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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생소한 작가의 작품, 제목 마저도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면서 왠지 조금은 으스스한 느낌을 끌어 당기는 묘한 끌림이 있어 선택했던 작품입니다. 물론 생소한 작가이고 검증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기에 다소 망설였지만 그냥 과감하게 내지른 행위가 엄청난 보상으로 다가왓습니다. <야행> 이란 작품은 요근래 접했던 작품중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속을 맴돌 것 같은 느낌을 불러오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목 자체에서 풍기는 신비스럽고 판타지하면서도 왠지 괴담류 같은 후광을 던져주고 있죠. 가뜩이나 요즘처럼 습기 높은 무더운 날씨가 연일 지속되는 시즌에 특히 밤에 홀로 이 작품을 읽는다면 색다른 팁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물론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무시무시한 괴담을 담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받아들이는 독자들 나름의 방식으로 상당히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 도 있을테고,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철학적 논거를 담고 있는 아련한 기억속의 재회를 상기시키는 작품일 수도 있으니까요.
기시다 미치오라는 요절한 동판화가의 '야행' 연작 시리즈가 작품의 전반을 부여잡고 있는 키워드로 등장하죠. 여기에 10년전 구라마축제에서 갑자기 사라진 영어학원 동료를 기리기위해 다시 모인 동료들의 비밀스러운 4편의 이야기가 동판화의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술회는 스토리는 왠지 별개의 이야기 같지만 공통적으로 동판화 '야행' 의 연작시리즈를 재해석하고 있고 상호간의 스토리가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되어 커다란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우선 미스테리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무리없이 독자들의 시선을 일차적으로 사로잡죠. 여기에 네명의 스토리와 마지막 스토리인 오하시의 이야기까지 총 5편의 스토리가 대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 어느 이야기하나 소홀하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듭니다. 작가의 의도된 전략이겠지만 그 전략은 정말 제대로 독자들을 겨냥한듯 합니다. 각각의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분량과 스토리마다의 울림 뭐 이러한 세부적인 요소까지 골고루 안배한듯한 느낌을 받게 하니까요. 여기에 뒤부분에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반전은 클라이막스로 한꺼번에 치닫게 해서 강한 여운과 암시를 남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夜" 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정말 적절하게 차용한 작품이란 생각을 갖게 하네요. 대놓고 펼쳐지는 괴담보다 은근히 암시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오래토록 기억속에 남아 그 잔상을 지울 수 없듯이 이번 작품 역시 많은 시간이 흘러도 밤이라는 단어만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작품의 분위기가 오버랩될 정도로 그 여운이 진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다" 라는 서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새삼 다시 곱씹어보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다소 판타스틱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상당한 리얼감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요. 아마도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작가의 힘이지 않을까 싶네요. 내러티브 자체가 판타스틱하지만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구성요소들은 상당히 리얼하다는 것인데요. 특히 등장인물들의 묘사나 주변 풍광들의 묘사는 리얼함과 더불어 로맨스적인 느낌마저들정도로 세밀하고 섬세하게 서사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을 더욱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야행> 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독자들의 뇌리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기시감처럼 재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네요. 간만에 흥미로운 작품을 대면했다는 뿌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