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후세인이 12월 30일 처형되었다고 한다. 일견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담후세인의 생포, 재판, 그리고 신속하게 집행된 사형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다시한번 씁슬한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사담후세인이 걸프전 이전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세력이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라크 전쟁에서의 거의 유일한 가시적 성과로 미국이 내세우는 사담후세인의 생포가 결국은 독재자의 처형이라는 대중들에 대한 카타르시스의 제공으로 끝나게 되리라고는 막연히 예상은 했지만, 그토록 법과 원칙, rule of law, due process of law 등을 강조하는 미국이 그토록 재빨리, 그것도 사형절차를 생중계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라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부시가 북한과 이라크 등을 악의 축이라고 빗대고, 툭하면 성경을 인용하며 하나님을 들먹이는 것도 결국은 자신들은 '선'이고 자신들에 반대하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창출하고 고착화시키려는 의도임이 보였지만, 사담후세인만큼 권력에 오르고부터 몰락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 그토록 드라마틱하게 선과 악의 양극단을 오르내린 인물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특히, 사담후세인의 사형집행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사담후세인은 바로 미국이 만들어낸 대중에 대한 안티 영웅으로서의 '악의 화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독재의 영웅만들기에 대비되는 안티영웅의 탄생과 그 종말을 나는 사담후세인을 통하여 생생히 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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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01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 세상에서 악을 행하다 이제는 가야 할 사담 후세인.
죽은 사람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때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