한 정치 소요를 겪고 있다.
  
  자원개발에 관한 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 정부에는 관대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인색한 중국의 '두 얼굴'에 아프리카 대중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라이베리아, 중국 심기 맞추려 상원의장 몰아내려 해
  
  지난 1일 아프리카 최빈국 라이베리아를 방문한 후 주석은 그 자리에서 2500만 달러에 이르는 도로, 학교 등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약속했다. 1000만 달러가량의 채무도 전액 탕감해 주기로 하고 텅텅 빈 각 병원의 창고에는 즉시 말라리아 예방약을 채워주기로 했다.
  
  이에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중국은 라이베리아의 친구이자 아프리카의 친구"라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후 주석을 태운 차량이 지나는 수도 몬로비아의 큰길 곁에는 동원된 시민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벅찬 감사를 표했다.
  
  라이베리아 정부의 오버액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설리프 대통령과 후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즈음 에드윈 스노우 라이베리아 상원 의장이 이웃나라 잠비아에서 대만 관료를 접견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라이베리아 정부는 스노우 의장의 사임을 압박했고 스노우 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라이베리아 석유 기업 회장이던 스노우 의장의 과거 부패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한 것.
  
  설리프 대통령은 상하원을 상대로 하는 신년 국정연설을 의회가 아닌 곳에서, 그것도 아예 수도 몬로비아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 받은 '선물 값'을 하기 위해 의전도, 관례도 과감하게 벗어 내던진 것이다.
  
  

▲ 잠비아 환영인파에 화답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중국 광산업자들의 노동력 착취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세력은 잠비아 군경에 의해 접근이 차단됐다. ⓒ로이터=뉴시스

  잠비아, 중국 비난한 야당 당수 접근 제한

  
  '광산부국' 잠비아는 더 큰 선물을 안았다. 후 주석은 레비 패트릭 엠와나와사 잠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총 8억 달러의 부채를 탕감하고 잠비아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경제특구를 설치해 잠비아를 아프리카 구리상품 생산기지로 만들고 여기에 경공업 및 건설부품 생산업체를 유치키로 했다.
  
  당초 후 주석의 방문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잠비아에는 이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중국이 투자한 광산노동자들의 격한 항의시위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1989년 잠비아 북부의 참비시 경제특구 내 구리광산을 인수한 중국인들은 현재까지도 현지인의 노조 설립을 막고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주는 횡포를 일삼아 왔다. 이에 작년 7월에는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현지인 노동자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감독관이 총을 쏴 4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시위로부터 후 주석을 보호하고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잠비아 정부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후 주석에 대한 질문은 엄격하게 제한됐고, 중국이 못마땅해 하는 마이클 사타 애국주의 전선 총재는 아예 후 주석 방문과 관련된 행사에는 접근이 금지됐다.
  
  작년 가을 총선에 출마한 사타 총재는 "잠비아가 중국의 일개 성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는 비민주적 외국의 존재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중국 정부는 "사타가 당선되면 잠비아와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후 주석이 입국한 루사카 공항 앞에는 시위인파가 몰려 잠비아 경찰의 삼엄한 경계룰 펼쳐야 했다. 광산지역을 방문하려던 후 주석의 현지 일정도 항의시위에 대한 첩보 탓에 전격 취소됐다.
  
  <아시아타임스>는 후 주석이 떠난 후 중국 투자자와 잠비아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적개심이 더욱 강해졌다고 전했다. 잠비아 정부에 '요주의 인물'로 찍힌 사타 총재와 광산노동자들 간의 정치적 유대도 더욱 돈독해져 조만간 결사의 형태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모잠비크, 식자층 중심으로 반감 번져
  
  후 주석이 9일 방문할 예정인 모잠비크에서는 특히 식자층의 반감이 심상치 않다. 모잠비크 경제가 급속도로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수탈을 일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잠비크 환경운동가들은 후 주석의 방문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이권에 눈이 먼 중국 목재상들 때문에 모잠비크 산림이 남벌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상인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지방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채벌 허가를 연장하는 불법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지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료를 주고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어 모잠비크 내 중국에 대한 반감이 비등하고 있다.
   
 
  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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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2-0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까지는 중국이 대단하다는 관점에서 쓴 기사만 읽었었는데, 이런 면이 있었군요. 중국이 미국의 발자국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네요.

마법천자문 2007-02-0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짱깨들은 옛날 5호 16국 시대처럼 갈갈이 찢어놔야 되요.

외로운 발바닥 2007-02-0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애리님은 정말 터프하신 것 같아요..^^;
 

  • 징검다리 건너 하늘 길을 거닐다
  • 청계천에서 낙산공원까지 주말걷기
  • 글=박미경 걷기모임 유유자적(cafe.daum.net/freewalking)회원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입력시간 : 2007.02.08 11:22
  •  
    • 이번 주는 여러 가지 재미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도심 코스로 안내합니다. 먼저 조선시대 가장 긴 다리였다는 ‘살곶이 다리’를 구경하고 철새보호구역을 지나 복원된 청계천 풍광을 감상하며 걷습니다. 이어 시끌벅적 동대문을 지나 고요한 낙산공원까지, 서울의 다양한 얼굴을 만납니다.

      낙산성곽은 서울에 남아 있는 성곽 중에 가장 찾아가기 쉽고, 또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성곽 따라 낙산공원에 오르면 탁 트인 경관에 눈이 절로 시원해 집니다. 마무리는 활력이 넘치는 대학로. 이보다 더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는 산책로가 또 있을까요.


    • 1. 한양대역~살곶이 다리 (0.3㎞/5분)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3번 출구로 나와 보도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진다. 어수선한 공사 현장을 지나 오른편으로 찻길 건너편에 살곶이 다리가 보인다. 건널목을 건너 천변으로 진입한다.

      살곶이는 청계천이 중랑천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역. 태조가 함흥에 머물다가 한양으로 돌아오던 길에 자신을 마중 나온 태종에게 활을 쏘았는데, 태종이 차일을 치기 위해 세워두었던 큰 기둥 뒤로 몸을 피하는 바람에 화살이 그 기둥에 꽂혔다. 그때부터 이곳을 살곶이라 불렀다 한다. 살곶이 다리는 세종 2년(1420)에 공사를 시작했다. 세종 즉위 후 태종은 광나루에서 매사냥을 즐기고, 살곶이에 있는 낙천정(樂天亭) 등에 수시로 행차하면서 이곳에 다리를 놓게 됐다고 한다. 도성 안 개천 축석 공사에 인력을 투입하느라 중단됐던 살곶이 다리공사는 성종 6년(1475)에 재개 됐고 성종 14년(1483)에 완공됐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지으면서 모자라는 석재를 보충하기 위해 살곶이 다리의 석재를 가져다 쓰면서부터 훼손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 복원했다.

      2. 살곶이다리~오간수교 (5.4㎞/80분)  

      천변으로 내려서자마자 보이는 오래된 돌다리가 바로 '살곶이다리'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그냥 지나친다. '살곶이 공원'을 지나 작은 다리가 나오면 건넌다('군자교 2.7㎞'란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으로 간다). 왼쪽으로 청계천을 두고 걷는다. 내부순환도로 때문에 소음이 거슬리긴 하지만 활기차게 걸어보자. 왼편으로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이 보이면 징검다리를 건너 계속 청계천을 따라 걷는다.

      검은 수면 위에 떠 있는 하얀 돌을 건너는 재미가 있다. 통통한 오리떼가 노는 청계천 물길을 거슬러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저만치 우뚝 서 있는 '두타(두산타워)'가 보이면 천변에서 벗어날 준비를 한다. 혹시 하천을 오른쪽에 두고 걷고 있었다면 징검다리를 이용해 미리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것이 좋다. 평화시장 아래 있는 오간수교와 연결된 들머리를 통해 청계천에서 빠져 나온다. 올라오자마자 왼쪽으로 동대문이 보인다.

      3. 오간수교~낙산공원길 입구 (0.3㎞/5분)  

      북적거리는 동대문이다. 딴 세상 같다. 왼쪽 건널목을 건너 흥인지문을 구경한다.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로 들어가 1번 출구로 나온다. 나오자 마자 뒤로 돌아 직진한다. 이대동대문병원 조금 못 가 낙산공원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다. 동인교회 옆에서부터 낙산공원길이 시작된다.

      4. 낙산공원길 입구~낙산공원 입구 (1.5㎞/20분)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따라가면 왼쪽으로는 서울성곽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크고 작은 지붕이 빼곡히 내려다 보인다. 부드러운 흙길이다. 오르막길이라 조금 숨이 차지만 걷는 만큼 도시 소음이 뒤로뒤로 멀어진다. 고개를 들면 고풍스런 성곽이 그려놓은 스카이라인이 보기 좋다. 성곽 아래는 개나리·영산홍·무궁화·목련이 줄줄이 이어지는 꽃밭이다. 꽃 필 때, 이 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보는 건 어떨까? 오르막길 끝까지 올라가 마을버스 03번 정류장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 곧바로 오른편으로 낙산공원 입구가 보인다.

      낙산성곽에는 성곽 양쪽을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두 군데 있다. 낙산공원길이 ‘공원’이라는 이름답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반면, 성곽 반대편은 작은 집들이 모여 있고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정겨운 골목길이다. 성곽 출입구를 통해 이편 저편을 드나들면서 두 개의 길을 모두 구경해 보자. 어느 길로 가든 성곽만 죽 따라가면 낙산공원에 도착한다.

      5. 낙산공원~혜화역 (2㎞/30분)  

      낙산공원. 말 그대로 '하늘 길'이다. 평지가 아니어서 공원 안에 지그재그로 경사길이 나 있다. 단숨에 공원을 질러 내려갈 수 있는 나무 계단도 있지만 길 따라 이리저리 걸으면서 낙산 이모저모를 느껴보고 가자. 낙산전시관이 있는 광장을 지나 공원에서 빠져 나온다. 골목길(낙산공원길)을 따라 내려간다. 양복점, 이발관이 들어선 정겨운 동네가 나타난다. 소박한 꽃밭이 그려진 담벼락 등이 눈길을 끈다. 기업은행을 만나면 우회전. '나임마트' '어촌회센터'에서 좌회전하면 마로니에 공원. 오른쪽에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 있다.

    • ::: 알고 가면 더 좋아요.

      총 걷는 거리: 9.5㎞

      총 걷는 시간: 2시간 20분 (휴식 포함 안함)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3번 출구

      돌아가는 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떠나기 전에: 화장실은 출발지점인 한양대역과 도착지점인 혜화역, 살곶이 체육공원, 낙산공원에 있다. 청계천에서는 인근 빌딩이나 지하철역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동대문시장에서 다양한 요깃거리를 맛볼 수 있고, 낙산공원에서 내려온 뒤 도착하는 대학로에도 음식점과 편의시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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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짱꿀라 2007-02-0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본 곳은 2군데 밖에 없네요. 서울에서 30년 거반 있었는데 말이죠.

    외로운 발바닥 2007-02-0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혜화역밖에 없어요. ^^;; 저도 30년을 있었는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