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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회 교수의 삼국지 바로 읽기 (합본)
김운회 지음 / 삼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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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삼국지연의라는 역사소설은 본고장인 중국보다 오히려 일본이나 한국에서 그 인기가 더 높다고 한다. 특히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지역에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성경을 앞지르는 인기를 한 몸에 안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고 이러한 인기는 나관중이 집필했다는 당시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니 스데디셀러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문학계의 거두들이 앞다투어 자신 이름 석자를 걸고 편역에 나설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 왜 그토록 삼국지에 열광하게 되는 것인가? 아마도 그 해답은 삼국중 가장 작은 땅덩어리(사실 삼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의 주인인 유비와 그의 씽크탱크이자 장자방인 제갈량의 돋보이는 활약상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일 것이다. 특히 영원한 간자인 조조와의 대결에서 제치를 발휘하며 조조에게 일격을 가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권선징악이라는 명제를 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실 삼국지는 뻔한 스토리지 않는가? 하지만 나관중(이도 역시 역사적으로 확실히 검정된 것은 아니다)이라는 마술사의 손을 거치면서 화려한 변신을 하였다. 나관중은 대중이 무엇을 원하지를 정확하게 꽤뚤어 보고 그 가려움증을 시원하게 긁어줌으로서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으로 남아 있고 당분간 앞으로도 그런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는게 정확한 추측이지 않을까 한다.

이런 현상이 있다보니 마치 삼국지라는 역사소설이 정사를 대신하게 되는 주객전도의 꼴을 겪게 되었다. 특히 중국역사에 대한 청소년들의 잘못된 인식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삼국지는 소설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이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허구로 보면 타당할 것이다.

삼국지를 통해서 가장 혜택을 본 인물은 누구일까? 대체로 제갈공명을 들 수 있으나 그나마 제갈량은 사초에 몇번의 흔적이라도 보이기라도 하는 편이라서 최고의 수혜자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 최대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단연코 관우이다. 관우의 활약상은 실제 역사에서는 거의 미비한 편에 속하지만 나관중은 의형인 유비와의 신의를 지키는 영웅(여기서 나관중은 철저한 중화사상의 가미를 보여준다. 북방 오랑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정신문화적인 아주 고귀한 충에 관한 개념을 마치 필부인 관우정도도 몸소실천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을 탄생시켜 일약 후대에 신으로 추앙 받게 된다. 이는 우리의 무속 신앙에도 영향을 미쳐 관우신을 모시고 있는 실정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더욱더 삼국지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인물을 누구인가? 이 대답에 지금은 많은 이들이 조조를 손에 꼽을 것이다. 하지만 조조는 그나마 사정이 많이 나았졌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조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 지므로서 새로운 조조관이 성립되어 조조에 대한 인식이 사뭇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가장 큰 피해자는 여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다른 이유없이 참혹하고 배은망덕한 인물로 묘사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아닌 여포의 출신성분이 한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로도 여포는 그렇게까지 욕을 들어먹을 행동을 하지 않은 인물이다. 한말당시 시대상에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세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서로 배신과 반목을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인 것이다. 인자함에 대명사인 유비가 오히려 여포보다 더 많은 신의를 저버리면서 제 살길을 찾아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는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 아니가.
하지만 나관중은 자신이 당시 살던 시대상황을 삼국지에 상당한 부분 녹여 놓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여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김산(장지락)이 한족이 아닌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었었던 이유나 다른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비록 김산은 복권되었지만 여포는 항변조차 할 수 없이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것이다

오랑캐에 수모를 겪은 자기시대의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 대상이 바로 여포로 결정되었을 뿐이다. 세세히 역사적인 사실과 비교해 보면 한도 끊도 없는 것이 바로 삼국지의 내용들이다. 오죽했으면 중국인 학자가 나서서 <삼국지 강의-이중텐->라는 책을 출간할 정도로 삼국지의 역사 왜곡은 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삼국지가 아닌 바로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삼국지이다. 특히 삼국지를 탐독하더라도 그 내용의 진위에 대해서는 한번 짚어보자는 의도로 저자는 삼국지에 대해서 매스를 가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아니 역사소설인 삼국지에 대해서 굳이 학술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단지 문학작품인데라는 견해도 있겠지만 삼국지가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지켜보면서 역사라는 것은 충분히 그 왜곡이 가능하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오히려 이런 동북공정은 그 피해가 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국지처럼 오랜시간 동안 자신들의 한족우월주의와 중화사상을 은연중에 독자들에게 여과 없이 주입시키는 것이 더 무섭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라 지금 삼국지를 이런 비판의식을 가지고 읽는 독자층이 얼마나 있을지, 더욱이 역사적 판단이 미비한 이들에겐 마치 삼국지연의가 정사로 인식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점을 지하의 나관중은 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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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냥 2022-12-0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 연의에서 한족 중심적 관점의 폐해가 왜 이 책의 평가의 기준이 됐는지? 정작 이 책도 춘추필법의 폐해에 대해 지적하는 것 같은데, 같은 의견을 얘기한 책에 0점을 준 이유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