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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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하면 전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콜로세움 경기장과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뇌리속에 떠오를것 입니다. 여기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세계사를 통틀어 가장 흥미진진하면서도 유니크한 역사를 가진 곳이 로마이기도 하죠. 로마의 정치적인 구조를 보게 되면 특히나 독특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데요. 왕정에서 부터 시작해서 공화정으로 그리고 다시 제정으로 이어지는 정치적인 구조는 세계사 어디를 찾아봐도 보기 드문 구조를 지닌 국가였습니다. 여기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말이 있듯이 가장 먼저 도시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한 유일무이한 국가이기도 하죠. 유럽사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으면서 법률, 공학등에서 아직도 로마의 흔적은 세계 곳곳에 남겨져 있기도 합니다. 그 만큼 로마는 제국이라는 말이 가장 제대로 어울리는 테제이자 롤 모델로 남겨져 있기도 하죠. 사실 로마라는 소재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다보니 다소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십여년전 시오노 나나미라는 일본 작가에 의해서 다시금 조명을 받았지만 속된말로 우려먹을만큼 다 우려먹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에 재출간되는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시리즈> 라는 책은 기존의 로마를 다룬 서적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독자들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서적들은 거의 신화나 로마라는 체제(정치,경제,사회,문화) 를 다루는 일종의 인문학서적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 <로마의 일인자> 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이 작품을 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로마인 이야기』와 한번 비교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물론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논란도 거세고 있지만 그래도 로마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놓고 보면요). 워낙 시오노여사의 로마인 이야기는 대중적인 인문학의 지평을 열었다고 할 정도로 쉽게 로마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까요(사족이지만 그녀의 저서는 훌륭했지만 시오니 나나미라는 사람 역시 일본인이라는 절망감을 던져주는 인물임에 틀림없는것 같아 씁쓸하네요). 우선 『로마인 이야기』나 <로마의 일인자> 나 수많은 시간을 들여 철절한 사초를 검증한 팩트를 기반으로 하여 집필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둘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죠. 무엇보다 기존의 로마관련 서적에서 볼 수 없는 생동감과 현장감이 뛰어나 마치 로마라는 도시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온다는 것입니다. 그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큰 줄기인 장르이겠죠. 『로마인 이야기』는 분명 팩트를 기반으로 시오노여사의 약간의 상상력(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죠)이 가미된 인문학서적이라면 매컬로 여사의 <로마의 일인자>는 팩션, 역사소설이라는 문학작품이라는 점이죠.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로물레스라는 시조에서 부터 그러니까 로마의 탄생기부터 다루었다면 <로마의 일인자>는 기원전 110년 부터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진행되는 내용들을 율리시스 카이사르를 전면에 부각시키겠지만 이 주인공의 등장의 예비탄으로 쏘아 올린 인물들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네요. 물론 인물중심적인 내러티브라 등장 인물들(로마인들은 아버지와 아들 심지어 손자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들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자꾸 책장을 돌려봐야하는 번거스러움도 있지만 또 금세 익숙해지기도 합니다)의 난해함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가독성에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죠,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는 효과도 내고 있으니까요. 시오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가 기존 로마사의 트랜드를 바꾸었다면 매컬로 여사의 이번 작품은 그 트랜드를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딱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뭐랄까 인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엇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것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는 어쩌면 과거 로마와 현대를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활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각각의 영역을 구분짓게 하는 단서로서의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처럼 이번 작품은 역사소설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는 엄연한 픽션의 세계이지만 왠지 그 픽션의 세계가 나이브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로마인 이야기』보다 더 현실적이고 리얼리티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주죠. 픽션이라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린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시키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공식적인 인물들을 주무대로 등장시킴과 동시에 마치 픽션에서나 볼 수 있을(분명히 픽션이지만요)법한 기법을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라는 엄연한 사실과 소설이라는 허구사이의 공간속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거죠. 이러한 점들이『로마인 이야기』처럼 단순나열식으로 서사되고 기술되었어다면 이번 작품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망각의 강속으로 가라앉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컬로여사는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인 허구라는 감미료를 곳곳에 뿌려놓아 독자들로 하여금 미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붙잡아 놓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도 혀끝에서 갈구하는 그 유니크한 감미료의 맛을요. 


          비록 팩션이지만 『로마인 이야기』에 못지않는 역사적 고증(전 개인적으로 『로마인 이야기』보다 오히려 더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과 리얼티하고 디테일한 서사가 눈에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어느 정도인지 여성들의 속옷의 묘사부분이나 식거리의 재료 및 레시피등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수 밖에 없는 서사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입니다. 로마시내의 지리적인 특징이나 구축되어 있는 각각의 건축물의 묘사는 거의 네비게이션을 틀어놓고 로마시내를 관광하는 기분마저 들게 하니까요.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역사적 특징을 제대로 매칭한 인물묘사나 심리적인 묘사들은 정말 살아있는 인물들을 대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러한 인물묘사들은 마리우스, 가이우스 율리시스1세(카이사르의 조부), 술라, 메텔리스, 루프스 등 역사적 인물들이 당시에 선택해야만 했던 결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나름의 논거를 찾을수 있어 이해력을 높여 주기도 합니다. 또한 당시 로마에서 유행했던 난잡한 파티, 동성애 등 들어내고 싶지 않는 치부에 대한 서사들 역시 일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로마의 일인자인 집정관은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냉철하고 권력지향적인 인물로 비쳐지기가 쉬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또 다른 이미지를 생산해 냅니다. 나이브한 면을 볼 수 있고 한편으로 그들 역시 평범한 인간일수 밖에 없다는... 물론 픽션의 부분이 강하지만 이러한 서사들이 어쩌면 이번 작품의 백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중요한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내러티브라 인물에 초점을 맞출수 밖에 없어 보이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진행은 거의 로마사를 방불케 하는 모든 것이 함유된 절정체라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거대한 정치이데올로기적인 담론의 지향보다 일반 대중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이번 작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로마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설정들을 통해서 독자들은 먼 시대 먼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마치 로마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출간된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가 예전처럼 중단되지 않고 끝까지 번역되어 세상의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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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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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생소한 작가의 작품, 제목 마저도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면서 왠지 조금은 으스스한 느낌을 끌어 당기는 묘한 끌림이 있어 선택했던 작품입니다. 물론 생소한 작가이고 검증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기에 다소 망설였지만 그냥 과감하게 내지른 행위가 엄청난 보상으로 다가왓습니다. <야행> 이란 작품은 요근래 접했던 작품중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속을 맴돌 것 같은 느낌을 불러오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목 자체에서 풍기는 신비스럽고 판타지하면서도 왠지 괴담류 같은 후광을 던져주고 있죠. 가뜩이나 요즘처럼 습기 높은 무더운 날씨가 연일 지속되는 시즌에 특히 밤에 홀로 이 작품을 읽는다면 색다른 팁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물론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무시무시한 괴담을 담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받아들이는 독자들 나름의 방식으로 상당히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 도 있을테고,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철학적 논거를 담고 있는 아련한 기억속의 재회를 상기시키는 작품일 수도 있으니까요.


          기시다 미치오라는 요절한 동판화가의 '야행' 연작 시리즈가 작품의 전반을 부여잡고 있는 키워드로 등장하죠. 여기에 10년전 구라마축제에서 갑자기 사라진 영어학원 동료를 기리기위해 다시 모인 동료들의 비밀스러운 4편의 이야기가 동판화의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술회는 스토리는 왠지 별개의 이야기 같지만 공통적으로 동판화 '야행' 의 연작시리즈를 재해석하고 있고 상호간의 스토리가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되어 커다란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우선 미스테리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무리없이 독자들의 시선을 일차적으로 사로잡죠. 여기에 네명의 스토리와 마지막 스토리인 오하시의 이야기까지 총 5편의 스토리가 대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 어느 이야기하나 소홀하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듭니다. 작가의 의도된 전략이겠지만 그 전략은 정말 제대로 독자들을 겨냥한듯 합니다. 각각의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분량과 스토리마다의 울림 뭐 이러한 세부적인 요소까지 골고루 안배한듯한 느낌을 받게 하니까요. 여기에 뒤부분에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반전은 클라이막스로 한꺼번에 치닫게 해서 강한 여운과 암시를 남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夜" 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정말 적절하게 차용한 작품이란 생각을 갖게 하네요. 대놓고 펼쳐지는 괴담보다 은근히 암시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오래토록 기억속에 남아 그 잔상을 지울 수 없듯이 이번 작품 역시 많은 시간이 흘러도 밤이라는 단어만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작품의 분위기가 오버랩될 정도로 그 여운이 진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다" 라는 서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새삼 다시 곱씹어보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다소 판타스틱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상당한 리얼감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요. 아마도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작가의 힘이지 않을까 싶네요. 내러티브 자체가 판타스틱하지만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구성요소들은 상당히 리얼하다는 것인데요. 특히 등장인물들의 묘사나 주변 풍광들의 묘사는 리얼함과 더불어 로맨스적인 느낌마저들정도로 세밀하고 섬세하게 서사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을 더욱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야행> 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독자들의 뇌리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기시감처럼 재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네요. 간만에 흥미로운 작품을 대면했다는 뿌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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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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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은 전체 여성의 문제를 사소한 것으로 환원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계급타파운동은 오직 계급 적대에 대해서만 그리고 값싼 노동력의 착취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것은 그들 분석에서 핵심적인 개념이었다. 집에서 일하는 수많은 어머니들과 저임금으로 일하는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이야말로 경제적 억압의 희생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여성해방주의자가 그들의 정조대를 내던지는 바람에 모든 문제는 순전히 개인적이고 성적인 문제로 축소해 버렸다." 여러분은 이말에 동의 하십니까? 동의한다면 어떤면을 그리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왜? 물론 이에 대해서 여성과 남성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갖는 해답들이 나올 것 입니다. 정답은 과언 무엇일까요? 확언할 수 는 없지만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존재 사이의 '틈' 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서로를 잘 알고 잘 이해한다고 서스럼없이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서로에 대해 가장 무지한게 바로 남성과 여성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만큼 서로의 '틈' 은 물리적으로 벌어진 사이가 크지 않게 느껴지지만 반면에 심리적인 '틈' 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우리는 그 '틈' 을 메워보고자 하는 노력을 무던히도 경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틈' 의 진실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죠. 바로 이런 '틈' 에 대해서 제대로 한번 생각해볼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멀리 가지말고 그냥 단순하게 남성과 여성의 벌어진 '틈' 을 생각해 보는 절호의 기회를 만나보겠습니다.  


          한마디로 정말 센세이션하면서 (여성독자의 입장에서 이번 작품은 일종의 대리만족감 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안 그리고 실현 가능성이 정말 있을 수 있다는 반증을 보여주죠)  쇼킹한 진짜 쇼킹하죠 (그럼 이와 반대로 남성 입장에서는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쇼킹 쇼킹 !!!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대면했습니다. 물론 작품을 읽는 내내 두뇌의 좌측과 우측의 기능과 역활을 송두리채 바꿔가면서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다소 있지만 작품의 플롯만큼은 가히 극찬을 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막힌 발상의 작품이라고 단언하고 싶네요. 기존의 사고에 단단히 훈련되고 부지불식간에 세뇌된 시스템으로 인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용어와 그 용어가 상징하는 뜻에 대한 이해가 선뜻 가슴 아니 머리속에서부터 정리가 되지 않아 작품의 서두에 친절하게도 요약해 놓은 해설판을 수시로 보면서 재 점검을 해야 하는 불편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이갈리아의 딸들> 은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또 하나 더 센세이션한 것은 이 작품이 1996년에 세상에 선을 보였다는 것인데요. 물론 지금은 특별판이라는 타이틀로 재출간 되었지만 20년전에 이런 아이디어를 창조해냈다는 자체가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아 물론 이렇게 말하면 맨움의 지극히 편협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아닌가 하여튼 남성, 여성 그 개념을 햇갈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소 유머스럽게 (이것도 남성의 편협된 시각에서겠죠) 다가오지만 내러티브가 표방하고 있는 사유는 굉장히 정치 사회 철학적인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동안 남성중심주의(가부장제) 사회문화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남성들은 여성들을 동등한 지위에서 바라보지 않았죠. 그리고 말로는 여권신장운동 운운하면서 마치 동등한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곳에선 남성들에 의한 여성들의 성차별이 진행중에 있는 것 역시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페호' (중세시대 여성들에게 강제적으로 착용 시켰던 정조대 내지는 브라와 비슷한 개념의 의상) 나 전족처럼 여성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강압했던 여러가지 성차별적인 요인들에게 대해서 이갈리아왕국의 입장에서 패러디하고 있는 점들이 눈에 띄는데요.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가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될 정도로 다시한번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마르크스-엥겔스의 계급투쟁을 빗댄 '스파크스 주의'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죠. 성의 해방이 아닌 단순한 남성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을 미덕으로 했던 마치 진보주의적인 패러다임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들에겐 지난 오랜세월 동안 행해졌던 여성에 대한 수많은 성차별과 억압 그리고 제도적인 차별들에 대한 역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동반자로서의 성에 대한 재인식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만큼 지금의 성정체성과 제도적 스트럭쳐들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이 얼마나 허술하고 억지주장인지 새삼 돌이켜 보게 하네요.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계급투쟁' 이라는 모토는 어떠한 시스템속에서도 (가부장제이든 모권제사회이든) 부인할 수 없는 패러다임이라는 사실인데요. 이 점은 작품속의 모권제사회에서도 철저하게 성정체성의 권력을 차진한 쪽 (작품속에서는 움, 즉 여성) 위주의 패러다임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 해주고 있다는 점이 왠지 씁쓸한 느낌을 자아내게 합니다. 동성애를 상징하는 '팔루리안' 의 서사 역시 지금과 전혀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죠.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부분의 사유를 좀 더 확장 내지는 변용해서 픽션상이지만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물론 이번 작품 전반이 던지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왕 뒤집어서 서사할거라면 확 비틀어 버리는것도 낫지 않을까 싶네요.  


           이 작품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작품의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사유 그리고 이러한 담론들과 스토리를 형성하고 있는 세부적인 요소들이 기가막히게 정반대적 위치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마치 이러한 배치들이 들어 맞다는 아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이름, 사고방식, 의상, 식사, 주거형태 나 주거문화 그리고 사회적 구조등 심지어 남녀간의 아니죠 여남간의 성행위와 성적인 매커니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의 역전된 모습을 보게 된다는 거죠. 상당히 혼란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미시적인 요인들과 거시적인 담론들이 기가막히게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움(지금의 남성)과 멘움(지금의 여성) 자꾸 헷갈리는데요. 완전히 뒤바낀 작품 세계가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신체적인 요소뿐 아니라 의상이나 이름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철저하게 남성과 여성의 역활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작품 세세한 곳까지 치밀하게 설정해 놔서 정말이지 작품을 읽는 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마저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이거 마냥 웃어야 할지 아니면 두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지 조차 혼동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 만큼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성정체성과 더불어 이들이 만들어낸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입니다. 물론 이 작품을 읽은 남성중에 그저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도 있을 테고 여성들 중에 통쾌하다 뭐 이런 감정을 가지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우리들에게 성에 대한 정체성과 이를 구성하는 사회전반의 스트럭쳐 그리고 그가 표방하는 패러다임에 대해서 이제는 정말 심도 깊게 서로 고민하고 대화하는 장을 진심으로 만들어야할 때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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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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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계절에 안성맞춤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을 대면하게 되네요. 생각만해도 등골까지 시원해지는 제목에서 부터말이죠. 진작부터 읽어봐야지 했지만 사실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오만한 반일주의에서 오는 일종의 자기 합리화라는 자기방어가 그동안 깊게 장벽을 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한파인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들은 빼놓지 않고 읽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색깔성이 옅은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수 없이 섭렵했지만 나쓰메 소시키를 비롯해서 왠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에는 선듯 손길이 닿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못된 생각이 들어차 있었던 거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이란 그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대해서는 안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적인 사고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을 어렵사리 손에 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겨울이라는 계절하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것은 '눈(雪)' 일 것입니다. 적어도 열에 아홉은 겨울하면 '눈' 이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듯이 겨울과 눈은 그야말로 뗄레야 뗄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죠.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겨울은 '눈' 의 순백만큼 하얀 이미지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하얗다라는 색깔은 자연스럽게 '겨울 빛'이라는 대표성과 일종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죠. 좀 역설적이긴 하지만 하얗다는 겨울의 색은 체감적으로 춥다라는 느낌보다 왠지 모를 포근하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봄, 여름, 가을 대표하는 빛깔들과는 사뭇다르게 그 계절 고유의 체감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역설의 어젠다를 가지고 있는 아주 묘한 빛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겨울은 삭막하고 썰렁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도태되고 그로인해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한다. 그러나 겨울을 대표하는 색깔인 흰색은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열정의 출발음 품고 있는 순수, 세상을 감싸주는 포근함을 먼저 선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겨울은 우리 피부가 느끼는 계절적인 요인보다 우리의 마음이 느끼는 감성적인 요인이 훨씬 더 큰 계절임에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이렇듯 겨울과 눈은 다양한 문학작품속에서 다양한 빛깔과 온도로 재 탄생하게 됩니다. 그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겨울은 어떤 빛일까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이 구절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존재를 알지 못해도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세인들에게 회자된 문구이죠. 어쩌면 이 한 구절이야말로 <설국> 이 표방하는 작품세계를 적나라하게 서사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 정도 강한 임펙트를 주면서 동시에 이 처럼 한 계절의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먹먹하고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품중에 하나로  겨울과 눈을 이 만큼 서정적인 언어로 밑바닥까지 깔아놓기도 힘들 만큼 겨울애찬가라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겠죠.    


          남자 주인공 시마무라는 전형적인 모던보이의 역을 맡고 있는데요. 무위도식에 자연을 벗삼아 전국방방곳곳의 명소를 유람하면서 게이샤 꼬드기에 명수이자 딴에는 일본전통무용인 가부키를 비롯해서 서양무용에 까지 널리 섭렵한 그야말로 왠만한 게이샤보다 높은 안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온천장 즉 '눈의 고장' (정확한 지명은 언급 안되고 있죠 대충 니가타현의 어느 산골정도랄까요) 에서 게이샤로 삶의 터전을 재출발하는 여자 주인공 고마코와의 첫 만남에서 부터 날리는 시마무라의 작업멘트는 예나 지금이나 동서를 떠나서 그야말로 절로 웃음짓게 하는 세계공통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간결하면서도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문체를 선보이면서 앞으로 전개될 내러티브보다 오히려 이러한 인물묘사와 서사들이 왠지 더 끌리게 하네요. 출발부터 로멘스가 갖추어야할 웬만한 설정(199일만의 재회, 초여름에서 겨울의  한복판으로의 계절의 변화, 그리고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역행하여 남녀 서로에게 쌓여가는 그림움등) 등을 큰 무리 없이(지금의 시각으로 볼때) 술에 술탄듯이 자연스럽게 끌어가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를 향해 날리는 멘트 역시 현시대의 시각으로 봐서도 전혀 어슬프지 않게 다가오고요. 그런데 말이죠 내러티브를 따라가면 또 다른 묘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웬지 기행문이나 여행안내서처럼 눈의 고장에 대한 자연환경과 그와 더불어 온천장을 비롯한 마을전체에 대한 묘사들이 마치 한폭의 수체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개나 어린애들 온천의 여급들의 꿈임없는 모습들이 한편의 서정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해서 정겹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물론 이번 작품을 대하면서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심심하게 2% 부족한 갈무리로 종지부를 찍네요.(대게의 경우 클래식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대동소이하지만 스토리에 대한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아마도 현대 일본소설에 길들어져 있는 저 같은 독자들에겐 이건 모지? 라는 의아심을 갖게 하겠지만 아마도 이러한 부분이 클래식 버전의 또 다른 묘미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겉모습은 모던보이 이지만 막상 시마무라 저변에 깔려있는 감정적인 사유들은 '헛수고' 즉 허무주의 그 자체를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인을 향한 사랑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것은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눈과 같은 허무감에 비유되는 플롯을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계절은 겨울 인데요. '눈의 고장' 에서 겨울을 대표하는 눈은 흰색을 상징하지만 이러한 흰색은 그져 우리들 눈에 보이는 스펙트럼의 일부일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겨울의 빛은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투명하고 쓸쓸한 빛깔을 지니고 있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사방의 눈 얼어붙는 소리가 땅속 깊숙이 울릴 듯한 매서운 밤 풍경이었다. 달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많은 별은, 올려다보노라니 허무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고 생각될만큼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별무리가 바로 눈앞에 가득 차면서 하늘은 마침내 머언 밤의 색깔로 깊어졌다." 작품 전체가 뿜어내는 빛깔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이렇듯 알퐁스 도데를 보는 듯한 서정적인 서사들은 요즘처럼 삭막함에 익숙해저버린 독자들에겐 쉼터를 제공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바로 이런 맛에 고전을 대하게 되고 고전을 사랑하게 되는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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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5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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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인 <모방범> 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선보였지만 실상 많은 부분에서 후속작이라는 느낌이 거의 주고 있지 않는 작품입니다. <낙원> 은 전작 『모방범』 에서 출연했던 프리랜서 작가인 마에하타 시게코가 다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흘러지만 연쇄 살인범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마에하타 시게코의 심리적인 상태와 그로 인한 세상과의 담 쌓기등 일련의 『모방범』사건이후 마에하타 시게코에게 벌어졋던 에필로그 비슷한 이야기에서 출발하는데요. 원낙 전작인 『모방범』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지니고 있는 독자들의 마음 때문인지는 모르겟지만 이번 작품 <낙원> 엄밀히 따져보게 되면 전혀 다른 범주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이코메트리' 라는 일종의 예지력 같은 존재가 단초가 되어 한 집안의 슬픈 죽음 이야기가 포커스가 되는 작품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그 사연을 둘러싸고 하나 둘씩 밝혀지는 또 다른 진실의 등장과 공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가 한데 뭉쳐져서 독자들을 작품세계로 맘껏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역시 우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터치감과 등장인물의 현실성 있는 심리묘사 그리고 치밀한 사건들의 연관성과 그 해법을 맛보게 되는데요. 무엇보다 작중 화자이자 교통 정리자이기도 한 마에하타 시게코의 시각 (상당히 객관성을 담보하는 듯 하면서도 독자들의 울분을 적절하게 풀어주는 역활을 수행하고 있으면서 전작 모방범에서 보여주었던 행동보다 상당히 성숙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으로 사건 전반을 바라보게 하는 탁월한 설정과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작인 『모방범』과는 사뭇 다른 비중과 접근법으로 등장하는 마에하타 시게코는 한번의 아픔을 겪은 경험으로 인해 이번에는 상당히 노련하고 원숙함을 보이면서도 사건 관계 당사자들의 들어내기 꺼려하는 상처마저도 어루만져 주는 역활을 수행하고 있죠. 여기에 독자들의 답답함과 울분을 적절하게 해결해주는 멘트와 재치를 보여주면서 사뭇 답답하게 느껴질 사건 전개의 흐름을 상당히 완화시켜주는 역활도 자연스럽게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이한점은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메인 사건의 경우는 상당히 오랜시간 즉 범죄용어로 공소시효가 지난 이후 세상에 드러남으로써 사건의 해결에 많은 장애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이죠. 그렇다보니 사이코메트리라는 결정적인 단초가 다소 현실적이지 않지만 (아마도 이 부분은 어쩌면 의도된 설정으로 봐야할 듯 한데요. 이후 이 사건과 얽혀 있는 범인의 현재를 예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스모킹건의 역활을 하기 때문에 미야베 미유키 입장에서는 부득이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네요) 그 이후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반대로 극히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15여년전의 사건을 시간의 역순으로 추적해 가면서 많은 주변인물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연관인물들의 심리상태를 통해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는 재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서두에 범인이 확정되어져서 범인의 색출을 위한 추리와 스릴감은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역으로 왜 부모가 자식을 죽였을까? 라는 행위에 대한 접근이 전면으로 부각되면서 인간 본성과 그에 얽힌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하나 하나 체크해 나가는 방식이 왠만한 추리스릴러보다 더 스피드하고 긴장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서사성과 연관묘사등이 이런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기에 가능하겠지만요. 전체적으로 사건보다는 인물 중심 지향적인 서사방식에서 독자들 나름의 추리방식과 사건의 접근방식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일체감을 맛보게 한다는 점에서 역시 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합니다. 작품 전체가 풍기는 뉘양스는 전작의 『모방범』 처럼 속도감 있는 스릴러라고는 볼 수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적절하게 서사함으로써 왠만한 스릴러작품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한편으론 자식을 죽여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 그리고 정말 뻔뻔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인간들 내면의 심리상태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참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네요. 이번 작품 역시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사회파적인 추리와 인간 본성에 내제되어 있은 근원적인 심리상태등을 적나라하게 표방하면서도 작품 전체가 갖고 있는 내러티브의 탄탄한 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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