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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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6일.... 참으로 기억속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날이죠(유가족 여러분들 앞에서 이런 표현자체가 송구스럽고 죄송하지만요). 세월호 사건과 무관하게 살아있는 자에게 지워 버리고 싶다는 표현은 그저 함께하지 못해서 그리도 사건 이후 그 어떤 작은 도움하나 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인해 얄팍한 머리속에서는 없었던 날로 생각하고 싶어지는 것일겁니다. 그 만큼 그날은 대한민국 모든이에게는 복창이 터지고 가슴속이 답답해지는 날이기. 세월호 참사를 사고라고 표현하지 않고 사건이라고 표현해야 올바른 인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방주시하면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교통신호를 준수하면서 운전을 해도 뒷차량이 추돌해오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교통사고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음주 그것도 만취상태에서 과속으로 도로를 질주하다 차량과 충돌하고 상대 차량의 탐승객을 사망의 길로 인도하고 뺑소니 칠경우 우리는 교통사고라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는 바로 사건으로 인식합니다. 세월호가 딱 이에 맞는 경우입니다. 좀더 확장된 사유로 접근하자면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봐야 타당한 경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닌 전 개인적으로 현대판 제노사이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말 그 날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격(정말 그런 국격이 있는것인지 혹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요즘은 대체 통 모르겟습니다) 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대한국인들에게 일본이라는 존재는 또 다른 트라우마를 선사하고 있죠. 특히 요즘처럼 꼴도 보기 싫은 아베가 날뛰는 것을 보면 더욱더 속이 상하죠. 그런데 말이죠 그 꼴보기 싫은 아베는 지나라에서 지진이 터지니까(정확하게 말해서 자연재해죠. 좀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힘으로 통제불가능한 자연재해라는 말입니다) 정확하게 28분만에 컨트롤타워를 접수하여 통제해 나갔죠. 그 꼴도 보기싫은 아베가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국격을 논할꺼리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김탁환의 <거짓말이다> 는 바로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잠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동료 잠수사의 탄원서에서부터 시작하는 나경수 잠수사 1인칭의 시점과 유족과 살아남은자를 비롯한 관계인을 인터뷰하는 작가 시점 이렇게 두가지의 시점을 기본 골격으로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추리기법을 가미해서 긴장감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는 사회고발장르입니다.(왠지 전 사회고발보다는 일종의 고백서로 다가오던군요. 대한민국 국민의 고백서 말이죠) 김탁환은 그 동안 한국 문학계에서 역사소설 특히 추리역사소설장르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이기에 개인적으로도 이번 작품에 대해선 살짝 의외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대체로 그 동안의 작품들이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그 시대적 배경을 설정했왔고 가까운 시기라야 일제감정기정도 였는데 이번에는 최근래의 그것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에 대해서 작품을 집필했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움을 금치 못할정도입니다. 사실 이번 작품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자칫하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이양반이 그렇게 안봤는데라는 생각도 가져봤는데 저자 인세 전부를 세월호 진상 규명에 기부한다는 것을 알고선 마음이 놓이던군요. 이런측면에서 이번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 김탁환에 대해서 다시한번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사실 작품의 내러티브 그리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삽입하는 설정들과 결말부분의 반전등 거의 정형화된 작품의 스트럭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필요성도 없이 이번 작품은 참으로 완독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그 동안 김탁환의 작품에 매료되었던 독자들이라면 한번 손에 잡으면 쉬이 전개되는 내러티브와 곳곳에 설정된 트릭과 복선 나아가 반전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정말 단숨에 작품속으로 빠져들고 책을 손에 놓음과 동시에 가뿐한 카타르시스를 느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 작품은 정말 손에 들엇다가 다시 놓았다가를 반복해야만이 끝까지 같이 갈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너무나 분통해서 속이 상해서 그리고 죄송해서요.


          개인적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만큼이나 진도가 안가는 작품입니다. 방대한 분량과 내용의 난이도때문이 아니라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고 속에서 끌어오르는 분노(정확하게 분노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것입니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로 인해 다시 손에서 내려놓게 하는 작품입니다. 왠지 작품을 읽는 제가 그 어린것들의 생명을 뺏앗다는 자책감을 지울수없게 하기 때문인데요. 정말이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이번 처럼 격한 감정의 동요와 그 감정을 분출하게 된 경우는 없지않나 싶네요. 더불어 이 책을 서가 아주 깊숙한 곳에 보이지 않게 봉인해버리고 싶다는 아주 묘한 감정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합니다. 너무나 미안해서 그리고 부끄러워서... <거짓말이다> 는 당시 사건에서 정말 크게 헌신하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수색작업을 했던 잠수사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건의 진실과 내막의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한때(지금도 그런 부분들이 상존하고 있지만) 왜 좀 더 빠른시기에 수색하지 못했나에 대한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상상도 못할 참담한 모습을 보게 되었을꺼란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한번 대한민국의 현 스텐스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정치, 종교, 사회, 언론 곳곳에 암세포처럼 숨어서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우리의 민낮을 만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상당히 역겁게 다가오지만 그 역거운 모습이 바로 우리의 얼굴이라는 점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죠. 정말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사실은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죠. 너무나 리얼리티한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행태를 버젓이 아주 뻔뻔하게 자행했던 거죠. 그래서 세월호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고 제노사이드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작품이 다루는 '세월호 사건' 의 특수한 사정상 공통적인 감정에 의거해 작품의 본질을 놓칠 수 있는 점이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얄팍하게 비빌 언덕을 역이용하여 대충 손질해서 선보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스트럭쳐를 보게 되면 생존자들과의 인터뷰와 법원재판의 탄원형식을 차용한 르포 방식를 채택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바로 이런 구조가 좀더 객관적인 시각과 다소 드라이한 맛을 느끼게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더 이번 작품의 버팀목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정말 이부분이 중요한데요, 작가는 작품 서두의 탄원서에서 재판장님이라고 선언하죠 존경하는 이라는 극존칭을 생략하고 물론 작품속에서 왜 사용하지 않았는가를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재판장님은 바로 대한민국국민 모두를 은유해서 표현한 말이라고 봐도 무방할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대국민 호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방식이 아닌 정형적인 문학적 접근이었다면 자칫 완전 신파조로 흘러갈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독자들의 감정만을 자극하여 눈물바다로 만들수 있는 고만고만한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유가족들에게 어찌 보면 또 다른 상처를 남겼을 여지도 크고요.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르포르타주에 가까운 면만 보여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실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심리묘사 그리고 배경의 서사들이 상당히 리얼리티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억지스럽고 왠지 강요되어진 감정의 이입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저도 모르게 작품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들의 역활을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죠. 물론 이러한 감정의 이입에는 미안하고 내가 그자리에 같이 있어주지 못했다는 저변의 감정이 깔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탄탄한 짜임새를 갖고 있음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2014년 4월 16일은 질문이 참 많은 날이기도 합니다. 작가 김탁환은 작품속에서 이러 표현을 합니다. "사람은 죽어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사람은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닐 것입니다". 정말 제대로된 서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죠. 그 차디차고 칠흙같은 어두운 바다속에서 죽임을 당한 이들은 수 많은 질문을 했을 것입니다. 선내방송은 그대로 대기하고 있으면 구조하러 온다고 했는데... 엄마 아빠 보고싶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어렵사리 살아온 이들도 수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광경을 지켜본 이들 역시 수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들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날 맹골수도에서 죽임을 당한자들은 완전히 죽었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사건 이후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수 많은 질문에 대해서 제대로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할 수 없는게 아니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수많은 핑계거리를 대거리하면서 말이죠.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라 묻어버릴 수 있겠죠. 그러나 죽은이들에게 왜 그런일이 벌어졌고 왜 그네들이 차가운 바다속에서 영문도 모르는채 사라져갔는가에 대한 대답을 이제는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날에 있었던 모든 것을 그리고 그날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실 그 자체를... 다시 하번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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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탱이 2016-08-2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리뷰네요 저도 책 사다놓구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어서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