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있었던 일.
일년에도 몇 번씩 단기자금압박이 생기는 벤처회사라는 흠은 있지만,
꽤나 인간적인 회사라 정붙이고 오래 다녔다.
여직원은 몇 명 안 되지만, 하나같이 대가 세서 좋았고.

커피의 경우 '개인 커피는 상하 막론하고 직접 타먹는다 또는 자판기에서 뽑아먹는다'가 정착되어 있었고,
손님이 올 경우 '부서의 막내 사원이 대접한다'로 규칙이 정해져 있었다.
또 설겆이의 경우 전 여직원이 1주일씩 돌아가면서 했다.
대신 남직원들은 에어콘 물버리기, 정수기 물통 바꾸기 등을 그때 그때 알아서 했고,
(물론 손가락 하나 까닥 안 하려는 남직원도 있지만, 어떻게든 여직원들이 기회를 만들어 부려먹었다 ^^v)
화분 가꾸는 것은 사장님 몫이었다.

가끔 소소한 문제는 있었지만 괜찮게 돌아갔는데 어느날 일대 파란이 생겼다.
연구소에 들어온 여직원이 항거(?)를 한 것이다.
커피심부름이나 하고 설겆이나 하려고 대학원을 나온 것이 아니라며 히스테리를 부렸고,
그 불똥이 경영기획실 여직원들에게 튀고 말았다.
다른 부서의 손님대접을 하게 된 경영기획실 여직원들은 자신들을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화를 냈고,
연구소 여직원을 왕따시켰고,
난 중간에 껴서 양쪽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그 소동으로 깨달은 것은 한 회사내에서 그럭저럭 공정한 규칙이 생겨봤자,
경리는 비전문직종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만연하고,
따라서 상고를 졸업한 여직원이 저임금으로 취업하는 사회적 위계화가 존재하는 한,
어느 회사에라도 갈등의 여지는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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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2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식의 전환이 가장 큰 걸림돌.....
그게 어디 쉽냐구요.....

perky 2005-05-2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들어 여성들의 근무조건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산넘어 산인거 같아요. 휴.

울보 2005-05-2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묘한 갈등과 대립이 있겠는데요,,
아마 여자뿐만 아니라 고졸과 대졸의 차이는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 일겁니다,,,,남자들 조직사회에서도 그런 영향은 어쩔수 없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일을 잘하고 그분야의 전문인이라도 대졸과 고졸의 월급차이도 많고,,,
참 슬픈현실이지요,,
그래서 아무 다들 대학에 가려하나보아요ㅏ,,
이건 글과 상관없나...

진주 2005-05-2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중간에 껴서 양쪽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를 보고, 조선인님=대졸 이라는 엉뚱한 생각만 하는 저는
손들고 벌서야 해요 iQi <--양말까지 입에 물었음

paviana 2005-05-2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전 저런 여직원 들어오면 때려주고 싶어요.
모든 남직원의 커피를 타주는 것도 아니고 손님 오시면인데,
거기서 대학원졸이 왜 나와요?
그런 넌 집에서 손님와도 대학원졸이라서 커피 못타고,
언니 동생이 순번 정해서 하는 설거지도 대학원졸이라서 못하니 라고 해주고 싶어요.제가 넘 가부장적인 문화에 젖어있나요?

瑚璉 2005-05-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손님 오시면 제가 각 종 음료를 타서 대접합니다. 남 시키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sweetmagic 2005-05-28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커피 잘 타는데

조선인 2005-05-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차우차우님, 맞아요. 아직 산 너머 산이죠.
울보님, 차별이 있다는 건 참 슬픈 일이죠.
어머나 진주언니, 양말은 안 물어도 되요.(엥? 그럼 손은 들고 있어도 되나? ㅋㅋ)
파비아나님, 저도 솔직히 그 여직원의 차별의식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연구소 내에 복잡한 다른 문제가 또 있어 여직원만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
호정무진님, 맞아요. 남 시키는 게 더 힘들죠.
스윗매직님, 말로만 하지 말고 커피 타주러 와주세요. 서울만 도시냐고요. 수원도 좀 찍어달라고요.

진/우맘 2005-05-28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전혀 생뚱맞은, 돌 맞을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커피 타 주는 거, 참 즐겁던데....헤헤.....
(더불어, 술 따라 주는 것도 매우 재미있어 한다는...쩝.^^;)

balmas 2005-05-2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미묘한 일이네요. ...

水巖 2005-05-2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Paviana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사무실에서라기 보다 한 가족과 같은 마음이 결여되어서 좀 그러네요. 아무도 없을때는 나도 곧잘 타긴 했지만 그게 누가 타느냐라고 따질 일은 아닌것 같더군요.

릴케 현상 2005-05-2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아직도 그런 전근대적인 분위기가^^울회사는 주로 사장이 타는데요...글고 지금껏 회사생활하며 고졸자들은 없었지만...전문대졸,4년졸,석사간에 차별은 별로 못 느껴본듯하네요(석사가 가끔 어려븐 말 하면 '아니, 배운티를...'^^)

마태우스 2005-05-3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은...자신이 타는 게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귀찮으면 자판기를 설치하든지요. 것도 싫다면 커피를 끊으면 되구요....이었는데요, 규칙에 의해 역할분담이 되어 있다면, 그리고 가끔씩 손님이 올 때만 탄다면 괜찮다고생각합니다. 하지만. 커피라는 게 우리 머리속에 그리 좋지않게 각인된 탓에, 항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다른 일-설거지라든지, 정수기 물통을 간다든지-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싫다는데 굳이 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다는...

조선인 2005-05-3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 진/우맘님!!!
발마스님, ㅎㅎㅎ 좀 복잡하죠?
수암님, 맞아요. 결국 그 여직원은 그 회사가 싫었던 게지요. 여러 모로. 결국 얼마 안 되서 다른 회사로 옮겼습니다.
산책님, 좋은 회사 다니네요. 첨단산업이라는 IT쪽이 오히려 회사분위기는 근대적인 경우가 꽤 있어요. 학력차별이라는 면에서요.
마태우스님, 문제는 그 여직원이 개발 외의 모든 잡일을 거부한다는 것이죠. -.-;;

줄리 2005-05-3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는 커피를 꼭 마시게 되요. 커피가 맛있어서라기보다 커피를 사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 커피샵으로 가는 일을 좋아해서인것 같아요. 저희는 건물 아래 커피샵이 있고 누구든 커피 마시려면 거길 가거든요. 울보스는 하루에 두번은 가는것 같구요. 전 한번만 가요.

숨은아이 2005-05-3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손님 커피는 자기가 타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자기가 탄 커피 설거지는 자기가 하고. 근데 제가 본 남직원들은, 커피는 자기 스스로 타는데 설거지는 절대 안 하더라고요. 자기가 커피 타는 것만으로 대단한 양보라고 생각하나 봐요.

책읽는나무 2005-06-0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직장생활할때 어린나이엔 커피 타는 것에 대해 좀 민감하게 반응을 했었더랬습니다..속으로만...ㅠ.ㅠ

그러다 나이들어서 보니 커피 타는 게 별거냐는 주의로 바뀌더라구요..^^
그리고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좋게 좋게 유도리 있게 잘 만들면 손님께는 커피를 내가 타 드리고..나는 남자직원에게 커피를 타 오라고 시킬수도 있더라구요..(전 가끔씩 열받으면 바로 내위의 대리님한테 커피 타달라고 많이 시켜먹었더랬습니다..ㅡ.ㅡ;;)
뭐 그렇다고 제가 성격이 그리 유도리 있는 성격은 아닙니다만....사회생활에선 모나지 않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해요..^^
지금 제말이 이페이퍼의 논쟁과 연결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암튼...커피 타는 것과 학력은 별개가 아니겠습니까!
학력이 다르다고 하여 밥도 적게 먹고 많이 먹는게 아니듯이 말입니다..ㅋㅋ
아마도 그 여직원도 나중에 나이 들면 생각이 좀 많이 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