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로 기어다녀 걱정했는데, 요새는 내키면 정상적으로 기기도 합니다.
더욱 기쁜 일은 1초쯤 서기도 한다는 것.
조만간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에 돌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흐뭇한 걱정도 해봅니다.
도리도리, 잼잼, 짝짜꿍, 곤지곤지, 까꿍, 만세, 빠이빠이, 인사는 저 혼자서도 열심히 하고 놀고,
요새는 탑 무너뜨리기와 서랍/장식장 여닫기를 제일 좋아라 합니다.
좋아하는 장난감 1위는 뭐니뭐니해도 마라카스이고,
요새는 도형상자 끼워맞추기도 제법 잘 합니다만,
링 끼우기는 여전히 진전이 없습니다. 쩝.
아직까지 책에 대한 관심은 떨어집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 다 꺼내기 외에는요.
하지만 그래도 좋아라 하는 책은 몇 권 있습니다.
역시 고미 타로와 김지님이 알려주신 깜짝깜짝 색깔들은 볼 때 마다 좋아라 하고,
아기동물들의 멋진 꿈은 블록 하나 훔쳐서 후다닥 도망가는 게 웃깁니다.
할 줄 아는 말은 움마(엄마), 눈나(누나)가 제법 발음이 또렷하고,
가끔 암바(아빠)도 따라해주며, 기분이 좋으면 아다다다다다다다 소리를 냅니다.
제 이름과 맘마, 밥, 물, 이리 와, 주세요, 고맙습니다, 뽀뽀 등을 알아듣고 행동합니다.
특히 뽀뽀라고 하면 입 벌리고 달려드는 게 아주 우습습니다.
전반적으로 저를 더 많이 닮은 편인데, 입만은 아빠 판박이입니다.
아빠 집안의 강력한 유전형질인 송곳니 먼저 나기에선 벗어났지만,
엄마 집안의 강력한 유전형질인 솟은 발톱은 조짐이 있어 아쉽습니다.
에, 또 , 희미한 흔적이나마 엉덩이에서 몽고반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참 신기했습니다.
아토피가 좀 있고, 설사를 자주 하고, '모세기관지염'도 자주 걸리지만,
그래도 키나 몸무게는 대충 표준 비슷하고,
하루 2번 낮잠 자기(11시/3시30분), 먹는 시간, 밤잠자는 시간(9시 30분~5시)이 매우 규칙적이고,
밤중 수유는 거의 끊었고, 새벽에 일어나 한 번 더 먹은 뒤 짧게 아침잠을 자며,
아직까지 낮밤 바뀌어 엄마, 아빠 고생시킨 적 없고,
큰 병이나 여타 사고로 가슴 졸인 적도 없으니, 이만한 효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나에 밀려 뒷전이 되기도 일쑤지만
'헤벌레왕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잘 웃는 우리 아들 해람.
예정일을 한참 못 채우고 수술날짜가 잡혀 속상했고,
결국은 수술일도 못 기다리고 미리 응급수술을 해야 했지만,
무럭무럭 잘 자라나준 해람이의 돌이 어제였습니다.
비록 돌잔치도 못 했고, 돌상도 못 차려줬지만,
집에서 해 본 돌잡이에선 아니나 다를까 연필을 잡았습니다.
누나가 공부하고 있으면 기를 쓰고 연필을 훔쳐 도망가던 전력 그대로지요.
나중에 변덕을 부릴 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공부는 못 해도 좋으니, 꼭 지금처럼만 무사히 커다오."
하루 늦었지만 새삼스레 해람이의 돌을 자축합니다.