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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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生> 이미 국내 독자들에게 오래전에 소개된 작품으로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공의 인물로 콩쿠르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콩쿠르상이라는게 같은 작가에겐 두번 수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더 화재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죠. 어쩌면 작품뿐아니라 그 이면에 밝혀진 작가의 이력등으로 인해 유명새가 더 큰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기 앞의 생> 은 열네살의 모모(모하메드) 라는 어린애와 그를 어린나이때 부터 돌아온 로자 아줌마라는 대모의 이야기를 아주 하드보일드하면서도 나이브하게 담고 있는 작품으로 상당히 슬픈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작품으로 다가 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러티브 전반을 감싸고 있는 슬픈기조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시크한 느낌을 자아내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고 그리고 작품 전반이 표방하고 있는 담론은 왠지 희망적인 느낌을 더 강하게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대면하며서 수시로 엇갈리는 감정의 이입을 느끼게 되고 그러한 밑바탕에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의 특징중 하나가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정말 슬픈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왠지 슬프게 다가오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분위기) 만큼 등장인물들의 구성면에서도 상당히 유니크한 면을 볼 수 있는데요. 아랍인과 유대인이라는 물과 기름같은 엇박자의 인물을 중심에 앉혀놓고 있죠. 거기에 세상의 모진 풍파를 다 겪은 황혼의 노인과 세상정이라는 때도 묻지않는 열네살의 꼬마,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두 주인공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사유는 나이와 정반대의 개념을 가지고 있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설정들을 가지고 있는 구도이기도 합니다. 조연으로 출현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 면면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그런 부자연스러운 인물들의 구성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조화시키는 역활을 수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뭐 좀 크게 앞서나간다면 이러한 부조화나 뒤틀림이라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정확한 표출이라는 듯이요.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율배반적인 감정이입을 가져오는 작품인데요. 왠지 슬퍼야할(정말이지 슬퍼해야 마땅할이라고 해야겠죠) 내러티브가 분명한데 작품을 읽으면서 본인도 모르게 미소짓고 키득거리게 하고 하는 이런 의외의 감정을 불러 오면서 "이거 내 사고나 감정에 살짝 문제가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참 절묘한 앙상블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우리들 삶의 커다란 견지에서 볼때 "生" 이라는 개념이 이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도출하게도 하네요. 여기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작품의 구도자체나 등장인물들의 설정등이 작가가 추구하는 사유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삶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일품으로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뭐라고 할까요 어제 죽은이들에게 왠지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 삶은 내 생은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고 희망적이다라는 약간 못된 느낌도 들게 하니까요.


           정말 밑바닥 인생(모모의 표현을 빌리자면 '똥'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인데요. 프랑스 빈민가의 코딱지만한 아파트(은밀한 집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왠지 우리의 인생살이 공간을 축약해놓은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칠층에 그 흔한 엘리베이터도차 없는 곳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고, 그 아이들을 돌보는 여인은 100키로에 가까운 거구에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로자 아줌마라는 여인과 우리의 주인공 모모(모하메트) 돌보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창녀들의 아이들로 정말 오갈데 없는 인생 밑바닥을 출생과 더불어 온몸으로 맞이하는 아이들 주로 북아프리카 핏줄을 가지고 있는  그런와중에서도 부득이하게 아이들을 빈민구제소 같은 곳으로 보내는 날 로자 아줌마는 병이 날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하기도 했다 자식을 버리는 엄마들이 제일 나쁜 인간이고, 차라리 동물세계의 법이 인간세상의 법보다 낫다고 믿는 아줌마와 그런 아줌마를 사랑하는 모모. 어디 하나 눈씻고 찾아봐도 정말 제대로된 인생이 없을 정도의 출연진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다보니 대게 이런류의 작품들이 줄것만 같은 잿빛같은 색깔의 처지는 분위기라던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 눈물바다로 만드는 신파조 같은 통상적인 분위기를 독자들은 머리속에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막상 작품속으로 들어가보면 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죠. 작가의 의도적인 분위기 제거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을 만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키포인트라고 볼수있는데요, 작품 전반이 표방하는 행복이라는 키워드와 살짝 거리가 멀 것 같은 인물이나 설정들이 죽음과 생의 이분법적인 뉘양스를 걷어 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또 다른 느낌과 색깔로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작품이네요. 분명히 내러티브 전반을 흐르고 있는 분위기가 다소 무겁고 가라앉을 수 밖에 없는 구도 이지만 모모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바라 보는 세상의 분위기와 색깔은 나도 모르게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는 점에서 유니크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치 백지위에 백지를 켜켜이 쌓아 올리듯이 무의미한 삶과 죽음을 그리는 것 같지만 실상 눈에 보이지 않는 백지위에는 우리들의 생과 죽음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 상당한 무게감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자기위의 생> 이라는 작품이 왜 꾸준하게 독자들의 뇌리속을 떠나지 않고 읽혀지는 작품인가 하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어떠한 작가의 의도됨을 엿볼 수 없다는 것이죠. 작중에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란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희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삶, 죽음 그리고 생에 대해서 인위적인 작위감이나 정형화된 사유 내지는 흐름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독자들의 가슴속에 잠시 스쳐지나갈 정도의 임펙트로 다가오기에 이 작품이 오래세월에 걸쳐서도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커다란 감흥이나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싱겁고도 밋밋한 느낌으로 다갈올 수 있는 작품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맛이 MSG에 기들려진 미각보다 오래토록 혀안을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죠. 달리 표현한다면 이번 작품만큼 포텐이 크게 묻혀있는 작품도 드물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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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 1 - 조운선 침몰 사건 백탑파 시리즈 4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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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선보이는 김탁환의 <목격자들> 은 큰범주에서는 소설조선왕조실록 시리즈이지만 좀더 세밀하게 분류한다면 백탑파 시리즈의 일환으로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의 후속작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이미 이들 작품중엔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몰이를 하였기에 상당히 검증된 작가라고 봐도 크게 무리 없을 듯 합니다. 일본의 미야베 미유키라는 추리스릴러작가는 현대물도 많이 창작해내지마 에도시대를 축으로 하는 시대물에 대한 남다른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일본내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죠. 김탁환 역시 시대물 특히 조선시대를 소설화하여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김탁환과 미야베 미유키는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리스릴러기법을 메인축으로 삼아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탁환의 기존의 작품들이 거의 매번 조선시대를 그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다음아닌 조선시대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일제감정기의 왜곡된 식민사관이 지금까지 우리들의 의식속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그 거대한 담론은 다름아닌 "망국" 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조선시대 전부를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게 한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우리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중세(세계사관점에서 중세는 암흑으로 비유되지만 한국사에서 조선의 비중과 그 이미지는 사뭇 다른다는거죠) 였던 조선시대를 재조명해야만이 올바로 선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램에서 김탁환은 조선시대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들을 가져보게 합니다.


          이번 작품 <목격자들> 역시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그의 절친인 김진 이 두사람이 사건해결사로 등장하게 됩니다. 전라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조운선과 소선의 비밀을 파헤치라는 정조의 밀명을 받들고 조운선과 관련된 비리와 부패를 조사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말이죠 참 기묘한 것은 조운선이라는 배가 침몰하고 그 침몰한 시기와 장소가 다름아닌 2년전 발생했던 세월호 사건(굳이 세월호 사고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에 전 개인적으로 '사건' 으로 보고 있기에 이런 표현을 합니다) 과 거의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 작품은 단순하게 역사탐정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사회고발르포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내러티브 중간 중간에 깔려 있는 태제라던가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많은 오버랩을 느낄 수 있어 그다지 편하지 않게 작품을 대면하게 된다는 거이죠. 이런 느낌으로 봐서 그런지 아니면 작가의 의도된 기획인지 몰라도 제목 자체에서 풍기는 뉘양스가 약간 불편하게 하죠. 목격자들과 구경꾼은 엄연히 다른 위치의 뉘양스를 주는데요. 어떠한 사건을 분명히 지켜보았다는 점에선 서로 상통하나 그 이후의 행위에 따라서 그 의미는 극과 극을 이루게 되니까요. 김탁환은 벌써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독자들의 폐부를 강하게 건드리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의도했던 안했던간에 2년전 그 대참사이자 사건을 겪은 대한국민 모두는 과연 떠떳하게 목격자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날 진도 앞바다의 목격자들은 소선이 침몰되는 동안 그 어떤 손길을 쓸수가 없었습니다. 세월은 그리고 모든것을 바다속에 묻은채로 켜켜이 흘러왔습니다. 그리고 2014년 4월 우리는 또 다시 수 많은 인명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수장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속의 그날처럼 어떤 손길도 미처 쓰기 전에 그네들은 우리 곁을 떠났던 것입니다. 왠지 작품속의 그날과 현실속의 그날이 자꾸 오버랩되어 돌덩이처럼 독자들 가슴한켠을 짓누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불편하고 열받고 부끄럽고 여러가지 감정이입이 절로 묻어 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정말 별별 설정이나 서사들 등장인물들의 행동거지와 대사 한마디가 상당한 힘을 가지고 다가오네요. 그 어느것 하나라도 놓친다면 왠지 죄스러움이 더 해질것 같다는 생각과 그렇게라도 해야지 덜 미안하겠다는 자기합리화라는 묘한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줄타기를 한다고 할까요. 사실 이렇하다 보니 이명방이나 김진이 출현했던 작품들에 비해서 그들에게 쏠리는 시선의 무게가 확 떨어져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이명방과 김진은 셜록홈즈와 왓슨박사 만큼이나 뛰어난 콤비로 기존 세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활을 수행한 탐정들이죠. 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기민한 행동과 몇수 앞을 예측하는 추리와 논거로 사건 중심으로 다가가는 그들의 행적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합니다. 여기에 담헌 홍대용의 비중있는 등장과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의 탄생 뒷담화, 조선시대 조운선의 구조, 검무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소재들이 상당한 고증과 해박한 지식이 없다면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텐데요. 다시한번 작가의 치밀하고 디테일한 작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담헌 홍대용이 작고한 사도세자와 진향을 위한 슬픈 이별곡 그리고 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주혜와 옥화의 검무 왠지 시간을 오버랩하게 되면 진도 앞바다에서 수장된 우리의 자식들과 부모 형제 그들의 영혼을 보다듬는 진혼곡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춤과 곡은 마치 거울속의 자신을 비추듯이 나의 왼쪽이 또 다른 오른쪽이 되듯이 그날 세월호속에서 생을 하직한 이들과 이들을 무심히 지켜봤어야할 온 국민들의 의식을 함께 묻고 이제는 더이상 슬픔과 고뇌속을 방황하지말고 좀더 나은 무엇인가로 그들과 함께 나아가야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76년마다 지구를 찾아오는 핼리혜성에 대한 설정인데요. 작가는 핼리혜성을 통해서 조선시대의 조운선 침몰이나 현대의 세월호나 같은 맥락에서 구경꾼이 아닌 목격자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작품속에 등장시키지 않았을까라는 다소 비약된 생각을 들게 하네요.    


          배의 사공을 군왕에 비유한 서사는 사실 현 정권에 대한 더 나아가 한나라의 위정자들에 대한 일침이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전에 보왔던 톰 행커스 주연의 <설리, 허더슨 강의 기적> 이라는 영화를 보면서도 정말 부끄러운 감정과 더불어 분노가 일어났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끄러움과 분노가 거의 일회성으로 그친다는 것인데요. 한번즘 깊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비록 조선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시대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담론이나 태제는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문자화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번 작품을 대면하는 독자들 가슴속에 많은 울림을 줄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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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1
노먼 메일러 지음, 이운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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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먼 메일러는 퓰리처 상을 두 번 수상한 미국 현대문학의 전설로 여겨질 만큼 문학적인 서설과 사회적 담론 그리고 사실주의적 표현기법에 있어 미국의 현대문학을 지켜온 거대한 힘의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비단 국내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트남 전쟁을 기반으로 창작한 <밤의 군대> 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성 상실과 전쟁의 참혹함을 여과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체험해서 기반한 그의 작품들은 가히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는 듯한 강한 느낌을 전해주면서 리얼리즘을 뛰어 넘어 작품속에서 현대사회 특히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그 극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을 선사하고 있죠.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와 더불어 전쟁문학의 쌍벽을 이루면서 전쟁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마르크가 독일출신의 가해자적인 입장, 그리고 다소 직접적인 전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듯한 거시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면 이에 반에 노면 메일러는 연합국적인 시각과 직접적인 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미시적인 눈길로 서사하는 면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나름대로 각각의 차이점들이 전쟁문학을 바라보는 재미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작품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 는 2차 세계대전을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아노포페이라는 태평양의 가공의 섬을 공간적인 배경으로해서 시작하게 됩니다.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노포페이라는 협소한 섬을 점령해야 하는 미군과 이를 저지하고 방어해야 하는 일본군 그리고 사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정치적인 이슈와는 거리가 먼 듯한 각개 사병들과 하급장교들, 이들이 아노포페이섬에 상륙하여 겪게 되는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본성이라는 패러다임을 아주 드라이하게 끌어가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작품이죠. 이러한 드라이한 서술이 리얼리즘을 더욱 더 강하게 전달해주고 있는 역활을 하고 있고, 커밍스장군을 비롯한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성격과 심리분석 역시 상당히 드라이하면서도 시니컬한 맛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설정들이 전쟁이라는 참혹한 대전제와 맞물려서 더욱 더 건조한 서술의 형태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반어적으로 전쟁이라는 그 자체가 드라이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노먼 메일러는 독특하게 직접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력이 있는 작가로 자신이 체험한 전쟁을 감정적인 과감없이 민낮 그대로 서술하면서 실체적인 모습을 최대한 독자들에게 전달할려고 하는 모습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에 대한 사전적이고 선입관적인 요소들을 걷어내고 철저하게 전쟁 그 자체만을 보여주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처럼 비쳐질 만큼 싸늘하고 냉정한 느낌을 전해주는 내러티브를 고집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말이죠 이러한 드라이한 내러티브만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영혼없는 그저그런 한편의 르포로 그칠 수 있지만 여기에 작가의 신의 한수가 등장합니다.


          다름아닌 신의 한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그들이 왜 지금 같은 자리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공감대와 더불어 상이한 성격과 심리적인 서술들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담론과 절묘하게 뒤섞여서 한편의 휴먼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인데요. 물론 여기에는 전쟁에 대한 사유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인 질문들을 양념으로 곁들여 휴머니즘다큐를 재현해 내고 있다는 점이 독자들의 눈과 머리를 동시에 움켜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쟁과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출신들이 총검을 손에 들고 생사를 가늠하기 힘든 전장에서 겪어 내는 전쟁이라는 특수성을 상당히 보편적인 측면으로 끌어내려 마치 일상의 한부분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있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말 전쟁이라는 참혹함을 잠시 잊게 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작품 중간 중간에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외형적인 평가와 성장배경들을 담은 타임머신이라는 주를 읽다 보면 전쟁의 포화도 금새 잊어버리게 됩니다) 부분은 일상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죠. 이러한 설정들이 어쩌면 전쟁은 이미 일상의 생활속에서 부터 잠재되었고 다만 공간적인 배경을 차용해와서 확대되고 인정해준 장아래서 일상의 단편을 폭발시키는것이 전쟁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등장인물들의 성장배경과 군입대라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데요. 자의적이던 도피적이던간에 전쟁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어쩌면 자기 자신의 자발적인 행동에 의한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들이 결국 전쟁이라는 그 자체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참혹성의 결정체라고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크게 커밍스장군과 헌소위 두 사람을 대결구도로 잡고 있지만 크로포트하사를 비롯한 수색소대 대원들의 다소 엉뚱한 설정들이 감초 역활를 하면서 전쟁 찬성파와 반대파의 논거를 더욱 빛나게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커밍스와 헌를 필두로 하는 거대한 정치철학적인 담론 보다는 크로포트하사를 비롯한 사병들의 소소한 사유들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이끌리는 작품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아마도 노면 메일러는 이러한 부분까지 다 계산에 염두해 두고 설정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속에 남게 됩니다. 전쟁은 필연적인 역사 에너지의 한 과정이라는 커밍스의 견해나 전쟁는 삼투작용이 있어 결국 승자는 패자의 특징적인 징후를 고스란히 흡수하고 그대로 재현한다는 헌소위 생각등 다소 정치철학적인 고차원적인 사유보다는 죽은 일본군의 금이빨을 발치하면서 어릴적 어머니 지갑에서 동전 몇개를 훔칠때 느껴던 죄책감과 더불어 행복감을 느꼇다는 마르티네즈의 표현이 사실 더 전쟁의 정의를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렇듯 이번 작품은 커밍스장군을 비롯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통해서 끊임없이 안팎이 뒤집이는 입방체의 도면처럼 소음과 정적이 별개의 차원이면서도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얼핏봐도 전쟁신의 묘사는 거의 한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듯한 생동감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죠. 마치 직접 전장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듯이 그 명령을 듣고 나도 모르게 튀어 나가야겠다는 욕망을 느끼게 하죠. 그리고 진한 화약냄새와 더불어 귀청을 찢는 폭음소리까지 동반하여 전쟁문학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체썪는 냄새, 음식물 썩는, 물이 썩는 냄새등 특히 후각적인 자극을 극대화한 서사가 오히려 시각적인 서사보다 더 전쟁의 참혹함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할 점입니다. 또한 그러면서 이 와중에 등장인물들의 뜬끔없는 정적이 심리묘사는 왠지 동떨어진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전장이 아닌 일상의 장소로 점프업을 시켜버리죠.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이 한쪽은 총질을 해대고 고함을 지르고 앞으로 돌진하지만 막상 본인은 이와 무관한 다른 세상에서 볼일 보고 있다는 착각은 이게 바로 전쟁이라는 야수의 진면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 는 독자들이 생각하고 대면했던 전쟁문학과는 상이한 뉘양스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짜임새 있는 특정의 전투장면이 부각되지 않고 소소한 일상의 단면같은 마치 최전선의 전쟁터라는 느낌마저 주지 않는 서사들이 가득하죠. 영화의 플래시백 기법을 차용한 등장인물들의 과거사(타임머신)와 현재 그들이 처해져 있는 현실(코러스)에 대한 서사를 통해 군대과 이념 그리고 전쟁이라는 단순화된 논리와 구조에 대해서 작가는 구성원의 다양성에 대한 특유의 반론을 제기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내러티브 전체가 한편의 우울한 잿빛하늘을 담고 있는 듯 한데요. 이러한 분위기는 왠지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서사들이 전쟁이라는 명제에 답을 스스로 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최후승리하는 결말 역시 무슨 영웅적인 느낌보다는 오히려 더 상실감을 부추기는 쪽으로 결말을 맺고말죠. 그야 말로 반전문학의 정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특히 작품의 말미에 전의를 상실한 일본군의 소탕장면에서의 서사는 그야말로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모든것의 함축적인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간성에 그 본연의 모습에 대한 의구심마저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내러티브속에서 발생하는 소규모의 전투장면들 역시 현장감 넘치게 서사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는 이곳이 과연 전쟁터라는 의아심이 들정도 감정의 혼란(아마도 이러한 아노미상태가 전쟁이라는 마수의 본 모습이겠지만요) 를 가져오고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헌의 죽음은 커밍스가 예견했던 "역사는 우익의 수중에 있고, 역사는 이번 세기 동안 아니 어쩌면 다음 세기까지도 우익의 것이 될 것" 말을 곱씹게 되면서 왠지 모를 우울함이 스며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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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그릇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8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병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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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국내독자들에겐 더 이상 낮설지 않는 작가죠. 그들의 유려한 스토리텔링 기법이나 기존의 본격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중심의 추리전개로 인해 사회파 미스테리라는 영역을 대중 독자들에게 각인시킨 대표적인 작가로 출간 되는 작품마다 거의 매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이 두 작가의 공통점은 전문작가를 본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겠지만 다양한 사회전반의 이슈들과 이러한 이슈들이 인간 심성 본연에 미치는 영향을 등을 최대한 작품의 태제로 삼아 추리스릴러장르를 휴먼드라마계열로 치환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이 있는 작가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실은 이 두 작가의 오마주는 다른 곳에 있었더라구요.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인데요. 마쓰모토 세이초 역시 미야베 미유키나 하기시노 게이고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던 작가입니다. 가정형편상 막노동판에서 출발한 그는 출판사의 직원으로 탐정소서에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었듯이 전문적인 작가 수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점등이 그의 작품에서 국한된 소재가 아니라 다양한 인생살이의 제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을 쏟아내는 이력을 가진 작가입니다. 무엇보다 일본내에서 거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사회파 미스테리라는 장르의 원조이자 시원으로 추앙받는 작가라는 거죠. 시대상 미야베나 히가시노보다 상당히 앞선 시대이기에 약간의 시대상에 대한 고전적인 추리기법내지는 여백의 박진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가지고 작품을 대면하게 되는 설레임도 작용하고요.


          <모래 그릇> 는 작품의 제목만 얼핏보게 되면 왠지 허무한 인생살이 내지는 가장 기초적인 인간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사상누각 같은 공허감이라는 느낌마저 자아내면서 왠지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 을 언뜻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 작품은 사회파 미스테리의 시원을 연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기존의 본격 추리작품과는 사뭇 다른 정말 다른 느낌의 작품임을 직감할 수 있는데요. 작품의 배경은 1960년대 일본의 도약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통한 고속 성장기에 접어든 일본사회와 그로인한 신구세대의 갈등... 이런 거대 담론이 작품 기저에 깔려있고 여기에 인간 본성의 탐구하는 테제가 양념을 가해 한판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연륜을 감안하여 대해야할 작품으로 현대 사회파 미스테리의 작품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다소 실망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속도감이나 서스펜스 그리고 다양하게 설정된 트릭이나 결말의 대반전 같은 극적인 요서 내지는 엔터테이먼트같은 효과는 눈이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인데요. 그야말로 전원적인 풍의 잔잔한 내러티브의 속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마치 여행 에세이를 대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올만큼 고요하고 심적인 부담감 없이 내러티브가 일관되게 전게되는 점입니다. 처음 작품을 대하면서는 이해가는 부분이지만 결말부분으로 칫닫게 되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마저 여지 없이 무시하고 시종일관 소프트하게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죠. 기존의 추리스릴러(현대의 추리스릴러라고 해야 더 맞겠죠)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드라이한 맛과 상당히 다른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요. 아주 인간적이면서 목가적인 분위기와 맛을 느끼게 하여 정작 추리스릴러장르일까라는 의아심마저 갖게 하는데요. 사실 사건과 관련된 내용들만 제거하면 한편의 목가적인 휴먼드라마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듯이 작품 전반에서 풍기는 뉘양스는 정말 부드럽게 다가온다는 거죠. 여기에 이마니시라는 사건 해결사의 특징 또한 유니크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기존의 사건해결사와 완전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냉철한 판단력과 스마트한 추리력 그리고 작품 전반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여기에 외모적으로도 봐도 독특한 주인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여기에 등장하는 이마니시는 이러한 사건해결사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흔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동네 순경아저씨같은 느낌, 오지랖이 넓으면서도 그다지 스마트하지 않고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식사는 해야하는 인물, 출장갈때 출장비를 걱정해야 하고 하이쿠를 읊조리기도 하고 아내와 아들에 대한 평범한 걱정과 배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평범한 회사원을 보는듯한 캐릭터 설정을 보게 됩니다. 이게 바로 이번 작품에서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한데요. 이런 평범한 회사원의 이미지를 가진 이마니시가 사건을 풀어가면서 작품 전반이 마치 그와 딱 맞아 떨어지는 속도감(물론 시대적 배경이 그렇다보니 급행열차를 타고 전차를 타고 편지로 정보를 공유하는등 속도감 자체가 떨어질수 밖에 없겠지만요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더 애달게 하고 있다는 것죠. 대충 갈무리해도 무방할텐데 굳이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나열하여 독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지 말입니다) 과 더불어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완벽한 조화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에 하나 여기서 이마니시가 아닌 다른 인물(좀더 스마트하고 빠릿한 인물이라면)을 주인공을 등장시켰다면 이번 작품은 그 빛이 반감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갖게 하죠. 그만큼 마쓰모토 세이초는 작품이라는 커다란 그림에 딱 알맞는 속도와 그 속도를 줄곧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을 적절하게 배치했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작품의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면 큰 오산 입니다. 추리 스릴러가 갖추어야 할 모든 덕목은 다 두루두루 겸비한 작품으로 그 설정이나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결말부에 이르러 윤곽을 들어내는 범인의 실체만 보게 되더라도 절로 독자들의 고개를 수긍해할 정도로 스토리의 짜임새가 탄탄하게 직조되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범인의 실체는 가히 압권이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듯합니다. 생각지 못한 또 다른 범인의 등장을 통해 왜 잔잔하게 추리를 해나갔을까란느 물음에 해답을 찾게 되기도 하고요. 여기에 작가는 정말 다방면의 지식(음악, 과학, 미술등)을 통해 사건의 추리와 트릭설정등 현대적인 미스테리물에 결코 뒤처지지않을 수 많은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죠. 현 시점에서 잘나가는 추리작가의 작품이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산재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추리의 즐거움과 여행에세이 같은 목가적인 분위기의 스트럭쳐에 이마니시 같은 사건해결사의 등장으로 작품 전반이 아주 맛깔스러운 내러티브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장의 힘이지 않을까 싶네요.


          무엇보다 사회파 미스테리의 근원으로 당시 시대상의 냉철한 비판과 인간 본성에 대한 반성등이 등장인물 개개인의 특성에 녹아나 있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인데요. 뭐 특별하게 하나의 태제를 선정하여 부각시키는 기법이 아니라 그냥 작품전반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특성에 맞추어 당시의 사회문제와 그로인한 인간관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미야베 미유키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평하면서 범행의 동기와 사회적 배경이라는 새로운 시점을 도입했다는 찬사를 보냈죠. 이 말처럼 그의 작품속에는 사건의 동기와 그 사건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들이 마치 인과관계처럼 방사형으로 펼쳐져 있고, 그러한 태제에 대한 추리적인 접근으로 인해 사회파미스테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습니다) 이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죠. 이러한 부분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작금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가지게 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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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9PM 밤의 시간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김이은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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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시리즈' 의 일환으로 이번에 선보이는 김이은 작가의 <11:59 PM 밤의 시간> 이라는 작품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작가 김이은에 대한 그 어떠한 사전정보도 없엇고 그러다보니 그의 작품세계나 작품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백지 상태에서 이번 작품을 대하게 되고 이번 작품으로 김이은의 작품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같지만 많은 부분에 대해서 김이은이라는 작가에 대한 선입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단 하나의 작품으로 작가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수도 없고 있었어도 안되는 일이지만요.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많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임펙트를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순수문학을 주로 접한 독자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의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장르소설을 주로 읽는 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임펙트를 끼치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굳이 이번 작품을 장르로 제단해야 한다면 심리스릴러계열이라고 봐야 할 듯 한데요. 좀더 구체적으로 사이코패스계열이라고 해야할까요.


          먼저 이번 작품을 읽고 가장 먼저 와닿는 점은 리뷰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양분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안티쪽에서 보게 되면 막장 드라마라고 보여질 수 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 내면의 솔직한 악의 모습을 제현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들을 수 도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내러티브의 짜임새나 스토리의 구성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연기력과 결말 부분의 반전... 속되말로 표현하면 그저 그런 부류의 작품입니다. 뻔한 스토리의 구성과 쉽게 예견될 수 있는 결말, 머리를 쮜어짜내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려고 하는 추리등의 긴박감등을 찾기 힘들정도로 그저 작가가 펼쳐놓은 포장도로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편안한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한데요. 뭐 이러면 굳이 7인의 작가전이라는 타이틀을 달 필요성 조차 없는 작품으로 오인하기 쉽겠죠. 이번 작품이 독자들의 반응을 양분할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주인공 해선과 그의 딸 교영의 사이코패스적인 심리상태와 그 심리상태의 형성과정 그리고 그런 심리상태가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는 과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행동으로 옮겨진 이후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여타의 범죄심리스릴러에서 보와왔던 기존의 형식과는 사뭇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리얼리즘이 강하게 묘사되고 있는 해선의 심리상태에서 간혹 혹시 작가의 경험? 뭐 이런 느낌마저 자아낼 정도로 소름돋는 서사들을 대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순진무구해도 모자랄것 만 같은 교영이라는 어린애의 심리상태를 엿보는 순간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눈쌀을 찌푸리게 되면서 거부 본능을 유감없이 발동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교묘한 감정의 이입을 끌어내는 서사들 역시 작가의 필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요. 내러티브 중간 중간에 녹여놓은 성애의 묘사 역시 독자의 호흡을 가쁘게할 만큼 적나라하면서도 애로틱하고 충동적인 느낌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이번 작품을 한마디로 리뷰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는 묘한 뉘양스를 주고 있는데요. 작품을 주시하는 관점적인 즉 시각적인 측면은 충분히 머리로 십분 이해되지만 수용하는 측면에서는 절로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악' 이라는 가치관과 그 '악' 이라는 본성이 과연 어느 선까지 어필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수긍하고 인정해야는가에 대한 흔들리는 우리들의 현 주소를 작가는 꼽집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누구나 내재되어있을 수 있는 그런 심리적인 태제를 공공연하게 작품으로 끌어낸 부분에 대한 반응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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