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길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4명이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있길래 보니 그 중 한 아이 강아지가 차에 치어 그만...
특히 개 주인이 되는 사내아이가 어찌나 몸부림을 치며 심하게 우는지 걱정이 되어
그 집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려 나와달라고 했지요.

잠시 후 아이 어머니가 오길래 안심을 했는데, 웬걸, 아이에게 다짜고짜 상욕을 퍼붓는 거에요.
게다가 아이 보고 강아지를 죽였다며 어떻게 죽인 거냐며 귀싸대기까지 때리려 들었습니다.
교통사고였다고 아주머니에게 설명을 했지만 제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며 계속 심한 욕을 하는 거에요.
결국 아이는 괴성을 지르며 도망가버렸고,
저는 다시 한 번 자초지종을 아주머니에게 설명해봤지만 대꾸도 없이 강아지를 안고 가버리더이다.

할 수 없이 저도 마로를 찾으러 어린이집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뒤늦게서야 어찌나 가슴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제 팔에 가볍게 안길 정도로 어린 강아지였는데, 아직 따뜻했는데.
어쩌면 강아지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잘못 될 수도 있었는데.
자기 강아지가 죽어 아이가 더 슬플텐데, 그 아주머니는 어쩜 그렇게 모질게 구시는지.
차라리 욕하는 거, 손찌검하는 건 억지로 이해하는 척 할 수도 있는데,
아이보고 강아지를 죽였다고 몰아붙이시는 건 아이 마음에 대못을 박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마로를 찾아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길에 아까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부모님에게 다시 전화를 드려 잘 말씀드려 보겠다고, 아니면 집에 같이 가주겠다고 달래 보았지만
대꾸 없이 계속 고개만 저으며 울기만 하고 꼼짝을 안합디다.
할 수 없이 아이 몰래 그 집에 다시 전화해 봤지만,
아버지는 안 계시고 어머니는 아직 안 들어왔다며 아이 형만 전화를 받길래
아이 있는 곳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조금 서성대다 결국 마로랑 집에 왔는데, 마음이 쓰입니다.
다행히 아이는 집에 들어간 거 같은데(좀전에 아이 아버지랑 통화했음),
아주머니가 또 아까처럼 아이에게 심하게 굴까요?
아버지 목소리는 평탄한 거 같은데,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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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3-20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네요,,
정말 너무하는 엄마네요, 아무리 애지중지 하던 강아지라도 아이가 먼저 아닐까요,,,그 아이마음은 지금쯤 배신감과 두려움과 무서움이 교차하고 있을텐데,,,,조선인님 너무 놀라셨겠어요,,그래도 부모인데 괜찮겠지요,,,

물만두 2006-03-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뭔가 사연이 있겠지요...

가을산 2006-03-2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저 어머니는 이해하기 힘드네요. 조선인님 글을 읽으면서 제 가슴도 뛰는데...

ceylontea 2006-03-2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진정하세요... 마로가 그 상황을 보지 않은 것이 다행입니다... ㅠㅠ

라주미힌 2006-03-2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싼 개'를 좋아하는 사람 같은데요...

hnine 2006-03-2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걱정되네요 그 아이...

Koni 2006-03-2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상한 일이네요.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너무나 충격받았을 것 같아요. 저도 개를 키우지만, 그런 일 상상도 하기 싫은데, 그걸 눈앞에서 봤다면...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6-03-20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런 아주머니가 다 있담... 강아지를 아이보다 더 사랑했단 말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반응은 말이 안되죠

水巖 2006-03-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나도 걱정이 되는군요. 저런 행위가 아이를 망가트리는 지름길인걸 모르겠지. 쯧쯧....

chika 2006-03-2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비연 2006-03-2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랬습니다..사연은 있겠지만..그래도 그렇지. 울고 있는 아이에게 욕을...
엄마 아닌 거 아닐까요? ㅠㅠ;; 암튼 아이가 상처받지 않아야 할텐데...

비로그인 2006-03-2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사정이 있는 일일 것 같아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루 2006-03-2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하시네.. 아이는 깊은 상처를 두번이나 받았군요..

조선인 2006-03-2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자식처럼 아끼는 강아지였는지, 무지 비싼 강아지였는지, 엄마와 아들 사이에 소원함이 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어제는 정말 놀랐어요. 게다가 엉뚱하게도 자꾸 '안달루시아의 개' 영상이 떠오르면서 어찌나 무섭던지. ㅠ.ㅠ

sweetmagic 2006-03-2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비싼 강아지라도 그렇죠 !!!
어뜩해.....

Mephistopheles 2006-03-2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닉을 가지고 천사같은 조선인님 서재에 계속 들어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왜 그렇게 그 아이의 엄마는 역정을 내실까요.. 상처없이 보듬어 줘야 할텐데..

반딧불,, 2006-03-2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답니까..얼마나 힘들엇을까요.

로드무비 2006-03-2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좀 이상한 엄마지만(허걱;;) 진짜 이상한 부모 많아요.
아이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가 가슴 아픕니다.

로드무비 2006-03-21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래떡 못 드신 것 위로하는 의미에서 추천!=3

비로그인 2006-03-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쯔쯧!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인가봐요....

검둥개 2006-03-2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우째 그럴 수가 있어요?
혼을 내지 않아도 아이가 혼자서 얼마나 가책을 할텐데! 저까지 속이 상합니다.

조선인 2006-03-2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가끔 참 어이없는 일들이 있어요. 아직은 따스한 세상이라 믿고 싶은데 말이죠.

호랑녀 2006-03-2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그 아이에게 참 마음이 쓰이는데, 그 엄마는, 조선인님께 뭐 저렇게 할일없는 여자가 다 있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가끔은 그런 모습의 엄마는 아니었나 반성합니다.

조선인 2006-03-2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언니, 안 그래도 회사 동료들은 나보고 오지랖 넓다고 한 소리 합디다. 정말 어째야 쓸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