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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로마하면 전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콜로세움 경기장과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뇌리속에 떠오를것 입니다. 여기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세계사를 통틀어 가장 흥미진진하면서도 유니크한 역사를 가진 곳이 로마이기도 하죠. 로마의 정치적인 구조를 보게 되면 특히나 독특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데요. 왕정에서 부터 시작해서 공화정으로 그리고 다시 제정으로 이어지는 정치적인 구조는 세계사 어디를 찾아봐도 보기 드문 구조를 지닌 국가였습니다. 여기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말이 있듯이 가장 먼저 도시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한 유일무이한 국가이기도 하죠. 유럽사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으면서 법률, 공학등에서 아직도 로마의 흔적은 세계 곳곳에 남겨져 있기도 합니다. 그 만큼 로마는 제국이라는 말이 가장 제대로 어울리는 테제이자 롤 모델로 남겨져 있기도 하죠. 사실 로마라는 소재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다보니 다소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십여년전 시오노 나나미라는 일본 작가에 의해서 다시금 조명을 받았지만 속된말로 우려먹을만큼 다 우려먹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에 재출간되는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시리즈> 라는 책은 기존의 로마를 다룬 서적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독자들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서적들은 거의 신화나 로마라는 체제(정치,경제,사회,문화) 를 다루는 일종의 인문학서적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 <로마의 일인자> 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이 작품을 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로마인 이야기』와 한번 비교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물론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논란도 거세고 있지만 그래도 로마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놓고 보면요). 워낙 시오노여사의 로마인 이야기는 대중적인 인문학의 지평을 열었다고 할 정도로 쉽게 로마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까요(사족이지만 그녀의 저서는 훌륭했지만 시오니 나나미라는 사람 역시 일본인이라는 절망감을 던져주는 인물임에 틀림없는것 같아 씁쓸하네요). 우선 『로마인 이야기』나 <로마의 일인자> 나 수많은 시간을 들여 철절한 사초를 검증한 팩트를 기반으로 하여 집필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둘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죠. 무엇보다 기존의 로마관련 서적에서 볼 수 없는 생동감과 현장감이 뛰어나 마치 로마라는 도시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온다는 것입니다. 그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큰 줄기인 장르이겠죠. 『로마인 이야기』는 분명 팩트를 기반으로 시오노여사의 약간의 상상력(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죠)이 가미된 인문학서적이라면 매컬로 여사의 <로마의 일인자>는 팩션, 역사소설이라는 문학작품이라는 점이죠.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로물레스라는 시조에서 부터 그러니까 로마의 탄생기부터 다루었다면 <로마의 일인자>는 기원전 110년 부터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진행되는 내용들을 율리시스 카이사르를 전면에 부각시키겠지만 이 주인공의 등장의 예비탄으로 쏘아 올린 인물들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네요. 물론 인물중심적인 내러티브라 등장 인물들(로마인들은 아버지와 아들 심지어 손자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들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자꾸 책장을 돌려봐야하는 번거스러움도 있지만 또 금세 익숙해지기도 합니다)의 난해함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가독성에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죠,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는 효과도 내고 있으니까요. 시오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가 기존 로마사의 트랜드를 바꾸었다면 매컬로 여사의 이번 작품은 그 트랜드를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딱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뭐랄까 인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엇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것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는 어쩌면 과거 로마와 현대를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활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각각의 영역을 구분짓게 하는 단서로서의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처럼 이번 작품은 역사소설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는 엄연한 픽션의 세계이지만 왠지 그 픽션의 세계가 나이브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로마인 이야기』보다 더 현실적이고 리얼리티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주죠. 픽션이라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린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시키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공식적인 인물들을 주무대로 등장시킴과 동시에 마치 픽션에서나 볼 수 있을(분명히 픽션이지만요)법한 기법을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라는 엄연한 사실과 소설이라는 허구사이의 공간속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거죠. 이러한 점들이『로마인 이야기』처럼 단순나열식으로 서사되고 기술되었어다면 이번 작품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망각의 강속으로 가라앉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컬로여사는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인 허구라는 감미료를 곳곳에 뿌려놓아 독자들로 하여금 미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붙잡아 놓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도 혀끝에서 갈구하는 그 유니크한 감미료의 맛을요.
비록 팩션이지만 『로마인 이야기』에 못지않는 역사적 고증(전 개인적으로 『로마인 이야기』보다 오히려 더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과 리얼티하고 디테일한 서사가 눈에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어느 정도인지 여성들의 속옷의 묘사부분이나 식거리의 재료 및 레시피등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수 밖에 없는 서사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입니다. 로마시내의 지리적인 특징이나 구축되어 있는 각각의 건축물의 묘사는 거의 네비게이션을 틀어놓고 로마시내를 관광하는 기분마저 들게 하니까요.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역사적 특징을 제대로 매칭한 인물묘사나 심리적인 묘사들은 정말 살아있는 인물들을 대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러한 인물묘사들은 마리우스, 가이우스 율리시스1세(카이사르의 조부), 술라, 메텔리스, 루프스 등 역사적 인물들이 당시에 선택해야만 했던 결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나름의 논거를 찾을수 있어 이해력을 높여 주기도 합니다. 또한 당시 로마에서 유행했던 난잡한 파티, 동성애 등 들어내고 싶지 않는 치부에 대한 서사들 역시 일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로마의 일인자인 집정관은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냉철하고 권력지향적인 인물로 비쳐지기가 쉬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또 다른 이미지를 생산해 냅니다. 나이브한 면을 볼 수 있고 한편으로 그들 역시 평범한 인간일수 밖에 없다는... 물론 픽션의 부분이 강하지만 이러한 서사들이 어쩌면 이번 작품의 백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중요한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내러티브라 인물에 초점을 맞출수 밖에 없어 보이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진행은 거의 로마사를 방불케 하는 모든 것이 함유된 절정체라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거대한 정치이데올로기적인 담론의 지향보다 일반 대중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이번 작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로마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설정들을 통해서 독자들은 먼 시대 먼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마치 로마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출간된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가 예전처럼 중단되지 않고 끝까지 번역되어 세상의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