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격투기의 광팬은 아니지만, K-1이나 프라이드에 유명한 선수들이 나올 때는 시간만 허락하면 꼭 보는 편이다.


이번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최홍만이 나오는 K-1 2007 월드 그랑프리를 한다는 것을 알고, 마침 주말에 할 일이 많은 마눌님에게 비자발적인 자유시간을 얻어 K-1 그랑프리를 모두 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제9경기까지 있고, 1경기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의 최근 경기모습까지 해서 거의 5시간 가량을 텔레비전 앞에 있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스포츠의 짜릿함을 느낀 하루였다. 마님에게는 좀 미안하긴 했지만...


1경기부터 4경기까지는 사실 그렇게 유명한 선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1경기에서의 시릴 아비디는 전성기는 지났지만 예전 제롬 르 밴너와의 혈투나 악동 이미지가 있어 오랜만에 보아 반가웠다. 상대는 무명에 가까운 일본의 노다 미츠구였는데 예상과 달리 노다 미츠구가 시종일관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전성기는 지났지만 노련한 시릴 아비디를 3대0 판정승으로 이겨버렸다. 맞으면서도 피하지 않고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스모선수 출신이라는 노다 미츠구의 투지가 인상적이었다.


2경기는 이름을 고칸(일본말로 강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에서 구칸으로 바꾼 구칸 사키와 아마다 히로미의 경기였는데 우락부락하게 생긴 터프한 이미지의 아마다 히로미가 구칸 사키의 로우킥에 일방적으로 당해 2라운드가 끝나고는 경기를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구칸 사키의 강력한 로우킥이 들어갈 때마다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철썩 소리와 시간이 지날수록 검붉게 물들어가는 아마다 히로미의 넓적 다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 로우킥을 맞는다는 것은...그냥 맞을 일이 없기만을 빈다.


3경기와 4경기는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꽤 잘 생기고 체격도 좋지만 실력은 아직 별로인 호리 히라쿠가 알렉산더 뭐시기 ^^;; 하는 선수에게 싱겁게 KO로 패해버렸고 역시 체격 좋고 인상도 강렬하지만 실력은 별로 신통치 않은 나카사카 츠요시 역시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하다가 킥복싱의 강자라는 자빗 사메도프에게 판정패해 버렸다.


5경기는 정말 예상밖의 경기였다. 무관의 제왕인 제롬 르 밴너와 그날 경기중 가장 미스매치라고 생각되는 사와야시키 준이치와의 경기였다. 사와야시키 준이치는 K1경험도 별로 없고 체격도 밴너와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해설자들도 최근 전적이 좋지 않은 밴너를 위한 워밍업 경기라는 말까지 했는데...철저하게 아웃복싱을 하며 거의 도망치듯 경기하는 사와야시키 준이치를 잡는데 밴너가 애를 먹었고 그러다가 1회에 펀치를 맞아 다운을 당하고 말았다. 해설자도,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도 놀랐다. 밴너가 저런 애송이에게 다운을 당하다니...그런데 그것은 이변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계속 도망만 치는 경기진행으로 2번이나 경고를 받은 사와야시키 준이치는 3라운드에서 한번 기회를 잡아 몇 번의 연타를 날린 끝에 그 듬직한 밴너를 다시 한번 다운시킨다. 소극적인 경기진행과 그로인한 두 번의 경고만으로는 판정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결과는 밴너의 판정패.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은 경기결과였지만, 역시 스포츠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축구로 친다면 우리나라가 브라질을 이긴 것보다 더할 것 같은 이변이 그날 K1에서도 나오고 말았다. 시종일관 도망치는 경기운영으로 짜증나게 하긴 했지만 사와야시키 준이치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도 많이 준비하고 밴너를 다운시킬 만한 그 무언가를 갖추고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신을 당한 밴너가 빨리 예전의 강렬한 포스를 되찾았으면 한다.


6경기는 최홍만과 마이티 모의 경기였다. 대부분 최홍만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최홍만의 첫 KO 패였다. 마이티 모는 오른손 훅으로 최홍만을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았고 상대적으로 최홍만의 잽이나 움직임은 예전만 못해보였다. 1라운드에서 최홍만은 느슨하게 플레이하다가 오른손 훅을 정통으로 맞고 만다. 그때 최홍만은 별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보는 이로서는 조금씩 불안하기 시작했다. 30센치가 넘는 신장차이에도 불구하고 턱부위에 정확한 훅을 날릴 수도 있구나. 더구나 마이티 모의 펀치력은 K1을 통틀어 최고수준이다. 그리고 결국 2라운드에 최홍만이 어설픈 펀치를 날리느라 상체가 숙여진 순간을 노리고 있던 마이티 모는 번개같은 오른손 훅을 날려 거인 최홍만을 한방에 눕혀 버렸다. 정말 벌침을 쏘듯 순식간에 마이티 모의 주먹이 최홍만의 턱에 작렬했고 최홍만은 그 한방에 링에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다. 최홍만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번 경기가 최홍만에게 더욱 진지한 마음가짐과 약점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마이티 모의 한방에 넘어가는 골리앗 최홍만


7경기는 초신성 루슬란 카라예프와 바다하리의 경기였다. 루슬란이야 워낙 유명하니까 잘 알고 있었지만 이슬람 계통의 바다하리는 처음 보았다. 큰 신장과 날카로운 눈매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는데 결국 K1 역사에 길이남을 명경기를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공이 울리자마자 두 선수는 정말 스피디한 난타전을 선보였는데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고 재미있는 경기였다. 두 선수 모두 스피드가 빠르고 기본기가 좋았는데 화려한 난타전을 계속하던 중 루슬란의 펀치에 바다하리가 결국 다운되고 만다. 그런데 역시 루슬란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루슬란이 바로 KO 되고 말았다. 다운 이후 다시 맞붙자마자 바다하리가 정확한 오른손 카운터 펀치를 루슬란에게 먹였기 때문이었다. 해설자 말대로 정말 영화와 같은 장면으로, 그리고 정말 드라마틱하게 루슬란은 KO 되었고 바다하리는 새로 신설된 100킬로 이하의 헤비급 챔피언 도전권을 갖게 되었다. 다음 경기에서 무사시를 꺾은 후지모토 유스케와 경기를 할 예정인데 후지모토 유스케를 좋아하고 나름대로 그를 높이 평가하긴 하지만 이처럼 스피드 있고 실력이 뛰어난 바다하리의 상대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루슬란에 카운터 펀치를 작렬시키는 바다하리


마지막 경기인 레이세포와 세미 슐트와의 경기도 정말 극적이었다. 지난번 맞붙었을 때 거의 일방적으로 난타당하다가 간신히 KO패를 면한 레이세포였기에 레이세포의 승리를 바라면서도 사실 많이 걱정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맞다가 끝나지 않을까하고. 하지만 1라운드에서 레이세포는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경기운영으로 그 단단하고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세미 슐트를 다운시켰다. 레이세포의 펀치로 세미 슐트가 다운 되었을 때 얼마나 짜릿했던지...박수를 치며 환호하여 마님이 뭔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야, 이런 맛에 스포츠를 보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레이세포 역시 정말 허무해 보일정도로 세미 슐트의 레프트 잽에 실신 KO를 당해버리고 말았다. 참...스포츠란.

 


무적 세미슐트를 다운시킨 레이세포. 이때까진 정말 좋았는데..

 

거의 5시간 동안 K1을 보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스포츠의 짜릿함을 느껴보았다. WBC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날릴 때의 그런 짜릿함 비슷한 감정을 말이다. 그리고, 격투기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전문적으로 단련된 선수들이라고 하더라도 자기보다 40킬로나 더 나가고 30센치 이상 큰 최홍만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KO를 따낸 마이티 모나 역시 경기는 패했지만 30센치 이상 차이나는 세미슐트를 링위에 눕게 한 레이세포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10센치만 큰 상대와 마주하더라도 일단 주눅부터 들 것 같은데 30센치도 더 큰 상대와 맞서 결정적 순간에 상대를 쓰러뜨리다니...


맞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전진하며 펀치를 날리고 자신보다 강해보이는 상대 앞에서도 당당히 맞서며 상대를 눕혀 버리는 그 정신력과 강인함...직업으로서 개인적으로 그리 좋은 직업 같지는 않지만 격투기 선수들에게는 남자의 로망이랄까, 뭐 그런 것을 자극시키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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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최도영이 답답한 이유
출연
김명민, 이선균, 차인표, 송선미, 김보경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인터넷 연예신문들과 중앙 일간지에 일제히 하얀거탑의 인도주의 의사 최도영을 맡고 있는 이선균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같은 날 같이 인터뷰를 한 탓인지 비슷비슷한 내용의 인터뷰가 동시다발로 인터넷 시장에 출시되었는데 제목 또한 매우 비슷하다. 그러니까 배우조차 최도영의 행보가 당위성이 없고 답답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건 배우로써 매우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 아니, 역을 맡고 있는 배우가 그 캐릭터를 이해 못하겠다고 한다면 보는 시청자는 뭐란 말인가?

 

캐릭터가 천하의 말종이거나 악당이라고 해도 역을 맡은 배우는 일단 그 사람 편이다. 적극적으로 변호하거나 감싸며 그것도 안 되면 이해를 구한다. 그런데 이선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우선은 제 연기가 부족함을 탓하고는 캐릭터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캐릭터를 그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따지고 개연성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배우만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배우 이선균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하얀거탑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 그런데 막상 막이 오르고 회가 거듭되면서 정말 최도영이 주인공이기는 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아뿔싸.... 배우조차 답답해하고 있었구나...

 

단도직입적으로 하얀거탑의 최도영이 많은 시청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역을 맡고 있는 배우에게조차 이해되지 않게 그려지고, 그 결과 이름만 주연일 뿐 조연급 캐릭터에 머물고 있는 까닭은 전적으로 작가와 감독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들의 한계는 우리 사회 개혁 진보 세력이 가진 힘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최도영이 답답한 것은 배우 이선균이 연기를 잘 하지 못하거나 능력이 딸려서가 결코 아니다. 이선균은 자신이 너무 일차원적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최도영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하얀거탑의 열렬한 '본방사수파' 시청자가 보기에 이선균 아니라 국민 배우 안성기가 그 역을 한다 해도 지금 이선균이 하고 있는 것 보다 낫게 최도영을 연기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연기가 뛰어나다고 해도 연기로 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대본과 연출력이다. 현재의 대본과 연출이 최도영이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해주는 '이야기'를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며, 최도영을 설명할 시간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판 하얀거탑은 최도영이라는 인물을 입체적 캐릭터로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이선균의 말대로 최도영은 "장준혁의 화려한 이력에 견줄만한 내적인 힘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실제 일본의 원작 소설과 일본판 하얀거탑에서 최도영은 장준혁 못지않은 강인하고 소신에 찬 인물로 그려진다. 권력에 대한 태도가 사뭇 다르기는 하지만 둘 다 야심만만에 자신만만하다. 둘의 이런 면모는 에피소드를 통해 동등하게 ,충분히 제공된다. 최도형은 드라마 내내 장준혁의 야망의 카리스마 못지않은 꼿꼿하면서도 따뜻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렇듯 장준혁과 최도영의 대립이 팽팽히 균형을 이루면서 긴장을 배가 시키고 시청자로 하여금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에서 최도영은 그렇지 못하다. 이선균이 말한 바로 그 '내적 힘'을 발휘할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선균이 자신에게 할당된 대사량이 부족하다는 말을 다 할까? 대사가 없다는 것은 주인공을 주인공답게 해주는 그럴듯한 '서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왜 그런가? 내가 보기에 작가와 감독이 최도영에게 별로 관심이 없거나, 원작에서 최도영에게 부여된 역할 즉, 휴머니즘 인도주의 또는 이에 상당하는 어떤 가치들, 예컨대 개혁이나 진보 양심 등등과 이런 가치들을 옹호하는 사람 또는 세력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이 말이 너무 과한가? 그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실제로 한국판 하얀거탑에서는 장준혁의 오진으로 죽음에 이른 환자가족과 변호인, 그들을 돕는 시민운동가 이윤진(송선미 분)에 대한 묘사도 너무 단조롭고 안이하다. 왜 그 변호사는 승산 없는 소송대리를 자처하며, 왜 이윤진은 난데없이 변호사와 한 팀이 되어 백방으로 뛰며, 간호사 윤미라는 막판에 증언대에 서서 '양심적 시민'의 상징이 되는가? 처음부터 그들이 어떻게 해서 한 팀으로 묶여지는지 조차도 모호하기만 하다.

 

이는 장준혁과 그의 변호사의 행태가 매우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그려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은 입막음을 위해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자리를 보장해주며, 아낌없이 돈을 쓸 뿐만 아니라 언제나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을 알려주며 그대로 행동한다. 설령 그것이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반면 장준혁의 대립점에 있는 최도영을 비롯한 이쪽 사람들은 재판에 이기기 위해 하는 일이 없다. 수북이 쌓인 서류를 뒤적이거나 피하는 사람들을 겨우 겨우 만나서 그야말로 '양심'과 '정의감'에 호소하는 뻔한 대사를 반복할 뿐이다. 증언 할지를 놓고 갈등하는 윤미라 간호사가 최도영을 찾아와 어떡하면 좋으냐고 묻지만 최도영이 내놓는 대답은 고작 "내가 뭐라고 하겠습니까?"가 다다.

 

최도영과 같은 인간들이 약자에 대한 배려와 희생을 감수하는 높은 도덕성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형편없이 매력 없으며 우유부단하며 무기력하게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들에 대한 묘사가 대단히 평면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권모술수와 음모를 마다하지 않는 부도덕한 인간이면서도 거짓 행동 사이사이 선택의 고민에 빠지는 장준혁이 훨씬 더 인간답게 느껴지면서 시청자들을 제 편으로 만들고 지지하게 만드는 힘을 행사한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 속 역학관계는 드라마 밖 현실에서 개혁 진보 양심 세력들이 아니라 보수 수구꼴통들에게 형편없이 기운 세상 힘의 균형추를 떠올리게 한다.

 

하얀거탑에서 두 주인공에 대한 시청자들을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준혁과 같은 인간들의 생리와 행동의 패턴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장준혁에게 훨씬 더 감정을 이입하고 동정하는 것 같다. 즉 최도영이 아니라 장준혁에게서 구차한 현실의 내 모습과 닮은 구석을 더 많이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최도영 처럼 저항하기 보다는 설령 쫄딱 망할지언정 한번 크게 저질러 보고 싶은 욕망을 장준혁에게 투사한다.

 

반면 장준혁이 판치는 세상, 돈과 조직의 논리가 압도하는 가운데 사표를 각오하는 최도영은 드물다. 비주류다. 그런 식으로 사는 사람을 별로 본 적 없다. 작가도 감독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이 비주류들의 고민과 번민을 속속들이 생생히 알지 못한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잘 모르니 에피소드는 피상적이 되고 그 자리를 대사 없는 영상으로 매워진다. 그 결과 장준혁의 모습은 소름끼치게 리얼하지만 최도영의 존재는 희미하고 맥이 없다. 결국 드라마는 장준혁과 최도영이 상징하는 가치들이 충돌하고 그 속에 갈등하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야망에 불타는 한 인간의 성공과 몰락이라는 뻔 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원작과 일본판 하얀거탑에서 최도영이 장준혁 만큼 비중 있게 공감 가는 인물로 그려졌다면 그것은 원작의 작가와 일본 사회가 최도영을 최도영 답게 하는 가치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소설이 처음 출판되었던 1960년대 말 일본은 최도영이 대변하는 휴머니즘과 같은 진보적 가치들이 폭넓게 공유되었기에 장준혁에 꿀리지 않는 당당하고 할 말 하는 최도영을 중량감 있게 형상화하고 독자와 시청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의 최도영은 그렇지 않다. 사실 전혀 꿀릴 것 없고 오히려 당당할 것 같은데도 장준혁 앞에서면 작아지고, 제대로 반박조차 하지 못하며, 버벅대거나 주저한다. 나는 이런 최도영이 못마땅하다. 이렇게 밖에 최도영을 그리 줄 모르는 작가와 감독에게 불만이 많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작가와 감독이 그리는 최도영이 우리 국민들 눈에 비친 우리 사회 양심 진보 개혁 세력의 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우리의 본 모습이라는 생각이 미치니 화가 난다.

 

그러니까 2007년 한국의 인도주의자들은 아직도 비주류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 제가 하는 말이 옳은지 조차 헷갈린다. 처참한 지지율에 반성을 주워 삼키지만 도대체 뭐가 틀렸는지도 감을 잡지 못한다. 그러는 동안 일군의 집단들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부인하며 보수적 가치들에 아부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현실감 없는 얘기로 무모한 선동을 일삼는다.

 

시청자들은 혼자서 결심하고 혼자서 희생을 감수하는 최도영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당당한 것이었다면 양심을 따를지 조직의 논리를 따를지 고민하는 후배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답을 알려주는 최도영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최도영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 능력도 있다.

 

마찬가지로 자칭 진보 개혁세력이 국민들에게 할 바도 그것이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혼자 독야청청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제 소신의 정당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설득하는 힘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실현 가능한 비젼이다. 행동의 지침이지, 번민이 아니다.

 

"니가 옳다면 옳다고 나에게도 그 답을 말해줘봐~~ 나더러 알아서 하라고 하지 말고 니 길이 옳으니 같이 가자고 해 보란 말이야~~!"

 

하얀거탑의 최도영의 실패가 주는 교훈은 바로 이거다.

 

 

by  유부 

 

 

* <무브온21블로거기자단>이란 : 무브온21에서 활동하는 논객들이 모여 구성한 기자단입니다. 무브온21의 주요 칼럼과 무브온21 논객들이 기획한 기사와 인터뷰를 내보냅니다. 

 

moveo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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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3-0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간만에 즐겨보는 한국드라마 하얀거탑.
최도영 캐릭터가 멋지긴 했지만 무언가 항상 무기력해 보였는데, 이 글을 읽으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작가와 감독이 최도영에게 별로 관심이 없거나, 원작에서 최도영에게 부여된 역할 즉, 휴머니즘 인도주의 또는 이에 상당하는 어떤 가치들, 예컨대 개혁이나 진보 양심 등등과 이런 가치들을 옹호하는 사람 또는 세력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짱꿀라 2007-03-0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바닥님, 근데 저는 최도영이라는 인물이 정말로 마음에 든답니다. 정의를 위해서 자신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왠지 무모해 보이지만 이런 사람들로 인해 사회가 조금씩 바뀌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아! 드라마라서 그런가 헤헤~~^^

외로운 발바닥 2007-03-0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최도영이 무척 마음에 든답니다. 산타님 말씀대로 최도영 같은 사람들로 인해 사회가 조금씩 바뀔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다만, 우리사회가 드라마에서조차 최도영 같은 인물이 발을 디딜 틈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그것이 좀 아쉽네요. ^^;
 

한·미 FTA ‘밀리고 밀린 마지노선’…美에 다 내주나




우리 정부는 1년 가까이 지속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의 공세에 밀려 일방적으로 우리 시장을 내주는 협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리 정부가 얻어내야 할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협상중단 등 ‘강공책’을 펼치며 승부수를 띄웠으나 협상력 부재로 오히려 마지노선을 연거푸 후퇴하면서 실익을 얻지 못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정부소송제(ISD), 쇠고기, 의약품, 자동차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빼앗기기만 하는 협상을 해온 것이다.

지난해 6월 시작돼 이달초 마지막 8차 FTA 협상(3월8~12일)을 남겨둔 상태에서 우리 정부는 협상 초기 미국측에 강하게 요구했던 무역구제 분과에서 당초 원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구제는 국내 수출기업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제재 완화가 주된 내용으로 우리측이 이번 협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측 협상단은 지난 5차 협상에서 비합산조치를 포함한 6개항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회담장 철수’라는 벼랑끝 전술까지 동원했지만 소득은 전무했다. 더욱이 우리측 협상단은 8차 협상을 앞두고 그나마 국내 수출기업들에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꼽히는 비합산조치까지 포기한 채 무역구제위원회 설치 등 미 국내법 개정이 필요없는 몇개항만이라도 받아달라며 애걸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교역상대국에 대해 무역구제위원회 설치 등에 합의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미·이스라엘 FTA(1987년)에서 미국이 무역구제를 인정한 사례는 이례적인 것”라며 “우리가 이스라엘과 똑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무역구제와 맞물려 협상을 진행한 자동차와 의약품에 대해 우리 협상단은 미국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의약품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약제비를 내리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신약 특허권 연장, 약가 산정 과정에 다국적 제약사들의 이의신청 보장 등에 합의하면서 이 같은 대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해 결과적으로 미국측 요구를 수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동차 분야도 미국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미 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 시장개방 촉구 서한’을 보낼 정도로 공세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동차 세제 개편’을 이미 약속하는 등 양보안을 내놓고 협상 타결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특히 국가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괴물’로까지 불리는 ISD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ISD는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 정부의 조치로 이익의 침해를 당했을 경우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당초 ‘대부분의 FTA에서 도입되는 사안’이라며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논란이 일자 ‘부동산, 조세 정책만이라도 간접수용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미국측에 요청하는 상황이다. 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는 “국가의 ‘고의적 과실’로 인한 개인 재산권 박탈에 대해 배상해주는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우회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간접수용 개념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2014년까지 시장 개방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쌀에 대해서도 ‘예외없는 시장개방은 없다’며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 정서를 교묘히 이용해 ‘협상의 지렛대’로 쌀개방을 쇠고기시장 개방과 연계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당연히 지켜야 할 쌀을 지켜내면서 반대급부로 뼛조각 쇠고기를 내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것이야말로 협상의 실패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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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3-0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여~
대한민국을 절단 낼지도 모르는 이 중대한 시점에서
최소한의 어떤 행동이라도 해라! 우리나라를, 국민을 위한다면 말이다...
 
 전출처 : 짱꿀라 > 나의 꿈

나의 꿈  
 

누구에게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이다.
올해로 당당히 14살이 된 나도 그런 꿈이 있다.

천사 같은 밝은 미소와 따뜻한 손길로
학교에 갈 때면 책가방엔 희망을 담아주고
훌륭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나의 꿈은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던 날
천진난만한 얼굴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난 왜 엄마가 없어?"
홀로 입학식에 참가한 아빠는 묵묵부답이었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엄마 없는 아이라고
놀림도 받고, 서러움도 많이 겪어야만 했다.

다행히 자상하신 아빠와
여러 선생님들의 지도로
홀로 독립하는 법을 배우면서
날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났고,
덕분에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커서 엄마가 된다면
아침마다 맛있는 반찬과
구수한 밥을 준비할 것이고
아이들에게 칭찬과 질책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세계의 대자연과 어린이들을
많이 만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엄마들은
자신의 자유와 편의를 위해
사랑스런 아들, 딸들에게
관심을 덜 쏟는 것 같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곁에 있어주는 엄마
우리가 걱정되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엄마
행복이 넘치는 가정에 꼭 있어야 할 엄마

엄마!
나의 꿈이자 들으면 눈물이 나는 두 글자이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
나는 나의 꿈을 꼭 이룰 것이다.


- 중국 하얼빈에서 14세 소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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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늘 곁에 있어서 그 고마움을 잊게 됩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갖게 되는
'엄마'가 꿈인 맑은 영혼을 지닌
한 소녀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 꿈은 이루어집니다. -

출처 : www.m-lett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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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8-07-1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리네..쩝
 

솜방망이 처벌·쥐꼬리 과징금이 ''담합 공화국'' 만든다
[세계일보 2007-02-28 20:48]    

주방 세제, 밀가루, 휘발유, 휴대전화 통화료….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담합 품목들이다.

최근 3년간 담합으로 적발된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으나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 출범 후 25년 동안 검찰에 많은 담합 사건이 고발됐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기업인은 단 한 명도 없어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시정조치가 이뤄진 담합은 모두 31건, 부과된 과징금은 총 1105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적발된 담합 사건은 2004년 21건(288억원), 2005년 28건(249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 등 외국은 담합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면서 적발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미 법무부가 기소한 담합 건수는 2004년 42건, 2005년 32건, 2006년 33건으로 감소 또는 정체상태다. 유럽연합(EU) 경쟁총국은 2004년 6건, 2005년 5건, 2006년 6건의 담합을 적발했다. 일본도 2003년 29건, 2004년 25건, 2005년 15건으로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담합이 적발되고 있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발되는 담합은 전체 담합의 3∼5%밖에 안 될 것이라는 게 각국 경쟁당국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적발된 31건을 전체 담합의 약 5%로 추정하면 국내에서 벌어지는 담합은 600여건에 이르는 셈이다. 이를 단속하려면 공정위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재계의 반발과 법무부의 비협조로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담합 적발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의 ‘비도덕성’ 역시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물가 안정이 최대 과제였던 1970∼80년대 정부가 행정지도 등의 방식으로 물가를 관리했는데 이것이 업계 관행으로 굳어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담합이 적발될 때마다 업체들이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벌도 미지근하다. 단 2개월 담합으로 2400억원대의 폭리를 취한 정유업계에 부과된 과징금은 526억원에 불과하다. 공정위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하철 무임승차도 요금의 30배를 벌금으로 물어야 하는데 담합은 남는 장사”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고발해도 검찰은 약식기소처분을 내리는 게 고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출범 이후 담합 관련 기업인이 징역형을 산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5년 한 해에만 담합 기업인들에게 총 1만3157일(36년)의 금고형을 내렸다.

참여연대 박근영 경제개혁팀장은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오히려 밀약을 조장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시장 규율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법원과 검찰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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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바닥님 때문에 좋은 사실 알고 갑니다. 원래 제가 이 부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네요. 뭐 제가 약간은 무지한 면이 있어서요.

외로운 발바닥 2007-03-0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하시다니요;;; 저보다 훨씬 박학하신 것 같은데요. ^^;
다른 것보다 저도 이번에 처음 뉴스에서 정유사들의 담합으로 1조원 넘게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았다면서 과징금이 합계 1000억원 정도 부과되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의아했습니다. 담합이라면 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교란시키는 행위인데 징벌적 배상을 하게 하지는 못할 망정 이익에 훨씬 못미치는 과징금이라니 정말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