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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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피에르 르메트르라는 작가는 저에게는 생소한 작가입니다. 국내에도 알려진 많은 프랑스출신 작가들에 비견하자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접근해야할 작가라고 봐야할 정도로 선듯 작품에 손이 가지 않았던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나마 콩쿠르상 수상작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이번 작품을 접하게 하는 순수한 동기라고 먼저 밝혀두고 싶습니다. 프랑스 작품은 빅토르 위고를 비롯한 고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프랑스 영화등을 통해서 왜곡된 작품성과 문학성의 고고함이 무슨 트라우마처럼 뇌리속에 잡혀있는 관계로 설불리 손을 뻐치기엔 왠지 쉽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이번 작품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마저 있었던 것도 사실이구오. 이래저래 고민끝에 작품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고 싶네요. 기존의 프랑스 작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과연 이 작품을 프랑스 작품이라고 해야할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위고의 작품성과 베르베르의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그런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정도로 내러티브의 짜임새나 등장인물들의 디테일한 비쥬얼 묘사나 마치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는듯한 심리묘사가 일품이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여기에 당시 시대상을 재현하는 서사들과 담론들 어느것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는 조합이 피에르 르메트르라는 작가에 절로 호감을 가지게 하네요.


          <오르부아르>라는 작품은 큰범주에서 보면 역사소설로 분류될 수 있죠. 제1차세계대전 종전 직전에서부터 이후 승전국으로서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던 몇년간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을 픽션을 가미해서 맛깔나게 풀어가고 있는 팩션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조명하는 큰 줄기의 사건은 '전사자 추모 건립비 스캔들' 과 '전사자 발굴 스캔들' 이라는 두개의 사건을 양대 축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소개된 주된 스캐들인 '전사자 추모 건립비 사건' 은 작가가 창작한 픽션이죠. 피에르 르메트르는 '전사자 발굴 스캔들' 에서 영감을 얻어 좀더 당시 프랑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허영심등을 희대의 대국민 사기사건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전후 프랑스 사회를 고발하기도 합니다. 비록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이라는 감투를 쓰긴했으나 그 이면에 가려져 있었던 다양한 부정과 부패 그리고 하루 하루를 연명해나가는 일반 대중민중들의 삶을 국민 사기극이라는 극적인 요소와 매칭시켜 한층 고조시키고 왜 이런 사기극이 일어날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당연성 비슷한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인 알베르와 에두아르라는 상당히 이질적인 인물을 설정했다는 자체에서부터 이번 작품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정말 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갖고 있는 집안의 아들인 에두아르와 이와 상반되게 정말 내세울것 하나 없는 집안의 아들인 알베르라는 두 인물이 전쟁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틀안에서 그리고 생사를 넘어 살아남았지만 불구의 몸과 전후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뭉치게 하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유니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왠만한 역사소설에서 찾아볼수 없는 디테일한 서사들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특히 초반부 전쟁씬은 정말 기가막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네요. 마치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듯한 착각을 방불케할 정도의 섬세한 묘사와 병사들 하나 하나의 표정묘사 그리고 그들이라면 충분히 가졌을만한 심리묘사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하나없는 서사들이 압권으로 다가오면서 서스팬스의 묘미를 느끼게 합니다. 여기에 사회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전사자 추모비 건립 사건의 진행과정은 거의 서스팬스의 질주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숨가쁘게 독자들을 몰아갑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내러티브이지만 군데 군데 두 주인공의 심리적인 갈등과 감초처럼 등장하는 주변인물들의 역활 수행 그리고 전후 프랑스 사회의 전반적인 묘사등이 쉼표를 제공하면서 작품전반의 브레이크 역활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진짜 팩트였던 '전사자 발굴 스캔들' 이라는 또 하나의 축이 가미되어 그 흥미를 더해 준다는 점이죠. 만약 단순하게 추모비건립 사건만으로 내러티브를 끌어 갔다면 아마도 그저 그런 감흥에 그쳤을 부분을 또 다른 악행을 쌍두마차처럼 내세운 점이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켰다고 보여지네요. 뭐 사실 두가지 스캐들 모두 있어서는 안되는 악행이지만 전사자 발굴 스캐들을 주도했던 앙리라는 인물과 그 스캔들의 내막이 왠지 추모비 사기사건을 덥어 버리는 형국처럼 보여지기도 할 만큼 양대 스토리의 진행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려 한편의 서사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역사소설을 이처럼 맛깔나게 구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짜임새있는 설정들과 독자들의 심장박동수를 증폭시키는 일련의 서스팬스 여기에 씁쓸한 반전까지 한데 뭉쳐진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기존 프랑스작품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네요. 충분히 영화화하더라도 성공가능성이 높은 작품으로 보여지고요. 무엇보다 전후 프랑스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얼핏보면 크게 몇군데만 터치하는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나 공간적인 배후 묘사에 디테일한 터치감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테제가 이번 작품속에서는 왠지 속이 후련한 일련의 정화의식처럼 느껴지게 하는 설정으로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는 것도 작가가 설정한 교묘한 트릭(에두아르의 죽음과 그 죽음의 과정에서 부자간의 화해는 일반 대중과의 화해로 확대 해석 할 수도 있겠죠)들이 절묘한 매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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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6-04-1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에르 르메트르의 기존의 작품과 결이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