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번주 폭풍처럼 쏟아지는 각종 기사와 페이퍼를 따라잡지 못해 허둥거렸다.
늘 굼뜬 나는 이제서야 의견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찬반 논의에 앞서 도서정가제에 도입계기를 먼저 생각해봤다.
신간출간 감소, 출판사 경영악화, 동네서점 폐업
그런데 신간 출간 감소와 출판사 경영악화는 결국 출판사 얘기니 하나로 봐도 될 거 같다.
그러니 출판업계 살리는 방안과 동네서점 살리는 방안을 얘기해보고 싶다.
출판업계를 살리려면 결국 좋은 책을 많이 사줘야 한다는 거다.
쓰레기같은 책을 내는 쓰레기 출판사를 살려줄 필요성은 못 느끼니까.
그런데 국민들에게 좋은 책을 사라고 강요하는 건 불가능하다.
모든 국민이 책을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독재이고,
출판업계를 살리기 위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것도 잘못이다.
따라서 난 내가 낸 세금으로 4대강사업 유지보수하는 데 쏟아붓지 말고,
동네도서관을 세우는 데와 도서관에서 '좋은 책'의 도서구입비용을 늘리는 데 쓰길 바라는 거다.
(함정은 있다. 좋은 책의 판단 기준은 여전히 문제다.)
또한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이 이벤트비용을 출판사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도 방법.
다음으로 동네서점 살리는 방안에 대해 얘기하려면 지역상권 살리기 얘기와 비교하고 싶다.
지역상권 살리기 운동의 대표주자는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일 것이다.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을 만들어 판촉활동을 벌이고,
시설 개선을 위한 비용을 무상 지원하기도 하고 리모델링 비용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를 열거나 후원해주고
대형마트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동네서점 살리기 위해서는 달랑 하나 도서정가제를 얘기한다.
대형마트를 규제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동네수퍼의 가격을 똑같게 한다는 논의가 된 적 있던가?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 행사를 서점과 공동으로 개최한다든지
책 판매만으로 먹고 살기 힘든 서점을 위해 샵인샵 리모델링 비용을 저금리로 지원한다든지
서점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게 한다든지,
지자체나 지역 박물관/미술관에서 자체제작하는 특수도서를 지역서점에서 판매하도록 한다든지
(가령 수원박물관에서만 판매하는 '정조-수원화성의 빛나는 꿈'이나
백남준미술관에서만 판매하는 '백남준위인그림책'이라든지 의외로 특수도서가 꽤 있다.)
인터넷서점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못하도록 규제한다든지,
생각해보면 수십 가지의 안이 있는데 도서정가제가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건 좀 수상쩍다.
즉 동네서점 고사위기는 핑계고 출판사 영업이 편하려고 정가제만 모는 건 아닌가 싶다.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버스가 적자가 심각하다고 해서 준공영화했더니
보조금은 받아 챙기면서 사장 월급은 수억대로 올리는 짓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허점이 많아 보이는 정책이 바로 도서정가제라는 것이다.
하여, 비록 알라딘 찬반글에는 중립의견을 올렸으나,
페이퍼에는 이렇게 도서정가제 반대 의견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