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펴낸 경제 교과서 모형이 친기업, 반노동 시각에 치우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전경련과 함께 <고등학교 경제>라는 460쪽짜리 교과서 모형을 최근 펴내고, 오는 3월 전국 고교들에 한 권씩 보내 수업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 책은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기업의 노동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 결국 기업은 높은 임금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고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사회교사모임 전 대표인 신성호 중앙고 교사는 “책자의 일부 내용이 지나치게 친기업적 시각을 부각하고 노동조합의 구실은 부정적으로만 적어, 학생들에게 균형 잃은 관점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자는 또 “단체교섭권은 …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다”고 써 단체교섭권을 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표 집필자인 전택수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지난 주말 ‘단체교섭권’을 ‘단체행동권’으로 고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62년 이후 한국 경제를 소개한 대목에선 박정희 시대의 성장 중심 경제정책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하고, 정경유착이나 저임금 등은 다루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62~96년 상황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 것이어서 다 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특정 이익단체인 전경련과 함께 5천만원씩을 들여 이런 자료를 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교육부가 이익단체인 재계와 함께 돈을 내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노총과도 함께 만들 것이냐”고 말했다. 양원택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교육연구관은 “집필진에 여러 의견들을 전달했고 균형 있게 서술할 것을 당부했다”며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집필진과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