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 - 우리민족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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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등학교 이후 한국사와 담을 쌓고 지내왔던 나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역사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 심히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태종이나 성종이 어느 시대의 몇대 왕인지 잘 알지 못해서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중국이 말도 안되는 논리로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려는 주장을 펼친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도 감정적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속으로는 ' 고구려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고 중국과는 독자적인 문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지? 그것은 결국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하는 안이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일상에서 부딪치는 불편함에 더해 과거 우리의 발자취를 알지 못하고는 미래를 내다볼 수도 없다는 일반론적인 생각때문에 언젠가는 체계적으로 우리 역사를 공부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그리고 신문지상을 통해 이이화 선생이 10여년에 걸쳐 한국사를 민중의 문화사를 중심으로 21권의 전집을 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떤 책으로부터 교양으로서의 역사를 공부할 지 모르던 나는 무심코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 1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머릿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 역사는 특정인이나 특별한 계층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오늘의 현실생활과 동떨어져 존재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역사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가 우리의 역사를 흥미를 가지고 탐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는지 우리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책을 서술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역사적으로 논의가 있는 부분에는 다양한 학설을 치우침 없이 소개했고 작가의 견해도 간단히 논거를 달아 밝혀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시각적인 자료도 꽤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사진자료를 설명하는 어휘역시 역사적 용어이거나 옛날 말이어서 이해가 좀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기원전후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난 국가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한나라의 사군 명칭 뿐 아니라 진한, 진국 등 여러 국가의 이름을 두서없이 나열하여 이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넣으려다보니 약간 서술의 체계성이 부족한 면이 약간 있지만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의 기원부터 당시 조상들의 실생활을 중심으로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지금 겨우 1권을 읽었지만 꿋꿋이 21권까지 완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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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 한정판 [dts]
류승완 감독, 류승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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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하게 주말에 쉬면서 볼 수 있는 DVD가 없냐는 나의 물음에 사촌동생이 선뜻 추천한 것이 아라한 장풍대작전이었다. 사실 전부터 사촌동생이 이 영화 무척 재미있게 봤다고 하던 말을 듣고 있던 참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놀러가 보았더니 겉모양도 화려한 한정판으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DVD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확인차 다시한번 볼만하냐고 물어보았고 자기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면서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도 좀 있다고 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의 완성도나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의식을 따지기 보다는 지나치게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액션을 잘 버무려 놓았는가를 따지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도 막연히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보기 전에 화려한 액션물을 유치하지 않게 잘 풀어낸 영화이겠거니라고 예상을 했는데 그런대로 영화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난 액션 영화를 보면서 항상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액션(성룡식의 액션을 뛰어넘어 벽을 부순다든지 2-3미터를 나는 것 등)을 가능하게 하는 영화상의 이론적 토대가 무엇인지에 흥미를 느낀다. 그런 면에서 가장 탁월했던 영화는 역시 매트릭스였지만,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는 '7선'이라는 도인들을 그 이론적 토대로 삼는다. 여기까지는 사실 유치한 액션영화와 크게 다름없겠지만 7선의 도인들의 일반인적 모습들 - 텔레비전에 나와서 차력쇼를 펼친다든지 700써비스를 해서 용돈을 버는 것 등 - 그리고 안성기를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에서 이 부분의 약점을 훌륭하게 커버하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류승범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액션연기가 진짜 마음에 들었다. CG를 이용한 부분이야 다른 영화들과 대동소이하지만 악을 쓰며 무공을 펼치는 중간 중간에 보여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성 미소...는 정말 맘에 들었다. 특히 조폭들에게 구타당하는 순경 류승범이 후에 통쾌하게 복수를 하는 장면은 처음부터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긴 했지만 정말로 속시원하고 액션도 멋있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유치하고 중국식 액션영화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에 눈감을 수 있다면 부담없이 보기에는 추천할 만하다.


정말 이소룡을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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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파이 [dts] - [할인행사]
폴 웨이츠 감독, 제이슨 빅스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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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 특별한 기대 없이 허름한 봉천동의 극장에 친구들과 함께 가서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극장에는 관객이 20명도 채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극장안은 폭소가 끊이질 않았었다. 나는 정말 상영시간 내내 말그대로 배가 아플 정도로 웃다가 나왔다. 그만큼 아메리칸 파이는 노골적이고 자극적이면서도 무언가 새로웠다. 적어도 그때 섹스 코메디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에게는 정말로 그러했다.

영화의 큰 줄기는 고등학교 단짝친구 네명이 고등학교 졸업파티를 앞두고 총각딱지 떼기 작전에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은 왕성하고 알 것은 다 알면서도 아직 실전 경험은 없는, 그래서 순진한 구석이 남아 있는 고등학생들의 좌충우돌 딱지떼기 무용담이 약간은 쇼킹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는 이때껏 상상하기 힘들었던 여러가지 자극적인, 어쩌면 지저분한 설정들이 화면에 등장하고 그런 장면들이 내 코드에는 잘 맞았기 때문에 나는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식 섹스 코메디 또는 화장실 코메디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영화를 보면서 역겨움을 느끼고 관객들이 웃어야 할 대목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 나도 영화를 완전히 다 이해한 것은 아니겠지만 미국 청소년들의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문화에 대한 '감'은 있어야 이 영화와 코드가 맞는다.

미국 청소년 영화를 보다보면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졸업댄스파티 'prom'은 정말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을 알 수 있다. prom에 함께 갈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만약 그 때 바람을 맞는다면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을 정도로 prom에서의 추억은 미국인들의 삶 전체에 중요한 한 장면을 구성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어떠한지...대학입시를 위한 준비단계로서의 고등학교만 존재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식은 원하는 대학입학에 성공한 학생들만을 위한 반쪽의 썰렁한 의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닌지. 미국의 문화를 무조건 답습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에게도 학창시절을 매듭짓고 넘어갈 수 있는, 훗날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풋풋한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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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1 - 생활과 한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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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한자를 모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30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그 젊은이들 중 하나다. 직업적으로 보면 남들이 보기에 한자를 많이 알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사실은 업무적으로 매일 쓰는 한자를 읽을 수 있을 뿐 제대로 쓸 수 있는 한자는 많지 않다.

예전에 한글전용론과 국한문혼용론의 논쟁이 있었다고도 하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자를 몰라도 큰 불편함이 없고 한자를 쓰는 시대는 지나갔다고까지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한자 열풍이 불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머릿말만 보아도 우리가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문화 뿐 아니라 우리 문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산 것도 본격적으로 한자공부를 하기 전에 한자공부 자체에 더 흥미를 가지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다. 이 책은 주제별로 큰 단원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단원이 다시 세부적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주제에 맞는 한자어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풍부한 시각적인 자료들은 자칫 지루하기 쉬운 한자이야기에 생동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겨냥한 주 독자층이 청소년이라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내용이 약간 청소년층을 의식하여 계몽적인 부분도 눈에 띈다. 그리고 한자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고등학교 때 배웠던 한문을 해석하기 위한 기본적인 이론 등도 포함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한자에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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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슈가
고은주 지음 / 문이당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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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게된 계기는 솔직히 신문 지상의 신간 리뷰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 리뷰의 내용은 대략 칵테일 슈가가 우리 사회의 해체된 가정을 죄책감 없이 벌어지는 무수한 불륜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이었고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기도 했고 불륜에 대한 생생한 드라마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리뷰에 나와 있던 칵테일 슈가의 만화책처럼 이쁜 북디자인도 내가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줄거리가 탄탄하고 묘사가 생생한 장편소설을 좋아하고 칵테일 슈가도 당연히 그러리라 예상을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칵테일 슈가는 단편소설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책을 구매하기 전에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내 불찰이니...

스너프 필름을 찍게 되는 20살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유리'와 '너, 유리'는 소재도 독특하고 두개의 소설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화자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칵테일 슈가에는 모두 8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각 독특한 시점과 화법으로 소설이 진행되고 항상 결말이 선명하지 않게 끝나면서 무언가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듯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다. 내 감각이 무딘 탓도 있겠지만 소설의 내용이 좀 추상적인 면도 있어서 소설 한 편을 읽고 나서도 줄거리를 재구성하기 위해 소설을 다시 뒤적거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긴 칵테일 슈가 자체가 줄거리가 중요한 소설은 아니니까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칵테일 슈가를 읽고 있으면 해체되고 껍데기만 남은 가정 - 그리고 그 중핵을 이루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부부관계 - 에 대한 노골적인 냉소와 절망이 느껴진다. 독백체의 서술에서 평소 우리가 타인에 대해 막연히 마음속으로 느끼던 냉소, 비웃음, 무관심 등의 생각의 단편들이 알몸이 드러나듯이 까발려지고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보다는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던, 마음속의 속물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아 느껴지는 거북함이 더 컸다.

밝고 이쁜 책 표지와는 달리 칵테일 슈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둡고 냉소적이다. 그런 것을 통해 작가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어쩌면 사회 전반에 만연한 것일지도 모르는)을 부각시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냉소만을 그려놓은 것 같아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거북함은 소설의 내용 때문이 아니고 소설이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너무나도 잘 묘사한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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